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글]학교 텃밭 탐방_자꾸 보고 접하게 하는 것_고양 성사중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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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텃밭 탐방 


자꾸 보고 접하게 하는 것 

- 고양 성사중


글 풀씨

사진 김경희



교육농협동조합의 서울지역 조합원들은 올해에도 서로의 학교를 찾아 텃밭을 둘러보며 밭 디자인, 식물의 자람과 재배 환경, 그를 위한 여건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지난해엔 서울 천왕초, 중광초, 옥정초, 탑산초, 등양초, 우장초, 진안의 장승초와 마령초를, 올해엔 동원초, 세검정초, 노원초, 삼정중 등을 다녀온 데 이어 이번에는 경기 고양의 성사중학교를 방문하였다.


코로나19로 교육활동이 금지되거나 제한 축소 운영돼 왔어도 교사농부들은 텃밭 활동 만큼은 꾸준하게 잘 이어 왔다. 몸의 움직임을 제약받는 교실에서와는 달리 텃밭에서는 학생들과 맘껏 해방감을 맛보며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지난해 《오늘의 교육》 58호(2020년 7+8월호)에서 〈전환농, 그리고 전환의 교육학〉이라는 기획으로 나눈 바 있기도 하다.


성사중학교(교장 손을종)의 지문희 교사는 학생 자율 동아리 활동으로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중학교에서 학교 텃밭을 활용해서 교육 활동을 이끄는 경우가 보편적이지는 않다. 탐방했던 학교들에서는 경북상주 내서중학교가 유일했다. 다양한 형태의 틀밭은 물론이고, 대장간까지 꾸려 학생들이 쇠붙이로 표현 활동을 벌일 수 있게도 하고 나무 위에 집과 모험놀이터도 지어 학생들의 상상력을 확 열어 준. 농촌지역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려낸 교사와 학부모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져온 결과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학교, 바꿀 수 없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벗 카페 https://cafe.daum.net/communebut/VESl/2916)


도시에서도 학교들에 이와 같은 교육 활동을 펼칠 공간을 ‘열어’ 갈 수 있을까?


성사중학교를 들어서서 우레탄이 깔린 운동장을 지나 학교 건물을 마주하면 벽면을 타고 오르는 식물들, 나무와 계단에 옹기종기 모아 놓은 화분들, 고구마가 심겨져 있는 크고 긴 화분들이 보인다. 서울 세검정초나 삼정중의 경우 산의 경사면을 이용해 건물을 앉힌 터라 틈새 찾듯 텃밭 공간을 찾았다면, 성사중학교는 평지에 들어섰음에도 학교 건물, 운동장, 주차장 외엔 밭을 일굴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역시 틈새 찾듯 해야 하는 경우다. 더구나 민간사업자가 학교를 짓고(BTL) 관리하기에 무엇 하나 하려면 거쳐야 하는 관문이 더 많다. 그나마 다양한 식물들이 조화롭게 놓여져 정원처럼 보이는 것은 농업을 전공한 교장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지문희 교사는 말한다. 게다가 교장 선생님은 이웃 성사고등학교의 민원(?)을 감수하면서까지 닭들도 키우고 있으니. 담당 교사로서는 재미를 더할 가능성이 있는 관리자를 만난 셈이지 싶다.


학교를 돌아본 뒤 텃밭 규모도 소박하고 동아리 학생들의 수도 적지만 이런 활동이 더 없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 시설과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 운동장도 깔끔해지고 실내체육관도 들어서고 깨끗해지고 있다. 학교마다 향나무들이 심겨 있어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하던 학교 정원 모습도 바뀌었다. 군부대 같다던 건물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그런데 진짜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을 학원으로 몰아간다. 교사들도 수업 시간표 외의 교육활동을 기획하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학교를 좋게 만들었지만, 그 ‘좋아진’ 학교에서 학생들을 쫓아낸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없다. 좋은 시설과 환경을 갖추었지만 수업‘만’이 허용될 뿐이다. 

마을교육공동체라고 하지만, 머물지 않는 장소, 지나가는 공간에서는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없다. 안전사고든, 전염병이든 일이 생기면 학교는 가장 먼저 교문을 걸어 잠근다. 마을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그래서 학교를 마을교육공동체의 주역으로 내세우려는 정책들은 이벤트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학교는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장소에 대한 경험, 사람에 대한 경험이 공동체의 가능성을 열기도 하고 실망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학교를 삶터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교육청의 정책과는 또 다른 궤도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교육사를 돌아보면 그렇지 않은가. 어려운 환경이지만, 학생들과 함께할 시간조차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교사의 역할이 있다. 


학생들의 자치 활동, 동아리 활동을 권유하고 조력하면 좋겠다. 이렇게 하기까지 교사의 분투가 그려지지만 말이다. 고양 성사중과 서울 삼정중(https://bit.ly/3ibOAIO)의 모습이 겹쳐진다. 주말에도 방학에도 나와 텃밭을 돌보자는 게 아니다. 다만 교사의 열의가 없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건 우리가 알지 않은가. 그것이 교육 활동을 펼칠 공간을 ‘열어’ 갈 가능성이란 생각이 자꾸 든다.


▲벽을 타고 오르는 풍선덩굴. 꽈리처럼 터뜨려 보고 싶은 마음을 부른다. 이런 걸 보면 대개 도라지꽃 터뜨리다 할머니한테 등짝 맞았다는 얘기들로 이어진다. 


▲나무 아래 여러 식물을 심은 화분을 가져다 두었다. 그 가운데 돋보이는 토란.


▲딸기의 기세가 대단한다. 계단을 덮은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왕성하게 줄기를 뻗었다. 화분에 심어 놓은 벼도 꽃을 피웠다. 놓여진 위치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교사 뒤편 한쪽에 설치한 닭장. 이웃한 성사고에서 닭소리가 시끄럽다고 해서 고등학교 시험 기간에는 수탉만 따로 다른 곳으로 옮긴단다.


▲작물들이 정원마다 틈새틈새 심겨 있다.


▲실내 외 화분들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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