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주주의 우물은 파도 파도...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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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주주의 우물은 파도 파도...”

- 임덕연 경기 양평 조현초 교장

 

글 원민

 

‘용문사 은행나무’를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높이 42m에 수령은 무려 1,100년이란다. 이마저도 1993년 기록이니 남북국시대부터 살아온 거다. 수령도 놀랍지만, 실제 은행나무를 보면 그 크기에 누구든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놀라곤 한다. 42m라고 하면 감이 잘 안 올 텐데 17층 건물과 같은 높이다. 키만큼 밑동 둘레도 엄청나 무려 15.2m나 된다. 아무렴, 그래야 그 크기와 무게를 굳건하게 받쳐 줄 수 있을 테다.

 

뜬금없이 웬 용문사 은행나무 이야기냐고 할 것 같다. 오늘 만날 조합원이 바로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 있는 조현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폐교 위기에 몰렸던 시골 작은 학교에서 경기도교육청 1호 혁신학교이자 혁신교육의 산실이 된 바로 그 조현초다.

 

임덕연 조합원은 지난 2019년 9월 공모 교장으로 조현초에 부임했다. 교장으로서의 본인의 역할을 물을 때마다 그는 특유의 덤덤한 말투로 이야기하곤 했다. 학교 문화만큼 교사들의 역량도 높아 뒤에서 잘 밀어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이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해 학사일정을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해 학교 구성원 모두가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올해는 학교 구성원 모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함께 텃논에 모내기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학년별 운동회도 하는 등. 학생들 사이에서는 ‘모내기 여섯 번을 해야 졸업’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조현초는 지역 문화와 어우러지는 농사를 교육적으로 잘 선용하고 있는 것이다.





초여름에 찾은 조현초 텃논에는 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다만 누가 봐도 손 모내기를 했구나 싶을 만큼 개성 넘치는 모습이었다.

 

“앞부분은 유치원생과 저학년들이 심어서 벼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어요. 중간부터는 고학년들이 심었는데 손이 얼마나 야무진지 몰라요.”

 

실제로 논 중간부터는 초입과 달리 고르게 잘 심긴 벼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다양한 논생물도 관찰할 수 있었는데 더듬이가 긴 우렁이가 눈에 띄었다. 어린 농부들의 피 뽑는 수고를 덜어 주기 위해 열일하는 녀석이 기특해 보였다. 올챙이, 소금쟁이, 우렁, 물장군, 그 밖에 이름 모를 다양한 논 생물들도 저마다 분주했다. 물 위를 동동 떠다니는 귀여운 개구리밥까지…

 

학교 텃밭은 모두 틀밭이었다. 돌이 많은 거친 땅이기도 하지만, 땅을 갈아 밭을 만들기보다는 이렇게 틀밭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풀들이 수분을 유지해 주기도 하고 그 덕분에 여러 생명들과 미생물들도 잘 자라 흙을 키울 수도 있으니. 오이, 가지, 토마토, 상추 등의 채소들을 심는 것은 다른 학교들과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은 제 손의 기른 농작물을 수확하는 기쁨과 먹는 즐거움을 맛보았을까?

 

“7월 초부터 방학 때까지 원격수업이 시작되어 막바지 수확 활동이 어려웠습니다. 학년과 반별 상황에 따라 수확을 했어요. 서둘러 감자와 옥수수를 수확해 다 함께 먹어본 반도 있었지만, 텃밭 수확물로 요리하는 걸 수행평가로 잡았다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돼 난감해한 반도 있었어요. 방학 때 부모님과 함께 수확하거나 등교일을 정해 모둠끼리 수확한 반도 있죠.”

 

지금 조현초 텃밭은 가을 농사 준비가 한창이라고 한다.

 

“학교 텃밭은 여름방학 기간에 방치되기 쉬워요. 저희는 생태교육과정 담당 선생님이 방학 전에 수확을 마친 텃밭을 정리하는 방법을 안내해 주었어요. 베어 낸 풀과 옥수수대 등 수확을 마친 농작물을 잘라 밭에 덮어두도록 말이죠. 이렇게 한여름에 가을 농사를 준비해 두었어요.”

 

2학기엔 김장에 필요한 채소들을 심는다. 배추와 무, 갓 등을 심어 김장을 해 보는 교육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밥상까지, 우리 밥상에 오른 먹거리가 그 씨앗은 어떤 모양이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온 것인지 몸으로 익힌다. 적지만 당근과 빨간 무, 비트 등 샐러드용 채소를 심어 수확할 계획을 세운 반도 있다. 





한편 텃밭 어귀에 자리한 임덕연 조합원의 상자 텃밭에는 목화가 한창이었다. 여름내 잘 자란 목화에 꽃도 피고 열매가 맺었다고 한다. 목화 씨앗을 얻기 위해 심었는데, 학생들에게 목화 꽃과 목화솜을 보여 줄 수 있게 되어 좋다고 한다. 곧 열매 속에서 목화솜이 터져 꽃처럼 피어날 텐데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의 반응이 사뭇 궁금하다. 학생들도 하루하루 목화솜이 터지길 기다릴 것 같은데… 2학기가 시작된 조현초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8월 25일에 개학했어요. 1~2학년만 등교개학을 했는데 9월 6일부터는 전 학년이 등교하고 있어요. 300명 이하 작은 학교는 전면등교를 할 수 있거든요. 코로나 시기지만, 방역과 생활 수칙을 잘 지켜 교육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학부모들 85% 이상 등교 수업을 선호했고요. 학교에서 공부 잘 하고, 방역은 어른들이 잘 하자면서 말이죠.”

 

“개학하자마자 텃논에서 피사리를 한 반도 있어요. 모둠별로 논에 들어가 벼와 벼의 사촌쯤 되는 피를 구분하고 우렁이가 먹지 않은 잡풀과 피를 뽑아냈지요. 또 어떤 반은 텃밭에 서둘러 배추를 심었고요.”

 

추석에는 송편 만들기 등 절기 행사를, 10월 중순에는 가을걷이를 한단다. 가을걷이는 모내기만큼 큰 행사여서 일주일간 학년별로 진행하고 학부모들도 참여한다.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에 그 쌀로 가래떡을 해 먹으며 논농사 관련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텃밭에 심은 배추와 무, 갓 등이 다 자라면 김장이 기다리고 있다. 또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 반에서는 동지 팥죽도 만들어 먹을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채로운 활동과 행사는 학생들에게는 배움의 공간을 확 열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교직원들에겐 어려움이 따른다. 여타 학교들에서보다도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 학부모와 학부모 사이의 협력이 중요해진다. 작은 학교는 그 규모를 이점으로 크게 활용할 수도 있지만 시스템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에게 큰 짐이 지워진다.

 

“2학기에 급식실 조리사 한 분이 이웃 학교로 가셨어요. 전교생 300명 이하 학교 과원 처리로 가시게 된 겁니다. 조리사님들의 노동 강도가 세져 걱정이에요. 학생 수 감소는 항상 고민이에요. 올해는 입학생이 30명이 안 돼 1학년은 한 반뿐이에요. 한두 명 차이로 두 반이 한 반으로 줄어들면 학급당 학생 수가 늘어 선생님들은 서너 배 더 힘들어요. 우리학교는 그동안 도시에서 전학을 와서 학생 수가 증가했는데 점차 둔화되고 있어요. 전학을 오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이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요. 이사를 오려면 집을 짓거나 전·월세를 구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거예요. 주거 문제를 개인에게만 지워서는 풀어가기 어렵습니다. 지역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에요. 물론 그것만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죠. 막상 이사를 와서도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총동문회와 함께 풀어 갈 예정이에요.”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어 공모 교장 중간 평가를 받았다는 임덕연 조합원. 코로나19에 대처하느라 정작 중점을 두고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제대로 해왔나 싶다고 한다. 부임 초기에는 학교 문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구성원이 되어서 적응하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교장의 자리이니 교사들은 물론이고 행정실 분들과도 항상 조심스럽게 지낼 수밖에 없어 더 힘들었다고. 그렇지만 돌아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들을 내어 주어 대부분 잘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 그가 맡은 업무는 안전교육, 돌봄, 미래교육, 학교협동조합 등이다. 교장 업무 외에 직접 실무를 담당한다. 보결이 생기면 1순위로 수업에 들어가려고 한단다. 수업 협의 등 학교에 있는 모임에도 전부 들어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또 학교에서 산양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관리도 맡고 있단다. 일이 참 많겠구나 싶으면서도 교장이 ‘모든 모임에 참여’하려고 한다니 다른 분들은 괜찮을까 싶다.^^;


 



전담 업무 중 미래교육 예산을 지원받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발도르프 교육의 기질론 등을 중심으로 연수를 기획했는데 이를 두고 미래교육이 아니라며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미래교육 학생지도’로 바꾸어 예산 지원을 받았지만 뒷맛이 씁쓸했나 보다. 미래교육이라면 좀 더 열린 생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조금 경직되어 있는 것 같아서였다.

 

“학생들의 기질과 발달 상태를 잘 파악해서 그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해요. 교육과정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분석해 보면 다양한 원인이 있거든요. 인지적인 부분도 있지만, 기질적 차이로 인해 어려움이 느끼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에요.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교육도 더 잘 이뤄질 수 있다고 믿어요. 수업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배움이 일어나지는 않거든요. 이를 위해서 교사는 자신과 학생들의 성격과 기질적 특성을 파악하고 교육적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교장으로서 그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학교민주화예요. 이 민주주의 우물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일입니다. 그중에서도 주변을 중심화하는 작업과 어린 것, 여린 것, 약한 것을 주체로 세우는 일이죠. 그동안 경쟁 사회에서 무시당했던 여린 것, 어린 것, 약한 것도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갈 귀중한 구성원으로 인식하게 하는 일입니다.”

 

학교도 하나의 사회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래서 그는 학교 구성원 모두가 평등 사회, 공정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싶다. 그런 사회를 교실과 학교에서 구현하고 경험할 수 있다면 사회의 변화도 좀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조현초의 문화 속에서 학교 구성원들 모두 성장했으면 싶은 것이다.

 

끝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조현초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성장했으면 싶은지 물었다.

 

“다 해 봤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하고 싶었던 교육, 상상했던 교육을 조현초에서 다 구현해 봤다고 말이죠. 학생들은 ‘아! 그때 정말 행복했는데, 재미있었는데’ 하고 추억했으면 싶고요.”

 

조현초 인근 도로 가로수는 은행나무이다. 속설에 따르면 일대의 은행나무는 모두 용문사 은행나무의 후손이라고 한다. 혁신교육의 산실 중 하나인 조현초의 도전과 역사, 그리고 임덕연 조합원의 학교민주화를 위한 노력도 용문사 은행나무처럼 굳건히 결실을 맺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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