[이야기][교육농] 벌통을 전부 가져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박진교)

202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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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교 텃밭, 6월


벌통을 전부 가져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박진교 서울 국사봉중


 

▲수벌은 쏘지 않는다는 걸 확실하게 받아들이면 학생들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손에 올려 놓을 수 있다.



텃밭이 없다

올 3월, 12년 만에 학교를 옮겨 국사봉중학교에 왔다.  운동장 모양도 제대로 안 나오는 옹벽이 높은 학교이다. 산의 급한 경사면을 쳐내고 만든 학교라 옹벽이 높아도 확보한 평지는 좁다. 더 넓히려면 경사면을 더 깎아내야 하는데 그러면 옹벽이 너무 높아져 안전 때문에 더 이상은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평소 연수나 이야기 자리에서 텃밭 할 땅이 정 없으면 보도블록이라도 걷어 내자고 호기롭게 떠들었는데 함부로 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몇 번을 둘러봐도 텃밭을 만들 만한 자리가 안 보인다. 교직원회의 때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오는데 보도블록 걷어 내고 텃밭을 만들자고 하면... 십중팔구 쫓겨날 것이다. 구석에 상자 텃밭이 약간 있긴 한데 그것도 기존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하고 계셔서 말도 못 꺼냈다.


양봉까지는...

이전 학교인 삼정중학교에서는 텃밭을 하면서 양봉도 했다. 텃밭은 나름 자연농으로 8~9년 동안 해 왔는데, 유기물 덮기로 흙 살리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텃밭은 함께 동아리 하던 샘이 이어받겠다신다. 하지만 양봉까지는 안 되겠다고 미안해하신다. 주말마다 벌을 돌보러 이전 학교에 가고 있다. 텃밭에도 들르는데 꾸준히 유기물 덮기를 하며 농사를 짓고 계신다. 덮은 곳을 비집고 여기저기 각종 쌈채소며 토마토, 가지, 오이, 참외, 해바라기 등이 잘 자라고 있다. 다만 덮은 곳의 두께가 얇아 미생물이 죽어가니, 풀이나 다른 유기물로 더 덮으면 좋겠다.



▲ 동아리활동 시간, 강사의 설명을 듣고 학생들과 내검(벌통 내부 검사)하는 중



분봉

양봉은 현재 분봉을 유도하는 중이다. 올해로 양봉 4년 차인데 지난겨울에 처음으로 월동에 성공했다. 세 통으로 시도해서 두 통이 겨울을 살아냈다. 참고로 꿀벌은 원산지가 인도와 지중해 연안 등 덥고 건조한 지역이라고 한다. 해서 생육 활동 적정 온도가 34°C 정도이다. 겨울에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상태로 추위를 견뎌낸다. 펭귄들처럼 공 모양으로 뭉쳐서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며 안쪽은 22°C, 바깥쪽은 14°C 정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벌통 안의 벌 개체 수가 부족하면 체온 유지를 못해 월동에 실패하고 동사한다. 월동하는 동안에는 추워서 밖에 나갈 수 없으므로 겨우내 똥을 참아 내고 봄 되면 밖에 나와서 한 번에…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다. 한 통은 개체 수가 부족해 보였는데 역시나 겨울을 이겨내지 못했다. 월동한 두 통으로 분봉해서 최소 두 통을 더 만들어 기존 통은 삼정중에 남겨 놓고 새로운 통을 국사봉중으로 옮겨 가려고 한다. 그런데! 아직 양봉을 이어받겠다고 나서는 분이 없다. 이거 나름 재미있고 학생들도 흥미 있어 하는데 저질러 보겠다는 분이 안 계신다. 이러다가 벌통 전부를 가져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 벌통 안에 생활 공간이 부족하면 짓는 이런 집을 헛집이라고 한다. 이는 분봉이 진행될 수도 있는 징후로 여겨진다.


▲ 가운데 보통 벌의 2배 정도 길이의 여왕이 보인다. 등에 흰 점은 쉽게 알아보기 위해 내가 칠해 놓은 것이다.



눈에 띄게

올 3월 초 선생님 몇 분 계신 자리에서 넌지시 학교 옥상에서 하는 양봉 이야기를 꺼냈더니 방충망이 부실하다며 불안 감을 내보인다. 4년 전, 삼정중에서 처음 시작할 때가 떠올랐다. 양봉은 심리적 거리감이 꽤 큰 일이다. 방충망은 확인 결과 별 이상이 없다. 최근에 다시 양봉 이야기를 꺼냈더니 이전과는 달리 거부감이 사라진 듯하다. 그 사이 지난겨울 전국적인 꿀벌 집단 실종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의 영향이 있지 싶다. 그만큼 양봉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꿀벌이 인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텃밭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생태에 대한 노출 기회를 늘리기 위해 고심하곤 했다. 여주 등 눈에 띄는 작물을 심어 등하굣길 상자 텃밭을 배치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돌아보면 가장 강력한 효과는 교사들에게 노출 기회를 늘리는 것이었다. 이분들이 호기심을 가지면 일당백의 효과가 있다. 교사의 교육적 관심은 학생들에게 흐른다. 당연하지만 쉽지는 않다.



 


[but 교육농 질문해 보기] 

양봉이 손에 좀 붙는 것과 비례해서 생기는 고민이 있다. 관행농에 문제의식을 갖고 자연농을 고민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양봉가들 대부분은 다양한 해충과 병을 막고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약을 친다. 설탕물과 화분떡을 먹이로 주고 각종 영양제도 준다. 순전히 생산성 향상을 위해 멀쩡한 여왕벌을 매년 인위적으로 교체하기도 한다. 꿀과 화분 등의 생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수벌 집을 수시로 제거한다. 월동할 때가 되면 일벌들도 수벌은 더 이상 키우지 않고 기존 수벌들을 다 집 밖으로 내쫓는다고 한다. 이론적으로(?) 수벌은 딱 한 번 여왕과 교미할 때를 제외하고는 쓸모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양봉가들은 여왕 교체 때를 제외하고는 수벌이 먹이만 소비할 뿐 쓸모가 없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수벌 집을 제거한다. 그래 봐야 수벌의 개체 수는 1% 이내로 아주 적은데 말이다. 그런데 정말 수벌은 일생에 한 번 교미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걸까? 그래서 여왕 교체기를 제외하면 제거해도 되는 존재일까? 수벌의 존재 이유는 정말 교미뿐일까? 그렇다면 일벌들은, 혹은 자연은 왜 끊임없이 수벌들을 길러 내는 걸까?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스스로 그러한 자연을 얼마나 아는 걸까? 이러한 인간의 오만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것은 아닐까? 아니, 인간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자연에 일정 정도의 개입을 안 할 수가 없는데 수벌 제거도 그러한 범주에 들어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이지 않을까? 이래저래 교육농을 하며 생각이 많아진다.


▲ 아래쪽에 덮여 있는 집들 속에서는 꿀벌 번데기가 자라고 있다.



➊ 양봉은 벌치기養蜂와 서양벌洋蜂 두 가지로 쓰인다. 그렇지만 양봉을 할 때 서양벌을 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토종벌을 기르는 경우 ‘한봉’이라 구별하기도 한다.

➋ 유기물 멀칭mulching. 유기물 덮기로 바꾸어 쓴다.

➌ 벌의 새 살림나기다. 기존 벌통에 벌이 너무 많아지면 새로운 여왕을 탄생시켜서 기존 여왕이 식구의 반을 데리고 나가 다른 살림을 차린다. 사람은 보통 자식이 살림을 나가지만 벌은 어미 여왕이 나간다. 벌이 더 자연스러운가? 그런데 이렇게 분봉할지 말지 결정하고, 어디로 살림나갈지 결정하는 것은 여왕이 아니라 일벌들이라고 한다. 물론 여왕벌이나 일벌에게 물어봐서 아는 것은 아니고 인간이 관찰해서 그리 판단한 것일 테지만.

 ➍ 인간이 먹고 있는 식량의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기 때문에 꿀벌이 사라진다면 지금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3분의 2가 사라질 수도 있고, 이는 전세계 기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4년밖에 없을 것이라고 아인슈타인이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6년부터 벌집 군집 붕괴 현상이 일어났고 2014년에는 이와 관련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농무부•환경보호청 등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➎ 여왕, 일벌(암컷), 수벌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여왕이 낳은 똑같은 알 상태에서 로열 젤리(왕유)를 얼마 동안 먹이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그리고 이는 여왕이 아닌 먹이 주는 일벌들이 결정한다. 분봉 여부도 일벌들이 결정하고 각 알들의 운명도 일벌들이 결정하고. 여왕이란 이름이 적절한가? 여왕을 챙기고 시중드는 벌들이 있기는 하다.

➏ 일벌이 침을 쏘면 내장이 침에 연결돼 따라 나와 죽는 것처럼, 수벌도 교미를 하면 내장이 따라 나와 죽게 된다. 수벌은 대신 침이 없어 못 쏜다. 꿀벌은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쏘지 않는다. 죽기 때문이다. 그러니 꿀벌을 위협하지 않는 한 쏘일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말벌은 그렇지 않다. 여러 번 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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