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글]학교 텃밭 탐방_동원초_함께 길러 가는 교육농, 협력의 힘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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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텃밭 탐방


함께 길러 가는 교육농, 협력의 힘

- 서울 동원초


지난해 교육농협동조합의 서울지역 조합원들은 조진희(천왕초) 샘의 제안으로 교학공(전문적교원학습공동체) 모임을 꾸렸다. 조합원들의 학교 텃밭과 활동을 사진으로 보고 들어오던 것을 직접 보고 이야기 나누며 활동력도 길러 보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학교까지도 멈추는 데 이르러서는 감염병에 대한 무서움을 실감하며 그 두려움에 몸도 마음도 묶여 꼼짝달싹도 못하는 듯했다.


이러한 가운데 그나마 안전하면서도, 오히려 교육에 열심이었던 곳, 동료들의 화제의 무대에 오른 곳이 있다. 마스크 너머로 반짝이는 배움의 빛을 체감하고, 그동안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듯도 보였던 동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던 곳, 바로 학교 텃밭(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조진희, 강주희 샘이 오늘의 교육을 통해서 이야기한 바 있다. 글 뒤에 링크 첨부).


교학공 모임은 그런 학교 텃밭과 그것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연결짓는 매개가 되었다. 이런 좋은 경험을 이어가기로 했다, 교육청 운영 사업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운영회의를 통해 김경희(중광초) 샘이 교학공 지원과 진행을 맡았다. 4월 초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4월 14일 동원초에서 첫 모임을 갖기로 했다.


드디어 김현실 샘의 동원초 학교 텃밭을 직접 보게 되는구나! ‘드디어’라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 샘은 그동안 교육농 밴드를 통해서 학교 텃밭을 가꾸고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 궁금증 등을 꾸준히 나누어 왔다. 그렇기에 도대체 어떤 곳인가, 모두들 직접 가서 보고 싶었던 것이다.


동원초는 경의중앙선 양원역에서 가깝다. 1학년 3개 반인 작은 학교. 후문으로 들어서면 교실 아래 화단에 예쁜 꽃들이 종류별로 심겨 있다. 눈요기를 하며 걷다 보면 운동장으로 향하는 건물 모퉁이에 여러 개의 텃밭 상자가 보인다. 줄뿌림한 새싹들이 예쁘게 올라온 것이 보인다. 중간에 상추 모종이 들어서 있다. 어, 이게 무슨 일이지? 줄뿌림 새싹들은 무다. 꽂아 놓은 씨앗봉투를 보니 김장 무. 이런!


텃밭에 학년 팻말이 꽂혀 있긴 한데, 심어 놓은 작물만 보아서는 교육적 의도가 읽히지는 않는다. 손길이 가긴 간 듯해서 밭으로 보이는 곳에도 새싹들이 돋아오르고 있다. 뭘까? 운동장 쪽에는 구획을 셋으로 나눠 만든 밭도 보인다. 현실 샘의 1학년 동학년들의 텃밭이다. 그렇지만 흙을 만져 보니, 손에서 훌훌 흘러내리는 게 거의 모래흙이다. 붕사도 석회도 뿌렸다는데, 작물을 키우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교육의 의미가 잘 찾아지면 좋겠다.


현실 샘 얘기를 들으니 무 씨앗은 행정실에 있는 어떤 분이 뿌려 놓은 것이란다. 교육 장소로서 텃밭의 쓰임새가 공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란다. 당사자가 없으니 왜 김장을 준비하는 무 씨앗을 그것도 그리 예쁘게 줄뿌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학교 텃밭에 학교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며, 교사들 일부와 현실샘의 1학년 정도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는 상황. 주인 없는 밭은 먼저 일구는 것이 임자? 이런 것일까.


천왕초의 경우 전학년이 나서서 학교 텃밭을 일궈왔다. 학생들은 등굣길에 작물의 생장과 함께 1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뒤 보이지 않는 곳에는 교사들의 협력과 노고가 있었다. 한두 명이 애쓴다고 해서 유지될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동원초의 경우도 천왕초와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육농조합이 있는데다, 현실샘의 의지가 높으니 벌써 그림의 반은 완성한 셈이다. 동료들의 관심을 모으면 텃밭의 경작자가 불분명한 지금의 상황도 곧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 텃밭의 일가를 이룰 만한 능력자들인 조진희, 방효진, 김경희, 방효신 샘 등의 조언이 쏟아졌다. 심지어 먼저 손을 걷고 나서서 땅을 찾아 내 밭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세상에!

이 자리에 정용주 샘도 있었더라면 소위 틈밭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내 학생들과 일궈온 경험으로 또 다른 밭을 창조(?)할 수도 있었겠다.


학교 텃밭은 학생들의 동선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다. 애써 만든 밭이라도 밟고 다니면 헛수고이니, 길과 길이 아닌 생명의 거처인 밭과 확실하게 구분짓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작업 동선도 고려해야 한다. 손을 쉽게 뻗어 작업할 수 있는 크기의 두둑이어야 하고 두둑 사이가 서로 작업할 때 부딪히지 않도록 충분히 넓어야 한다.


동원초 텃밭 상자는 그대로 밭으로 써도 좋을 맨땅 위에 놓여 있다. 올해 학교 텃밭 공감대가 넓어지면 내년에는 텃밭 상자들은 보도블럭 위로 올리고 그 땅은 텃밭으로 일구는 기획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일군 텃밭에서 학생들과 또 다른 즐거움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강주희 샘이 입버릇처럼 말하길, 상자텃밭의 작물과 땅작물의 차이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르니.


가장 좋은 것은 천왕초처럼 교사나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작물의 성장 모습을 함께할 수 있는 밭의 배치이나, 그럴 형편이 안 된다면, 차선책으로 자투리 땅들과 텃밭 상자를 이어 산책 동선을 만든다. 권은정 샘의 등양초나 지난해까지 양재규 샘이 있었던 옥정초가 정원 형태의 산책 동선을 가지고 있다(예쁜 산책길, 정원 등 교육청이나 지자체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던 흔적을 지니고 있는). 김경희 샘의 중랑초도 비슷하다. 학생과 교사의 생활 동선, 학교를 드나드는 차량 동선을 고려해서 디자인하면 인생의 절반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학교를 멋지게 꾸밀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교사 혼자서 나서서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또 안 되는 일도 아니고....ㅠㅠ).


대개의 학교가 운동장가의 텃밭상자에는 벼를 키운다. 연록의 잎들이 푸른물결을 만들며 점점 짙어지다 황금빛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다. 한여름 땡볕의 물대기가 고된 노동이고, 그를 수확한다 해도 그 양이 적어 탈곡하는 것은 큰 일이다. 남들은 보기에 좋다고 하지만 숨은 노동이 장난이 아니다. 뜻이 좋으면 함께하자는 동료들도 많아야 하는데, 그냥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 숨은 주인공이 없으면 그 찬한했던 벼를 담았던 상자들도 버려진 화분들처럼 애물단지가 될 뿐이다.

5월 탐방처인 방효신 샘의 세검정초에서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동원초의 텃밭에 덧붙여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학교 텃밭이 의욕만으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관리자의 지원과 동료들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한 교사의 결심이 그 시작과 운용의 바탕인 것은 분명하다. 작물도 비바람을 맞고 성장한다. 우리 일들도 그렇지 않은가. 땅을 키우고 씨앗을 뿌리고 예쁜 꽃을 보고 수확을 거두는 일은 꼭 교육자가 하는 일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게다가 든든한 지원자가 있다. 교육농협동조합이 하는 일이다. - 풀씨


▲운동장으로 나아가는 모퉁이 텃밭. 상자 텃밭의 위치로 볼 때 그 효용성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땅도 이용할 수 없을 뿐더러 상자 텃밭은 빙 둘러서 작업해야 하는데 벽에 붙여 놓았으니 벽면 쪽에서 작업 불가. 상자 텃밭의 장점을 살릴 수 없어 아쉽니다.


▲ 교실 창문 아래 꽃밭. 뿌리가 자리를 잡으면 예쁘겠다. 다만 맨흙에 꽃들로만 꾸며져서 아쉽다. 앞으로 자연스럽게 풀과 꽃들이 자생할 수 있게 기획해 가면 좋겠다. 


▲ 상자 텃밭 귀한 상토에 줄뿌림된 무 씨앗 떡잎들이 예쁘게 올라왔다. 그 사이로 상추 모종들이 심겨 있다. 어떤 목적으로 가을 김장 무 씨앗을 이리 뿌린 걸까? 


▲ 대나무 이름표. 현실샘이 지인 목공실 찬스로 만들어 왔단다. 이와 같이 학교 텃밭 활동에서 사용되는 것들은 순환의 관점에서 다시 흙으로 돌려줄 수 있고 학생들의 미감을 자극할 수 있는 것까지 의도하면 좋겠다. 


▲ 밭 둘레에 벽돌을 놓아 흙의 유실도 막고 길과 구분도 지었다. 한쪽 면을 마저 막으며 좋겠다. 애써 만들어 놓은 밭이니 그만큼 잘 유지될 수 있어야 하니. 다음엔 벽돌도 세로고 높게 고쳐 세우는 게 좋겠다. 학생들이 양쪽에서 작업하기 좋게 폭을 좁히고. 감자를 심어서 둘레가 불룩하단다.


▲ 상자의 작물은 채종을 위한 겨울을 지낸 시금치. 그 상자가 놓여 있던 땅을 순식간에 달려들어 뚝딱 일구어 놓았다. 현실 샘은 동료들이 찾아 온 보람을 만끽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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