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글]학교 텃밭 탐방_서울 노원초_살아가는 공간으로서 학교라는 질문을 마주하다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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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텃밭 탐방


살아가는 공간으로서 학교라는 질문을 마주하다

- 서울 노원초



노원구 상계동 노원초. 7호선 수락산역에서 10분 정도의 거리. 찾아가는 길에 먹자골목이 있다. 점심 후여서 다행이다. 후후. 생각해 보니 ‘먹자골목’이란 말이...? 사전을 찾아보니 표제어로 올라 있다.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골목을 이르는 우리말. ‘먹자!’라는 선동의 언어가 결합된 말. 재밌네. 인근 수락산 등산객이 많으니 생겼겠지.


노원초를 찾은 게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는 학교를 둘러본 기억이 없다. 이번에 둘러보면서 과거에 산책길로 조성된 흔적도 보고 최근 연간 일궈진 텃밭이 자연스럽게 어울어진 풍광을 본다. 아마도 나와 같은 방문객은 학교를 보는 게 아니라 볼일을 보러 가는 것이니, 학교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여러 곳의 학교를 다녔어도 오늘 노원초에서 그런 생각을 처음 해 본다. 사는 곳이 아니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보아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동안 학교에 시행된 숱한 사업들은 삶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말라죽은 경우가 많다. 그나마 ‘교육적’ 의미라는 동아줄을 간신히 붙잡고 생존해 있는 경우가 더러 있을 뿐이다. 그것도 운이 좋았을 때. 노원초를 둘러보면서 더해지는 생각이기도 하다.


학교는 배우는 장소이지만,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교사나 학생이나 하루 대부분을 살아가는 공간이다. 학교를 둘러친 담장, 교문을 들어서서 교사(학교 건물)에 이르는 길, 중앙현관, 복도, 교실, 옥상, 운동장, 주차장까지도 그러하다. 이러한 학교 공간에 대한 사유는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으로 교사나 교실, 운동장과 놀이터 설계로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주차장이었으나 폐쇄하고 목공도구, 텃밭도구 보관실 용도로 컨테이너를 두었다. 이것에서 목공수업을 한다.



학교를 들여다보니 그 공간의 전환은 그곳을 어떻게 여기는가하는 인식이 전환의 출발점인 듯하다. 조직중심인가, 교육(학생) 중심인가에 따라 그에 부합하는 디자인이 기획된다. 그리고 여기에 목적형뿐만 아니라 삶터로 바라봄으로써 기획이 추가된다. 그리고 여기서 전환의 가능성이 싹튼다.




▲학생들이 상자논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 최승훈 기자가 냉큼 달려가 말을 붙인다. 우렁이가 무척 많은 알을 낳았다고 한다. 미꾸라지도 있고. 논생물 관찰은 재밌다. 




학생들의 삶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확장시키는 형태로 공간이 재구성된다. 산책길을 두거나 연못을 만들거나 논과 밭을 일구거나 교사를 재다자인하는 등의 움직임이 그런 것이라 여겨진다. 다만 그 공간의 변화가 내적 변화를 동반하는지는 섬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돈만 쓰고 말았는지, 관리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인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지 등 살펴볼 것들이다.




▲종이상자 팻말. 기후위기 관련 시위를 보도하는 외신이나 국내 시위, 녹색당 활동에서 이런 종이를 활용한 피켓을 보곤한다. 깔끔하고 보기 좋게 코팅한 인쇄물들과는 다른 느낌. 비에 좀 엉망이 되면 어떤가. 찢어져 떨어지는 종이는 흙으로 다시 돌아갈 테고 알아보지 못하게 되면 다시 만들면 돼.




교정은 관리자의 관심에 따라서 잘 가꿔진 향나무 군락이 있기도 하고 가을이면 국화향이 가득한 학교라는 특색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관리자의 취향에 머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관리자가 떠나면 특색도 희미해지거나 없어진다.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담장 안쪽으로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다. 노원초는 교사(학교건물)가 좁고 오래돼 새로 짓는다고 한다. 역사가 깊으면 나무들도 키가 크다. 불행하게도 그래서... 행정실은 늘 해오던 대로 허리를 뎅강 자른다. 교장에게 묻지 않는다.




학교 텃밭도 다르지 않다. 보도를 걷어내 일구고 방학 때도 틈틈이 나와 돌봤던 텃밭은 해당 교사가 학교를 떠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학교는 학생들이 텃밭 생명들과 주고받던 교감의 장소를 잃어버린다. 학교 주차장이든 운동장 구석이든 담장 밑이든 작물을 심을 만한 틈새땅을 찾아 애썼던 일은 그 학교에 남지 않는다. 학교라는 공간을 우리는 어떻게 꾸며야 하고,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김두림 샘이 물속에 심겨있던 창포를 캐 나눈다. 흙물에 손담그는 것쯤이야 아무렇지도 않다.




이날도 씨앗과 모종을 나누고(콩 심을 때다) 단오교육활동을 그리며 창포도 나누었다. 씨앗과 모종 나눔은 서로가 함께한다는 꽤나 즐거운, 그러나 기획되지 않은 이벤트이기도 하다. 




▲팥 모종과 창포 나눔



▲씨앗 나누기. 김두림 교장샘이 한곳에 모셔(?)두었던 씨앗 상자를 꺼내 나누었다. 둘레를 돌아볼 때와는 달리 모종과 씨앗을 나눌 때는 집중력이 부쩍(?) 높아진다!




다음 달인 7월 8일(목) 오후 3시에는 서울 삼정중학교 학교 텃밭에 갈 것이다. 지난 동원초, 세검정초, 이번 노원초에 이어서 4번째 탐방 학교이다. 이후 8월에는 워크숍(8월 9일~10일)을 치를 작정이다.

삼정중은 텃밭뿐만 아니라 양봉도 하고 있다. 도심의 학교 옥상에서 키우는 벌의 세례(?)를 받을 예정이다. 음... 좋다좋다좋다...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사는 곳이 아니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보아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학교라는 공간을 우리는 어떻게 사유하고 있는가, 학교 텃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앞으로도 계속 풀어가야 할 질문인 듯하다.



- 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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