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교폭력예방법이 남긴 것
폭행과 상해이든, 금품 갈취이든, 괴롭힘이든, 어떤 폭력의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다. 학교는 이런 폭력에 대해 빠짐없이 신고받아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 강하게 처벌할수록 정의가 실현된 것이며, 그래야만 잠재적 가해자들도 감히 학교폭력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마도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등의 제도도 이런 사고방식에 따라 시행되고, 고쳐졌다. 그런데 실제로 ‘학교폭력’으로 다루어지는 사건들, 관련 절차가 작동하는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의 갈등이나 오해중 한 대목만이 폭력이라고 신고되기도 한다. 괴롭힘을 당해 온 학생이 맞서 싸우면 그것도 학교폭력이라며 맞신고를 당하게 된다. 처벌이 강화된 만큼 명확한 증거가 요구되고, 법정 다툼까지 가는 비율도 높아진다. 가해자에게는 교육 이수, 피해자에게 상담 지원을 하도록 하지만, 자원이 없어서 이행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다. 어쩌면 「학교폭력예방법」이야말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교육》은 85호(2025년 3·4월)에서 「학교폭력예방법」의 전반적인 폐해와 개선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특집에 서는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 문제와 절차를 겪어 본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경험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한계는 무엇인지 짚어 본다. 2026년 2월 4일 열린 ‘학교와 폭력 2차 포럼’에서 청소년 2명, 교사 2명, 양육자 1명이 함께 이야기 나눈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학교폭력 피해와 그 이후 학교폭력 절차를 겪어 본 이루리와 애붕은 현재 학교폭력 관련 제도가 피해자를 위한 것이 못 된다고 지적한다.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지에만 주목하고,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애붕은 가해자들의 말을 받아쳤다가 함께 처벌받은 경험, 여러 2차 피해 경험을 이야기하며 형식적인 사안 처리를 꼬집는다.
정예현은 특수교육대상자인 자녀가 성폭력에 해당하는 일을 당한 뒤 학교폭력 절차를 밟았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전담 기구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관련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정예현은 결국 ‘학교장 자체 해결’로 마무리된 사건을 돌아보며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지 고민한다.
새시비비는 교사로서 학교에서 경험하고 대응한 사건을 통해 학교폭력 관련 법이 학교의 권력관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증언한다. 취약성을 가진 학생들이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쉬운 현실에서, 법과 정책은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글로는 ‘학교와 폭력 벗 연구모임’ 구성원들이 포럼에서 나온 내용을 언급하며 「학교폭력예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눈 좌담 내용을 담았다. 당사자들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 학교공동체의 역할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는 학교가 폭력과 괴롭힘을 방관하고 때로는 은폐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학교폭력 관련 제도는 학교를 불신하는 전제 위에 절차를 마련했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신고하고 조치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최소한의 성과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피해자를 비롯한 학교의 당사자들은 그 과정에서 소외와 분절을 경험하고 있다. 결국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절차 이상으로 학교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한 것 아닐까. ‘사안’과 ‘법적 절차’ 이상으로 ‘사람’과 ‘공동체’를 염두에 둔 접근을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편집부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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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예방법이 남긴 것
폭행과 상해이든, 금품 갈취이든, 괴롭힘이든, 어떤 폭력의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다. 학교는 이런 폭력에 대해 빠짐없이 신고받아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 강하게 처벌할수록 정의가 실현된 것이며, 그래야만 잠재적 가해자들도 감히 학교폭력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마도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등의 제도도 이런 사고방식에 따라 시행되고, 고쳐졌다. 그런데 실제로 ‘학교폭력’으로 다루어지는 사건들, 관련 절차가 작동하는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의 갈등이나 오해중 한 대목만이 폭력이라고 신고되기도 한다. 괴롭힘을 당해 온 학생이 맞서 싸우면 그것도 학교폭력이라며 맞신고를 당하게 된다. 처벌이 강화된 만큼 명확한 증거가 요구되고, 법정 다툼까지 가는 비율도 높아진다. 가해자에게는 교육 이수, 피해자에게 상담 지원을 하도록 하지만, 자원이 없어서 이행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다. 어쩌면 「학교폭력예방법」이야말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교육》은 85호(2025년 3·4월)에서 「학교폭력예방법」의 전반적인 폐해와 개선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특집에 서는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 문제와 절차를 겪어 본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경험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한계는 무엇인지 짚어 본다. 2026년 2월 4일 열린 ‘학교와 폭력 2차 포럼’에서 청소년 2명, 교사 2명, 양육자 1명이 함께 이야기 나눈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학교폭력 피해와 그 이후 학교폭력 절차를 겪어 본 이루리와 애붕은 현재 학교폭력 관련 제도가 피해자를 위한 것이 못 된다고 지적한다.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지에만 주목하고,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애붕은 가해자들의 말을 받아쳤다가 함께 처벌받은 경험, 여러 2차 피해 경험을 이야기하며 형식적인 사안 처리를 꼬집는다.
정예현은 특수교육대상자인 자녀가 성폭력에 해당하는 일을 당한 뒤 학교폭력 절차를 밟았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전담 기구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관련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정예현은 결국 ‘학교장 자체 해결’로 마무리된 사건을 돌아보며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지 고민한다.
새시비비는 교사로서 학교에서 경험하고 대응한 사건을 통해 학교폭력 관련 법이 학교의 권력관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증언한다. 취약성을 가진 학생들이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쉬운 현실에서, 법과 정책은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글로는 ‘학교와 폭력 벗 연구모임’ 구성원들이 포럼에서 나온 내용을 언급하며 「학교폭력예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눈 좌담 내용을 담았다. 당사자들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 학교공동체의 역할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는 학교가 폭력과 괴롭힘을 방관하고 때로는 은폐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학교폭력 관련 제도는 학교를 불신하는 전제 위에 절차를 마련했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신고하고 조치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최소한의 성과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피해자를 비롯한 학교의 당사자들은 그 과정에서 소외와 분절을 경험하고 있다. 결국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절차 이상으로 학교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한 것 아닐까. ‘사안’과 ‘법적 절차’ 이상으로 ‘사람’과 ‘공동체’를 염두에 둔 접근을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편집부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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