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호[특집/누구의, 어떤 위기인가] | 편집부

2024-12-04
조회수 83

특집



누구의, 

어떤 위기인가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의 힘듦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정부의 정책도 대체로 ‘교권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학교 현장의 힘듦을 지원하려는 대책이 바로 ‘위기학생 지원’에 관련된 정책들이다. 현재 국회에도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 등이 발의되어 있다. 학교생활이나 교육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 정서적·행동적 측면에서 문제를 겪는 ‘위기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을 핵심 문제로 보고, 체계적 지원을 위한 법과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나온 정책들이 과연 충분하고 대안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금쪽이 지원법’이라는 명칭이 단적으로 보여 주듯, ‘학생이 처한 위기 상황과 어려움’이 아니라 ‘학교에 위기를 불러오는 학생들’을 향하고 있지는 않는가. 학생의 취약함과 어려움을 살피고 지원하는 학교의 중요한 역할을 다른 어딘가로 떠넘기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까. 《오늘의 교육》은 이런 의문과 경각심을 품고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 정책과 법안들을 살펴보며,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게 정책의 한계와 학교 현장의 온도 차를 짚어 본다.


배경내는 학생의 ‘존재 자체’를 문제라고 보는 학교의 위기 해석력과 대응력이 얼마나 약하고 학생들에게 적대적인지 지적한다. 또한 관련 법률안들의 문제점을 세세히 짚는다. 세부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무엇보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라는 조항들로 가득하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라고 지적한다. 


전세란은 담임과 특수 교사가 위기학생을 책임져야 하는 ‘독박’ 구조를 고발한다. 그 바탕에는 학교에 위기학생을 지원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부장을 꺼리는 교직 문화와 보직 순환제로 인해 관련 담당자도 업무에 미숙할 수밖에 없어 위기학생에게 적절한 지원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는 구조를 지적한다.  


최은주는 교사와 작업치료사의 협업을 통해 위기 학급을 지원한 사례를 공유한다. 그는 외부 전문가의 지원 과정에서 교사를 수정의 대상으로 보거나, 학생의 행동을 소거해야 할 문제로만 보는 시각의 한계를 지적한다. 당장은 문제 장면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들이 추진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모는 학생들의 위기를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자해를 선택했던 청소년기의 경험에 비추어 바라본다. ‘그때의 나라면 어떻게 대해 주기를 바랐을까’ 자문하며, 학생들과 함께 ‘스스로 감정을 다루는 법’을 찾아 간다. 치료적 접근법으로만 학생을 대할 때 그 학생이 하나의 ‘문제’로 여겨질 수 있음을 경계하며, 학급 운영 방식에서의 사회적 정치적 접근을 시도한다.


김지영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그 꽃이 자라는 환경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며 사후 처방식 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 예방적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실과 학교 전체의 체계적이고 일관된 지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2023년 7월 이후 거리로 나온 교사들은 학급의 위기를 홀로 짊어지게 하는 가혹한 체제의 문제를 고발했다. 그러나 그 위기의 원인이 일부 개인들의 행동인 양 미디어에서 자극적으로 재현되면서, 특히 정서적 위기를 겪는 학생과 그 학부모가 문제인 것처럼 환원되었다. ‘학생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라는 불편부당해 보이는 구호 아래 전혀 다른 향방의 역동이 뭉뚱그려져 입법으로 달려 나가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잠시 숨을 고르고 질문해야 할 때이다. 누구의, 어떤 위기인가.

- 편집부

0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