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애들이라고 봐주지 말라’는 목소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촉법소년 연령’ 등 소년 사법 제도 논란, 그 실상과 의미
참석자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이윤경 전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엑시트) 센터장
최유경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일시 2022년 7월 12일 화요일
장소 교육공동체 벗 사무실
진행·정리 공현 기자
기록 서경 기자
‘촉법소년 연령 현실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추진 중인 정책 중 하나다. 현재 만 14세로 되어 있는 형사 미성년자 기준을 더 낮추고, 보호 처분만 받는 ‘촉법소년’ 범위를 축소시키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정책은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 세력을 막론하고 반복해서 등장한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 때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모두 연령 조정과 처벌 강화를 들고 나왔고, 과거 교육부와 법무부도 연령 하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늘의 교육》은 형사 미성년 기준이 14세여야 적절하냐, 13세여야 하냐 같은 논쟁보다는 왜 이런 주장이 반복해서 나오고 점점 더 힘을 얻는지, 그런 담론과 정책에 담긴 메시지와 맥락은 무엇인지 살피고 폭넓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좌담을 기획했다.
좌담에는 소년 재판을 받는 청소년을 변론·지원해 왔고 소년 사법 제도 관련 연구에도 참여한 사단법인 두루의 강정은 변호사, 학교 밖 거리 청소년 등을 만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해 온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엑시트의 이윤경 전 센터장, 그리고 관련된 언론 기고를 쓰기도 했고 또 페미니즘 및 학교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최유경 활동가를 초대했다.
공현
오늘 좌담은 논란이 되고 있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먼저, 청소년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서 문제란 생각이 널리 퍼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이윤경
탈가정 청소년이 급격하게 늘어난 게 2000년대 초반이다. 그때와 맞물리지 않았을지, 그만큼 오래된 이야기라고 짐작한다.
공현
내 기억에는 2000년대 초까지는 학교폭력 사건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촉법소년”, “소년법” 이런 용어가 대중에게서 잘 언급되진 않았다. 2010년대 중후반 이후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 청원 1호도 ‘소년법 폐지해 달라’였다. 2017년 전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청소년인 집단 폭행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된 것으로 기억한다.
강정은
대중적 관심은 대체로 특정 사건을 언론이 조명하면서 촉발됐던 것 같다. 그런데 2007년에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소년법」 적용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정책 의견을 표명했다.❶❷ 그때도 국회나 정부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던 거다. 흔히 이야기되는 ‘청소년 범죄가 저연령화되고 흉포화된다’란 주장에는 제대로 된 근거가 없다. 최근에 언론에서 ‘해외의 형사 처벌 연령은 이렇다’ 하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들여다보니까 우리나라의 촉법소년이 받는 처분에 해당하는 ‘보호 처분 대상 연령’과 혼동된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의 형사 책임 연령을 10세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별로 형사 사법 체계가 다른데, 면밀하게 살피지 않아서 잘못된 정보가 퍼진 것이다.❸ 심지어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법안 중에서 제안 사유에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형사 책임 연령을 12세로 권고하고 있다’라고 적은 예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07년 〈일반 논평 10〉에서 ‘아무리 낮아도 12세보다 높아야 한다’라고 제시했고, 2019년에는 한국에 대한 5·6차 국가 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형사 책임 최저 연령 14세를 유지하고 더 낮추지 말라고 직접 권고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낙인 효과가 있으니 ‘촉법소년’ 같은 용어도 쓰지 말라고 한다.
오해와 혐오로 점철된 소년 사법에 관한 인식
공현
소년 사법 제도에 관해 사람들의 인식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촉법소년 폐지하라’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14세 미만이면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 처벌도 안 받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10세 이상이면 보호 처분을 받는데 그중엔 사실상 구금 처분인 것도 있고, 소년원이 감옥보다 더 열악한 경우도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 “「청소년 보호법」 폐지”라는 제목으로 「소년법」 폐지 안건이 올라갔던 것도 그렇고, 법률 구조상 「소년법」이 폐지되면 14세 미만은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 조치도 받지 않게 될 건데…….(웃음) 그만큼 사람들이 소년 사법 제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걸 드러낸 장면 같다.
이윤경
TV에서 경찰 드라마를 봤는데, ‘퍽치기’ 등의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뭐 어쩌라고, 나 ‘촉법’이야”라고 말하는 대사가 나오더라. 청소년 범죄를 다루는 드라마들 대부분에 그런 장면이 들어간다. 그런데 내가 엑시트에서 만난 청소년들 중 절도 등을 하고서 “나 ‘촉법’이니까 괜찮아” 이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못 봤다. 모두 소년 분류 심사원을 가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불안에 떨고 무서워한다. ‘빨간 줄 안 그어지니까(전과 기록이 안 남으니까) 괜찮아’ 하는 청소년은 본 적이 없다. 픽션에서의 묘사는 현실과 너무 다르다.
공현
정부에서도 ‘만 14세 미만이라고 처벌을 안 받는다는 것은 오해이고, 형사 처벌이 아닐 뿐 이러이러한 조치를 취한다, 그러니까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 이렇게 알려야 할 것 같은데, 반대로 하고 있다. 언론이나 드라마, 웹툰 등 미디어가 현실과 다른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범죄를 조장하고 있는 거라고도 할 수 있다.
강정은
사실 소년 범죄 관련 종합적이고 정확한 통계가 없다. 경찰, 검찰, 법원 통계 등을 다 종합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조각조각 일부의 통계만 가지고 이야기된다. 법무부가 이런 문제를 바로잡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근거가 될 자료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전에 연령 하향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부터 하고 있어서 문제다. ‘보호 처분’이란 표현이 마치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인 것처럼 오해하기 쉽지만, 명백한 처벌적인 조치이다. 자유를 박탈하는 보호 처분들이 있고, 대표적으로 소년원 송치되는 처분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 기간 동안 절대로 여기서 못 나간다’ 하는 강제적인 구금이다. 그럼에도 ‘보호 처분은 처벌이 아니고 청소년 범죄자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오해가 많다.
최유경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핵심인 것 같다. 청소년들은 권리만 요구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통념이 이 주제에도 강하게 작동한다. 청소년들이 세금도 안 내고,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학생인권이나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요구할 때도 그런 이야기들이 따라붙는다.
공현
말씀하신 것처럼 ‘촉법소년’ 담론이 청소년인권 문제 전반에 대한 담론과도 연결되어 있다. 기사 댓글을 보면 청소년 범죄 관련 기사에 ‘학생인권조례가 문제다’, ‘체벌을 안 해서 요즘 애들이 이렇게 범죄를 저지른다’ 그런 내용도 자주 눈에 띈다. 소위 ‘민식이 법’(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 논란도 그렇고, 어린이·청소년들이 자기를 보호하는 제도를 악용한다는 세계관이나 스토리가 널리 퍼지는 것 같다. 전형적인 소수자 혐오 논리인데, 더 넓게 보면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나 다른 소수자에 대한 혐오 등과도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최유경
스쿨 미투 운동을 하면서 느낀 게, 청소년은 ‘순결한 피해자’ 또는 교사를 모함하는 영악한 ‘가짜 피해자’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시선이 교차된다. 어린이·청소년에게 이런 보호, 혜택을 받으려면 네가 완전히 순수하고 무고한 피해자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고 알리고 팩트 체크를 하는 건 물론 중요한데, 과연 ‘청소년들도 책임을 이렇게 지고 있다’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게 좋을지는 좀 고민스럽다. ‘너희는 왜 벌 안 받냐, 어른이랑 똑같이 안 하냐’ 하는데, 처벌을 받는 것이 곧 책임을 지는 것인지, 잘못을 하면 모두 다 엄벌을 받는 게 우리가 바라는 사회인지, 과연 권리는 책임을 지고 처벌을 감수하면 주어지는 대가인지 그런 논의가 너무 부족하다.

최유경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이윤경
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 문제도 그렇고, ‘노키즈존’도 그렇고, 여성을 성 착취하는 사건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혐오하는 걸 쉽게 드러내게 된 것 같다. 과거에도 차별이나 혐오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좀 더 대놓고 드러내게 된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최근의 소년 사법 제도 관련 이야기도 그런 경향의 하나 같다.
공현
우리 사회가 소수자와의 관계를 보는 프레임이, 풀어 주고 봐주거나, 아니면 지배하고 억누르거나 둘 중 하나만 있는 것 같다. 평등하게 대하고 ‘나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다른 사람’으로 접근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어떤 건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체벌 등의 문제도 그렇고, 페미니즘도 그렇고, 소년 사법 제도 논란도 그렇고, ‘애들을 봐주니까 오히려 우리 머리 위로 기어올라서 불합리한 특권을 누린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다. 평등이 어떤 건지를 우리 사회가 잘 모르기 때문에 그저 형식적으로 똑같이 하라고만 한다. 한국 사회의 구조나 문화가 너무 수직적이고 계급화되어 있어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강정은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이·청소년 시기를 한번 떠올려 봤으면 한다. 실수도 하고 때로는 부족했던 그때는 잊어 버리고 성인과 똑같다고만 보거나 아주 극단적인 이미지만 떠올리는 듯하다. 아니면 본인도 어린이·청소년이었던 적이 있으니까 잘 안다고 생각하여 더 쉽게 이야기하는 걸까.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혐오나 ‘처벌해야 한다’고 쉽게 이야기되는 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다. 일단은 증거에 기반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부터 하고 있다. 「소년법」 등을 개정하려면 자료나 사실에 근거해야지, 정부나 국회에서 근거도 없이 정책을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그리고 결국 중요한 건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그 지점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자꾸 하는 수밖에 없다.
소년원이 교도소보다 나을까
이윤경
분류 심사원이나 소년원, 보호 감호 시설(6호) 등 수용 시설 안의 생활이 어떤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아까 ‘감옥보다 열악한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는데, 내 생각엔 거의 모든 곳이 감옥보다 더 인권 문제가 많다. 감옥은 그나마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나지 않았나. 그런데 소년원 등 시설에서는 그런 구제 신청을 하는 것이 더 어렵다. 심지어 1인당 밥값도 더 적고. 이런 현실이 너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소년원에 가거나 하면 마치 처벌을 안 받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데, 제대로 알리지 않고 법무부나 사법 기관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하는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윤경 전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엑시트) 센터장
강정은
성인이 같은 절차를 겪었을 때와 비교해 봐도 소년 사법 쪽이 더 부족한 부분이 많다. 2018년에는 국가인권위가 요청하여 소년 사법 제도 개선 연구를 했고, 2020년에는 자유 박탈 아동 관련 실태 조사를 했는데, 예를 들면 성인은 구속되면 영장 실질 심사 등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들이 있는데, 소년 분류 심사원에 구금됐을 때는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아예 없다. 현재 소년 분류 심사원이 전국에 단 1개밖에 없고, 나머지는 소년원이 분류 심사원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분류 심사원도 소년원도 모두 심각한 과밀 수용 상태다. 구치소·교도소에서 성인과 아동을 혼거 수용하는 비율도 정보 공개 청구를 해 보니 구치소는 83%, 교도소는 67%로 나타났다. 또, 아동에 대한 징계 조치로 독방 구금이 빈번하게 활용되는 것도 문제다. 아동은 매일 밖에서 적절한 운동을 할 권리가 있지만, 성인 수용자에 비해 아동 수용자에 대한 운동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수용 시설이 권리 보장 수준이 더 열악한 것이다.❹
공현
소년원이나 보호 감호 시설에서의 체벌 문제를 보도한 기사를 간혹 봤던 적이 있다. 내가 구치소·교도소에서 지내 본 경험상 구타나 신체적 폭력 문제에 민감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있었다. 반면 소년원 등은 그런 제도가 미비하고,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체벌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상 폭력 발생이 더 잦을 것 같다. 말씀하신 실태 조사를 봐도 소년원 등 시설에서 체벌,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이 등장한다.
이윤경
그 보고서에서 소년원에서 정신과 약물을 너무 많이 먹게 한다는 문제도 지적했던 게 기억난다. 많게는 수용된 아동의 50%가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과연 진단과 처방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약물이 남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적절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나 걱정이다.
강정은
판사들이나 연구자들은 정신 질환에 대한 치료적 처우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정말 정확한 진단에 의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는지 의문스러웠다. 청소년기의 특성이나 환경 때문에 나타난 문제를 정신 질환으로 분류하고 약물로 관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약물 복용을 원치 않는데 강제로 복용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청소년도 있었다.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
공현
언론이나 미디어 이야기가 나왔는데, 올해 나온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소년 사법 제도, 청소년 범죄 문제를 주 소재로 다루면서 흥행했다.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최유경
〈소년심판〉은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했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김혜수가 나오는 티저 광고가 여기저기 많이 나왔다. 인터넷 게시판 반응을 보면 〈소년심판〉이 ‘애들이 범죄 저질러도 처벌 안 받는 문제를 꼬집어 주는 내용이겠지’ 하며 기대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접근과 광고 자체가, 말하자면 ‘못됐다’ 싶었다. 어떤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사회가 어떻게 조명할 것인지 고민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문제인데, 유명한 배우가 판사로 나와서 ‘사이다’ 대사를 던져 사람들이 기대하게 만드는 흐름 자체에 문제가 있다. 나는 〈소년심판〉에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몇몇 문제 있는 단편적인 모습들이 너무 각인되기가 쉬워서 좋은 점들이 아무 소용 없게 됐다.
이윤경
〈소년심판〉은 너무 낭만적이었다. 6호 시설이 나오는데, 극 중 구도가 딱 착하고 헌신적인 시설장과 못된 청소년들이다. 보면서 ‘말도 안 돼, 저건 정말 드라마야’라고 생각했다. 일단 청소년들이 원장한테 그렇게 행동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시설장의 판단에 따라서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고, 잘못하면 다시 재판받으러 가야 하니까. 6호 시설에서 ‘탈옥’하려는 청소년은 실제로 꽤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그 생활이 너무 폭력적인 경우도 있고 왜 힘든지를 물어야 하는데, 〈소년심판〉에서는 그냥 착한 시설장, 문제 있는 청소년들 이렇게만 그려졌다. 이 드라마 참 쉽게 가는구나 싶었다. ‘보는 사람 불편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접근하는 것 같다. 그러니 문제가 굉장히 개인화될 수밖에 없고, 이 청소년이 문제 있다, 제대로 교육하거나 보호하지 않은 부모·가족에도 문제 있다는 데까지만 간다.
최유경
〈소년심판〉 첫 번째 에피소드에 유일한 촉법소년으로 만 13세 남성이 피의자로 나온다.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고 나서 지나가는 장면 중에 그 사람이 온몸에 문신을 하고 다시 재판장에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보호 처분을 받았음에도 추측건대 더 큰 범죄를 저질러서 재판장에 서게 된 것이다. 일단 범죄자의 모습을 문신으로 표현한 게 너무 가벼운 연출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왜 그렇게 됐는지, 보호 처분이 제 역할을 했는지 아무런 이야기 없이 더 악랄한 범죄자가 된 모습만 나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걱정스러웠다. 미디어에선 탈선을 일삼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 주고, 청소년들이 계속해서 더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상만 퍼지는 듯하다.
강정은
결국 개인을 악마화하는 프레임이 제일 문제인 것 같다. 사건을 맡아서 변론을 하다 보면, 소년 범죄는 어린이·청소년 개인의 탓으로만 볼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 어린이·청소년이 그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질문해야 하는데, ‘너는 나이도 어린데 왜 그랬냐’ 이것만 추궁하고 끝난다. 또, 말씀하신 것처럼 〈소년심판〉은 어린이·청소년을 둘러싼 환경 중 너무 가정, 부모의 책임만을 추궁해서 아쉬웠다. 부모의 책임 이야기로 그치지 말고, 나아가 국가나 사회는 무엇을 했고, 해야 했는지까지 질문해야 하는데, 〈소년심판〉은 묻지 못했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까지 질문하는 드라마나 언론을 보기 어렵다. 소년 범죄 중 강력 범죄가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절도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생계형 절도가 많다. 성범죄도 늘어나긴 했는데, 이 역시 디지털 환경의 변화나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최유경
소년 범죄가 대부분 생활고에 의한 절도라고 하셨는데, 가령 ‘80대 노인이 야채를 훔쳤다’ 이런 뉴스가 나오면 사회에서는 빈곤 문제에도 주목하지 않나. 그런데 청소년의 절도 범죄에 대해서는 빈곤이나 경제적 권리 문제가 아니라 인성 같은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이 가정이나 학교 같은 응당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곳들을 벗어나면 불법적인 존재가 되기 쉽고,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그러다가 차를 털고 절도를 하고 성매매를 하고 하는데, 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나 고민 없이 그냥 요즘 애들이 발랑 까졌다,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르냐 하고 쉽게 이야기한다. 사회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저렇게 무섭고 위험한 애들’이라고 손가락질하기만 하는 걸 보면 정말로 범죄를 뿌리 뽑고 싶은 건지 의문이다.
이윤경
청소년들에게도 빈곤, 생계의 문제가 있다는 게 잘 상상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엑시트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소년원이든 아동복지시설이든 어린이·청소년이 생활하는 곳이 어느 정도 기본 수준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듣고 겪게 되니 완전히 바닥이더라. 예전에는 그래도 어린이·청소년들을 누군가 돌봐 주고 있을 거고, 국가에서도 지원해 주고 있을 거라고 나도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공현
어린이·청소년들에 관해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고 충분히 잘해 주고 있을 테고 굶는 아이는 없을 거고……’ 이런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시혜적인 시선이 강할수록 오히려 한편에선 그렇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경제 생활이 부모나 어른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영향이 있다. 어린이·청소년들도 자신의 생활이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돈이 필요할 수 있다는 걸 어색하게 느낀다.
‘처벌하면 된다’는 메시지의 위험
공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흉포화되는 소년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한 것을 봤는데, 가해자·범죄자는 ‘국민’에서 배제하는 말이라는 점에서 놀라웠다. 이 모든 논의에서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을 ‘우리’로부터 분리시켜서 타자화하는 게 대단히 강하게 작동하는 듯싶다.
강정은
제일 중요한 건 그들도 우리 사회에 계속 같이 살아가는,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고 생활하는 어린이·청소년이라는 관점을 가지는 거다. 그런데 그런 인식이 없이 처벌 대상으로만 본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110대 국정 과제에서도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이라면서 ‘주취 범죄’랑 ‘소년 범죄’를 같은 카테고리에 묶어 놓고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실화하겠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윤경
한동훈 장관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 보고 나는 무슨 배우 같다고 생각했다. 범죄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멋있는 검사 출신 장관 그런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 때 “4대 사회악 척결”을 내걸었던 게 연상된다. ‘범죄와의 전쟁’ 이런 걸 내세우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공현
그런데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을 13세나 12세로 확대한다고 해서 범죄가 눈에 띄게 줄지는 않을 것 같다.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을 쫓아간다면 차라리 「소년법」 폐지하고 다 똑같이 형사 처벌하겠다 이런 걸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닐지. 왜 연령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됐는지, 법무부에서는 왜 연령 기준을 바꾸는 걸 서둘러 추진하는지 의문이다.
강정은
별로 실효성이 없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거다.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지금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확실한 근거도 없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해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다. 이 움직임에 잘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정책은 메시지이기도 하다. 정부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어린이·청소년은 강력하게 처벌하면 된다’, ‘처벌만 하면 근절될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 국회 법안들을 보면 연령 하향만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소년 보호 절차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법안, 재범인 경우는 무조건 형사 절차만 적용하게 하는 법안, 소년원 송치를 10년으로 늘리는 법안 등이 발의되어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강력하게 처벌해서 근절시키겠다’라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바꿔야 한다. 이런 법안들도 연령 조정하는 안과 같이 국회에서 심의가 될 텐데, 국제 인권 기준에 위배되는 부분도 있지만 정작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을 외면하고 다루지 않는 문제가 있다. 소년 사법 제도 관련해서 개선해야 할 건 많다. 보호 처분 시설도 인력도 예산도 부족하고, 오히려 있던 보호 시설도 없어지고 줄어드는 상황이다. 법무부에서 TF를 꾸려서 연구하고 정책을 마련한다면 사회 복귀와 회복이라는 목적을 위해 현재의 소년 사법 제도를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것부터 해야 할 텐데, 그런 어려운 문제는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공현
정책에 담긴 메시지가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 그리고 이렇게 가면, 예를 들어 촉법소년 범위를 13세 미만으로 줄여도, 그 후에 결국 11세, 12세가 연루된 범죄 사건 같은 게 보도되면 더 낮춰야 된다는 이야기가 반복될 것 같다. 계속 연령을 몇 살로 할 거냐 하는 논의에 매몰될 거다.
소년 사법 제도의 역설
이윤경
형사 처벌 연령만 바꾸는 건 돈도 안 들고 또 현재 제도의 다른 부분을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진짜 쟁점이나 과제는 회피하고 이미지를 만들기 좋은 방식이다. 내가 보고 느끼기에도 소년 사법 제도에 문제가 많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청소년일수록 더 강하게 처벌받게 되고, 벼랑에 몰린 사람을 지하로 떨어뜨리는 게 지금의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엑시트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엑시트에 오던 청소년 중 3명이 범죄를 저지른 일이 일어났다. 그중 2명이 소년원에 가는 10호 보호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다른 1명은 재판도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년원에 간 둘은 보호자가 없고 가정에서 돌봄이 잘 안 되는 환경에 학교도 안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1명은 가정 환경이 좋고, 변호인들이 붙어서 재판도 미루고 조력해서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았다.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이렇게 다른 대우를 받는 경험을 하면서 ‘내가 잘못했다’ 하고 반성을 할까, ‘부모도 없고 빽도 없어서 나만 소년원 갔다’ 이렇게 생각할까? 이런 사례가 많다. 보호자가 마땅치 않거나 환경이 나쁠수록 더 강하게 처벌받기 쉽다. 아니, 부모가 없으면 사회에서 더 잘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을 확대하는 게 공적인 영역에서 책임을 계속 지지 않는 이런 상태를 지속시킬 거라는 걱정이 든다.
공현
이야기를 듣다 보니 소년 재판에서 생활 환경이나 여건이 어떤지에 대한 판단이 많이 개입하는 것 같다. 가정 환경이 어렵거나 조건이 안 좋으면 재범 위험이 높다고 보고 더 강제성 있는 처분을 내리는 건가?
강정은
소년 재판은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이 재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지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처분을 찾는 과정이다. 그 사람을 붙잡아 줄 환경이 부족하거나 열악하면 결국 시설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다. 판사들도 그런 고민을 한다. 예를 들면, 성매매 범죄에 이용된 청소년이 ‘유해 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다’는 이유로 소년 재판을 받는다. 그 청소년이 그런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지원하는 체계와 환경을 우리 사회가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원은 구금 처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유경
재범을 막는다고 하지만, 사실 범죄가 계속 이어지는 생활은 불안하고 위태롭지 않나. 생활을 어떻게 나아지게 해 보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또 범죄를 저지르고 하는 악순환이 있는데, 청소년들이 법을 악용하고 있고 더 세게 처벌해야 한다는 논의는 예방에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돈이 좀 있고 규범에 맞춰서 살아온 사람들은 소위 탈선을 할 이유도 없고, 탈선을 하더라도 관대하게 “실수 한 번쯤 하는 거지” 같은 말을 듣는다. 반면 부모가 돈도 없고 자녀에게 관심이 없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그런 청소년들은 너무 삐끗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걸 개인의 책임이라고만 하는 것은 너무 씁쓸한 일이다. 규범에 맞는 이들만 잘살 수 있는 사회이고, 그 정상성의 규범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너무 쉽게 밀려나고……. 청소년들의 사회적 권리와도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고, 협소한 정상성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와도 연결되어 있는 문제 같다.
이윤경
‘우범 소년’ 제도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범죄 우려가 있는’ 청소년을 보호 처분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내가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해서 ‘불량 어른’일 거라고 누가 나를 잡아가서 구치소에 보낼 수 없지 않나. 그런데 청소년은 담배를 피운다든지 품행이 문제가 있어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년 분류 심사원에 보낼 수 있다.
공현
우범 소년 제도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폐지하라고 권고한 걸로 안다. 작년 국회 토론회에서, 결국 사법 절차가 아니라 복지 제도를 개선해서 접근해야 할 문제를, 재판을 받게 만드니까 잘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❺ 법무부가 그건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때 강정은 변호사가 발제자로 참여했는데.
강정은
우범 소년 제도가 어떻게 이용되냐면, 아동 복지 시설이나 학교 등에서 시설장, 학교장이 아동이 말을 잘 안 들으면 ‘얘가 범죄 저지를 우려가 있는 것 같다’ 하고 통고해서 재판을 받고 보호 처분을 받게 한다. 성인은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런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청소년은 사법 절차로 접근할 게 아니라 지원 체계를 돌아봐야 할 문제다. 또, 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그 사건과 형사적인 문제만 볼 게 아니라, 재판을 받기 이전 상황과 재판 과정, 그리고 재판 이후의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 「소년법」이 만들어진 게 1958년으로 무려 64년 전인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지원 체계들이 많이 늘어났다. 지원 체계들을 잘 연계해서 법무부 말고도 교육부나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의 정책 대상인 학생, 청소년, 아동이 바로 「소년법」상의 ‘소년’과 같은 집단이다.
정말로 바꿔야 하는 것
공현
이미 몇 가지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를 물어보고 싶다. 「소년법」 등 소년 사법 제도에 관련 해서, 혹은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과 관련해서 실제 중요한 과제와 대안은 무엇일지 이야기해 보자.
이윤경
나는 돈으로 따지는 걸 좋아한다. 돈 가는 곳에 지원이 있고 돈을 많이 부어야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알아보니, 6호 시설은 1년간 청소년 1인당 예산이 많은 곳이 1300만 원 정도, 적은 곳은 1000만 원 정도였다. 돌봄 인력 1인당 청소년 수는 20~25명, 많으면 35명씩 된다. 그렇게 많은 인원을 24시간 돌보는 건 불가능하다.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고 돌봄과 필요한 조치를 제공해야 사회가 바라는 그 이른바 ‘교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고작 이 정도를 투입하고 그 사람들의 삶이 바뀌길 기대하는 건 너무 게으르고 무책임한 거다. 어떻게 보면 보호 처분은 사회가 얻는 기회라고 본다.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 이들을 타자화하고 몰아내기에는 사회에서 살아갈 시간이 너무 길지 않나. 이 사람과 앞으로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과 기회인 거고, 최선을 다해서 이 사람이 사회 속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걸 처벌의 시간으로만 생각하고 혼쭐내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뒤엔 어떻게 될까. 지금 있는 시설들도 보면 너무 문제가 많다. 소년원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오히려 피해의식, 분노, 우울감, 무기력감이 심해지지 않았나 싶더라. 만약 나에게 권한이 있다면 아침 몇 시에 똑같은 시간에 모두 기상해야 한다는 규칙을 없애고 자기 필요에 따라 각자 루틴을 만들도록 돕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기능 중심적인 직업 훈련들을 많이 하는데 별로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이 생기가 있어질 때는 언제인가 하면, 조금이라도 의미 있어 보이는 일을 하고, 누군가에게 뭔가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다. 이를테면 어른이 자기를 또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필요해서 어떤 걸 도와달라고 할 때. 돌봄을 시혜적으로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다른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 때. 6개월이든 2년이든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좀 낫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최종적인 목표는 그 소년원을 없애는 거다.(웃음) 강압적으로 관리 감독을 안 해도 이 사람들과 이런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다면 이런 수용 시설은 필요 없다라는 걸 증명해 내고 싶다.
강정은
말씀하신 것처럼 소년 사법 제도 안의 시설들에 투여되고 있는 예산도 적고 종사자 수도 부족하고 그들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다. 어린이·청소년은 그 특성이나 상황을 고려한 개별 처우 원칙이 중요하고 그게 잘 작동됐을 때 교화나 재범 방지도 되는 건데 그게 가능한 조건이 아니다. 보호 관찰관도 지금 1인당 약 110명을 담당하고 있는데 담당 소년들을 제대로 살필 수가 없다.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을 낮추고, 구금 기간을 늘려도 어차피 수용할 시설도 없을 거란 이야기도 하곤 한다.(웃음) 연령 하향에 반대하면 대안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사실 먼저 해야 하는 건 앞서도 말했지만 통계를 제대로 잡고 소년 사법 제도의 현재를 파악하는 거다. 그리고 보호 처분의 기능이나 효과를 평가해야 하고, 보호 처분이 잘 작동할 수 있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는 게 우선 같다. 일부 판사들은 소년원이나 시설에 수용하는 기간을 늘리자는 의견을 내놓는 걸로 아는데, 이 또한 자유를 박탈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유 박탈 기간을 늘렸을 때 사회 복귀나 회복에 효과가 있을 거라는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어린이·청소년의 구금은 법률에 따라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서 최단 기간만 행해져야 한다.
이윤경
가정 법원에 소년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 수도 너무 적어서 재판받으려면 몇 개월 기다려야 하고, 소년 사법 제도 관련된 인력이 어디든 너무 적다. 예산과 인력 이야기하는 게 시설을 늘려서 많이 집어넣자는 게 아니라, 어린이·청소년들 곁에서 지원하는 인력들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데 지금의 예산이나 시설 상황으로는 제대로 운영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그리고 범죄를 저질러서 재판받고 그러기 전에는 학교와 교육부, 보건복지부가 좀 잘했으면 좋겠고, 처분이나 처벌을 받고 그 이후의 삶으로 잘 연결되게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지금은 소년원에 있다가 나갈 때가 되어도, 나가서 있을 곳이 불확실하면 기간을 연장하기도 한다. 얼마나 억울한가. 부모가 없는 것도 짜증나는 일인데, 부모 없다고 여기 좀 더 갇혀 있으라고 하니까. 보통 단기 청소년 쉼터로 연결되거나, 그 밖에 갈 수 있는 데가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보호 시설 같은 곳인데 주변에 인프라가 없는 외곽 지역에 있고 집단 시설이라 사실상 감옥처럼 운영된다. 몇 달 버티지 못하고 나오고, 다시 그전처럼 살게 되는 거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다가 나오게 되면 단독적인 거주 시설을 1~2년 정도 제공하면 좋겠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 같이 상의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고, 일자리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이들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뭐가 필요하지를 고민하고 거기에 맞게 돈을 써야만 뭔가 될 것 같다.
최유경
사회가 나를 신경 쓴다는 느낌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티에서 보호 종료 아동 이야길 하다가, 보호 종료 이후에 우리가 어떤 돌봄을 기대하거나 필요로 할까 했더니, 제도적으로 어떻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주거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나한테 자원이 있고 관계가 있을 때 삶이 안정될 수 있다.
공현
어린이·청소년을 일컬어 기성 사회에서의 ‘이방인’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특히 환경이 불안정하고 앞으로 내가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없는 이들은 더욱 그렇게 느낄 것 같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이 사회에 자기 자리가 있다고 느끼고, 그래서 여기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규범을 존중해야겠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만 재범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나 교육계의 역할에 대해 묻고 싶다. 학교는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인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그런 사건이나 사람을 은폐하거나 추방하려고 하는 장소인 것 같기도 하다.
강정은
우선, 여전히 차별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최근 변론을 맡고 있는 청소년도 성매매·성착취 피해 때문에 전학을 간 케이스인데, 학교에서 잘 적응을 하지 못해 상담 선생님을 찾아갔다가 “우리 애들은 너랑은 질이 달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 그 한마디로 학교가 지옥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학교 교사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재판을 받는 학생들도 다르지 않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학교의 역할은 무엇인지 좀 더 적극적으로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 덧붙여서 소년원이나 시설을 갔을 때에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보호 처분 기간에는 다니던 학교에서의 교육이 단절되고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원래의 학교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년원 안에서의 학력이 인정된다고 하지만 개별 어린이·청소년에게 필요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게 교육부가 정말 개입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윤경
거의 모든 사람이 학교에 입학하고, 그래서 청소년 범죄의 맥락과 과정도 사실은 학교를 거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범죄에 연루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학교를 벗어나게 된다. 가정 환경과 부모가 문제라고 자주 이야기하는데, 그럼 학교라는 공적인 시스템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이야기되어야 한다. 학교와 교사들이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에 대해 다르게 보고 차별적으로 대하는 것도 많고, 학교에선 범죄에 연관되거나 큰 문제가 생기면 자퇴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를 청정 구역으로 유지하고 싶은 건지. 엑시트에서는 청소년들에게 가능하면 자퇴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학교를 안 가면 이 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어떤 돌봄도 제공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학교를 안 다니면 높은 보호 처분을 받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 범죄를 일으킨 학생이 있을 때, 그 사람을 지원하고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빠지지 않고 교사도 지원자로서 계속 같이 하면 좋겠다. 학교는 학생이 잘 성장하고 잘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수업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학생들과 같이 보내면서 여러 상황을 살피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그렇게 학생의 삶에 대해 살피고 돌보고 대화하는 것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강정은
소년 재판을 하면 학교와 교사들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역할들이 있다. 가령 학생이 재판에 출석하면 학교 수업을 빠지게 되는데, 그러면 꼭 담임 교사에게 전화해서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소년 재판의 이념과 가치에 따른 비공개 재판의 원칙을 설명드리고 학교에서도 이 학생이 재판을 받는다는 게 알려지면 안 된다고 말씀드린다. 교사들이 생각보다 소년 재판의 이념이나 절차를 잘 모르시더라. 또, 당사자인 그 학생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상의해도 좋고, 부모와 상의해도 좋고, 소년 분류 심사원에 가 있으면 국선 보조인이 있을 텐데, 국선 보조인과 연락하면 상황을 파악하고 어떤 조력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혹여나 그 학생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진심이 담긴 의견서를 써 주시거나, 학생이 재판 이후에도 어떻게 살아갈지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그런 훌륭한 교사들도 여럿 만나 봤다.
공현
긴 시간 좌담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 학교 교사도 같이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저희가 적당한 분을 섭외하지 못했다. 앞으로 다른 자리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몇 살로 하느냐를 넘어서는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하고 유의미한 토론이 있기를 바란다.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의 문제, 그리고 이에 관한 법 제도에 관련한 논의의 방향을 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실상이 어떤지부터 더 정확하게 널리 알려져야 할 것이고, 또 ‘범죄자’라며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돌려 세워야 할 것이다. 좌담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청소년인권 문제, 페미니즘에 관한 인식을 연결시켜 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 문제는 ‘범죄’에 대한 관점도 얽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찾아 보니 전 국민의 25% 정도는 전과자라고 한다.❻ 물론 오래 살면 더 전과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청소년에 그 비율을 그대로 적용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학령기 아동이 입학하는 보편 교육 제도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도 일정 비율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런 범죄자는 없어야 한다고, 있으면 더 강하게 처벌하고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학교 징계 규정을 보면 형사 처벌이나 보호 처분을 받으면 학교에서도 중징계하게 되어 있고 퇴학까지도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런 태도는 결국 지금 우리 사회가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을 대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학교에서도 그런 학생들이 있을 거라는 전제 하에, 그러면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절차와 자원을 마련해야 한다. 소년 사법 제도에 관한 논의 역시 우리 사회와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지.
❶ 2007년 12월 21일,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만 12세~14세에서 만 10세~14세로 하향되었다.
❷ 국가인권위원회(2007), “[보도자료] 소년법 적용연령 낮추지 말아야 – 인권위, 법무부 소년법 개정안 적용 연령 인하에 대한 의견 표명”.
❸ 국회입법조사처의 외국의 형사 처벌 기준 연령이 더 낮은 예가 많다고 주장한 연구 보고서에 오류가 많은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단독] ‘해외는 7 세부터’라더니… 촉법소년 다룬 국회 보고서 틀렸다”, 〈서울신문〉, 2022년 6월 30일).
❹ 국가인권위원회(2018),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한 소년사법제도 개선 연구〉; 자유박탈아동에 대한 한국 실무그룹(2020), 〈한국의 자유박탈아동 실태조사〉.
❺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단법인 두루, 국회의원 박완주, 국회의원 이규민, 국회의원 최기상, 국회의원 정춘숙,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공동 주최, 우범 소년 규정 폐지 필요성 토론회, 2021년 3월 9일.
❻ “총선⑬ 국민 전과 vs 당선자 전과… 뭐가 높을까?”, 〈KBS〉, 2016년 4월 15일.
좌담
‘애들이라고 봐주지 말라’는 목소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촉법소년 연령’ 등 소년 사법 제도 논란, 그 실상과 의미
참석자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이윤경 전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엑시트) 센터장
최유경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일시 2022년 7월 12일 화요일
장소 교육공동체 벗 사무실
진행·정리 공현 기자
기록 서경 기자
‘촉법소년 연령 현실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추진 중인 정책 중 하나다. 현재 만 14세로 되어 있는 형사 미성년자 기준을 더 낮추고, 보호 처분만 받는 ‘촉법소년’ 범위를 축소시키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정책은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 세력을 막론하고 반복해서 등장한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 때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모두 연령 조정과 처벌 강화를 들고 나왔고, 과거 교육부와 법무부도 연령 하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늘의 교육》은 형사 미성년 기준이 14세여야 적절하냐, 13세여야 하냐 같은 논쟁보다는 왜 이런 주장이 반복해서 나오고 점점 더 힘을 얻는지, 그런 담론과 정책에 담긴 메시지와 맥락은 무엇인지 살피고 폭넓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좌담을 기획했다.
좌담에는 소년 재판을 받는 청소년을 변론·지원해 왔고 소년 사법 제도 관련 연구에도 참여한 사단법인 두루의 강정은 변호사, 학교 밖 거리 청소년 등을 만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해 온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엑시트의 이윤경 전 센터장, 그리고 관련된 언론 기고를 쓰기도 했고 또 페미니즘 및 학교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최유경 활동가를 초대했다.
공현
오늘 좌담은 논란이 되고 있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먼저, 청소년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서 문제란 생각이 널리 퍼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이윤경
탈가정 청소년이 급격하게 늘어난 게 2000년대 초반이다. 그때와 맞물리지 않았을지, 그만큼 오래된 이야기라고 짐작한다.
공현
내 기억에는 2000년대 초까지는 학교폭력 사건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촉법소년”, “소년법” 이런 용어가 대중에게서 잘 언급되진 않았다. 2010년대 중후반 이후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 청원 1호도 ‘소년법 폐지해 달라’였다. 2017년 전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청소년인 집단 폭행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된 것으로 기억한다.
강정은
대중적 관심은 대체로 특정 사건을 언론이 조명하면서 촉발됐던 것 같다. 그런데 2007년에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소년법」 적용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정책 의견을 표명했다.❶❷ 그때도 국회나 정부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던 거다. 흔히 이야기되는 ‘청소년 범죄가 저연령화되고 흉포화된다’란 주장에는 제대로 된 근거가 없다. 최근에 언론에서 ‘해외의 형사 처벌 연령은 이렇다’ 하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들여다보니까 우리나라의 촉법소년이 받는 처분에 해당하는 ‘보호 처분 대상 연령’과 혼동된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의 형사 책임 연령을 10세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별로 형사 사법 체계가 다른데, 면밀하게 살피지 않아서 잘못된 정보가 퍼진 것이다.❸ 심지어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법안 중에서 제안 사유에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형사 책임 연령을 12세로 권고하고 있다’라고 적은 예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07년 〈일반 논평 10〉에서 ‘아무리 낮아도 12세보다 높아야 한다’라고 제시했고, 2019년에는 한국에 대한 5·6차 국가 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형사 책임 최저 연령 14세를 유지하고 더 낮추지 말라고 직접 권고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낙인 효과가 있으니 ‘촉법소년’ 같은 용어도 쓰지 말라고 한다.
오해와 혐오로 점철된 소년 사법에 관한 인식
공현
소년 사법 제도에 관해 사람들의 인식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촉법소년 폐지하라’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14세 미만이면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 처벌도 안 받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10세 이상이면 보호 처분을 받는데 그중엔 사실상 구금 처분인 것도 있고, 소년원이 감옥보다 더 열악한 경우도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 “「청소년 보호법」 폐지”라는 제목으로 「소년법」 폐지 안건이 올라갔던 것도 그렇고, 법률 구조상 「소년법」이 폐지되면 14세 미만은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 조치도 받지 않게 될 건데…….(웃음) 그만큼 사람들이 소년 사법 제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걸 드러낸 장면 같다.
이윤경
TV에서 경찰 드라마를 봤는데, ‘퍽치기’ 등의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뭐 어쩌라고, 나 ‘촉법’이야”라고 말하는 대사가 나오더라. 청소년 범죄를 다루는 드라마들 대부분에 그런 장면이 들어간다. 그런데 내가 엑시트에서 만난 청소년들 중 절도 등을 하고서 “나 ‘촉법’이니까 괜찮아” 이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못 봤다. 모두 소년 분류 심사원을 가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불안에 떨고 무서워한다. ‘빨간 줄 안 그어지니까(전과 기록이 안 남으니까) 괜찮아’ 하는 청소년은 본 적이 없다. 픽션에서의 묘사는 현실과 너무 다르다.
공현
정부에서도 ‘만 14세 미만이라고 처벌을 안 받는다는 것은 오해이고, 형사 처벌이 아닐 뿐 이러이러한 조치를 취한다, 그러니까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 이렇게 알려야 할 것 같은데, 반대로 하고 있다. 언론이나 드라마, 웹툰 등 미디어가 현실과 다른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범죄를 조장하고 있는 거라고도 할 수 있다.
강정은
사실 소년 범죄 관련 종합적이고 정확한 통계가 없다. 경찰, 검찰, 법원 통계 등을 다 종합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조각조각 일부의 통계만 가지고 이야기된다. 법무부가 이런 문제를 바로잡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근거가 될 자료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전에 연령 하향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부터 하고 있어서 문제다. ‘보호 처분’이란 표현이 마치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인 것처럼 오해하기 쉽지만, 명백한 처벌적인 조치이다. 자유를 박탈하는 보호 처분들이 있고, 대표적으로 소년원 송치되는 처분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 기간 동안 절대로 여기서 못 나간다’ 하는 강제적인 구금이다. 그럼에도 ‘보호 처분은 처벌이 아니고 청소년 범죄자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오해가 많다.
최유경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핵심인 것 같다. 청소년들은 권리만 요구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통념이 이 주제에도 강하게 작동한다. 청소년들이 세금도 안 내고,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학생인권이나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요구할 때도 그런 이야기들이 따라붙는다.
공현
말씀하신 것처럼 ‘촉법소년’ 담론이 청소년인권 문제 전반에 대한 담론과도 연결되어 있다. 기사 댓글을 보면 청소년 범죄 관련 기사에 ‘학생인권조례가 문제다’, ‘체벌을 안 해서 요즘 애들이 이렇게 범죄를 저지른다’ 그런 내용도 자주 눈에 띈다. 소위 ‘민식이 법’(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 논란도 그렇고, 어린이·청소년들이 자기를 보호하는 제도를 악용한다는 세계관이나 스토리가 널리 퍼지는 것 같다. 전형적인 소수자 혐오 논리인데, 더 넓게 보면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나 다른 소수자에 대한 혐오 등과도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최유경
스쿨 미투 운동을 하면서 느낀 게, 청소년은 ‘순결한 피해자’ 또는 교사를 모함하는 영악한 ‘가짜 피해자’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시선이 교차된다. 어린이·청소년에게 이런 보호, 혜택을 받으려면 네가 완전히 순수하고 무고한 피해자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고 알리고 팩트 체크를 하는 건 물론 중요한데, 과연 ‘청소년들도 책임을 이렇게 지고 있다’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게 좋을지는 좀 고민스럽다. ‘너희는 왜 벌 안 받냐, 어른이랑 똑같이 안 하냐’ 하는데, 처벌을 받는 것이 곧 책임을 지는 것인지, 잘못을 하면 모두 다 엄벌을 받는 게 우리가 바라는 사회인지, 과연 권리는 책임을 지고 처벌을 감수하면 주어지는 대가인지 그런 논의가 너무 부족하다.
최유경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이윤경
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 문제도 그렇고, ‘노키즈존’도 그렇고, 여성을 성 착취하는 사건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혐오하는 걸 쉽게 드러내게 된 것 같다. 과거에도 차별이나 혐오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좀 더 대놓고 드러내게 된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최근의 소년 사법 제도 관련 이야기도 그런 경향의 하나 같다.
공현
우리 사회가 소수자와의 관계를 보는 프레임이, 풀어 주고 봐주거나, 아니면 지배하고 억누르거나 둘 중 하나만 있는 것 같다. 평등하게 대하고 ‘나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다른 사람’으로 접근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어떤 건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체벌 등의 문제도 그렇고, 페미니즘도 그렇고, 소년 사법 제도 논란도 그렇고, ‘애들을 봐주니까 오히려 우리 머리 위로 기어올라서 불합리한 특권을 누린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다. 평등이 어떤 건지를 우리 사회가 잘 모르기 때문에 그저 형식적으로 똑같이 하라고만 한다. 한국 사회의 구조나 문화가 너무 수직적이고 계급화되어 있어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강정은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이·청소년 시기를 한번 떠올려 봤으면 한다. 실수도 하고 때로는 부족했던 그때는 잊어 버리고 성인과 똑같다고만 보거나 아주 극단적인 이미지만 떠올리는 듯하다. 아니면 본인도 어린이·청소년이었던 적이 있으니까 잘 안다고 생각하여 더 쉽게 이야기하는 걸까.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혐오나 ‘처벌해야 한다’고 쉽게 이야기되는 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다. 일단은 증거에 기반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부터 하고 있다. 「소년법」 등을 개정하려면 자료나 사실에 근거해야지, 정부나 국회에서 근거도 없이 정책을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그리고 결국 중요한 건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그 지점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자꾸 하는 수밖에 없다.
소년원이 교도소보다 나을까
이윤경
분류 심사원이나 소년원, 보호 감호 시설(6호) 등 수용 시설 안의 생활이 어떤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아까 ‘감옥보다 열악한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는데, 내 생각엔 거의 모든 곳이 감옥보다 더 인권 문제가 많다. 감옥은 그나마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나지 않았나. 그런데 소년원 등 시설에서는 그런 구제 신청을 하는 것이 더 어렵다. 심지어 1인당 밥값도 더 적고. 이런 현실이 너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소년원에 가거나 하면 마치 처벌을 안 받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데, 제대로 알리지 않고 법무부나 사법 기관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하는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윤경 전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엑시트) 센터장
강정은
성인이 같은 절차를 겪었을 때와 비교해 봐도 소년 사법 쪽이 더 부족한 부분이 많다. 2018년에는 국가인권위가 요청하여 소년 사법 제도 개선 연구를 했고, 2020년에는 자유 박탈 아동 관련 실태 조사를 했는데, 예를 들면 성인은 구속되면 영장 실질 심사 등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들이 있는데, 소년 분류 심사원에 구금됐을 때는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아예 없다. 현재 소년 분류 심사원이 전국에 단 1개밖에 없고, 나머지는 소년원이 분류 심사원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분류 심사원도 소년원도 모두 심각한 과밀 수용 상태다. 구치소·교도소에서 성인과 아동을 혼거 수용하는 비율도 정보 공개 청구를 해 보니 구치소는 83%, 교도소는 67%로 나타났다. 또, 아동에 대한 징계 조치로 독방 구금이 빈번하게 활용되는 것도 문제다. 아동은 매일 밖에서 적절한 운동을 할 권리가 있지만, 성인 수용자에 비해 아동 수용자에 대한 운동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수용 시설이 권리 보장 수준이 더 열악한 것이다.❹
공현
소년원이나 보호 감호 시설에서의 체벌 문제를 보도한 기사를 간혹 봤던 적이 있다. 내가 구치소·교도소에서 지내 본 경험상 구타나 신체적 폭력 문제에 민감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있었다. 반면 소년원 등은 그런 제도가 미비하고,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체벌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상 폭력 발생이 더 잦을 것 같다. 말씀하신 실태 조사를 봐도 소년원 등 시설에서 체벌,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이 등장한다.
이윤경
그 보고서에서 소년원에서 정신과 약물을 너무 많이 먹게 한다는 문제도 지적했던 게 기억난다. 많게는 수용된 아동의 50%가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과연 진단과 처방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약물이 남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적절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나 걱정이다.
강정은
판사들이나 연구자들은 정신 질환에 대한 치료적 처우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정말 정확한 진단에 의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는지 의문스러웠다. 청소년기의 특성이나 환경 때문에 나타난 문제를 정신 질환으로 분류하고 약물로 관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약물 복용을 원치 않는데 강제로 복용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청소년도 있었다.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
공현
언론이나 미디어 이야기가 나왔는데, 올해 나온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소년 사법 제도, 청소년 범죄 문제를 주 소재로 다루면서 흥행했다.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최유경
〈소년심판〉은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했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김혜수가 나오는 티저 광고가 여기저기 많이 나왔다. 인터넷 게시판 반응을 보면 〈소년심판〉이 ‘애들이 범죄 저질러도 처벌 안 받는 문제를 꼬집어 주는 내용이겠지’ 하며 기대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접근과 광고 자체가, 말하자면 ‘못됐다’ 싶었다. 어떤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사회가 어떻게 조명할 것인지 고민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문제인데, 유명한 배우가 판사로 나와서 ‘사이다’ 대사를 던져 사람들이 기대하게 만드는 흐름 자체에 문제가 있다. 나는 〈소년심판〉에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몇몇 문제 있는 단편적인 모습들이 너무 각인되기가 쉬워서 좋은 점들이 아무 소용 없게 됐다.
이윤경
〈소년심판〉은 너무 낭만적이었다. 6호 시설이 나오는데, 극 중 구도가 딱 착하고 헌신적인 시설장과 못된 청소년들이다. 보면서 ‘말도 안 돼, 저건 정말 드라마야’라고 생각했다. 일단 청소년들이 원장한테 그렇게 행동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시설장의 판단에 따라서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고, 잘못하면 다시 재판받으러 가야 하니까. 6호 시설에서 ‘탈옥’하려는 청소년은 실제로 꽤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그 생활이 너무 폭력적인 경우도 있고 왜 힘든지를 물어야 하는데, 〈소년심판〉에서는 그냥 착한 시설장, 문제 있는 청소년들 이렇게만 그려졌다. 이 드라마 참 쉽게 가는구나 싶었다. ‘보는 사람 불편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접근하는 것 같다. 그러니 문제가 굉장히 개인화될 수밖에 없고, 이 청소년이 문제 있다, 제대로 교육하거나 보호하지 않은 부모·가족에도 문제 있다는 데까지만 간다.
최유경
〈소년심판〉 첫 번째 에피소드에 유일한 촉법소년으로 만 13세 남성이 피의자로 나온다.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고 나서 지나가는 장면 중에 그 사람이 온몸에 문신을 하고 다시 재판장에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보호 처분을 받았음에도 추측건대 더 큰 범죄를 저질러서 재판장에 서게 된 것이다. 일단 범죄자의 모습을 문신으로 표현한 게 너무 가벼운 연출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왜 그렇게 됐는지, 보호 처분이 제 역할을 했는지 아무런 이야기 없이 더 악랄한 범죄자가 된 모습만 나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걱정스러웠다. 미디어에선 탈선을 일삼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 주고, 청소년들이 계속해서 더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상만 퍼지는 듯하다.
강정은
결국 개인을 악마화하는 프레임이 제일 문제인 것 같다. 사건을 맡아서 변론을 하다 보면, 소년 범죄는 어린이·청소년 개인의 탓으로만 볼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 어린이·청소년이 그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질문해야 하는데, ‘너는 나이도 어린데 왜 그랬냐’ 이것만 추궁하고 끝난다. 또, 말씀하신 것처럼 〈소년심판〉은 어린이·청소년을 둘러싼 환경 중 너무 가정, 부모의 책임만을 추궁해서 아쉬웠다. 부모의 책임 이야기로 그치지 말고, 나아가 국가나 사회는 무엇을 했고, 해야 했는지까지 질문해야 하는데, 〈소년심판〉은 묻지 못했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까지 질문하는 드라마나 언론을 보기 어렵다. 소년 범죄 중 강력 범죄가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절도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생계형 절도가 많다. 성범죄도 늘어나긴 했는데, 이 역시 디지털 환경의 변화나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최유경
소년 범죄가 대부분 생활고에 의한 절도라고 하셨는데, 가령 ‘80대 노인이 야채를 훔쳤다’ 이런 뉴스가 나오면 사회에서는 빈곤 문제에도 주목하지 않나. 그런데 청소년의 절도 범죄에 대해서는 빈곤이나 경제적 권리 문제가 아니라 인성 같은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이 가정이나 학교 같은 응당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곳들을 벗어나면 불법적인 존재가 되기 쉽고,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그러다가 차를 털고 절도를 하고 성매매를 하고 하는데, 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나 고민 없이 그냥 요즘 애들이 발랑 까졌다,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르냐 하고 쉽게 이야기한다. 사회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저렇게 무섭고 위험한 애들’이라고 손가락질하기만 하는 걸 보면 정말로 범죄를 뿌리 뽑고 싶은 건지 의문이다.
이윤경
청소년들에게도 빈곤, 생계의 문제가 있다는 게 잘 상상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엑시트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소년원이든 아동복지시설이든 어린이·청소년이 생활하는 곳이 어느 정도 기본 수준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듣고 겪게 되니 완전히 바닥이더라. 예전에는 그래도 어린이·청소년들을 누군가 돌봐 주고 있을 거고, 국가에서도 지원해 주고 있을 거라고 나도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공현
어린이·청소년들에 관해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고 충분히 잘해 주고 있을 테고 굶는 아이는 없을 거고……’ 이런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시혜적인 시선이 강할수록 오히려 한편에선 그렇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경제 생활이 부모나 어른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영향이 있다. 어린이·청소년들도 자신의 생활이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돈이 필요할 수 있다는 걸 어색하게 느낀다.
‘처벌하면 된다’는 메시지의 위험
공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흉포화되는 소년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한 것을 봤는데, 가해자·범죄자는 ‘국민’에서 배제하는 말이라는 점에서 놀라웠다. 이 모든 논의에서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을 ‘우리’로부터 분리시켜서 타자화하는 게 대단히 강하게 작동하는 듯싶다.
강정은
제일 중요한 건 그들도 우리 사회에 계속 같이 살아가는,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고 생활하는 어린이·청소년이라는 관점을 가지는 거다. 그런데 그런 인식이 없이 처벌 대상으로만 본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110대 국정 과제에서도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이라면서 ‘주취 범죄’랑 ‘소년 범죄’를 같은 카테고리에 묶어 놓고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실화하겠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윤경
한동훈 장관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 보고 나는 무슨 배우 같다고 생각했다. 범죄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멋있는 검사 출신 장관 그런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 때 “4대 사회악 척결”을 내걸었던 게 연상된다. ‘범죄와의 전쟁’ 이런 걸 내세우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공현
그런데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을 13세나 12세로 확대한다고 해서 범죄가 눈에 띄게 줄지는 않을 것 같다.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을 쫓아간다면 차라리 「소년법」 폐지하고 다 똑같이 형사 처벌하겠다 이런 걸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닐지. 왜 연령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됐는지, 법무부에서는 왜 연령 기준을 바꾸는 걸 서둘러 추진하는지 의문이다.
강정은
별로 실효성이 없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거다.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지금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확실한 근거도 없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해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다. 이 움직임에 잘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정책은 메시지이기도 하다. 정부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어린이·청소년은 강력하게 처벌하면 된다’, ‘처벌만 하면 근절될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 국회 법안들을 보면 연령 하향만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소년 보호 절차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법안, 재범인 경우는 무조건 형사 절차만 적용하게 하는 법안, 소년원 송치를 10년으로 늘리는 법안 등이 발의되어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강력하게 처벌해서 근절시키겠다’라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바꿔야 한다. 이런 법안들도 연령 조정하는 안과 같이 국회에서 심의가 될 텐데, 국제 인권 기준에 위배되는 부분도 있지만 정작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을 외면하고 다루지 않는 문제가 있다. 소년 사법 제도 관련해서 개선해야 할 건 많다. 보호 처분 시설도 인력도 예산도 부족하고, 오히려 있던 보호 시설도 없어지고 줄어드는 상황이다. 법무부에서 TF를 꾸려서 연구하고 정책을 마련한다면 사회 복귀와 회복이라는 목적을 위해 현재의 소년 사법 제도를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것부터 해야 할 텐데, 그런 어려운 문제는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공현
정책에 담긴 메시지가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 그리고 이렇게 가면, 예를 들어 촉법소년 범위를 13세 미만으로 줄여도, 그 후에 결국 11세, 12세가 연루된 범죄 사건 같은 게 보도되면 더 낮춰야 된다는 이야기가 반복될 것 같다. 계속 연령을 몇 살로 할 거냐 하는 논의에 매몰될 거다.
소년 사법 제도의 역설
이윤경
형사 처벌 연령만 바꾸는 건 돈도 안 들고 또 현재 제도의 다른 부분을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진짜 쟁점이나 과제는 회피하고 이미지를 만들기 좋은 방식이다. 내가 보고 느끼기에도 소년 사법 제도에 문제가 많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청소년일수록 더 강하게 처벌받게 되고, 벼랑에 몰린 사람을 지하로 떨어뜨리는 게 지금의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엑시트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엑시트에 오던 청소년 중 3명이 범죄를 저지른 일이 일어났다. 그중 2명이 소년원에 가는 10호 보호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다른 1명은 재판도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년원에 간 둘은 보호자가 없고 가정에서 돌봄이 잘 안 되는 환경에 학교도 안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1명은 가정 환경이 좋고, 변호인들이 붙어서 재판도 미루고 조력해서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았다.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이렇게 다른 대우를 받는 경험을 하면서 ‘내가 잘못했다’ 하고 반성을 할까, ‘부모도 없고 빽도 없어서 나만 소년원 갔다’ 이렇게 생각할까? 이런 사례가 많다. 보호자가 마땅치 않거나 환경이 나쁠수록 더 강하게 처벌받기 쉽다. 아니, 부모가 없으면 사회에서 더 잘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을 확대하는 게 공적인 영역에서 책임을 계속 지지 않는 이런 상태를 지속시킬 거라는 걱정이 든다.
공현
이야기를 듣다 보니 소년 재판에서 생활 환경이나 여건이 어떤지에 대한 판단이 많이 개입하는 것 같다. 가정 환경이 어렵거나 조건이 안 좋으면 재범 위험이 높다고 보고 더 강제성 있는 처분을 내리는 건가?
강정은
소년 재판은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이 재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지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처분을 찾는 과정이다. 그 사람을 붙잡아 줄 환경이 부족하거나 열악하면 결국 시설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다. 판사들도 그런 고민을 한다. 예를 들면, 성매매 범죄에 이용된 청소년이 ‘유해 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다’는 이유로 소년 재판을 받는다. 그 청소년이 그런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지원하는 체계와 환경을 우리 사회가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원은 구금 처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유경
재범을 막는다고 하지만, 사실 범죄가 계속 이어지는 생활은 불안하고 위태롭지 않나. 생활을 어떻게 나아지게 해 보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또 범죄를 저지르고 하는 악순환이 있는데, 청소년들이 법을 악용하고 있고 더 세게 처벌해야 한다는 논의는 예방에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돈이 좀 있고 규범에 맞춰서 살아온 사람들은 소위 탈선을 할 이유도 없고, 탈선을 하더라도 관대하게 “실수 한 번쯤 하는 거지” 같은 말을 듣는다. 반면 부모가 돈도 없고 자녀에게 관심이 없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그런 청소년들은 너무 삐끗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걸 개인의 책임이라고만 하는 것은 너무 씁쓸한 일이다. 규범에 맞는 이들만 잘살 수 있는 사회이고, 그 정상성의 규범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너무 쉽게 밀려나고……. 청소년들의 사회적 권리와도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고, 협소한 정상성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와도 연결되어 있는 문제 같다.
이윤경
‘우범 소년’ 제도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범죄 우려가 있는’ 청소년을 보호 처분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내가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해서 ‘불량 어른’일 거라고 누가 나를 잡아가서 구치소에 보낼 수 없지 않나. 그런데 청소년은 담배를 피운다든지 품행이 문제가 있어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년 분류 심사원에 보낼 수 있다.
공현
우범 소년 제도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폐지하라고 권고한 걸로 안다. 작년 국회 토론회에서, 결국 사법 절차가 아니라 복지 제도를 개선해서 접근해야 할 문제를, 재판을 받게 만드니까 잘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❺ 법무부가 그건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때 강정은 변호사가 발제자로 참여했는데.
강정은
우범 소년 제도가 어떻게 이용되냐면, 아동 복지 시설이나 학교 등에서 시설장, 학교장이 아동이 말을 잘 안 들으면 ‘얘가 범죄 저지를 우려가 있는 것 같다’ 하고 통고해서 재판을 받고 보호 처분을 받게 한다. 성인은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런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청소년은 사법 절차로 접근할 게 아니라 지원 체계를 돌아봐야 할 문제다. 또, 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그 사건과 형사적인 문제만 볼 게 아니라, 재판을 받기 이전 상황과 재판 과정, 그리고 재판 이후의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 「소년법」이 만들어진 게 1958년으로 무려 64년 전인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지원 체계들이 많이 늘어났다. 지원 체계들을 잘 연계해서 법무부 말고도 교육부나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의 정책 대상인 학생, 청소년, 아동이 바로 「소년법」상의 ‘소년’과 같은 집단이다.
정말로 바꿔야 하는 것
공현
이미 몇 가지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를 물어보고 싶다. 「소년법」 등 소년 사법 제도에 관련 해서, 혹은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과 관련해서 실제 중요한 과제와 대안은 무엇일지 이야기해 보자.
이윤경
나는 돈으로 따지는 걸 좋아한다. 돈 가는 곳에 지원이 있고 돈을 많이 부어야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알아보니, 6호 시설은 1년간 청소년 1인당 예산이 많은 곳이 1300만 원 정도, 적은 곳은 1000만 원 정도였다. 돌봄 인력 1인당 청소년 수는 20~25명, 많으면 35명씩 된다. 그렇게 많은 인원을 24시간 돌보는 건 불가능하다.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고 돌봄과 필요한 조치를 제공해야 사회가 바라는 그 이른바 ‘교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고작 이 정도를 투입하고 그 사람들의 삶이 바뀌길 기대하는 건 너무 게으르고 무책임한 거다. 어떻게 보면 보호 처분은 사회가 얻는 기회라고 본다.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 이들을 타자화하고 몰아내기에는 사회에서 살아갈 시간이 너무 길지 않나. 이 사람과 앞으로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과 기회인 거고, 최선을 다해서 이 사람이 사회 속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걸 처벌의 시간으로만 생각하고 혼쭐내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뒤엔 어떻게 될까. 지금 있는 시설들도 보면 너무 문제가 많다. 소년원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오히려 피해의식, 분노, 우울감, 무기력감이 심해지지 않았나 싶더라. 만약 나에게 권한이 있다면 아침 몇 시에 똑같은 시간에 모두 기상해야 한다는 규칙을 없애고 자기 필요에 따라 각자 루틴을 만들도록 돕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기능 중심적인 직업 훈련들을 많이 하는데 별로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이 생기가 있어질 때는 언제인가 하면, 조금이라도 의미 있어 보이는 일을 하고, 누군가에게 뭔가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다. 이를테면 어른이 자기를 또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필요해서 어떤 걸 도와달라고 할 때. 돌봄을 시혜적으로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다른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 때. 6개월이든 2년이든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좀 낫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최종적인 목표는 그 소년원을 없애는 거다.(웃음) 강압적으로 관리 감독을 안 해도 이 사람들과 이런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다면 이런 수용 시설은 필요 없다라는 걸 증명해 내고 싶다.
강정은
말씀하신 것처럼 소년 사법 제도 안의 시설들에 투여되고 있는 예산도 적고 종사자 수도 부족하고 그들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다. 어린이·청소년은 그 특성이나 상황을 고려한 개별 처우 원칙이 중요하고 그게 잘 작동됐을 때 교화나 재범 방지도 되는 건데 그게 가능한 조건이 아니다. 보호 관찰관도 지금 1인당 약 110명을 담당하고 있는데 담당 소년들을 제대로 살필 수가 없다.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을 낮추고, 구금 기간을 늘려도 어차피 수용할 시설도 없을 거란 이야기도 하곤 한다.(웃음) 연령 하향에 반대하면 대안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사실 먼저 해야 하는 건 앞서도 말했지만 통계를 제대로 잡고 소년 사법 제도의 현재를 파악하는 거다. 그리고 보호 처분의 기능이나 효과를 평가해야 하고, 보호 처분이 잘 작동할 수 있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는 게 우선 같다. 일부 판사들은 소년원이나 시설에 수용하는 기간을 늘리자는 의견을 내놓는 걸로 아는데, 이 또한 자유를 박탈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유 박탈 기간을 늘렸을 때 사회 복귀나 회복에 효과가 있을 거라는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어린이·청소년의 구금은 법률에 따라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서 최단 기간만 행해져야 한다.
이윤경
가정 법원에 소년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 수도 너무 적어서 재판받으려면 몇 개월 기다려야 하고, 소년 사법 제도 관련된 인력이 어디든 너무 적다. 예산과 인력 이야기하는 게 시설을 늘려서 많이 집어넣자는 게 아니라, 어린이·청소년들 곁에서 지원하는 인력들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데 지금의 예산이나 시설 상황으로는 제대로 운영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그리고 범죄를 저질러서 재판받고 그러기 전에는 학교와 교육부, 보건복지부가 좀 잘했으면 좋겠고, 처분이나 처벌을 받고 그 이후의 삶으로 잘 연결되게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지금은 소년원에 있다가 나갈 때가 되어도, 나가서 있을 곳이 불확실하면 기간을 연장하기도 한다. 얼마나 억울한가. 부모가 없는 것도 짜증나는 일인데, 부모 없다고 여기 좀 더 갇혀 있으라고 하니까. 보통 단기 청소년 쉼터로 연결되거나, 그 밖에 갈 수 있는 데가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보호 시설 같은 곳인데 주변에 인프라가 없는 외곽 지역에 있고 집단 시설이라 사실상 감옥처럼 운영된다. 몇 달 버티지 못하고 나오고, 다시 그전처럼 살게 되는 거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다가 나오게 되면 단독적인 거주 시설을 1~2년 정도 제공하면 좋겠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 같이 상의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고, 일자리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이들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뭐가 필요하지를 고민하고 거기에 맞게 돈을 써야만 뭔가 될 것 같다.
최유경
사회가 나를 신경 쓴다는 느낌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티에서 보호 종료 아동 이야길 하다가, 보호 종료 이후에 우리가 어떤 돌봄을 기대하거나 필요로 할까 했더니, 제도적으로 어떻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주거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나한테 자원이 있고 관계가 있을 때 삶이 안정될 수 있다.
공현
어린이·청소년을 일컬어 기성 사회에서의 ‘이방인’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특히 환경이 불안정하고 앞으로 내가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없는 이들은 더욱 그렇게 느낄 것 같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이 사회에 자기 자리가 있다고 느끼고, 그래서 여기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규범을 존중해야겠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만 재범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나 교육계의 역할에 대해 묻고 싶다. 학교는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인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그런 사건이나 사람을 은폐하거나 추방하려고 하는 장소인 것 같기도 하다.
강정은
우선, 여전히 차별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최근 변론을 맡고 있는 청소년도 성매매·성착취 피해 때문에 전학을 간 케이스인데, 학교에서 잘 적응을 하지 못해 상담 선생님을 찾아갔다가 “우리 애들은 너랑은 질이 달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 그 한마디로 학교가 지옥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학교 교사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재판을 받는 학생들도 다르지 않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학교의 역할은 무엇인지 좀 더 적극적으로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 덧붙여서 소년원이나 시설을 갔을 때에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보호 처분 기간에는 다니던 학교에서의 교육이 단절되고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원래의 학교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년원 안에서의 학력이 인정된다고 하지만 개별 어린이·청소년에게 필요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게 교육부가 정말 개입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윤경
거의 모든 사람이 학교에 입학하고, 그래서 청소년 범죄의 맥락과 과정도 사실은 학교를 거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범죄에 연루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학교를 벗어나게 된다. 가정 환경과 부모가 문제라고 자주 이야기하는데, 그럼 학교라는 공적인 시스템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이야기되어야 한다. 학교와 교사들이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에 대해 다르게 보고 차별적으로 대하는 것도 많고, 학교에선 범죄에 연관되거나 큰 문제가 생기면 자퇴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를 청정 구역으로 유지하고 싶은 건지. 엑시트에서는 청소년들에게 가능하면 자퇴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학교를 안 가면 이 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어떤 돌봄도 제공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학교를 안 다니면 높은 보호 처분을 받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 범죄를 일으킨 학생이 있을 때, 그 사람을 지원하고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빠지지 않고 교사도 지원자로서 계속 같이 하면 좋겠다. 학교는 학생이 잘 성장하고 잘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수업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학생들과 같이 보내면서 여러 상황을 살피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그렇게 학생의 삶에 대해 살피고 돌보고 대화하는 것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강정은
소년 재판을 하면 학교와 교사들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역할들이 있다. 가령 학생이 재판에 출석하면 학교 수업을 빠지게 되는데, 그러면 꼭 담임 교사에게 전화해서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소년 재판의 이념과 가치에 따른 비공개 재판의 원칙을 설명드리고 학교에서도 이 학생이 재판을 받는다는 게 알려지면 안 된다고 말씀드린다. 교사들이 생각보다 소년 재판의 이념이나 절차를 잘 모르시더라. 또, 당사자인 그 학생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상의해도 좋고, 부모와 상의해도 좋고, 소년 분류 심사원에 가 있으면 국선 보조인이 있을 텐데, 국선 보조인과 연락하면 상황을 파악하고 어떤 조력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혹여나 그 학생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진심이 담긴 의견서를 써 주시거나, 학생이 재판 이후에도 어떻게 살아갈지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그런 훌륭한 교사들도 여럿 만나 봤다.
공현
긴 시간 좌담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 학교 교사도 같이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저희가 적당한 분을 섭외하지 못했다. 앞으로 다른 자리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몇 살로 하느냐를 넘어서는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하고 유의미한 토론이 있기를 바란다.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의 문제, 그리고 이에 관한 법 제도에 관련한 논의의 방향을 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실상이 어떤지부터 더 정확하게 널리 알려져야 할 것이고, 또 ‘범죄자’라며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돌려 세워야 할 것이다. 좌담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청소년인권 문제, 페미니즘에 관한 인식을 연결시켜 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 문제는 ‘범죄’에 대한 관점도 얽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찾아 보니 전 국민의 25% 정도는 전과자라고 한다.❻ 물론 오래 살면 더 전과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청소년에 그 비율을 그대로 적용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학령기 아동이 입학하는 보편 교육 제도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도 일정 비율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런 범죄자는 없어야 한다고, 있으면 더 강하게 처벌하고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학교 징계 규정을 보면 형사 처벌이나 보호 처분을 받으면 학교에서도 중징계하게 되어 있고 퇴학까지도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런 태도는 결국 지금 우리 사회가 범죄를 저지른 어린이·청소년을 대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학교에서도 그런 학생들이 있을 거라는 전제 하에, 그러면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절차와 자원을 마련해야 한다. 소년 사법 제도에 관한 논의 역시 우리 사회와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지.
❶ 2007년 12월 21일,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만 12세~14세에서 만 10세~14세로 하향되었다.
❷ 국가인권위원회(2007), “[보도자료] 소년법 적용연령 낮추지 말아야 – 인권위, 법무부 소년법 개정안 적용 연령 인하에 대한 의견 표명”.
❸ 국회입법조사처의 외국의 형사 처벌 기준 연령이 더 낮은 예가 많다고 주장한 연구 보고서에 오류가 많은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단독] ‘해외는 7 세부터’라더니… 촉법소년 다룬 국회 보고서 틀렸다”, 〈서울신문〉, 2022년 6월 30일).
❹ 국가인권위원회(2018),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한 소년사법제도 개선 연구〉; 자유박탈아동에 대한 한국 실무그룹(2020), 〈한국의 자유박탈아동 실태조사〉.
❺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단법인 두루, 국회의원 박완주, 국회의원 이규민, 국회의원 최기상, 국회의원 정춘숙,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공동 주최, 우범 소년 규정 폐지 필요성 토론회, 2021년 3월 9일.
❻ “총선⑬ 국민 전과 vs 당선자 전과… 뭐가 높을까?”, 〈KBS〉, 2016년 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