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학교 텃밭을 일구는 데 주의할 점_강주희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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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농_인터뷰_강주희(3)


 풀씨

학교 텃밭을 일구는 데 주의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강주희


아이들 일상에서

주말농장과는 다르게 학교 텃밭은 아이들의 일상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학교 텃밭 존재, 생명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초록의 장소가 가까이 노출되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요.


지레 겁 먹지 마삼

굳이 경험이 아니어도 학교 내에 그런 장소를 들여오는 것, 그 작업이 가장 고단한 일입니다. 학교의 지원이 있지 않으면 물리적인 공간과 예산 문제가 가장 크기도 하니까요. 그 과정에 뛰어들기에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레 포기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주의사항이에요.


교실에서도

교실에서 상자로 시작하는 텃밭 우회 방법이 있습니다. 화초를 키우는 일과 달리 에너지가 많이 요구되는 작물은 땅이 중요하기 때문에 클수록 좋은데, 요즘은 이동이 쉽도록 텃밭용 상자 아래 바퀴도 부착되어 나오기 때문에 간단한 검색으로도 괜찮은 휴대용 땅(상자)들을 구입할 수 있으니 고려해보세요.


실패해도 괜찮아!

두 번째는 학교에 교재원이나 텃밭이 있다면 그 일부분(한 두둑이라도) 내 구역으로 만드는 일이에요.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나의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서 내 이름을 걸고 있는 이 공간이 비루해질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죠. 실패해도 괜찮아는 아이들에게만 건네는 주문이 아니니 일단 접수와 시작! 해 보시길 바랍니다. (의외로 쉬울 수 있어요. 보통의 학교는 주무관님들 소관(?)이라 교사의 접수는 곧 그만큼의 주무관님들의 휴식이 되니까요)


흘려들으라고?

세 번째는 생태 흘려듣기를 잊지말아라. 지난 2월 생태적 전환 교사연수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는데, 수업을 통해 작물을 심고 가꾸는 집중듣기보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매일같이 텃밭을 마주보는 흘려듣기가 삶을 바꾸는 데 더 큰 영향을 끼치니까요. 이건 다른 삶의 풍경들과도 상통하는 진리이기도 하죠!


 풀씨

학교 텃밭을 일구는 데 도움받을 곳을 추천 부탁드립니다.



강주희


제가 일단 학교 텃밭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교육농협동조합 활동으로 농사 흘려듣기를 한 덕분(텃밭에 관심이 있는데 시작 전이라면 교육농협동조합에서 진행되는 교사 연수나 모임을 함께하면서 ‘서당개’가 되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이었고요, 그다음이 학교 농장 사업으로 지원받은 서울시농업기술센터였습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작물에 대한 초보 가이드부터 학교 텃밭 조성 운영 가이드까지 도시텃밭 입문자용 안내서를 다양하게 발간하였는데 특히 ‘(초등학교)학교텃밭 조성·관리 지침’은 관련 법령부터 서류 작성, 참고할 기관까지 자세히 안내되어 있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학교 농장사업을 담당하던 시기에는 3년간 매년 12회씩 강사를 지원해 주었는데, 매년 만난 강사 선생님들의 풍부한 지식과 정보가 처음 텃밭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이후 생태 수업이나 텃밭 활동 관련 활동을 계획하면서 강사풀로 도움을 받으면서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일단 학교 텃밭 관련하여 맺어진 인연은 꽉 붙들어라, 요거 중요합니다.


 풀씨

월별로 해 온 활동이나 계획이 있다면 자세하게 적어 주세요.



강주희


올해는 제가 담당하는 구역도 넓어지고 삶의 경험이 (1학년보다) 풍부한 3학년 학급을 맡아서 텃밭을 통한 절기에 대한 수업을 하고 싶었으나 코로나 19로 휴업일이 길어지면서 놓쳤어요.


대신 텃밭은 대단히 풍성해졌지요. 텃밭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해지면서 모아두었던 씨앗들을 시기에 맞춰 심어 보기를 시도하고 틈틈이 나가 여유 있게 돌보니 엄청난 종류의 작물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튤립, 히아신스, 무스카리 등의 알뿌리 화초부터 시작해서 봉선화, 꽃양귀비, 수레국화, 백일홍, 풍선초, 코스모스, 카렌듈라가 피고 지는 꽃밭도 함께하고 있어요.


아이들과는 환경 기념일 중심의 수업과 활동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3월 씨앗나눔 + 지구촌불끄기(행동) /

4월 지구의 날 + 손피켓과 행동(불끄기)/

5월 생물다양성의 날 /

6월 해양의 날, 환경의 날 + 손수건디자인/ 사막화와 가뭄 투쟁의 날 +

7월 멸종위기 동물의 이해, 열무 씨앗 뿌리기까지 진행했고요, 텃밭 작물 관찰과 탐색으로 한 학기 마무리를 앞두고 있어요.


2학기 등교 수업이 좀 더 확장된다면 학교 텃밭을 기본으로 한 ‘평화’를 이야기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2학기엔 코로나19 대응단계가 2.5단계로 더 강화되었다.ㅠㅠ)



 풀씨

끝으로 현재 코로나 재난으로 학교 텃밭에 어떤 영향(변화)이 있는지 알려 주세요. 앞으로도 코로나 재난 상황이 이어진다면 학교 텃밭 일구기를 어떠한 방향으로 바꾸어야 할까요?



강주희


코로나19 덕택에 이렇게 다양한 작물을 심고 일구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아이들과 함께라면 어떤 것이 달라졌을까, 생각을 해 보기도 해요. 코로나19 이전이라면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의 호흡을 조절해서 아이들과 텃밭 흘려듣기와 집중듣기를 했겠지만 올해처럼 다양한 작물을 제때에 맞춰 펼쳐 보지는 못했을 거거든요.


반대로 코로나19 덕택에 텃밭에 몰입할 수 있었기에 이러한 재난 상황이 이어진대도 교사‘농부’로서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교사’농부로서는 아주 심각해집니다. 학교서 텃밭지기를 하는 이유가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인데, 아이들이 없으면 ‘교육농’에 큰 구멍이 생기는 셈이니까요.


온라인으로 생태 흘려듣기를 시도하더라도 화면으로는 생태적 전달력이 제한적이겠지요? 그래서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그 기간이 길어지던 지난봄, 전염의 가능성 때문에 실내로의 진입이 우려된다면 요일을 정해서 4~5명씩, 하루 1~2시간씩 야외에서 만나는 걸 허락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돗자리 깔고 넓고 둥글게 앉아서 이야기 나누고 텃밭의 이랑들을 산책하고 헤어지는 것, 참 낭만적인 상상을 잠깐 해 봤죠.


말도 안 되는 이런 상상에는 요사이 끊이지 않는 ‘코로나 19 이후의 교육과 학교’ 시스템의 문제, ‘교육의 생태적 전환’에 대한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동의 문제가 동반됩니다. 좀 더 지구가 뜨거워지고 기후 위기가 코로나19처럼 일상을 위협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당장 2학기에도 코로나19 재난이 일상을 지배한다해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으며 생각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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