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아동학대법, 교사는 왜 불안한가
아동학대 관련 법의 변화가 학교 현장에 미친 영향
글
신수경
sukyung.law@daum.net
법률사무소 율다함 변호사
‘가정 내’ 아동학대의 대응을 위하여 마련된 제도
아동학대 관련 법의 변화는 아동의 보호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재고(再考)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할 것이다.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은 현행 법률 중 아동학대와 관련된 대표적인 법률로, 두 법률의 제·개정의 계기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들이었다.
가정 내 친부와 계모에 의하여 극심한 학대를 당하다가 아동이 굶어서 사망한 사건❶, 지속적인 신체적 학대로 인하여 아동이 사망에 이른 사건❷ 등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이 커졌고, 더 이상 아동학대를 “가정 내”의 문제로 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처럼 아동학대 관련 법의 변화의 유인은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개입의 필요성이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1961년에 제정된 「아동복리법」은 시설에서 보호되는 아동들을 중심으로 아동 보호 시설에 대한 규율 내용을 주로 담고 있었다. 이후 동법은 1981년에 보호 대상 아동의 범위를 전체 아동으로 확대하는 등 전부 개정되어 현행법과 유사한 체계를 마련하였고 법률명도 「아동복지법」으로 개정된다. 아동학대에 대한 다음과 같은 법률적 정의는 2000년 전부 개정을 통해 들어오게 되었는데, 단순히 아동을 학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만을 담고 있던 이전의 「아동복지법」과 달리, 2000년 개정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 유형으로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 유기 및 방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였고,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2014년에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아동학대 범죄 발생 시 피해 아동에 대한 긴급한 조치와 보호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한 것으로, 아동학대의 정의는 「아동복지법」의 내용을 준용하되,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에 한하여 ‘아동학대 범죄’로 보고 아동학대 행위자가 피해 아동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 친권 등을 제한하는 조치, 교육 및 상담을 받도록 하는 조치 등을 동법의 특별한 절차(임시 조치, 아동 보호 처분, 피해 아동 보호 명령)를 통하여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부는 관련 법의 제·개정 뿐 아니라 아동학대와 관련한 정책의 방향 역시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잡고, 2019년에는 아동학대에 관해 국가의 책무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은 ‘포용 국가 아동 정책’❸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포용 국가 아동 정책의 일환으로 이제는 아동학대 신고 시, 경찰뿐 아니라 시·군·구 단위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도 아동학대 사실을 조사하여 “원가정 회복”을 위한 개입 방향을 마련하고 이를 아동 보호 전문 기관에 연계하여 교육, 상담,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였다.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개입의 강화는 학대와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❹를 적극적으로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히 바람직하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경우 아동이 양육되고 있던 원래의 가정에 필요한 지원과 개입을 함으로써 해당 가정이 아동이 건강히 양육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정책의 방향도 일견 타당하다. 문제는 ‘학교’와 같이, 현행 아동학대 관련 법의 제·개정을 가져온 유인과 원가정 회복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결이 다른 ‘가정 외’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이다.
‘학교’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에 대한 법적 대응
2011년부터 「초·중등교육법」은 학생에 대한 징계의 권한을 교장에게만 부여하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학교의 장의 지도(징계)의 방식으로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을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여, 사실상 ‘학교 내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였다.
「초·중등교육법」에서는 정서적 학대와 관련하여서는 특별한 금지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였는데, 2006년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최순영 국회의원이 정서적 학대 행위의 유형으로 볼 수 있는 학생에 대한 사생활 침해 금지,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❺하였으나 통과되지 못하였다. 이후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하여 각 교육청 단위의 ‘학생인권조례’에 같은 취지의 내용들이 담겨 논의되고 있다.
한편,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의 제정으로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하여 특별한 절차와 강화된 처벌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때 보호자의 개념인 ‘아동을 교육할 의무가 있는 자’, ‘업무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 하는 자’의 범위에 ‘교사’가 포함된다고 해석됨에 따라,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에 대해 「아동학대처벌법」상의 일련의 절차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게 되었다. 다시 말해, 아동학대 의심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고’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신고’를 받은 수사 기관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현장에 출동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 아동학대 행위자(교사)를 현장에서 격리시켜야 하고(응급 조치), 상당 기간 피해 아동에 접근을 금지시킬 수도 있게 되었다(임시 조치).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아동학대처벌법」 제정의 취지는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므로, 교사에 의한 ‘가정 외, 학교 내’ 아동학대의 경우는 “형사법상 특례”로서 국가가 개입할 정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아동학대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아동 보호 전문 기관의 경우에서도 ‘학교 내’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에 있어서는 “원가정 회복”을 위한 자신들의 전문성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에 관한 일선의 업무 매뉴얼은 예외 없이 “가정 내” 아동학대와 같은 수준으로 개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아동학대의 ‘의심’만 있는 경우에도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 「아동학대처벌법」상의 신고 의무 조항은 가정 내 아동학대의 경우 학대 상황과 아동의 위험이 외부에서 목격되기 매우 어려운 은폐성의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마련된 특별한 규정이다. 그러나 학교 내의 아동학대는 비교적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추가적인 확인 등을 거쳐 ‘범죄를 알게’ 되었을 때 신고를 통해 수사 기관이 개입하도록 하고 있는 다른 법률❻과 같은 수준으로 규율함이 상당함에도, ‘의심’ 시 신고하도록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집단 시설 내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였을 경우 추가적인 피해 아동을 확인하고 다른 아동들의 목격 진술 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실시하는 ‘전수 조사’는, 아동들에 대한 후견권 등을 가지고 아동을 양육하는 사실상 가정과 유사한 양육 시설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에 대하여 조사 주체인 시·군·구의 시설 관리 감독권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수행하라는 취지로 마련된 절차라 할 것이다.
그런데 학교 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의 경우는 이러한 시·군·구의 관리 감독권이 확보되지 아니한 교육청 산하 학교를 상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사안에 따라 교육청과 학교 측의 비협조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반대로 학부모들의 조사 동의를 얻지 못하여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며, 피해 아동들의 진술이 외부의 영향으로 이미 오염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반면 전수 조사를 하기 위하여 투여되는 행정력과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아동들의 2차 피해 양상은 상당하다.
이처럼 학교 내 아동학대에 있어 ‘전수 조사’는 사안에 따라 임의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하여도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학대 행위 의심자인 “교사”를 피해 학생으로부터 분리시키도록 하는 조치도, 다른 학생들이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학교에 추가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가정 내’ 아동학대 특성으로 인하여 마련된 일련의 절차들이 ‘학교 내’ 아동학대에서도 필수적으로 진행되면서 학교 현장의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학교 내’ 정서적 학대 발생의 양상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에 대하여 ‘가정 내’의 아동학대와 동등한 수준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는 별개로,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학대의 독특한 양상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아동의 권리’와 ‘학생인권’의 논의와도 연결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이후, 학교 내에서 “신체적 고통”을 수반한 체벌 등의 신체적 학대는 크게 감소했으나, 정서적 학대로 인한 피해의 신고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 의식 향상 등의 이유도 들 수 있지만, 아동 권리에 대한 사회 전반의 감수성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것에 비하여 학교와 교사 사회의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몇 가지 판례를 소개한다.
피고인은 학원 영어 강사이다. 피고인은 피해자(12세)의 지저분한 책상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 앞에서 피해자에게 “너 돼지라는 동물 알아, 돼지는 어떻게 생활하니, 너랑 돼지의 차이점은 돼지는 혼자 씻지 못하는데 너는 씻을 수 있고, 같은 점은 돼지와 너는 생각이 없다는 점이야”라고 말하고 피해자의 허리를 손으로 때렸다.
- 의정부지방법원 2017고단5112
피고인은 초등학교 교사이다. 피해자(7세)가 수업 분위기를 흐트렸다는 이유로 반 친구들을 향해 사과하도록 시켰으나 작은 목소리로 사과하자, 피해자에게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말하라’고 하고, 피해자가 큰 소리로 말하지 않자 ‘제대로 사과 안 할 거면 집으로 가라’고 말하고, 피해자에게 집으로 가라는 취지로 팔 부위를 툭툭 치고 피해자의 가방을 피해자가 앉아 있던 자리를 향해 던졌다.
- 대구지방법원 2018고단3508
피고인은 C 초등학교 영어 전담 교사이다. 피해자에게 철로 된 필통을 사용하여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이유로 “니 엄마도 너 이러고 다니는 거 아냐?”라고 말하고, 동급생의 떨어진 연필을 주워 주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교실 밖으로 쫓아냈다.
-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7고단1244
이상의 판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특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경우, 학교생활 적응과 지도의 명목으로 학생들의 행동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이루어지는 지적과 꾸짖음이 피해 아동에게는 모욕, 명예 훼손과 같은 상황을 야기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아동의 정신 건강 발달에 저해를 줄 정도의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교육적 목적으로 이루어진 일회적인 행위만으로 처벌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처벌에 이를 정도의 정서적 학대는 “교육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훈육과는 구별되고, 아동에 대한 악의적·부정적 태도에서 비롯된 행위”여야 하므로, 법원은 “① 행위자와 피해 아동의 관계, ② 행위 당시 행위자가 피해 아동에게 보인 태도, ③ 피해 아동의 연령, 성별, 성향, 정신적 발달 상태 및 건강 상태, ④ 행위에 대한 피해 아동의 반응 및 행위를 전후로 한 피해 아동의 상태 변화, ⑤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⑥ 행위의 정도와 태양, ⑦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⑧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⑨ 행위가 피해 아동 정신 건강의 정상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서적 학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상의 기준에 따라 정서적 학대로서 처벌에 이르는 실제 사례는 많지는 않지만, 이러한 기준은 다소 모호한 면이 있으므로, 아동학대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체계에서는 교사를 아동학대 행위자로 하여 신고를 하거나, 민원을 제기할 여지가 상당하다 할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학대의 양상 중 특징적인 유형은, 교사가 아동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 아동으로 낙인찍게 만드는 방식의 따돌림, 편애, 차별 등이다. 실제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민원을 제기하고 담임 교체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는 유형이 이것이다. 과거 한 학급의 학생 수가 50~60명에 이르던 시기에 담임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 중의 하나로, 모범적인 학생들을 대외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한편으로 교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는 학생에 대하여 그릇된 점을 다른 학생들에게 공개해 다른 학생들도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방식은 흔히 통용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지도 방식은 더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할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의 담임 교사는 해당 학급 학생들의 의사를 좌우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실상의 권력자다. 그러한 권력자로부터 공개적으로 지적을 받은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교사의 지적을 계기로 학생들 사이의 따돌림이 이루어져서 학교폭력 사안으로까지 번지게 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학교 내’ 아동학대에 대한 별도의 절차 마련
이처럼 ‘학교 내’ 아동학대의 경우는, 애초 정부가 의도한 ‘강력한 대응’과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가정 내’ 아동학대와 결을 달리한다. 실제로 아동학대 관련 법이 마련한 절차가 이용될 필요성도 적고, 실제로 형사 처벌에 이를 정도로 피해 아동에게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번한 아동학대 ‘신고’ 또는 ‘신고’될 우려 등으로 인하여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매우 위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부모 등이 ‘아동학대 의심’을 핑계 삼아 교사를 상대로 위협을 가하거나, 업무가 이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 관련 법상 ‘가정 내’ 아동학대와 ‘가정 외’ 아동학대를 구분하여 대응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의 ‘가정’은 아동이 실제로 양육되고 있는 곳으로 당연히 아동 복지 시설과 같은 양육 시설은 포함하여야 한다. 실제 현재 매뉴얼상의 ‘전수 조사’ 방식은 양육 시설 등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학교에서 이루어질 절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가정 내/외로 아동학대를 구분한 후, 가정 내 아동학대와 관련하여서는 현재의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하여 원가정 회복을 도모하도록 하고, 전문적인 자원들을 집중적으로 투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가정 외 아동학대, 가령 학교에서의 경우, 교육청에 별도의 분쟁 해결 기구를 1차적으로 거치게 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현재 실무에서도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까지 여는 경우도 상당하고, 그 과정에서 교사는 ‘교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사안들은 교육청 산하 절차에서 교육 전문가를 중심으로 하여 중재와 개입을 시도하여야 할 것이다.
아동의 권리와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 제고
학부모 등의 무리한 아동학대 신고와 민원 제기 등으로 인하여 많은 교사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학교와 교육청 차원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사 스스로도 아동의 권리와 학생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학대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행동들을 자제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작년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명심보감 필사 사건’을 소개한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준비물을 준비해 오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학교 교칙에 따라, 점심시간에 놀지 못하고 교실에 앉아서 명심보감의 내용을 필사하도록 한 행위에 대하여, 수사 기관은 아동학대 범죄의 혐의는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해당 시교육청은 아동의 휴식권 등을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하여 침해한 행위라 하여 학생인권 침해로 판단하였다.❼
해당 사례는 교사의 아동에 대한 행위가 단순히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의도로 어떠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 즉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는 차원을 넘어, 그 행위로 인해 아동의 권리가 침해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하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하겠다.
❶ 1998년, 친부와 계모가 남매를 지속적으로 굶기고 폭행하여 여자 아동이 사망하자 그 시체를 집 앞 마당에 유기한 사건으로 이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아동복지법」은 2000년 전부 개정되었다.
❷ 2013년 울산에서 계모의 상습적인 폭행으로 당시 만 8세였던 아동이 사망한 사건은 살인죄를 인정하여 징역 18년형이 선고되었으나, 같은 시기 경북 칠곡에서 계모와 친부의 상습적인 폭행으로 9세의 아동이 사망한 사건에 대하여는 상해 치사로만 기소되어 계모에게 징역 15년, 친부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계기로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❸ 관계 부처 합동(2019),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비전, 전략 및 주요 추진과제〉.
❹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9조.
❺ 최순영 의원 대표 발의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안번호 174042).
❻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 「가정폭력처벌법」상의 신고 의무는 ‘범죄를 알게 되었을 때’ 발생한다.
❼ “광주시민단체 “초1에 명심보감 필사… 남구청, 아동학대 여부 재판단해야”, 〈뉴스1〉, 2022년 4월 18일.
특집 / 아동학대법, 교사는 왜 불안한가
아동학대 관련 법의 변화가 학교 현장에 미친 영향
글
신수경
sukyung.law@daum.net
법률사무소 율다함 변호사
‘가정 내’ 아동학대의 대응을 위하여 마련된 제도
아동학대 관련 법의 변화는 아동의 보호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재고(再考)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할 것이다.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은 현행 법률 중 아동학대와 관련된 대표적인 법률로, 두 법률의 제·개정의 계기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들이었다.
가정 내 친부와 계모에 의하여 극심한 학대를 당하다가 아동이 굶어서 사망한 사건❶, 지속적인 신체적 학대로 인하여 아동이 사망에 이른 사건❷ 등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이 커졌고, 더 이상 아동학대를 “가정 내”의 문제로 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처럼 아동학대 관련 법의 변화의 유인은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개입의 필요성이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1961년에 제정된 「아동복리법」은 시설에서 보호되는 아동들을 중심으로 아동 보호 시설에 대한 규율 내용을 주로 담고 있었다. 이후 동법은 1981년에 보호 대상 아동의 범위를 전체 아동으로 확대하는 등 전부 개정되어 현행법과 유사한 체계를 마련하였고 법률명도 「아동복지법」으로 개정된다. 아동학대에 대한 다음과 같은 법률적 정의는 2000년 전부 개정을 통해 들어오게 되었는데, 단순히 아동을 학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만을 담고 있던 이전의 「아동복지법」과 달리, 2000년 개정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 유형으로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 유기 및 방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였고,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2014년에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아동학대 범죄 발생 시 피해 아동에 대한 긴급한 조치와 보호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한 것으로, 아동학대의 정의는 「아동복지법」의 내용을 준용하되,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에 한하여 ‘아동학대 범죄’로 보고 아동학대 행위자가 피해 아동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 친권 등을 제한하는 조치, 교육 및 상담을 받도록 하는 조치 등을 동법의 특별한 절차(임시 조치, 아동 보호 처분, 피해 아동 보호 명령)를 통하여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부는 관련 법의 제·개정 뿐 아니라 아동학대와 관련한 정책의 방향 역시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잡고, 2019년에는 아동학대에 관해 국가의 책무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은 ‘포용 국가 아동 정책’❸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포용 국가 아동 정책의 일환으로 이제는 아동학대 신고 시, 경찰뿐 아니라 시·군·구 단위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도 아동학대 사실을 조사하여 “원가정 회복”을 위한 개입 방향을 마련하고 이를 아동 보호 전문 기관에 연계하여 교육, 상담,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였다.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개입의 강화는 학대와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❹를 적극적으로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히 바람직하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경우 아동이 양육되고 있던 원래의 가정에 필요한 지원과 개입을 함으로써 해당 가정이 아동이 건강히 양육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정책의 방향도 일견 타당하다. 문제는 ‘학교’와 같이, 현행 아동학대 관련 법의 제·개정을 가져온 유인과 원가정 회복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결이 다른 ‘가정 외’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이다.
‘학교’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에 대한 법적 대응
2011년부터 「초·중등교육법」은 학생에 대한 징계의 권한을 교장에게만 부여하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학교의 장의 지도(징계)의 방식으로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을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여, 사실상 ‘학교 내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였다.
「초·중등교육법」에서는 정서적 학대와 관련하여서는 특별한 금지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였는데, 2006년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최순영 국회의원이 정서적 학대 행위의 유형으로 볼 수 있는 학생에 대한 사생활 침해 금지,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❺하였으나 통과되지 못하였다. 이후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하여 각 교육청 단위의 ‘학생인권조례’에 같은 취지의 내용들이 담겨 논의되고 있다.
한편,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의 제정으로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하여 특별한 절차와 강화된 처벌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때 보호자의 개념인 ‘아동을 교육할 의무가 있는 자’, ‘업무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 하는 자’의 범위에 ‘교사’가 포함된다고 해석됨에 따라,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에 대해 「아동학대처벌법」상의 일련의 절차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게 되었다. 다시 말해, 아동학대 의심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고’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신고’를 받은 수사 기관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현장에 출동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 아동학대 행위자(교사)를 현장에서 격리시켜야 하고(응급 조치), 상당 기간 피해 아동에 접근을 금지시킬 수도 있게 되었다(임시 조치).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아동학대처벌법」 제정의 취지는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므로, 교사에 의한 ‘가정 외, 학교 내’ 아동학대의 경우는 “형사법상 특례”로서 국가가 개입할 정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아동학대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아동 보호 전문 기관의 경우에서도 ‘학교 내’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에 있어서는 “원가정 회복”을 위한 자신들의 전문성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에 관한 일선의 업무 매뉴얼은 예외 없이 “가정 내” 아동학대와 같은 수준으로 개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아동학대의 ‘의심’만 있는 경우에도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 「아동학대처벌법」상의 신고 의무 조항은 가정 내 아동학대의 경우 학대 상황과 아동의 위험이 외부에서 목격되기 매우 어려운 은폐성의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마련된 특별한 규정이다. 그러나 학교 내의 아동학대는 비교적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추가적인 확인 등을 거쳐 ‘범죄를 알게’ 되었을 때 신고를 통해 수사 기관이 개입하도록 하고 있는 다른 법률❻과 같은 수준으로 규율함이 상당함에도, ‘의심’ 시 신고하도록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집단 시설 내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였을 경우 추가적인 피해 아동을 확인하고 다른 아동들의 목격 진술 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실시하는 ‘전수 조사’는, 아동들에 대한 후견권 등을 가지고 아동을 양육하는 사실상 가정과 유사한 양육 시설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에 대하여 조사 주체인 시·군·구의 시설 관리 감독권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수행하라는 취지로 마련된 절차라 할 것이다.
그런데 학교 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의 경우는 이러한 시·군·구의 관리 감독권이 확보되지 아니한 교육청 산하 학교를 상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사안에 따라 교육청과 학교 측의 비협조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반대로 학부모들의 조사 동의를 얻지 못하여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며, 피해 아동들의 진술이 외부의 영향으로 이미 오염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반면 전수 조사를 하기 위하여 투여되는 행정력과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아동들의 2차 피해 양상은 상당하다.
이처럼 학교 내 아동학대에 있어 ‘전수 조사’는 사안에 따라 임의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하여도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학대 행위 의심자인 “교사”를 피해 학생으로부터 분리시키도록 하는 조치도, 다른 학생들이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학교에 추가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가정 내’ 아동학대 특성으로 인하여 마련된 일련의 절차들이 ‘학교 내’ 아동학대에서도 필수적으로 진행되면서 학교 현장의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학교 내’ 정서적 학대 발생의 양상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에 대하여 ‘가정 내’의 아동학대와 동등한 수준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는 별개로,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학대의 독특한 양상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아동의 권리’와 ‘학생인권’의 논의와도 연결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이후, 학교 내에서 “신체적 고통”을 수반한 체벌 등의 신체적 학대는 크게 감소했으나, 정서적 학대로 인한 피해의 신고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 의식 향상 등의 이유도 들 수 있지만, 아동 권리에 대한 사회 전반의 감수성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것에 비하여 학교와 교사 사회의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몇 가지 판례를 소개한다.
피고인은 학원 영어 강사이다. 피고인은 피해자(12세)의 지저분한 책상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 앞에서 피해자에게 “너 돼지라는 동물 알아, 돼지는 어떻게 생활하니, 너랑 돼지의 차이점은 돼지는 혼자 씻지 못하는데 너는 씻을 수 있고, 같은 점은 돼지와 너는 생각이 없다는 점이야”라고 말하고 피해자의 허리를 손으로 때렸다.
- 의정부지방법원 2017고단5112
피고인은 초등학교 교사이다. 피해자(7세)가 수업 분위기를 흐트렸다는 이유로 반 친구들을 향해 사과하도록 시켰으나 작은 목소리로 사과하자, 피해자에게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말하라’고 하고, 피해자가 큰 소리로 말하지 않자 ‘제대로 사과 안 할 거면 집으로 가라’고 말하고, 피해자에게 집으로 가라는 취지로 팔 부위를 툭툭 치고 피해자의 가방을 피해자가 앉아 있던 자리를 향해 던졌다.
- 대구지방법원 2018고단3508
피고인은 C 초등학교 영어 전담 교사이다. 피해자에게 철로 된 필통을 사용하여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이유로 “니 엄마도 너 이러고 다니는 거 아냐?”라고 말하고, 동급생의 떨어진 연필을 주워 주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교실 밖으로 쫓아냈다.
-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7고단1244
이상의 판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특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경우, 학교생활 적응과 지도의 명목으로 학생들의 행동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이루어지는 지적과 꾸짖음이 피해 아동에게는 모욕, 명예 훼손과 같은 상황을 야기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아동의 정신 건강 발달에 저해를 줄 정도의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교육적 목적으로 이루어진 일회적인 행위만으로 처벌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처벌에 이를 정도의 정서적 학대는 “교육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훈육과는 구별되고, 아동에 대한 악의적·부정적 태도에서 비롯된 행위”여야 하므로, 법원은 “① 행위자와 피해 아동의 관계, ② 행위 당시 행위자가 피해 아동에게 보인 태도, ③ 피해 아동의 연령, 성별, 성향, 정신적 발달 상태 및 건강 상태, ④ 행위에 대한 피해 아동의 반응 및 행위를 전후로 한 피해 아동의 상태 변화, ⑤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⑥ 행위의 정도와 태양, ⑦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⑧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⑨ 행위가 피해 아동 정신 건강의 정상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서적 학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상의 기준에 따라 정서적 학대로서 처벌에 이르는 실제 사례는 많지는 않지만, 이러한 기준은 다소 모호한 면이 있으므로, 아동학대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체계에서는 교사를 아동학대 행위자로 하여 신고를 하거나, 민원을 제기할 여지가 상당하다 할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학대의 양상 중 특징적인 유형은, 교사가 아동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 아동으로 낙인찍게 만드는 방식의 따돌림, 편애, 차별 등이다. 실제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민원을 제기하고 담임 교체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는 유형이 이것이다. 과거 한 학급의 학생 수가 50~60명에 이르던 시기에 담임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 중의 하나로, 모범적인 학생들을 대외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한편으로 교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는 학생에 대하여 그릇된 점을 다른 학생들에게 공개해 다른 학생들도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방식은 흔히 통용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지도 방식은 더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할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의 담임 교사는 해당 학급 학생들의 의사를 좌우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실상의 권력자다. 그러한 권력자로부터 공개적으로 지적을 받은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교사의 지적을 계기로 학생들 사이의 따돌림이 이루어져서 학교폭력 사안으로까지 번지게 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학교 내’ 아동학대에 대한 별도의 절차 마련
이처럼 ‘학교 내’ 아동학대의 경우는, 애초 정부가 의도한 ‘강력한 대응’과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가정 내’ 아동학대와 결을 달리한다. 실제로 아동학대 관련 법이 마련한 절차가 이용될 필요성도 적고, 실제로 형사 처벌에 이를 정도로 피해 아동에게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번한 아동학대 ‘신고’ 또는 ‘신고’될 우려 등으로 인하여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매우 위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부모 등이 ‘아동학대 의심’을 핑계 삼아 교사를 상대로 위협을 가하거나, 업무가 이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 관련 법상 ‘가정 내’ 아동학대와 ‘가정 외’ 아동학대를 구분하여 대응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의 ‘가정’은 아동이 실제로 양육되고 있는 곳으로 당연히 아동 복지 시설과 같은 양육 시설은 포함하여야 한다. 실제 현재 매뉴얼상의 ‘전수 조사’ 방식은 양육 시설 등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학교에서 이루어질 절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가정 내/외로 아동학대를 구분한 후, 가정 내 아동학대와 관련하여서는 현재의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하여 원가정 회복을 도모하도록 하고, 전문적인 자원들을 집중적으로 투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가정 외 아동학대, 가령 학교에서의 경우, 교육청에 별도의 분쟁 해결 기구를 1차적으로 거치게 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현재 실무에서도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까지 여는 경우도 상당하고, 그 과정에서 교사는 ‘교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사안들은 교육청 산하 절차에서 교육 전문가를 중심으로 하여 중재와 개입을 시도하여야 할 것이다.
아동의 권리와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 제고
학부모 등의 무리한 아동학대 신고와 민원 제기 등으로 인하여 많은 교사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학교와 교육청 차원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사 스스로도 아동의 권리와 학생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학대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행동들을 자제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작년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명심보감 필사 사건’을 소개한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준비물을 준비해 오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학교 교칙에 따라, 점심시간에 놀지 못하고 교실에 앉아서 명심보감의 내용을 필사하도록 한 행위에 대하여, 수사 기관은 아동학대 범죄의 혐의는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해당 시교육청은 아동의 휴식권 등을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하여 침해한 행위라 하여 학생인권 침해로 판단하였다.❼
해당 사례는 교사의 아동에 대한 행위가 단순히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의도로 어떠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 즉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는 차원을 넘어, 그 행위로 인해 아동의 권리가 침해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하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하겠다.
❶ 1998년, 친부와 계모가 남매를 지속적으로 굶기고 폭행하여 여자 아동이 사망하자 그 시체를 집 앞 마당에 유기한 사건으로 이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아동복지법」은 2000년 전부 개정되었다.
❷ 2013년 울산에서 계모의 상습적인 폭행으로 당시 만 8세였던 아동이 사망한 사건은 살인죄를 인정하여 징역 18년형이 선고되었으나, 같은 시기 경북 칠곡에서 계모와 친부의 상습적인 폭행으로 9세의 아동이 사망한 사건에 대하여는 상해 치사로만 기소되어 계모에게 징역 15년, 친부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계기로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❸ 관계 부처 합동(2019),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비전, 전략 및 주요 추진과제〉.
❹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9조.
❺ 최순영 의원 대표 발의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안번호 174042).
❻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 「가정폭력처벌법」상의 신고 의무는 ‘범죄를 알게 되었을 때’ 발생한다.
❼ “광주시민단체 “초1에 명심보감 필사… 남구청, 아동학대 여부 재판단해야”, 〈뉴스1〉, 2022년 4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