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글]학교 텃밭 탐방_서울 삼정중_학교 옥상에 벌들이 산다

20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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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텃밭 탐방

학교 옥상에 벌들이 산다

- 서울 삼정중학교



서울 삼정중학교는 방화역에서 내려서 계속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동네가 개화산 신세를 지고 들어서 있는데 삼정중학교는 동네 끝자락 개화산 밑자락을 깊게 파고들어가 자리하고 있다. 축대를 쌓아 산의 경사면을 손질하고 학교가 들어설 부지를 만들었다.

교문에서 체온 측정을 하고 텃밭을 찾아간다. 몇해 전 찾았을 때는 못 보았던 체육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지금은 양서중학교 국어교사로 되돌아간 교사 이상대가 교장으로서 마지막 해를 공사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는데, 이것 때문이었구나.

교사 뒤편에 산물을 흘리는 수로가 있다. 물줄기가 약한 것은 아니지만, 그 세에 비해 쏟아지는 소리가 대단히 크다. 와와콰콰콰 함성을 지른다. 폭포를 마주한 듯하다.


▲ 교실 뒤 개화산에서 쏟아지는 물. 벽돌은 적정기술로 만든 화덕. 


몇해 전 방문을 했을 때는 삼정중학교 텃밭은 겨우 손바닥만했다. 산을 깎아 학교를 앉혔으니 그 이상 텃밭을 만들 공간은 없는 것 같았다. 아, 세검정초도 그랬었지. 그나마도 감지덕지였다고 할까.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 누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까. 땅이 있다고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동료교사와 관리자의 협력고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교실로 들어가는 길. 한쪽에만 있었던 텃밭이 양쪽 모두에 생겼다. 덕분에 교실로 들어가는 길이 뻔하지 않게 되었다. 다양한 색깔과 모양 등 변화하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학교를 운동장에 네모란 건물이 있는 형태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없어진 것, 새로 생긴 것, 변형된 것, 혹은 아예 달리 만들어지기도 했다. 동물원, 식물원, 암석원, 산책길, 잔디운동장, 교실 벽을 허물기도 했고, 운동장 밑에 주차장을 만들고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올리며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서기도 했다. 복도를 넓히고 교실을 달리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학교 이미지에 변화가 없는 건 그것이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한 사고방식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수용하고 관리하는 데 큰 비중을 두는.

그래서 학교에 들어오는 갖은 사업들은 사업비 지원 기간이 끝나 흔적만 남아 있는 경우들이 많다. 있으면 좋긴 하지만 없어도 문제는 되지 않는 액세서리 같은. 그 많은 ‘좋은’ 사업들은 그래서 좋다가 말았다. 교육을 바꾼다는 것은 무엇일까? 왜 바꿔야 하는 걸까? 그동안 온갖 사업들이 시행되었던 학교를 돌아보며 갖는 물음이다.


▲벌집을 꺼내 살펴보는 작업.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은 설탕물 통이다. 벌에게 설탕을 주고 꿀을 얻는다. 흠.


삼정중학교 옥상에는 벌통이 있다. 이 벌을 키우는 이는 박진교 교사(이하 늘보). 그가 바로 텃밭 하나를 만들기 위해 갖은 애를 썼던 주인공이다. 틈나는 대로 풀을 베어와 텃밭을 덮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며, 1년여 동안 적정기술을 배워 화덕을 지피며 학생들과 이야기 마당을 기획하기도 했던. 그랬던 그가 몇해 전 양봉에 관심을 보이더니 학교 옥상에 벌통을 올려 놓았다. 첫해와 지난해 두 번의 겨울나기는 실패했고, 이번에 세 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학교 양봉 소개가 처음은 아니다. 몇해 전 김진숙(안산부곡고) 교사의 사례(《교육농-우리 학교에 논과 밭이 있어요》)를 소개한 바 있다. 늘보는 안산부곡고 탐방 시 자극을 받아 직접 시도하게 되었다. 처음 벌통 2개를 구해서 벌통 하나를 늘렸고, 또 하나의 벌통을 늘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통마다 일지가 놓여 있다. 지난주 벌집을 살펴보려고 들어냈다가 여왕벌집이 뜯어졌다고 한다. 여왕벌이 있어야 벌집통이 유지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개화산에는 아카시아나무와 밤나무가 많단다. 벌이 꿀을 따기 좋다. 지난 5월 20일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온몸에 벌을 붙인 화보를 공개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세계 벌의 날'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세계 벌의 날은 생태계 균형과 생물다양성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벌의 이로움을 알리고 보호를 호소하기 위해 유엔이 2017년 12월 지정했다.


"모든 게 연결되어 있어요. 전부 다 연결되어 있죠. 그래서 꽃가루 매개자들은 물론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환경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과학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벌'들을 잃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말이죠." (앤젤리나 졸리)


▲벌통에서 떼어 낸 수벌의 집을 가져가라는 늘보. 이 동작을 보니 음, 여름 워크숍 때 늘보가 도전해 봄직한 일을 덧붙인다.ㅎㅎ 꿀벌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의 비영리자선단체 윈비재단에서 시도하고 있는 ‘도전 Waggle Dance’ 벌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모방한 춤이라고 한다. https://youtu.be/dnGcKjt9gT8 )



등굣길에 보게 되는 텃밭의 의미는 뭔가? 옥상에 놓여진 벌통이 갖는 의미는 뭔가? 굳이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퇴비를 만드는 이유는 뭔가?



텃밭도 벌통도 퇴비통도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인식. 학교 정원의 예쁘게 꽃을 피운, 혹은 멋지게 다듬어진 나무를 보는 것과 뭐가 다른 이유. 교사의 별스러운 취미가 아닌 이유.


학생들과 교감 기회를 주는 이야기 창고, 공생을 목격하는 장소, 순환의 고리에 내가 있음을 자각시키는 배움터. 이들을 빛내는 일이 교사농부의 일이다.


- 풀씨


▲텃밭 옆 위험시설물 울타리 안으로 호박이 넝쿨을 뻗었다. 냥이가 고개를 들더니... 꺼져! 


▲틈나는 대로 풀을 베어 덮어 준 틀밭의 작물은 언뜻 무질서해 보이지만 저들끼리 잘 자란다. 흙속의 미생물이 왕성하게 활동해 좋은 흙을 기른다. 밭에 비닐을 덮는 것은 작물 외 다른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런 농사 방법은 환금작물 키우는 분들의 관행인데 생태계의 순환을 익히는 교육농과는 방향이 맞지 않는다. 다만, 학교에 따라 그와 같은 방법을 익힌 분들이 선점한 경우가 있어서 융통성 있게 적용한다. 


▲스머지 스틱(smudge stick) 만들기. 허브 식물을 무명실로 말아 묶는다. (사진에서는 마끈을 사용했다) 잘 말려서 (말리는 동안 향도 나고) 태우면 향내 진동(한단다. 그래서 문을 열어 두고 일부분만 태워야 한다고)


▲여왕벌. 다른 벌에 비해 색깔이 다르고 크다. 


▲학생들 작품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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