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글]커뮤니티 텃밭, 서로 돌보고 즐기고

202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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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텃밭, 서로 돌보고 즐기고


사무국 풀씨입니다. 오늘은 여러 조합원들과 지난 10여 년 함께해 온 커뮤니티 텃밭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2011년, 인류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 발전소 폭발이라는 비극적이고 끔찍한 일을 접합니다. 그 혼돈과 공포 속에서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회는 참사를 가져온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교육의 역할을 되묻게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화두를 갖게 되었는데 그것이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었습니다.

이후 벗은 홍동의 교육농연구소와 함께 ‘교육농’이라는 이름으로 ‘ 농사학림’을 운영, 농사를 배우며 학교 텃밭 운영과 그 실천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몇 해 뒤 교육농협동조합 설립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농사를 익히고 서울지역 조합원들과 주말 텃밭을 함께해 왔습니다. 지금 텃밭은 고양 대장동에 있습니다. 세 번째 장소입니다. 서울에서 1시간 정도 이동 거리에 텃밭을 두는 것은 행운이기도 합니다.  


텃밭을 할 때 이것만큼은 하거나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들이 있었지만, 실제 해 온 과정을 돌아보니, 다음 두 가지 정도를 지켜왔네요.

- 화학농약은 (가능한) 쓰지 않는다.

- 비닐을 덮지 않는다.

화학농약에 ‘가능한’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작물이 폭망하면서 그를 ‘인내하지 못한’ 경험 때문입니다. 머릿속에는 순환과 공생이 있지만 실천과는 차이가 생깁니다. 비닐을 덮지 않는 것은 아시다시피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태평하게(?) 자연 그대로(?) 농사를 짓다 보니 텃밭을 연이어 빌리지 못하고 쫓겨 나기도 했습니다. 



1. 작물배치와 상황


(1) 위치와 면적


대곡역 주말농장. 고양 대장동 567-3 / 40평


(2) 재배작물


봄농사 _ 가짓과(가지, 고추, 오이, 토마토, 방울토마토, 감자), 쌈채류(적근대, 적상추, 청상추, 오크상추, 쑥갓 등), 고수, 아욱, 고구마, 대파, 래디시, 콜라비, 열무, 얼가리배추 / 가을농사(예정) _ 무, 총각무, 배추, 상추, 시금치, 쪽파,




(3) 작물 상황


우리가 키우는 텃밭 작물은 다른 밭들과 대동소이합니다. 먹는 게 비슷하니 그럴 수밖에 없겠죠. 쌈채 중심입니다. 기호에 따라 몇 가지를 더해 콜라비, 고수, 20일 무(래디시) 등을 추가해 보기도 합니다.

작물 배치 방법에 특이점은 없습니다. 다만 올해는 밭 디자인을 120cm 단위로 만들기도 하고, 이랑 간 동선도 좀 넓게 두고 있습니다. 긴 이랑보다 이런 방식이 작업하기도 보기에도 좋더군요.

텃밭작물 선택은 식문화를 돌아보게 합니다. 퇴비도 해 보니 그렇고요.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의 식문화는 국, 찌개류 등의 조리식품이 주류입니다. 여러 해 전부터 샐러드 등 비조리 식품을 즐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조연이던 작물들이 조리 방법을 달리하면서 주연으로 올라오기도 합니다. 건강 유지를 위한 샐러드 식당도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식문화가 자리잡으면 음식물쓰레기이 양도 줄고 퇴비화도 수월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랑을 길게 하지 않고 폭을 넙게 하고 중간 중간 끊어 주었습니다. 흙을 잘 기르고 이랑이 무너지는 것도 막기 위해 틀밭을 하고 싶습니다만 농장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 미루고 있습니다.



이랑을 풀로 덮으면 좋은 점은 쌈채류의 경우는 흙이 튀지 않는다는 거죠. 비온 뒤에는 잎들이 흙투성이가 됩니다. 하지만 풀을 덮어 두면 그럴 일이 없죠. 깨끗한 상태로 수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이나 가지 고추도 흙에서 병이 온다니 마찬가지일텐데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저는 이런 상태가 밭에 옷을 입혀 둔 것 같아 보기에 좋습니다. 맨흙을 드러내 밭을 보면 불안불안합니다. 풀이 없으면 신문지라도 덮어 놓으면 마음이 편안해지죠. 물론 비닐은 쓰지 않습니다. 

손바닥만한 주말농장을 분들 중에서도 밭에 비닐을 덮는(비닐멀칭) 분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초짜든 고수든 그렇게 하는 걸 당연시합니다. 왜 비닐을 덮는가라는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관행입니다. 썼던 비닐은 그대로 재활용도 할 수 없는 쓰레기가 됩니다. 흙도 기르지 못합니다. 



두더지 피해는 막을 수 없습니다. 토마토 아래를 훑고 지나가더니 고추도 뿌리를 내리지 못해 말라 죽는 일이 생깁니다. (잘 모르지만) 탄저병으로 추정하는 해를 입기도 합니다. 가지는 3년 전에는 아주 실했는데, 지난해도 그러더니 올해도 변색되고 거칠어진 반점이 번집니다.



2. 밭을 벗겨 놓지 않는다


이랑을 덮어서 흙 유실 방지, 수분 유지 등만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법을 오래 써서 미생물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으면 더 좋구요. 그러나 현재의 주말농장은 해마다 전체 밭을 갑니다.



멀칭 환경이 이듬해까지 이어지질 않아요. 해마다 기계로 밭을 갈고 이랑까지 만들어 주면 무척 편리하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내년에는 우리 밭은 갈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할까 합니다. 가장자리밭이니까 가능성이 있을 수도.


신문지 멀칭은 바람에 날려가는 것이 문제입니다만, 풀이 없으니까 대용으로 씁니다. 내년에 풀을 잘 모을 수 있음 좋고, 풀이 부족하면 신문지를 조금 더 두텁게 멀칭을 해야겠어요. 바람에 날아가는 문제는 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기계로 만들어 놓은 이랑 그대로인 형태에 신문지를 덮으려니 생기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밭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써서 그 형태대로 신문지 멀칭을 해야 할까 봅니다.



3. 작물의 선택과 식문화, 그리고 퇴비장


(1) 작물과 식문화



앞서 “텃밭작물 선택은 식문화를 돌아보게 합니다. 퇴비도 해 보니 그렇고요.”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식문화는 절임문화였습니다. 겨울을 나는 작물이 없으니 그를 보충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기술 덕택으로 재배나 보존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절임문화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여러 나라 음식을 접하며 변주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활용과 보존 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찌개나 국물 식문화이기도 했죠. 그러나 이도 역시 다양한 전세계 식문화를 접하면서 입맛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없어도 맛있는 한 끼니를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간단하고 간편한 식사에 너그러워졌죠. 하하.

식문화는 퇴비를 만드는 것과도 아주 깊은 관계가 있잖아요. 채소 부산물을 퇴비화하기 좋지, 찌개나 국, 조림 등을 퇴비화하기는 어려우니. 집에서 퇴비를 해 본 분들은 다 공감하실 겁니다.


(2) 퇴비장



텃밭을 해 본 분들은 굳이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지 않아도 모았다가 텃밭에 묻으면 된다는 것도 아실 겁니다. 밭 구석에 퇴비장을 마련했습니다. 퇴비장 틀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구덩이를 파고 풀을 깔고 집에서 음식물쓰레기를 가져와 던져넣고 다시 풀을 덮고 이렇게만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다 흙으로 돌아갑니다. 



4. 커뮤니티 텃밭, 서로 돕는다



텃밭 일을 텃밭의 시간 흐름에 맞추려고 애를 쓰지만, 아시다시피 우리 생활은 그에서 이미 한참 어긋나 있잖아요. 그래서 겨우 주말만큼은 시간을 내 보는 건데, 그렇더라도 시간 흐름이 어긋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밭을 찾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서로 돌보는 힘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험난한 세상에서 서로가 돌봐주는 존재들이기를, 우리는 텃밭을 통해서 배우고 체화하고 있다고 강변할 수도 있습니다. 위 사진은 텃밭에 함께하던 동료의 꽃밭입니다. 젊어서 세상을 떠났기에 해마다 꼭 그분 꽃밭을 같이 만듭니다. 몸은 없지만 마음을 나누는 거죠.

커뮤니티 텃밭은 뭘까요? 혼자서 텃밭에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한두 사람만 같이해도 분위기가 대번에 달라집니다. 그 시간 자체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죠. 살면서 그 자체를 즐기는 때가 얼마나 있을까요? 같이 일을 시작하면 풀을 베든 물을 주든 곁순을 따든 수다를 떨든 저마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텃밭의 시간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한층 자연에 가까워지는 것이죠.



5. 공원과 텃밭, 학교와 텃밭 1+1으로


텃밭은 아름다운 곳입니다.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귀를 기울여 듣고 만지고 맛을 보고 그리고 상상력까지, 삶의 감각을 느끼고 통합시켜 주는 곳이기도 하죠.

텃밭이 있으면 음식물 쓰레기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기도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도 받아주는 귀한 텃밭입니다. 퇴비는 흙을 살려 주니 한 구석에 퇴비장만 만들면 너 좋고 나 좋고 그렇습니다.  근교의 도시 텃밭의 장점 중 하나겠죠.

도시는 동네에 크지는 않아도 집터만한 공원만 있어도 느낌이 확 다라집니다. 그곳에 놓여 있는 벤치는 하나뿐이어도 그에게서 받는 느낌은 그 이상이죠. 여기에 하나 + 텃밭이 있으면 더욱 달라질 것 같아요. 1+1이라고나 할까(용산가족공원을 보니 이런 생각이!).

도시의 동네마다 공원을 만들면서 거기에 텃밭을 꼭 하나씩 갖추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세금을 이런 일 하는 데 쓸 수 있도록 인식이 확장되면 좋겠습니다.




벗은 《교육농 - 우리 학교에 텃밭이 있어요》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교육농이 뭔지, 그래서 어떻게 해 왔는지 교육의 고민을 담은 수년의 활동 사례를 모은 것이기도 하죠.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계속 잘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학교마다 텃밭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그것이 생명들의 공생과 순환, 삶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환교육의 텃밭일 수 있기를 꿈꿉니다.


- 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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