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호[특집 ②] 선거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이용기)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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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민주 진보 교육감은 지속가능한가


선거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경북 교육감 선거의 경험과 그 이후에 대한 생각



이용기  iidee2022@gmail.com

경북혁신교육연구소 공감 소장





2026년, 다섯 번째 전국 동시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되었다. 2010년 교육감 직선제 전면 실시 이후 민주 진보 교육감에 대한 평가는 기대만큼 후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주민직선에 의한 교육자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교육 정책과 예산은 여전히 중앙 정부의 정책에 크게 좌우된다. 중앙의 교육 정책이 교육청을 거쳐 학교까지 위계적으로 집행되는 한국의 교육행정 체계에서는, 지역 교육청에서 민주 진보 교육감 체제가 출범하더라도 그 운신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2010년 지방 선거에서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무상 급식, 학생인권, 혁신학교와 같은 굵직한 의제를 제시하며 힘차게 출발했다. 2018년에는 민주 진보 교육감이 전국 14개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2022년에는 정치적 환경의 변화와 기존 민주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기대의 약화, 새로운 교육 의제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한계가 겹치면서 민주 진보 교육감이 7개 지역에서만 당선되었다. 그리고 2026년에는 다시 10개 지역에서 민주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나는 2026년 지방 선거에 경북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다. 경북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교육자치의 현실, 그리고 후보로 처음 경험한 선거를 통해 얻은 몇 가지 생각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보수의 텃밭에서 민주 진보 교육을 말한다는 것


경북은 대구와 함께 보수 성향이 가장 강한 지역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가 출마한 것은 2018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다. 다른 지역 사람들을 만나면 “그 험지에서 왜 뛰어들었느냐”, “용기가 대단하다”라고 위로하곤 한다. 이름이 용기인데 어쩌랴.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어도 민주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역 사람들과 어울려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지역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너무 특별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후보가 되어 현장을 다녀 보니 지역의 정치적 성향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선거에서는 흔히 혈연, 학연, 지연을 중요하게 이야기하지만, 경북에서는 정치적 색채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시장에서도, 각종 모임에서도 “민주당이냐?” 같은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럴 때마다 “교육감은 정당이 없습니다. 다만 민주 진보의 가치를 지향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 곧바로 “그런데 왜 파란색이냐?” 하고 묻는다. 빨간색과 파란색 논쟁을 교육감 선거에서 계속해야 하는 현실은 참 난감했다. 동문회에서도, 종친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후보자는 결국 유권자를 만나야 한다. 선거는 논쟁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시기라기보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런 지역 현실 속에서 당선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의제가 사라진 교육감 선거


전국적으로 기존 민주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기대가 다소 약해지고 새로운 교육 의제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경북에서는 ‘민주 진보 교육감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는 기대가 오히려 컸다. 다른 지역의 혁신학교나 학생인권 정책, 민주적인 학교 운영 사례를 접한 많은 분들이 새로운 선택지를 원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역을 다니면서 ‘이제는 다른 선택지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청소년 무상 교통, 사회 진출 지원금 100만 원 지급, 책임 교육, 민주주의교육 등을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선거 과정에서 이러한 교육 의제로 선거 구도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오히려 3선에 도전하는 현직 교육감과 경북대학교 총장 출신 후보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더 큰 고민이었다. 평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경북지부장, 민주노총 경북본부 수석부본부장, 경북혁신교육연구소 공감 소장을 지낸 나의 경력은 교육 현장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일반 유권자들에게 의미 있게 전달되지 못했다. 


교육감 선거 자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도 문제였다. 교육 의제로 경쟁하기보다 현직 교육감의 비리 문제나 대구·경북 행정 통합과 같은 정치적 이슈가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 정책보다 정치적 구도 속에서 소비되는 현실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정책 선거가 되려면


이번 선거를 치르며 교육감 선거가 정치적 색채보다 교육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 교육감은 정당 공천을 받지 않는 주민직선의 교육자치 책임자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후보의 교육철학과 정책보다 정치적 성향이나 진영 논리가 먼저 부각되고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유권자 역시 교육 정책을 비교·검증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다. 교육 관련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 수 없는 구조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감 선거 자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야 한다. 후보들의 교육철학과 정책을 공개 토론을 통해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언론과 시민 사회도 시민의 삶과 교육에 대한 정책 중심의 평가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의 미래를 논의하는 공론장이 될 때 비로소 교육 자치도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


아울러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문제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은 교육 정책에 대해 전문적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표현과 참여가 과도하게 제한되어 있다. 교육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교사들이 교육 정책을 자유롭게 토론하고 학생, 학부모와 함께 사회적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교육감 선거 역시 살아 있는 정책 선거가 될 수 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확대는 특정 정당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교육 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풍부하게 하고, 유권자의 정책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 구조와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 민주 시민들의 공론화 상황으로 봐서는 갈 길이 멀다. 



선거의 언어와 고민


나는 교육노동운동을 오래 했지만 제도권 선거에는 처음 출마했다. 선거를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후보의 입장이 아니라 유권자의 요구에 맞는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교육노동운동에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중심으로 교육행정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선거는 달랐다. 일반 유권자들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했다. 후보의 언어가 아니라 유권자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없이 들었다. 선거 이후에도 ‘아직 후보의 색이 너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대안을 만드는 일, 그리고 자신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만들어 온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다. 선거에서 혈연과 학연, 지연은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관계가 있다고 해서 당연히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 꾸준한 관계 형성이 없으면 표로 결집되기 어렵다. 민주 진보 진영이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혈연이나 학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에서 당연히 지지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선거를 통해 얻은 큰 교훈 가운데 하나는 일상적인 지역 활동의 중요성이었다. 선거는 결국 평소 쌓아 온 신뢰와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AI 시대’일수록 교육은 더 인간적이어야 한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학교에서도 일어난다. SNS의 발달로 대면 관계는 줄어들고 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대화보다 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가정과 지역 사회가 담당했던 교육적 기능은 약화되고, 학교에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된다. 그러나 정작 교사의 생활지도는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한 채 개인적 민원과 법적 대응 속에서 위축되고 있다. 교육적 해결보다 법적 해결이 먼저 작동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AI 시대 대응은 중요한 화두였다. 그러나 우리가 제시했던 ‘기술이 발달할수록 교육은 더욱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AI 활용 대책 경쟁 속에서 기술 자체를 따라가는 정책이 넘쳐났고, 교육이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AI 시대일수록 민주주의와 공동체, 인간다운 관계를 배우는 민주시민교육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앞으로 더욱 요구된다.



선거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경북에서는 2025년 초부터 민주 진보 교육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책을 만들고 토론하고 후보를 선정하는 내부 절차를 거쳐 12월에 후보를 확정했다. 준비기를 거쳐 예비 후보 등록부터 본선거까지 민주 진보 교육을 지향하는 많은 분이 ‘경북을 바꾸자, 교육을 바꾸자’는 마음으로 함께 뛰었다. 지역의 정치적 여건과 후보 및 선거운동본부의 준비 부족으로, 당선되지 못했고 경북이 여전히 보수의 강한 기반임을 다시 확인한 선거였다. 하지만 2022년 이후 끊어졌던 민주 진보 교육의 흐름을 다시 잇고 미래를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은 무엇보다 소중한 성과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경험을 잘 갈무리하는 일이다. 앞으로 4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그리고 도민들과 일상 속에서 우리가 선거 기간에 제시했던 의제를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 한다. 민주 진보 교육의 큰 방향을 유지하면서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으로 끊임없이 만나고 관계를 넓혀 가야 한다.


교육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민주적 소통이다. 그리고 선거는 그 소통을 가장 치열하게 배우는 과정이었다.

선거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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