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에게 따스한 환대를 하는 학교는 가능할까?
‘다문화 밀집학교’에서의 한국어 교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박복희 ddukbbokki@hanmail.net
각색교사모임, 서울 한울중 교사
2017년, 소위 다문화 밀집 지역의 중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을 업무로 맡게 되었다. 서울 구로구 소재의 ○○중학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주민들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다. 그래서 어려서 한국에 와서 한국어가 익숙하나 아직 국적이 한국이 아닌 학생,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중학생 때 입국하게 되어 한국어가 매우 낯선 학생들이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를 찾게 되었고, 우리 학교가 서울의 공립 학교에선 처음으로 이 사업을 신청하여 받았다. 학교 구성원들의 의논도 없이 교감 선생님의 결단(독단)으로 벌어진 이 사업의 업무는 ‘젊은 부장’이라는 이유로 내게 던져졌다. 과중해진 업무에 투덜거릴 수 없었던 것은, 교실에서 학급 내의 이주민을 차별하는 거친 소리를 온전히 듣고도 얼굴만 붉히고 아무 말 못 하는 ○○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참에 반차별·반혐오 교육, 통합교육을 해 보자고 마음으로 다짐하면서 다문화교육과 깊게 연을 맺게 되었다.
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운영된다. 하나는 중도입국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 운영과 모든 학생들에게 반차별, 반혐오, 그리고 공존을 교육하는 다문화중점학교 운영이다. 이 글은 한국어 교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다문화교육을 서술하고자 한다.
아무도 준비되지 않은 채 개시된 한국어 교실
뚜껑을 열어 본 한국어 교실은 실은, 완전히 ‘섬’이었다. 이 업무를 맡은 누구도 이 사업에 대한 경험과 고민이 없는 상태였고, 교육지원청이나 다른 단위에서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어 학교에서 알아서 운영해야 했다. 3명의 이중 언어 강사, 1명의 다문화 강사 그리고 한국어 교실을 담당하는 교사(한국어 교실 담당 교사는 모두의 기피 업무여서 기간제 선생님으로 섭외한 상태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총괄부장인 나, 모두 중등 중도입국 학생들이 어떠한지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중도입국 학생들은 모두 중국 배경의 학생들이었다. 한국어로 소통이 어려운 학생들은 별도의 교실에서 한국어(KSL)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되고 예체능 등 통합교육 가능 교과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보통은 1년 동안 주 10시간 이상을 별도의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데, 수업 시간과 기간은 개인의 한국어 능력에 따라 다르다. 수업의 운영은 중국어가 가능한 다문화 강사, 이중 언어 강사, 그리고 협력 형태로 한국어 강사들의 몫이다.
처음 이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비전문성을 어디에서도 메우지 못해서 여러 차례 좌절했다.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은 교과는 어찌 내신을 구해야 할지, 부족한 진단 도구로 학생들의 수준을 어떻게 진단할지, 적절한 교육과정은 어찌 정해야 할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현장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동의, 준비도 되지 않은 이주로 이국에서 겪게 되는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 정서적 문제를 어루만져 주는 지원은 꿈꿀 수도 없었다. 같이 지내던 가족 단위의 이주가 아니라, 적어도 몇 년을 떨어져 살았던 어색한 가족과의 결합, 특히 재혼 가정을 배경으로 입국하게 된 청소년들의 적응은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더군다나 중도입국 학생들의 수가 적을 때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중도입국 학생들이 많아지니 한국어 교실에서는 주로 중국어를 쓰고 수업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높지 않았다. 점점 원적 학급보다는 별도의 교실에 아이들이 모이게 되었다.
교육청은 다문화교육과 관련하여 매해 각종 보고와 계획으로 열심히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듯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아이들의 진단 문제, 밀집 지역 아이들의 교육 문제, 평가에 대하여 도움을 요청하면 적정한 답을 구할 수 없었다. 학습 한국어가 어려워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과에 맞는 교재조차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을 묶어 한 학교로 집중시키도록 하고 예산을 뭉텅이로 주기는 하지만, 그에 맞는 모든 교육은 한국어 교실에 1인의 담임을 배정하는 것으로 ‘퉁’치는 듯했다(강사들을 고용할 인건비를 주기는 하나 이를 뽑고 관리하는 모든 일들은 온전히 담임 교사 1명의 몫이다). 그런데도 중도입국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국어 교실에 더 이상 입급이 어렵다고 해도 일단 학교 앞에 집을 얻고 무조건 우리 학교로 아이들의 학적을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이미 중국에선 우리 학교와 인근 초등학교로 입학을 안내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책이 비어 있는 사이 급변하는 현장
그러는 와중에 학교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지역사회교육전문가(지전가) 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옮기게 되고, 우리 학교에는 지전가 선생님을 둘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교에 법정 저소득 학생 수가 지전가 배치 기준인 40명에서 1명 적게 되었기 때문이다. 법정 저소득 대상이 되지 않는 외국인 학생 수가 늘고 한국적 학생 수는 줄어든 것이 그 이유이다. 이에 대한 항의에 교육청은, 우리 학교는 ‘다문화 학생이 많아 지원을 많이 받는 편이니 알아서 잘 쓰라’는 현장을 몰이해하는 모진 말을 하였다. 외국인 학생의 경제적 수준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그 학생들을 유령으로 둔 채 학교의 복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2022년 3월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운영·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여 외국인 학생도 교육복지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2023년 ‘다문화학생’❶이 30% 이상이면 신규 거점 학교로 우선 지정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다시 2024년에는 이러한 조건의 신규 지정은 없다고 사유 설명 없이 유보하였다.
학교가 업무상 어려움에 처할 때 제일 먼저 도움을 요청할 곳이 교육지원청이다. 그러나 사실 다문화교육과 관련하여 지역 교육지원청에 전화하면 어떤 답도 얻을 수 없다. 이를 경험한 이도, 전문가도 없기 때문이다. 다문화교육 관련 업무는 초등 장학사에게 강제로 할당되는 업무이고, 업무가 많은 초등 장학사에게 정해진 다문화교육 관련 일은, 매년 통계를 제출하거나 몇 회의에 참여하는 것 정도이다. 더군다나 이것도 2년이면 타 업무 담당으로 옮겨 가니, 교육지원청은 다문화교육에 대한 노하우가 있을 수 없다. 또한 서울의 ‘다문화학생’이 특수교육 대상자 학생 수를 상회하는 정도이지만, 서울시교육청 소속의 2명의 장학사와 1명의 장학관(이 업무만 전담이 아닌)이 다문화교육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특수교육은 총 17명의 전문직이 있다). 타 업무와 일의 크기와 내용을 명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수치상으로 인력 지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다문화교육은 전공자나 연구자가 매우 드문 만큼, 교육청 장학사들도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고, 교사들이 현장에서 경험한 것으로부터 겨우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특수교육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관련 단체와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지만, 다문화교육에 대해서는 당사자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도 아직 잘 수렴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변화하고 있다고,다문화교육이 첫발을 디뎠으니 좀 기다리라고 교육청이나 관계자들은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음 쪽 표와 같이 현장의 상황은 너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중학교의 ‘다문화학생’ 비율 변화
전문가가 아니라는 자괴감, 늘어나지 않는 인력
내가 근무했던 2014년 당시 ○○중학교의 소위 ‘다문화학생’ 수는 20명 정도였으나, 이제 그 수는 9.5배가 된다. 이 중 중도입국 학생 수는 100명(외국인 학생 포함)이 넘는다. 계속 그 수가 늘어 왔고 앞으로도 그리 되리라 전망한다. 그래서 그 속에 있는 교사들은 한국어 교실을 열심히 운영해 보고, 다문화교육 주간, 다문화 창체 수업, 다문화 주제 선택 등을 진행하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혹 교실에서 어떤 차별이나 혐오, 그리고 소외가 일어나지 않도록 연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지역 연계 사업을 벌이고, 교직원 대상의 연수도 다른 학교보다 더 많이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교육 관련자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뼈와 살을 갈아 넣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전문가가 아니라는 불안감, 늘 부족한 지원, 엄청난 행정 업무, 교육이 쉽지 않은 상황들 그리고 아이들과 충분한 교육을 못 한다는 자괴감 등……. 해마다 다문화 관련 예산은 늘어나지만, 사람을 늘리지는 않는다. 교육청은 다문화교육을 운영할 때 1회적인 활동을 지양하라고 하지만, 교육과정에 다문화교육을 녹여 내려면 교사들에게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큼의 연수 과정도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개인의 실천으로 미루어 둔 듯하다. 어찌 되었든 담당자들은 예산을 써 보고 이왕이면 좀 괜찮은 사업을 구상하여 진행하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그렇게 1~2년 진을 빼면 손을 놓게 된다.
올해 들어 새로 옮긴 학교에도 중도입국 학생이 왔다. 한국어를 대충 읽을 수는 있지만, 발음이 어눌하니 아예 한국어를 말하지 않았고, 아는 어휘의 수도 매우 적어 의사소통이 되지 못했다. 그 학생이 대림역 근처에서 매일 공부하고 있다고 해서 학교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직영하는 다+온센터에서 학습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사설 학원에서 40만 원을 내고 수업받고 있었다. 다행히 올해 교육청 예산을 받을 수 있어서, 방과 후와 수업 중 이중 언어를 하시는 분을 모셔서 수업받고 있다. 아이는 훨씬 밝아졌으며 교사들은 아이에 대한 정보가 많아졌고 그만큼 아이를 잘 알게 되었다.
실제로 중도입국 학생이 1명만 있어도 교육청에 예산을 신청하면 한국어교육을 지원해 줄 이중 언어 강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문서 작업, 채용된 이중 언어 강사의 관리, 각종 업무가 교사의 몫이 된다. 까짓 교사가 그 정도 업무 못 할까 싶지만, 줄줄이 따라 오는 업무가 만만치 않다. 그리고 정말 괜찮은 이중 언어 강사를 뽑는 것도 쉽지 않다. 시간당 겨우 25,000원을 드리고 일주일에 14시간 이하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명의 중도입국 학생이 있을 때 이를 위한 한국어교육을 요청하면 교육청에서 강사가 파견되어 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꿈 같은 일인가? 3명의 서울시교육청 본청에 있는 다문화 전문직에게 이를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도 지금의 업무만으로 뼈와 살을 갈아 넣고 있으니까…….
그 한 명의 학생을 환대할 수 있으려면
외국의 교육을 경험한 이들은 교육에 대해서 한마디씩 한다. 각각이 경험이 다 다르니 참고하되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으나, 변호사, 서울시교육청 인권센터 활동가, 대안학교 교사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미국 시카고에서 공부하고 있는 연구자인 박종훈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초등학교 방문 경험담은 너무나 부러웠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역시나 ‘통합교육’의 모습이었다. 내가 들어간 반은 22명 정도가 있는 평범한 학급임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3~4명 정도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담임 선생님 이외에도 그 개별 학생마다 학습 보조인으로 보이는 분들이 곁을 지키며 도와주고 있었다.
학교에 말을 못 하고 수시로 이동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개별반 학생이 있다. 처음에는 장애 정도가 크다고 특수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보호자의 의지가 있어 어쩔 수 없이(?) 그 아이와 활동 보조인이 함께 교실에 있게 되었다. 몇 선생님들은 활동 보조인이 함께 교실에 있는 것을 불편해하고 다른 아이의 수업권이 훼손된다며 보호자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지금은 아이의 보호자가 비용을 내는 활동 보조인이 아닌 교육청이 파견한 사회복무요원이 아이를 돌보고 있고, 수업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에 대해 누구도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 아이가 이 학교에 있으면서 교사도, 아이들도, 그리고 보호자들도 함께 사는 학교를 배우게 되었다. 소리를 지르는 아이는 말을 하는 것이고, 이동하는 행동은 무언가 불안함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 주변에는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살고 있고, 그 학생들에게 사회는, 그리고 학교는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중도입국 학생들이 오면 환대하기가 쉽지 않다. 낯선 환경에서 불안함을 숨길 수 없는 아이들을 기쁘게 맞이하고 싶지만, 이를 위한 지원 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익숙하지도 않고 충분하게 안내되지도 않는다(지역교육청에서 이 사업을 이해조차 못 하는 상황이니 더욱 그러하다). 갑작스럽게 내려온 예산을 잘 쓰기도 만만치 않다. 한국어 교실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한 시간표 구성과 방과 후와 방학 중의 운영, 수업 시간의 협력 강사 운영, 문화 수업 등 주어진 예산으로 해야 할 추가 사업들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다. 수업 준비와 본래의 업무의 연장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노동이 따른다.
중도입국 학생이 한 명 오면 그 학생을 중심으로 필요한 교육 과정을 찾고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의 망을 짜서 학교가 제 몫을 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터인데, 이것이 어려우니 자꾸 밀집 학교로 아이들을 떠민다. 그리하다 보면 ‘다문화학생’이 많은 학교에는 중도입국 학생들이 많아지고, 선주민 학생들은 그 학교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조별 활동이 강조되는 요즘 같은 교육과정에서는 중도입국 학생은 조원으로 선택받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초등학교에 특수 아동을 위해 학습 보조인이 있는 것처럼 한국어를 못하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교육청에서 강사를 파견하여 지원하고(돈이 아니라, 그리고 대학생 멘토가 아니라) 아이의 정서 상태를 다독여 줄 상담이 가능한 그런 학교는 불가능한 것일까? 학교 시스템을 모르는 보호자들에게 학교에 대해 더 찬찬히 안내해 주고, 지역의 지원 체계가 작동하는 그런 시스템은 불가능한 것일까? 돈만 뭉텅이로 툭 내리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어찌할 것인지 지원해 주는 교육지원청은 불가능한 것일까?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으며 어울릴 수 있는 공존의 학교는 한두 사람의 희생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이 이기적이기만 한 것일까? 낯선 나라에 갑자기 오게 되어서 고민과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 덜 다치고 덜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낯선 아이들도 환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세워지길 간절히 바란다.
낯선 이에게 따스한 환대를 하는 학교는 가능할까?
‘다문화 밀집학교’에서의 한국어 교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박복희 ddukbbokki@hanmail.net
각색교사모임, 서울 한울중 교사
2017년, 소위 다문화 밀집 지역의 중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을 업무로 맡게 되었다. 서울 구로구 소재의 ○○중학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주민들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다. 그래서 어려서 한국에 와서 한국어가 익숙하나 아직 국적이 한국이 아닌 학생,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중학생 때 입국하게 되어 한국어가 매우 낯선 학생들이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를 찾게 되었고, 우리 학교가 서울의 공립 학교에선 처음으로 이 사업을 신청하여 받았다. 학교 구성원들의 의논도 없이 교감 선생님의 결단(독단)으로 벌어진 이 사업의 업무는 ‘젊은 부장’이라는 이유로 내게 던져졌다. 과중해진 업무에 투덜거릴 수 없었던 것은, 교실에서 학급 내의 이주민을 차별하는 거친 소리를 온전히 듣고도 얼굴만 붉히고 아무 말 못 하는 ○○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참에 반차별·반혐오 교육, 통합교육을 해 보자고 마음으로 다짐하면서 다문화교육과 깊게 연을 맺게 되었다.
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운영된다. 하나는 중도입국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 운영과 모든 학생들에게 반차별, 반혐오, 그리고 공존을 교육하는 다문화중점학교 운영이다. 이 글은 한국어 교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다문화교육을 서술하고자 한다.
아무도 준비되지 않은 채 개시된 한국어 교실
뚜껑을 열어 본 한국어 교실은 실은, 완전히 ‘섬’이었다. 이 업무를 맡은 누구도 이 사업에 대한 경험과 고민이 없는 상태였고, 교육지원청이나 다른 단위에서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어 학교에서 알아서 운영해야 했다. 3명의 이중 언어 강사, 1명의 다문화 강사 그리고 한국어 교실을 담당하는 교사(한국어 교실 담당 교사는 모두의 기피 업무여서 기간제 선생님으로 섭외한 상태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총괄부장인 나, 모두 중등 중도입국 학생들이 어떠한지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중도입국 학생들은 모두 중국 배경의 학생들이었다. 한국어로 소통이 어려운 학생들은 별도의 교실에서 한국어(KSL)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되고 예체능 등 통합교육 가능 교과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보통은 1년 동안 주 10시간 이상을 별도의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데, 수업 시간과 기간은 개인의 한국어 능력에 따라 다르다. 수업의 운영은 중국어가 가능한 다문화 강사, 이중 언어 강사, 그리고 협력 형태로 한국어 강사들의 몫이다.
처음 이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비전문성을 어디에서도 메우지 못해서 여러 차례 좌절했다.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은 교과는 어찌 내신을 구해야 할지, 부족한 진단 도구로 학생들의 수준을 어떻게 진단할지, 적절한 교육과정은 어찌 정해야 할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현장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동의, 준비도 되지 않은 이주로 이국에서 겪게 되는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 정서적 문제를 어루만져 주는 지원은 꿈꿀 수도 없었다. 같이 지내던 가족 단위의 이주가 아니라, 적어도 몇 년을 떨어져 살았던 어색한 가족과의 결합, 특히 재혼 가정을 배경으로 입국하게 된 청소년들의 적응은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더군다나 중도입국 학생들의 수가 적을 때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중도입국 학생들이 많아지니 한국어 교실에서는 주로 중국어를 쓰고 수업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높지 않았다. 점점 원적 학급보다는 별도의 교실에 아이들이 모이게 되었다.
교육청은 다문화교육과 관련하여 매해 각종 보고와 계획으로 열심히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듯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아이들의 진단 문제, 밀집 지역 아이들의 교육 문제, 평가에 대하여 도움을 요청하면 적정한 답을 구할 수 없었다. 학습 한국어가 어려워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과에 맞는 교재조차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을 묶어 한 학교로 집중시키도록 하고 예산을 뭉텅이로 주기는 하지만, 그에 맞는 모든 교육은 한국어 교실에 1인의 담임을 배정하는 것으로 ‘퉁’치는 듯했다(강사들을 고용할 인건비를 주기는 하나 이를 뽑고 관리하는 모든 일들은 온전히 담임 교사 1명의 몫이다). 그런데도 중도입국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국어 교실에 더 이상 입급이 어렵다고 해도 일단 학교 앞에 집을 얻고 무조건 우리 학교로 아이들의 학적을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이미 중국에선 우리 학교와 인근 초등학교로 입학을 안내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책이 비어 있는 사이 급변하는 현장
그러는 와중에 학교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지역사회교육전문가(지전가) 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옮기게 되고, 우리 학교에는 지전가 선생님을 둘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교에 법정 저소득 학생 수가 지전가 배치 기준인 40명에서 1명 적게 되었기 때문이다. 법정 저소득 대상이 되지 않는 외국인 학생 수가 늘고 한국적 학생 수는 줄어든 것이 그 이유이다. 이에 대한 항의에 교육청은, 우리 학교는 ‘다문화 학생이 많아 지원을 많이 받는 편이니 알아서 잘 쓰라’는 현장을 몰이해하는 모진 말을 하였다. 외국인 학생의 경제적 수준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그 학생들을 유령으로 둔 채 학교의 복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2022년 3월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운영·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여 외국인 학생도 교육복지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2023년 ‘다문화학생’❶이 30% 이상이면 신규 거점 학교로 우선 지정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다시 2024년에는 이러한 조건의 신규 지정은 없다고 사유 설명 없이 유보하였다.
학교가 업무상 어려움에 처할 때 제일 먼저 도움을 요청할 곳이 교육지원청이다. 그러나 사실 다문화교육과 관련하여 지역 교육지원청에 전화하면 어떤 답도 얻을 수 없다. 이를 경험한 이도, 전문가도 없기 때문이다. 다문화교육 관련 업무는 초등 장학사에게 강제로 할당되는 업무이고, 업무가 많은 초등 장학사에게 정해진 다문화교육 관련 일은, 매년 통계를 제출하거나 몇 회의에 참여하는 것 정도이다. 더군다나 이것도 2년이면 타 업무 담당으로 옮겨 가니, 교육지원청은 다문화교육에 대한 노하우가 있을 수 없다. 또한 서울의 ‘다문화학생’이 특수교육 대상자 학생 수를 상회하는 정도이지만, 서울시교육청 소속의 2명의 장학사와 1명의 장학관(이 업무만 전담이 아닌)이 다문화교육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특수교육은 총 17명의 전문직이 있다). 타 업무와 일의 크기와 내용을 명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수치상으로 인력 지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다문화교육은 전공자나 연구자가 매우 드문 만큼, 교육청 장학사들도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고, 교사들이 현장에서 경험한 것으로부터 겨우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특수교육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관련 단체와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지만, 다문화교육에 대해서는 당사자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도 아직 잘 수렴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변화하고 있다고,다문화교육이 첫발을 디뎠으니 좀 기다리라고 교육청이나 관계자들은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음 쪽 표와 같이 현장의 상황은 너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중학교의 ‘다문화학생’ 비율 변화
전문가가 아니라는 자괴감, 늘어나지 않는 인력
내가 근무했던 2014년 당시 ○○중학교의 소위 ‘다문화학생’ 수는 20명 정도였으나, 이제 그 수는 9.5배가 된다. 이 중 중도입국 학생 수는 100명(외국인 학생 포함)이 넘는다. 계속 그 수가 늘어 왔고 앞으로도 그리 되리라 전망한다. 그래서 그 속에 있는 교사들은 한국어 교실을 열심히 운영해 보고, 다문화교육 주간, 다문화 창체 수업, 다문화 주제 선택 등을 진행하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혹 교실에서 어떤 차별이나 혐오, 그리고 소외가 일어나지 않도록 연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지역 연계 사업을 벌이고, 교직원 대상의 연수도 다른 학교보다 더 많이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교육 관련자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뼈와 살을 갈아 넣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전문가가 아니라는 불안감, 늘 부족한 지원, 엄청난 행정 업무, 교육이 쉽지 않은 상황들 그리고 아이들과 충분한 교육을 못 한다는 자괴감 등……. 해마다 다문화 관련 예산은 늘어나지만, 사람을 늘리지는 않는다. 교육청은 다문화교육을 운영할 때 1회적인 활동을 지양하라고 하지만, 교육과정에 다문화교육을 녹여 내려면 교사들에게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큼의 연수 과정도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개인의 실천으로 미루어 둔 듯하다. 어찌 되었든 담당자들은 예산을 써 보고 이왕이면 좀 괜찮은 사업을 구상하여 진행하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그렇게 1~2년 진을 빼면 손을 놓게 된다.
올해 들어 새로 옮긴 학교에도 중도입국 학생이 왔다. 한국어를 대충 읽을 수는 있지만, 발음이 어눌하니 아예 한국어를 말하지 않았고, 아는 어휘의 수도 매우 적어 의사소통이 되지 못했다. 그 학생이 대림역 근처에서 매일 공부하고 있다고 해서 학교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직영하는 다+온센터에서 학습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사설 학원에서 40만 원을 내고 수업받고 있었다. 다행히 올해 교육청 예산을 받을 수 있어서, 방과 후와 수업 중 이중 언어를 하시는 분을 모셔서 수업받고 있다. 아이는 훨씬 밝아졌으며 교사들은 아이에 대한 정보가 많아졌고 그만큼 아이를 잘 알게 되었다.
실제로 중도입국 학생이 1명만 있어도 교육청에 예산을 신청하면 한국어교육을 지원해 줄 이중 언어 강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문서 작업, 채용된 이중 언어 강사의 관리, 각종 업무가 교사의 몫이 된다. 까짓 교사가 그 정도 업무 못 할까 싶지만, 줄줄이 따라 오는 업무가 만만치 않다. 그리고 정말 괜찮은 이중 언어 강사를 뽑는 것도 쉽지 않다. 시간당 겨우 25,000원을 드리고 일주일에 14시간 이하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명의 중도입국 학생이 있을 때 이를 위한 한국어교육을 요청하면 교육청에서 강사가 파견되어 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꿈 같은 일인가? 3명의 서울시교육청 본청에 있는 다문화 전문직에게 이를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도 지금의 업무만으로 뼈와 살을 갈아 넣고 있으니까…….
그 한 명의 학생을 환대할 수 있으려면
외국의 교육을 경험한 이들은 교육에 대해서 한마디씩 한다. 각각이 경험이 다 다르니 참고하되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으나, 변호사, 서울시교육청 인권센터 활동가, 대안학교 교사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미국 시카고에서 공부하고 있는 연구자인 박종훈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초등학교 방문 경험담은 너무나 부러웠다.
학교에 말을 못 하고 수시로 이동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개별반 학생이 있다. 처음에는 장애 정도가 크다고 특수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보호자의 의지가 있어 어쩔 수 없이(?) 그 아이와 활동 보조인이 함께 교실에 있게 되었다. 몇 선생님들은 활동 보조인이 함께 교실에 있는 것을 불편해하고 다른 아이의 수업권이 훼손된다며 보호자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지금은 아이의 보호자가 비용을 내는 활동 보조인이 아닌 교육청이 파견한 사회복무요원이 아이를 돌보고 있고, 수업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에 대해 누구도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 아이가 이 학교에 있으면서 교사도, 아이들도, 그리고 보호자들도 함께 사는 학교를 배우게 되었다. 소리를 지르는 아이는 말을 하는 것이고, 이동하는 행동은 무언가 불안함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 주변에는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살고 있고, 그 학생들에게 사회는, 그리고 학교는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중도입국 학생들이 오면 환대하기가 쉽지 않다. 낯선 환경에서 불안함을 숨길 수 없는 아이들을 기쁘게 맞이하고 싶지만, 이를 위한 지원 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익숙하지도 않고 충분하게 안내되지도 않는다(지역교육청에서 이 사업을 이해조차 못 하는 상황이니 더욱 그러하다). 갑작스럽게 내려온 예산을 잘 쓰기도 만만치 않다. 한국어 교실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한 시간표 구성과 방과 후와 방학 중의 운영, 수업 시간의 협력 강사 운영, 문화 수업 등 주어진 예산으로 해야 할 추가 사업들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다. 수업 준비와 본래의 업무의 연장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노동이 따른다.
중도입국 학생이 한 명 오면 그 학생을 중심으로 필요한 교육 과정을 찾고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의 망을 짜서 학교가 제 몫을 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터인데, 이것이 어려우니 자꾸 밀집 학교로 아이들을 떠민다. 그리하다 보면 ‘다문화학생’이 많은 학교에는 중도입국 학생들이 많아지고, 선주민 학생들은 그 학교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조별 활동이 강조되는 요즘 같은 교육과정에서는 중도입국 학생은 조원으로 선택받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초등학교에 특수 아동을 위해 학습 보조인이 있는 것처럼 한국어를 못하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교육청에서 강사를 파견하여 지원하고(돈이 아니라, 그리고 대학생 멘토가 아니라) 아이의 정서 상태를 다독여 줄 상담이 가능한 그런 학교는 불가능한 것일까? 학교 시스템을 모르는 보호자들에게 학교에 대해 더 찬찬히 안내해 주고, 지역의 지원 체계가 작동하는 그런 시스템은 불가능한 것일까? 돈만 뭉텅이로 툭 내리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어찌할 것인지 지원해 주는 교육지원청은 불가능한 것일까?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으며 어울릴 수 있는 공존의 학교는 한두 사람의 희생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이 이기적이기만 한 것일까? 낯선 나라에 갑자기 오게 되어서 고민과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 덜 다치고 덜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낯선 아이들도 환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세워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