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엇이 장애 학생을 ‘교권 침해 가해자’로 만드는가
- 공존을 모색하는 교육공동체를 꿈꾸며
글
조경미
greentree926620@gmail.com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
2022년 3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마침내 학교의 문이 열리고 완전하게 등교를 시작한 그 무렵, 장애 학생이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되어 전학 조치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나는 그때 비로소 교권보호위원회라는 기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장애 학생에게는 해당될 일 없을 것 같은 교권보호위원회가 학교 현장에서는 종종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었단 사실도 함께.
“장애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했다.” 이 말 자체가 충격적이었고, 참담했다. 당시에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혼란스러웠다. 학생이 교사를 때린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교원이 피해를 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상황을 이야기할 때는 장애 학생의 존재가 지워져 있었다. “때렸다”로 시작하는 진술서에서는 ‘그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당시 교사는 학생을 어떻게 지원했는가?’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학생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교권 사안 처리는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한 조치와 피해 교원 지원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피해 교원에 대한 지원은 즉각 분리, 특별 휴가 및 심리 치료 등의 지원이 명확하게 진행되는 반면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한 조치는 오직 징계나 전학이 있을 뿐, 그 외의 교육적인 효과를 고려한 조치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학 조치로 그 학교를 떠나는 것 말고는 이 학생에게는 남는 것이 없는 것이다.
반갑게도 당시 공익 인권 변호사단체에서 법률 대응을 해 줬다. 법률 대리인단은 발달장애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장애의 특성, 폭행의 고의성 여부 등을 고려할 때 문제가 된 행위를 교권 침해 행위로 보아 중학교 과정에서 가장 중한 징계 처분인 강제 전학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으로 집행 정지 신청을 하였고, 행정 소송에서도 교육 환경 변화 등을 통한 선도·교육적 조치가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여 ‘출석 정지 10일’ 처분으로 변경하는 결과가 나왔다.❶ 물론 조치 결과가 전학에서 출석 정지 10일로 변경된 것일 뿐, ‘교권 침해’라는 판단과 교원의 피해 사실은 변함없이 존재했다.
교육 활동 방해가 곧 교권 침해라 한다면
작년 12월 교육부는 모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라며 ‘교육 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 2월 23일 ‘교권 침해 행위’로 새롭게 명시한 「교육 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바 있다. 이 개정안에선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교사의 교육 활동 침해 행위에 추가했다.
이 소식을 보며, 불현듯 이 조치 이후 장애 학생에게 ‘교권 침해’라는 판단이 적용되는 건수가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에 불응한다는 것, 의도적으로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말 속에 포함된 주관적인 판단 기준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경험으로 축적된 감각이랄까.
자폐성 장애가 있는 학생이 약을 먹이려는 여성 교사를 향해 “먹기 싫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교사의 가슴을 손으로 밀치는 경우가 있었다. 이 행위로 장애 학생은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장애 학생에게 성적 의도가 없어도 교원의 피해가 인정되면 ‘교육 활동 침해’, ‘교권 침해’로 인정된다. 이러한 사례가 장애 학생이 의도적으로 교육 활동을 방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학교는 장애 학생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했는가
대한민국 정부는 장애 학생의 72%가 일반 학교에서 통합 교육을 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 학생은 학교생활 중 겪는 어려움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는 장애 학생에 대한 개별 지원도, 교원에 대한 지원도 모두 불충분한 공간이다. 이는 곧 수업 시간을 포함한 학교생활 전반에서 학교 구성원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표출되고 있다.
학교생활 초기, 교실 적응이 어려운 학생이 있다면 이 학생이 힘들어할 때 따로 있을 공간이나 지원 인력이 필요하다. 일반 학급에서 힘들어하면 특수 학급으로 가기도 하는데, 특수 학급에서는 특수 교사가 또 다른 학생의 수업을 동시에 해야만 한다. 공간도, 필요한 지원 인력도 모두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도전적 행동’으로 불리는 타인에 대한 공격 성향을 보이는 학생의 경우에도 지원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 오로지 특수 교사가 감당하고 대응해야만 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상당하다.
일반 학급에 가면 장애 학생은 더 힘든 상황에 놓인다. 특수 학급에선 개별적 수준에 맞는 교육 지원을 받는 것에 비해, 일반 학급에서는 교과 내용에 대한 개별적 교육 지원을 받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고학년으로 진학할수록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어진다. 수업 시간을 홀로 이겨 내지 못하고 일어서서 소리라도 내면, 그 순간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학생에게 교사가 “돌아다니지 말고 앉아”라고 말하는 것이 ‘정당한 생활 지도’가 아니란 것이다. 교사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곧 교육 활동 침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학생이 왜 일어났을까 생각해야 하고, 이 행동을 지도하기 위해 더욱더 학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수업 시간에 교사는 학생에게 어떤 수업 자료를 제공했으며, 참여를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는가? 그 학생이 앉아 있을 수 없도록 한 요인은 분명 다양할 것이다.
교사가 학생의 이름을 부르고 눈 맞춤을 하는 등의 상호작용만으로도 안정을 찾는 학생도 있고, 갑작스런 외부 자극이 있으면 놀라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수업에 쓰이는 교과 내용이 교수 수정되어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 자료가 제공되고, 지원 인력이 같이 있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이렇듯 장애 학생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적 요인까지 고려하여 지원해야 한다.
학교는 장애 학생이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무엇을 지원했는지, 지원했음에도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확인하고 추가로 필요한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 장애 학생의 결과적인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원인에 초점을 두고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그런 논의가 사라진 학교라면 장애 학생을 포기한 교육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적 지원에 대한 고민은 빠지고, 교원의 교육 활동 침해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장애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도 침해돼선 안 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이가 공존하는 곳이며, 그 속에 장애 학생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장애 학생을 지원하는 교사도 사람이다. 1학급 2교사제, 혹은 통합 교육 지원 교사와 같이 현재 교사 정원보다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도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한다. 장애 학생에게 맞아서 교권보호위원회를 가야만 공무상 병가가 주어지는 이 야만적인 상황에서, 어쩌면 교권보호위원회를 활용해서 교권 침해란 판단을 받아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교원의 치료 및 보호 조치가 제대로 없는, 열악한 학교 현장도 문제이다.
장애 학생의 공존을 위해
2019년 세종시 소재 특수학교 폭행 사건 발생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직권 조사를 진행하고, 발달장애 학생의 ‘도전적 행동’ 지원을 위한 대응 매뉴얼 발간,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 개별화 교육 개선 등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2021년 교육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장애 학생 부적응 행동 증가로 대학, 병원 등과 연계한 집중적인 행동 중재 지원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전국 5개 거점 지원 센터를 구축·운영하여 권역별 거점 단위에서 행동 중재 지원을 위한 모델을 개발·확산하고, 특수 교사의 행동 중재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및 행동 중재 전문 인력 양성을 발표한 바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학교에서 장애 학생 행동 중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지원이 시작되고 있다. 장애 학생의 자신과 타인에 대한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 학생 개인의 문제보다는 학생을 포함한 환경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으로 시각이 변화하고 있지만,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 이제는 장애 학생 행동 중재를 위한 지원이 더욱더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장애 학생의 교육권 보장과 동시에 학교공동체 모두의 공존을 위해서도 필요한 내용이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2003년, 장애인과 부모 및 교사 단체는 내 집 앞에 있는 일반 학교에 특수 학급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며 투쟁했다. 비장애인이 누리는 당연한 권리인 정규 교육을 받기 위해서. 그 당시 장애 학생들에게 교육은 생명과도 같았고, 우리 자녀들의 삶에 희망과도 같았다.
옛날과 달리 요즘에는 의무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반대로 장애인들에게는 학교가 오히려 한층 더 먼 존재가 된 것은 아닐까. 장애는 하나의 특성일 뿐이고, 그 특성이 차별이 되지 않도록 지원하면서 함께 공존해야 한다. 그럼에도 학교는 점점 더 그러기가 어려운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누군가보다는 부족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장애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또래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조금씩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자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꿈꾼다. 온실 속 화초처럼 가만히 있는 것을 지켜봐 달라는 것이 아니다. 장애 학생과 함께 부대껴 가면서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 있고, 사회와 학교가 변화해야 하는 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의 논의와 지원은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다. 우리가 제대로 함께 통합 교육을 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장애 학생들이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받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런 모습을 상상하며 살아가고 활동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교권 침해’, ‘교육 활동 방해’에 엄격하게 대처하겠다는 정책 발표 등을 보며, 또 학교 현장에서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장애 학생을 처벌하는 것 외에는 교육적 조치나 고민이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장애 학생과 그 가족은 더욱더 외롭고 쓸쓸해진다.
학교가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와 지원 없이, 장애 학생이 그저 그 공간에 조용히 있기만을 원한다면, 그 학생은 항상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교육이란 자아 실현과 사회 참여를 위해 교육과정을 배우는 거창한 과정이라기보다, 그 시기에 누구나 만나는 또래 친구를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희망을 꿈꾸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장애 학생들은 장애란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 하나씩 배우고 알아 나가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은 같다. 그 과정에서도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 않고 온전한 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원과 기회가 필요하다. 장애 학생에게는 모든 일상이 배움의 연속이며 이것은 곧 삶과도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움의 과정이 단절되지 않도록 더 많은 지원이 주어지길 바란다. 장애 학생도 학교란 공간에서 공존하기를, 그렇게 좌충우돌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❶ “발달장애 학생 강제 전학 조치 집행 정지 인용 결정”, 사단법인 두루 홈페이지 활동 소식, 2022년8월 19일.(duroo.org/bbs/view.php?seqno=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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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장애 학생을 ‘교권 침해 가해자’로 만드는가
- 공존을 모색하는 교육공동체를 꿈꾸며
글
조경미
greentree926620@gmail.com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
2022년 3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마침내 학교의 문이 열리고 완전하게 등교를 시작한 그 무렵, 장애 학생이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되어 전학 조치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나는 그때 비로소 교권보호위원회라는 기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장애 학생에게는 해당될 일 없을 것 같은 교권보호위원회가 학교 현장에서는 종종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었단 사실도 함께.
“장애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했다.” 이 말 자체가 충격적이었고, 참담했다. 당시에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혼란스러웠다. 학생이 교사를 때린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교원이 피해를 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상황을 이야기할 때는 장애 학생의 존재가 지워져 있었다. “때렸다”로 시작하는 진술서에서는 ‘그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당시 교사는 학생을 어떻게 지원했는가?’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학생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교권 사안 처리는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한 조치와 피해 교원 지원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피해 교원에 대한 지원은 즉각 분리, 특별 휴가 및 심리 치료 등의 지원이 명확하게 진행되는 반면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한 조치는 오직 징계나 전학이 있을 뿐, 그 외의 교육적인 효과를 고려한 조치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학 조치로 그 학교를 떠나는 것 말고는 이 학생에게는 남는 것이 없는 것이다.
반갑게도 당시 공익 인권 변호사단체에서 법률 대응을 해 줬다. 법률 대리인단은 발달장애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장애의 특성, 폭행의 고의성 여부 등을 고려할 때 문제가 된 행위를 교권 침해 행위로 보아 중학교 과정에서 가장 중한 징계 처분인 강제 전학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으로 집행 정지 신청을 하였고, 행정 소송에서도 교육 환경 변화 등을 통한 선도·교육적 조치가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여 ‘출석 정지 10일’ 처분으로 변경하는 결과가 나왔다.❶ 물론 조치 결과가 전학에서 출석 정지 10일로 변경된 것일 뿐, ‘교권 침해’라는 판단과 교원의 피해 사실은 변함없이 존재했다.
교육 활동 방해가 곧 교권 침해라 한다면
작년 12월 교육부는 모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라며 ‘교육 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 2월 23일 ‘교권 침해 행위’로 새롭게 명시한 「교육 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바 있다. 이 개정안에선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교사의 교육 활동 침해 행위에 추가했다.
이 소식을 보며, 불현듯 이 조치 이후 장애 학생에게 ‘교권 침해’라는 판단이 적용되는 건수가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에 불응한다는 것, 의도적으로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말 속에 포함된 주관적인 판단 기준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경험으로 축적된 감각이랄까.
자폐성 장애가 있는 학생이 약을 먹이려는 여성 교사를 향해 “먹기 싫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교사의 가슴을 손으로 밀치는 경우가 있었다. 이 행위로 장애 학생은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장애 학생에게 성적 의도가 없어도 교원의 피해가 인정되면 ‘교육 활동 침해’, ‘교권 침해’로 인정된다. 이러한 사례가 장애 학생이 의도적으로 교육 활동을 방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학교는 장애 학생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했는가
대한민국 정부는 장애 학생의 72%가 일반 학교에서 통합 교육을 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 학생은 학교생활 중 겪는 어려움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는 장애 학생에 대한 개별 지원도, 교원에 대한 지원도 모두 불충분한 공간이다. 이는 곧 수업 시간을 포함한 학교생활 전반에서 학교 구성원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표출되고 있다.
학교생활 초기, 교실 적응이 어려운 학생이 있다면 이 학생이 힘들어할 때 따로 있을 공간이나 지원 인력이 필요하다. 일반 학급에서 힘들어하면 특수 학급으로 가기도 하는데, 특수 학급에서는 특수 교사가 또 다른 학생의 수업을 동시에 해야만 한다. 공간도, 필요한 지원 인력도 모두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도전적 행동’으로 불리는 타인에 대한 공격 성향을 보이는 학생의 경우에도 지원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 오로지 특수 교사가 감당하고 대응해야만 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상당하다.
일반 학급에 가면 장애 학생은 더 힘든 상황에 놓인다. 특수 학급에선 개별적 수준에 맞는 교육 지원을 받는 것에 비해, 일반 학급에서는 교과 내용에 대한 개별적 교육 지원을 받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고학년으로 진학할수록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어진다. 수업 시간을 홀로 이겨 내지 못하고 일어서서 소리라도 내면, 그 순간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학생에게 교사가 “돌아다니지 말고 앉아”라고 말하는 것이 ‘정당한 생활 지도’가 아니란 것이다. 교사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곧 교육 활동 침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학생이 왜 일어났을까 생각해야 하고, 이 행동을 지도하기 위해 더욱더 학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수업 시간에 교사는 학생에게 어떤 수업 자료를 제공했으며, 참여를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는가? 그 학생이 앉아 있을 수 없도록 한 요인은 분명 다양할 것이다.
교사가 학생의 이름을 부르고 눈 맞춤을 하는 등의 상호작용만으로도 안정을 찾는 학생도 있고, 갑작스런 외부 자극이 있으면 놀라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수업에 쓰이는 교과 내용이 교수 수정되어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 자료가 제공되고, 지원 인력이 같이 있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이렇듯 장애 학생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적 요인까지 고려하여 지원해야 한다.
학교는 장애 학생이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무엇을 지원했는지, 지원했음에도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확인하고 추가로 필요한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 장애 학생의 결과적인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원인에 초점을 두고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그런 논의가 사라진 학교라면 장애 학생을 포기한 교육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적 지원에 대한 고민은 빠지고, 교원의 교육 활동 침해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장애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도 침해돼선 안 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이가 공존하는 곳이며, 그 속에 장애 학생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장애 학생을 지원하는 교사도 사람이다. 1학급 2교사제, 혹은 통합 교육 지원 교사와 같이 현재 교사 정원보다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도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한다. 장애 학생에게 맞아서 교권보호위원회를 가야만 공무상 병가가 주어지는 이 야만적인 상황에서, 어쩌면 교권보호위원회를 활용해서 교권 침해란 판단을 받아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교원의 치료 및 보호 조치가 제대로 없는, 열악한 학교 현장도 문제이다.
장애 학생의 공존을 위해
2019년 세종시 소재 특수학교 폭행 사건 발생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직권 조사를 진행하고, 발달장애 학생의 ‘도전적 행동’ 지원을 위한 대응 매뉴얼 발간,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 개별화 교육 개선 등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2021년 교육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장애 학생 부적응 행동 증가로 대학, 병원 등과 연계한 집중적인 행동 중재 지원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전국 5개 거점 지원 센터를 구축·운영하여 권역별 거점 단위에서 행동 중재 지원을 위한 모델을 개발·확산하고, 특수 교사의 행동 중재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및 행동 중재 전문 인력 양성을 발표한 바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학교에서 장애 학생 행동 중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지원이 시작되고 있다. 장애 학생의 자신과 타인에 대한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 학생 개인의 문제보다는 학생을 포함한 환경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으로 시각이 변화하고 있지만,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 이제는 장애 학생 행동 중재를 위한 지원이 더욱더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장애 학생의 교육권 보장과 동시에 학교공동체 모두의 공존을 위해서도 필요한 내용이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2003년, 장애인과 부모 및 교사 단체는 내 집 앞에 있는 일반 학교에 특수 학급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며 투쟁했다. 비장애인이 누리는 당연한 권리인 정규 교육을 받기 위해서. 그 당시 장애 학생들에게 교육은 생명과도 같았고, 우리 자녀들의 삶에 희망과도 같았다.
옛날과 달리 요즘에는 의무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반대로 장애인들에게는 학교가 오히려 한층 더 먼 존재가 된 것은 아닐까. 장애는 하나의 특성일 뿐이고, 그 특성이 차별이 되지 않도록 지원하면서 함께 공존해야 한다. 그럼에도 학교는 점점 더 그러기가 어려운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누군가보다는 부족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장애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또래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조금씩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자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꿈꾼다. 온실 속 화초처럼 가만히 있는 것을 지켜봐 달라는 것이 아니다. 장애 학생과 함께 부대껴 가면서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 있고, 사회와 학교가 변화해야 하는 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의 논의와 지원은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다. 우리가 제대로 함께 통합 교육을 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장애 학생들이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받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런 모습을 상상하며 살아가고 활동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교권 침해’, ‘교육 활동 방해’에 엄격하게 대처하겠다는 정책 발표 등을 보며, 또 학교 현장에서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장애 학생을 처벌하는 것 외에는 교육적 조치나 고민이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장애 학생과 그 가족은 더욱더 외롭고 쓸쓸해진다.
학교가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와 지원 없이, 장애 학생이 그저 그 공간에 조용히 있기만을 원한다면, 그 학생은 항상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교육이란 자아 실현과 사회 참여를 위해 교육과정을 배우는 거창한 과정이라기보다, 그 시기에 누구나 만나는 또래 친구를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희망을 꿈꾸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장애 학생들은 장애란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 하나씩 배우고 알아 나가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은 같다. 그 과정에서도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 않고 온전한 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원과 기회가 필요하다. 장애 학생에게는 모든 일상이 배움의 연속이며 이것은 곧 삶과도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움의 과정이 단절되지 않도록 더 많은 지원이 주어지길 바란다. 장애 학생도 학교란 공간에서 공존하기를, 그렇게 좌충우돌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❶ “발달장애 학생 강제 전학 조치 집행 정지 인용 결정”, 사단법인 두루 홈페이지 활동 소식, 2022년8월 19일.(duroo.org/bbs/view.php?seqno=4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