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호[특집] 인공지능이 교육을 바꿀 거라는 착각 (박미자)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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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국 교육의 경로를 묻다 


인공지능이 교육을 바꿀 거라는 착각

- 윤석열 정부의 ‘AI 디지털 기반 교육’과 미래 교육

 



박미자

edu615@hanmail.net

교육학 박사, 성공회대학교 연구 교수

 



변화하는 시대, 미래 교육이 해야 할 역할은 바로 인간에 대한 탐구이다. 기술 발전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자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탐구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방향을 배우고 적용해야 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과 타인이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생각하고 실천하고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미래에 일어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실천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술 발전이 가져온 편리함과 효율성을 활용하여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 혁명과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배움이 창조성, 탐구, 협동이라는 점에 세계적으로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는 편이다. 또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능력, 협력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대체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인간의 창의력’은 혼자서 컴퓨터와 마주하며 배우는 것으로는 길러지지 않는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생각해 보고 토론하고 연결해 보는 탐구 과정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AI나 디지털 기술은 인간에 의해 삶을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개발된 도구일 뿐이며 교육의 목적이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 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AI 디지털 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AI에 기반하여 모든 학생을 인재로 키우기 위한 맞춤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겠다고 한다. 그는 AI 디지털 교육을 통해서 회복할 교육의 본질을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인성, 협업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개념 중심, 문제 해결 중심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학습 목표, 학습 역량, 학습 속도에 맞는 맞춤 교육을 받고, 교사와 학생이 인간적으로 연결되는 체제를 구현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AI 디지털 교육을 통해서 회복하겠다는 이 두 가지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으로, AI를 통해 배우기가 쉽지 않다.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 인성, 협업 능력은 인간이 다른 인간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학교는 성인인 교사들과 함께 아동·청소년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는 사회화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목을 학습하는 것뿐 아니라,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질문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연결의 즐거움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AI 디지털 교육도 사회화를 위한 유용한 도구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미래 교육’을 하겠다면, AI 디지털 교육에 비중을 두는 것 이상으로 학교와 지역 사회의 협력, 교사들의 협력, 교사와 지역 사회 교육 활동가들의 협력 등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부는 지속 가능한 삶을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교육적 가치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인식의 전환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다.

 

교육 현장의 전문가, 교사의 역할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던 2016년경에는 교사의 역할을 AI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당시 고용노동부에서는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교사라는 직업이 없어질 수 있다고 예단하기도 했다. 그런데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에 대한 탐구와 창의성이 강조되면서 교육의 목적이 변화되었고, 교사의 역할도 커졌다.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교사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공교육의 본질은 모든 사람에게 탐구하고 협력하며 배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공적 재정으로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나아가 미래 교육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탐구하면서 배우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배움이 진행되는 공간에서 학생과 학생을 연결하고,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을 연결한다. 학생과 부모를 연결하고, 학교와 지역 사회를 연결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은 삶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교사도 학생을 통해 배우면서 삶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미래 교육의 본질은 타자와의 상호작용이며, 학생은 교사와 함께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적 만남을 할 수 있다. 학생을 중심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곧 교사의 교육적 실천인 것이다.


우리는 10여 년 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중심이 되어 추진했던 ‘2011 스마트 교육 정책’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 교육 정책과 함께 진행했던 경쟁과 서열화 위주의 교육 정책도 기억하고 있다. 전체 초·중등학교와 학생들, 교사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아 서열화시켰던 일제 고사나 고교 다양화 300 정책, 학교 자율화 정책, 교원 차등 성과급 확대 및 학교별 성과급 정책 등은 참담한 반교육적인 정책들이었다.


그 후 10년이 흐르는 세월 동안, 교육 현장은 학교와 지역 사회로 확대되었고 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큰 흐름이 만들어졌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혁신교육지구가 형성되었으며, 공립형 대안학교와 마을학교운동으로, 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사회화의 공간은 확대되었고 교육을 매개로 다양한 협력의 공간과 배움의 시간들을 경험하였다. 새로운 교육의 현장들이 형성되었으며, 다양한 전문가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고 기여했다. 코로나19로 일시적인 단절과 고립을 겪으면서 만남과 연결이 곧 너무나 소중한 배움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했다.


교육의 현장에 교육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은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 학생이 배워야 할 것들을 정부의 교육 행정 담당자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AI가 교육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한 기대이다.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과정 없이 AI 디지털 교육 도입을 중심으로 한 개인별 맞춤 교육을 추진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서열화와 무한 경쟁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유·초·중등 학생들은 날마다 성장하고 수시로 변화하는 성장 과정에 있다. AI를 통해 학습 경로를 제공해 주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추천해 줄 수 있지만, 인간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예기치 못한 기쁨을 발견하는 ‘맞춤형 결과’를 제공할 수는 없다. 교육에서는 인간들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서, 자신과 타인의 삶을 돌보고 잠재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성장하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는 학생들에게 교사들로부터 배우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주어야 한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교사들을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교원 정책을 교사들이 서로 협력하고 응원하게 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들이 교사들과 충분히 만나고 깊게 배울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적정 수 이내로 감축할 수 있도록 교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삶의 공간인 지역 사회에서 삶을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역할을 하는 교육자들을 양성하고 배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미래형 인재’가 디지털 인재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으며, AI가 개인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가설은 타당성이 없다. 오히려 교사들과 상호작용하고 지역 사회의 지원을 받아 풍부한 체험과 탐구 생활, 예술·체육교육을 일상화하는 양질의 고급 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제도와 문화를 정비해야 한다. 지금은 미래 교육을 ‘AI 디지털 기반’을 마련하여 준비할 게 아니라, 대학 입시 정책과 고교 정책에 대해서 교육부와 현장 교사들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흐름에 맞고 교육의 본질에도 맞는 교육 대전환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의 4대강 사업, AI 디지털 교육


AI 맞춤 교육의 우려

2023년 1월 5일,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이주호 장관은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은 AI가 아이 한 명 한 명의 역량이나 지식 정도를 파악해서 아이들에게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AI 기술이 가장 빨리 응용되는 과목부터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AI 디지털 기반 교육 정책은 이주호 장관이 10년 전 추진하다가 실패했던 ‘스마트 교육 정책’을 낡은 방식으로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2011년 당시 교육과학부의 추진 계획 자료와 2023년 추진 계획 자료를 비교하면 거의 같음을 알 수 있지만, 특히 눈에 띄는 세 가지 중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2011년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

2023년 디지털 기반 교육 추진 전략
1

인재 대국으로 가는 길, 

개별 맞춤 학습


모든 학생을 인재로 키우기 위한 

개별 맞춤 교육

2

첨단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스스로 학습, 수요자 만족을 극대화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자신의 역량에 맞게 교육 목표를 자기 주도적으로 성취
3

연구 학교와 선도 학교 인센티브 제공,

선도 교원이 교원 연수


시범 교육청을 공모하여 심사해서 선발하여 재정을 지원하고, 공모 선도 학교에도 재정 지원 및 포상 인센티브 제공, 선도 교원이 교원 연수

2011년 스마트 교육과 2023년 디지털 기반 교육의 공통점          


첫째, ‘개별 맞춤 교육’은 미래 교육이라고 하기 어렵다. ‘첨단 기술에 의한 개별 맞춤 교육’은 동물들을 단계적으로 훈련시켰던 프로그램을 교육에 도입한 교수 기계(teaching machine) 학습 원리와 유사하다. 스키너가 만든 이 장치는 학습 단계를 세분화하고 직선화하여 단추를 누르면 바로 정답인가 아닌가 피드백해 준다. 이러한 방식으로 스키너는 ‘학습의 개별화’를 실현했다. 현재의 AI 디지털 교육의 개별 맞춤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스키너의 프로그램 학습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토 마나부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21세기형 배움’은 ‘개별 최적화’의 교육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함께 탐구하며 배우는 협력 학습을 통한 배움은 미래 교육에서 너무나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발달된 AI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개별 맞춤 학습과 협동 학습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또한, AI는 정보와 지식을 수집하고 의미를 이해하는 학습에는 효과가 있지만, 지식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하거나 지식과 정보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수업을 바꾸고 교육을 혁신하는 노력을 통해서 교육의 지향은 개별 맞춤형 교육에서 협력 교육으로 변화해 왔다. 우리가 코로나19로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하지 못한 기간, 온라인으로 만나서 배우면서 대부분의 교사들과 학생들은 친구랑 만나서 대화도 못 하고 교사와 직접 만나 배우고 탐구하지 못했던 점들을 안타까워했다. 교육의 격차도 보호자가 개별적으로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동·청소년들의 환경에서 더 많이 발생한 면이 있었다. 직접 만나서 함께 대화하고 탐구하면서 배우고 깨우쳐야 할 점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여 만에 학교 운영이 정상화되자, 마스크를 벗고 서로 즐겁게 만나고 대화하며 탐구하는 배움을 준비하고 즐거워하고 있는 시기이다. 다양한 만남과 체험 학습을 준비하는 시기에 AI 디지털을 기반으로 개별 맞춤 교육을 준비하라는 교육 개혁안은 공허하고 당황스럽다.


둘째,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교육 목표를 세우고 자기 주도성을 성취하기는 어렵다. 교육 목표란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새로운 발견을 통해서 상상력을 높이고 성취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자료를 수집할 수는 있지만 자기 주도성을 성취하기는 어렵다. 자기 주도성을 높이는 학습 원리와 AI 디지털에 기반한 학습 원리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AI는 보조 교사가 아니라 기계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AI는 개별화된 학습 경로를 제공할 수 있지만, 맞춤형 결과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AI 디지털 교육은 질문하기보다는 질문에 답하며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AI의 지시에 따라 클릭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으로 학생의 자기 주도성이 높아질 수 없다는 점을 학생들을 매일 만나서 수업을 해 본 교사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자기 주도성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서로 질문하고 필요한 것들을 탐구하면서 터득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의 필요에 의해서 자료를 찾을 경우에도 한두 가지 자료를 찾으면 기계는 알고리즘에 의해 유사한 것을 자꾸 추천한다. 예를 들어서 A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것을 배워야 하고 때로는 A와 상반되는 정보를 통해서 A를 더 잘 알 수 있는 것이 배움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의 의견을 들으며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AI의 도움에 의존하게 되면 자신과 다른 입장을 깊게 살펴보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이 더욱 강화되면서 사고력이 편협해질 수 있음이 우려된다.


셋째, 시·도교육청에 대한 차별적 재정 지원과 경쟁 정책, 선도 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과 포상 정책으로 반교육적인 교육 기관 서열화가 우려된다. 2023년 교육부의 주요 업무 추진 과제를 보면서 전체적인 내용과 영 어울리지 않아서 많이 어색했던 문구가 있었다. 바로 “모두를 위한”과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이라는 문구였다. 그런데 교육부가 3월 내놓은 〈2023년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시범 교육청 공모 계획〉을 살펴보면서 이 두 가지 문구가 전혀 정책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부 장관은 ‘모두를 위한’과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의 교육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경쟁시켜서 누군가를 선발하고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정책도 ‘모두를 위한’ 정책이며,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제가 심각하다.


이 계획에는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공모하고 7개 시·도교육청을 선정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지역별 평가를 통해 선정하는 것은 ‘모두를 위한’ 교육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더 나아가서 교육청의 교육 정책을 심사하는데, 디지털 교육 체제 전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외부 전문가 5인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사하겠다고 한다. 교육이 아닌 디지털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심사 기준(안)과 배점 등에서도 심각한 우려가 든다.

 

   교육부, 〈2023년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시범 교육청 공모 계획〉, 2023년 3월, 8쪽.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2023년 2월 23일) 문서를 참고하여 운영 계획을 수립하라는 안내도 있다. 선정된 7개 시·도교육청에는 300억 원의 특별 교부금을 지원하고, 한 학교에 1억 원씩 약 300개 학교를 선도 학교로 선정하라는 내용도 있다. 선정된 선도 학교에도 재정 지원 및 포상 인센티브 제공을 제시한다. 선도 교원이 교원 연수 선도 학교를 선정하여 수업 혁신을 선도하는 T.O.U.C.H(Teachers who Upgrade Class with High-tech) 교사단을 선발하여 우수 교원들을 양성하고 수준별 역량에 따라 교원 연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실천했던 ‘모두를 위한’과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교육 철학 덕분일까? 학교의 교사들과 학생들은 많이 변화하였다. 상명하달식 정책 집행과 심사를 통한 차별적 재정 지원, 경쟁과 보상은 다시 한 번 검토되어야 할 낡은 정책이다.

 

AI 교육과 에듀테크 기업들

디지털 기반 교육은 윤석열 정권에서 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전국의 800만여 초·중·고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실을 디지털 기기로 가득 채우는 작업을 시작,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022년 10월 장관 임명 전까지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었으며, 에듀테크 기업인들의 후원과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장관 청문회에서 이해 충돌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아시아교육협회에서 집중하고 있는 HTHT(High Touch High Tech) 교육은 AI 기반의 맞춤형 학습 체제를 도입하는 교수-학습 방식이라고 볼 때,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관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에듀테크 사교육 업체를 활용할 것을 공문을 통해서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교육부가 선도 학교 300여 개 학교에 각 1억 원씩의 재정을 지원하는 2023년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시범 교육청 공모 계획을 교육부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 공문에 의하면, 교육부는 특별 교부금 300억 원을 선도 학교에 지원하면서 “민간의 다양한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하여 수업하라”라고 명시하여 논란이 되었다. 민간 업체의 콘텐츠를 검증 없이 공교육에 투입하는 문제와 학생들의 수업과 관련한 개인 정보, 데이터 관리 문제가 우려 사항으로 제기되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별일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제적으로 교육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공교육은 기업에 거대한 수익 사업이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기술과 결합하여 공교육을 인수하여 민영화하거나 위탁 운영을 받기도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에는 공익 재단이나 유네스코 등 국제 기관까지 참가하면서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2015년 UN 교육 특사였던 전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을 의장으로 세계의 유명인들이 설립한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는 아시아의 허브로 아시아교육협회의 설립을 지원했고, 앞서 밝혔듯 2020년 초대 이사장이 바로 현 이주호 장관이었다.


인간의 존재 이유를 배우고 경험하는 교육


사람들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에게 인정받기를 바란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인간의 능력에 감탄하고 인간에 대하여 탐구하게 될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배움의 공간으로서의 학교는 아이들이 인간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배우는 사회화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년여 동안 코로나19를 겪고 2023년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정상 등교했으며, 이제 마스크를 벗고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그저 고맙다. 학생들이 좀 더 많이 웃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행복하게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지역의 생태 환경도 탐방하며 친구들과 더 많이 이야기 나누고 선생님에게 더 많이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미래를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가르쳐야 할 것들을 수도 없이 제시하는 것을 미래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학생들의 가정 배경과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AI 디지털 기계를 학교에 쏟아붓는 것도 미래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손을 잡아 주고,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물어봐 주고, 함께 공원을 걸으면서 서로를 고마워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갖는 것이 미래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소중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즐겁고 행복했던 경험들을 기억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그 과정이 미래 사회를 살아갈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❶ 박미자(2018), 《부모라면 지금 꼭 해야하는 미래교육》, 위즈덤하우스, 16~17쪽.

❷ 사토 마나부, 손우정 옮김(2022),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교육과실천, 79~80쪽.

❸ 김문숙(2012), 〈한국 스마트교육 추진 정책의 문제점 및 보완과제 – 독일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연구재단 지원 연구.

❹ 성태제(2017),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인간상과 교육의 방향 및 제언〉, 《교육학연구》, 55(2), 1~21쪽.

❺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학급당 학생 수 20명(유치원 14명) 이내가 되어야 학생들과 함께 양질의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❻ 안성균(2022), 《대안교육 교사를 위한 교육철학 입문》, 47쪽.

❼ 사토 마나부(2022), 앞의 책, 60~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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