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특집] 인권으로서의 어린이·청소년 돌봄 (서상희)

특집/ 돌봄과 교육 사이

인권으로서의 어린이·청소년 돌봄


서상희 shsuh@health.re.kr

시민건강연구소 활동가



벌써 2020년도 다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 초,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말 그대로 모든 나라에 ‘멘붕’이 왔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었다. 새롭게 출현한 이 질병이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지 왜 감염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치명적인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다르지 않았다. 인류가 처음 맞이한 ‘병’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질병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코로나19 이전에 사스SARS가 있었고 메르스MERS가 있었다. 코로나19와 달리 국지적 유행이었다는 차이는 있지만, 새로운 감염병 유행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경고는 그 당시에도 있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고 그렇게 대비가 없었던 것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운 좋게 잘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는 잘 넘어가고 있는 편이라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위험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제일 많이 전가되어 드러난다. 국가와 사회의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비 부족으로 인한 위험 부담은,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서 마치 예외적 현상인 것마냥 개인화되어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예외적 현상이 아니며, 개인적 상황은 더더욱 아니고, 신종 감염병은 기후 위기 시대에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느끼고 공감하고 있는 문제를 정면으로 직면해 다루지 않고 넘어가면, 우리는 나중에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회적 위기로 인해 사회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위험 부담이 커지고 고통이 전가되는 측면이 있다.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은 생존과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가 보장되는 적절한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이라는 사회적 재난과 위기 속에서 요구와 발언, 참여는 고사하고 적절한 보호와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도 했다.


특별히 감염병 유행이라는 사회적 위기 상황이기에 어린이와 청소년의 돌봄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의 돌봄 서비스는 기존의 돌봄 체계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고 작동되는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긴급 돌봄의 문제는 기존 돌봄 체계의 문제


한국의 어린이·청소년 돌봄 체계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에서 각 부처별로 연령에 따라 구분해 보편 서비스와 선별 서비스를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개별 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중앙부처 정책을 그대로 집행하는 수준이며, 예외적으로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간간이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는 보편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만 0세부터 5세까지 어린이집을, 만 6세부터 12세(초등학생)까지는 다함께 돌봄센터를 운영(지원)하고 있으며, 선별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지역아동센터와 드림스타트를 운영(지원)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소득이 가구원 수별 기준 중위 소득 100% 이하이면서, 만 18세 미만의 초등학교·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이 주 대상이다. 드림스타트는 만 0세부터 12세(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와 가족이 주 대상이며 임산부를 포함한다. 

여성가족부는 보편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아이 돌봄 서비스와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를 운영(지원)하고 선별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을 운영(지원)하고 있다. 아이 돌봄 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는 지자체와 함께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은 만 9세에서 24세까지의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부에서는 보편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유치원(누리 과정 지원)을, 선별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초등 돌봄 교실을 운영(지원)하고 있다. 유치원은 보육료 지원 사업을 통해 만 3세에서 만 5세까지의 유아 학비를 지원하며, 초등 돌봄 교실은 주로 맞벌이, 한부모, 저소득 가정의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방과 후 연계형 돌봄 교실은 주로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의 어린이·청소년 돌봄 체계는 부처 간 장벽이 높고 연령별로 나누어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연령 변화에 따라 서비스가 이어지지 않거나 자연스럽게 연결·전환되지 못하는 문제, 각 부처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간 중복과 분절, 상호 연계와 조정 부재라는 문제를 고질적으로 안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돌봄이 가장 필요한 어린이·청소년일수록 돌봄 사각 지대에 빠지는 모순마저 발생해 왔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을 국정 과제로 채택했으며, 김상곤 부총리는 취임 후 첫 사회 관계 장관 회의에서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관련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온종일 돌봄 체계는 학교를 마친 아이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 돌봄을 제공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담긴 돌봄 체계 개편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온마을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청과의 협업을 통해 학교 내 돌봄 자원의 확대를 추진하고, 마을 단위에 새로운 돌봄 자원인 ‘우리동네키움센터(다함께 돌봄센터)’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서울시 우리동네키움센터는 2018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치구별로 설치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총 400개소를 확충할 계획이다.


아동학대 피해 아동이나 요보호 아동에 대한 돌봄 체계를 ‘아동 보호 체계’라고 부르는데, 한국의 아동 보호 체계 역시 앞서 설명한 돌봄 체계와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지자체 등 각 부처가 상호 조정·연계되지 못하고 분절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정폭력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한국도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아동 돌봄 체계는 학대 피해 아동과 요보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 보호 체계를 포괄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동 보호 체계는 큰 틀의 아동 돌봄 체계 안에서 상호 연결, 조정, 연계되는 등으로 유연하게 작동되어야 모든 아동이 생존, 발달, 보호, 참여의 권리를 누리는 데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한국의 어린이·청소년 돌봄 환경 토대하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게 되었고, 정부는 ‘긴급 돌봄’ 운영을 통해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런데 긴급 돌봄은 특별히 어디서 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돌봄 체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뚝딱 돌봄 인력을 구할 수도 없고, 그러한 시설과 자원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즉, 모든 시설 운영을 원칙적으로 중단하되, 부득이한 경우의 아이들만 시설에 모아서 돌보겠다는 것이 ‘긴급 돌봄’이다. 그렇기 때문에 ‘긴급 돌봄’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는 말은 기존 돌봄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간에 오랜 문제였던 어린이·청소년 돌봄 체계의 분절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없지는 않았다. 진보적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정계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 결과, 2019년에는 그동안 분절적으로 이루어진 요보호 아동 지원 체계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아동권리보장원이 설립됐고, 아동 관련 정책이 아동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고 그 결과를 아동 관련 정책 수립·시행에 반영하기 위해 아동 정책 영향 평가도 도입됐다. 아동 정책 영향 평가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4대 기본권인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어린이와 청소년이 누릴 수 있도록 공공 정책 입안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평가의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이고, 이에 대한 강제 조항이 없어서 현재까지 형식적으로라도 이 평가를 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거의 없다. 아동 친화 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이 평가가 의무이기 때문에 서울 성북구 등의 지자체가 예외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은 전 세계를 휩쓸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돌봄’은 중요한 문제였다.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의 경우, 필수 노동자만 긴급 돌봄을 이용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가정에서 개인 돌봄을 하는 형태로 긴급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다른 나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돌봄 체계가 어떻게 구성되고 구축되어 있는지가 사회적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위급한 시기에서의 돌봄 프로그램 작동에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감염병 유행을 ‘완전히 안전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당장 없는 것만큼이나, 어느 나라나 완전히 이 시기의 ‘돌봄’ 문제를 해결한 곳은 없어 보인다. 그만큼 활발한 사회적 논의와 적극적 자원 투입 등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감염병 유행 시기에 어린이·청소년 돌봄 공백 문제가 두드러진 것은 기존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초등 돌봄은 로또’라는 불만이 학부모들로부터 있어 왔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대기가 너무 길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부처 간 서비스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보니 서비스 간 상호 조정이나 연결은 기대할 수 없다. 서비스 간 중복도 많고 사각지대도 많은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각 부처에서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돌봄 서비스 프로그램들에서 비슷한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을 뿐 아니라, 취약할수록 필요한 서비스인데도 불구하고, 가장 취약한 어린이와 청소년은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 왔다.


이러한 분절성은 돌봄의 지속성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돌봄의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문제는 노동 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돌봄 정책만으로는 아동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번 감염병 유행 시기에 더 확연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생활 임금을 보전해 주지 못하고, 고용이 불안정하며,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소진되기도 쉬워, 어린이집 교사, 초등 돌봄 교사, 지역아동센터 교사 등의 이직률은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초등 돌봄 교실은 비정규직 돌봄 전담 교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데, 잦은 담당자 교체는 보호자가 자주 바뀌는 것과 같아, 어린이의 정서 불안이나 기본적 신뢰감의 상실 등 심리 정서적 적응에 부정적이다. 지자체별, 학교장 재량별 차이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많은 학교에서 이번 긴급 돌봄 교실 운영을 비정규적 돌봄 전담 교사를 대거 고용하여 운영했다. 돌봄 교사와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모두 고려하지 못한 부적절한 방식이었으나, 이는 기존에 구축되어 있던 돌봄 체계에서 자연스러운 해결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돌봄 체계는 ‘아동 최상의 이익 최우선의 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계속 강조해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는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시기에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문제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아동 최상의 이익 최우선의 원칙’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이다.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결정할 때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어떤 정책을 결정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아동을 중심에 놓고 우선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사실 그간 한국에서 ‘아동 최상의 이익 최우선의 원칙’은 여성 노동력을 ‘갈아’ 넣어서, 돌봄 종사자의 헌신, 또는 모성의 희생으로 작동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는 작동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궁극적으로는 아동 최상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여러 정책 시도의 결과를 통해 알고 있다. 더욱이 이번 ‘긴급 돌봄’이 아동 최상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작동하는 것을 통해 더 확연히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상 운영은 중지한 채, 긴급 돌봄이라는 이름하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한 공간에 있으면서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이거나 아이들에게 제대로 정서적 응대를 해 줄 수 없는 문제 등 아동 최상의 이익 최우선의 원칙을 지키려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의 돌봄 체계가 작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한국 사회는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의 학교 폐쇄, 긴급 돌봄 운영 등 이 모든 과정에서 어린이·청소년의 의견을 물어보거나 반영한 적이 없다.


돌봄 노동자의 자녀는 누가 돌보는가의 문제도 함께 고려해 봐야 한다. 그들의 자녀 역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는 어린이·청소년이다. 누가 ‘필수 노동자’인가라는 논의는 번외로 하더라도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시기에 돌봄 노동자가 필수 노동자에 들어간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명백해졌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돌봄을 받지 못하면 생존과 건강에 큰 위협을 받는다는 점에서 돌봄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감염병 유행을 포함한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의 필수 노동자(보건 의료 종사자, 일선 공무원, 긴급 돌봄 등의 돌봄 노동 종사자)의 자녀 역시 안전한 돌봄이 가능해야 한다는 이유로 미국 내 사상자가 가장 많았던 뉴욕주는 아동 돌봄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유지했다. 돌봄 노동자의 자녀도 안전하게 돌봄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래야 다른 필수적인 돌봄 노동 또한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청소년의 권리로서 생각되지 않는 돌봄


이번 코로나19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시작된 긴급 보육 이용률(어린이집 이용)은 초기(2월) 10%에서, 5월 72.7%까지 증가했다. 긴급 돌봄 이용률은 이미 3월에 유치원은 69.8%, 초등학교는 52.8%였다. 이용하고 싶은 요구는 높지만, 다 수용할 수 없다 보니, 어린이집 교사, 초등 돌봄 전담 교사, 초등 교사, 학부모 모두가 불만스럽고 걱정인 상황이었다. 우리가 여기서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은 단기간의 긴급 돌봄, 긴급 보육은 감염병 유행 시기 방역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감염병 유행 기간이 길어지면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양육자가 일하러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그러면 결국 지금과 같은 방식의 긴급 돌봄, 긴급 보육은 감염병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대안으로 잘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나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경우에 우리가 다 파악하지 못한 어려움들이 있을 수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2020년 3월 실시한 부모 대상의 ‘어린이집·유치원 휴원 장기화에 따른 자녀 돌봄 현황’ 조사에서는 돌봄 공백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초등 3학년 이하 부모가 36.2%로 확인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2020년 4월 실시한 ‘코로나19 아동·청소년 인식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시기에 평일 낮 시간대 보호자 없이 집에 머무른 초등학생은 46.8%였다. 또한, 2020년 7월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자녀의 학습 이외 돌봄을 위한 사교육비가 가정 경제가 나쁠수록 더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가정 경제 상태를 상·중·하로 나눴을 때 ‘상’이 22.3%, ‘중’이 26.4%, ‘하’가 34.1%로 가정 경제가 어려울수록 돌봄을 위한 사교육비가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전보다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각종 실태 조사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양육자의 어려움이 드러난 것만 해도 이미 그 수치가 높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사회적으로 가장 힘들고 어렵고 약한 상황에 처한 이들일수록 조사에서조차도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정폭력의 증가로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이동형 쉼터에 활동 자제와 휴관을 권고했다. 그리고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으로 성인들도 일자리를 많이 잃었지만, 생계형 아르바이트로 삶을 유지하고 있던 청소년들 역시 일자리를 잃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늘어났다. 더군다나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진 청소년의 경우에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사회성이 떨어져서 고립되거나 방치되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들로 인해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런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던 활동가들은 정부가 권고하는 ‘비대면’이 아이들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호소했다. 통상 복합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일수록 실제적인 어려움을 파악하기 어렵고, 이런 친구들일수록 언어로 자신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다 보니, 이들을 돕는 활동가들은 아이들의 비언어적 행동을 포함해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얻는 여러 가지 정보를 조합해 아이들이 처한 상황과 어려움을 파악하고 최대한 도움을 주고자 해 왔다. 아이들은 그런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것이 이 친구들이 처한 상황에서 생존과 발달을 돕는 적절한 돌봄인 것이다. 그런데 비대면 권고 상황에서 전화나 영상 통화를 통한 제한적 상담만으로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도움을 주는 것도 쉽지 않아 적절한 돌봄을 제공할 수가 없었다.


생활 시설(쉼터)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자가 발생한 경우, 시설 전체가 격리되는 문제가 있었다. 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접촉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과 시설 종사자 모두가 좁은 공간에서 2주간 외부와 단절된 채 격리되어 생활해야 했다. 운영을 중단한 청소년수련원 등을 활용해 청소년 접촉자·확진자를 격리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해 보았으나,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수련원의 운영 주체가 각 수련원마다 다르다는 이유로 해당 지자체와 논의하라는 답을 보냈다. 그러나 기존에 각 지자체와의 정기적 소통 구조와 거버넌스가 없던 상황에서 지역 사회 내 감염병 유행으로 여유가 없는 지자체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직접적 해결 방법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처럼 어린이와 청소년이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초등 돌봄 교실과 관련하여, 누가 돌봄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교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학부모는 학교가 책임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을 생각해서라는 근거로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어린이와 청소년의 ‘최상의 이익 최우선의 원칙’에 따라 고민한 결과일까?


보육educare이라는 단어는 교육과 돌봄을 합한 용어다. 영유아에게 돌봄은 곧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육이다. 교육학을 공부한 이 중에 이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그래서 ‘누리과정’이라는 보육과정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돌봄을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육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단지 영유아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우리는 이미 부처 간 장벽으로 인한 돌봄의 지속성과 분절성의 문제를 오랫동안 경험해 왔다. 어린이·청소년의 ‘최상의 이익 최우선의 원칙’에 따라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은 그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에서 각자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는 돌봄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이러한 원칙하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둘러싼 가정, 학교, 지역 사회는 어떻게 하면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지속성을 담보하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봄을 제공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하고 모색해야 한다.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와중에도 어떤 공간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돌봄을 받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물어보지조차 않는다. 실제로 돌봄을 받고 있는 아이들은 무엇을 상상하고 있을까? 상상할 수 있는 여유와 안정감도 주지 못하며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원치 않는 공간과 시간을 여기저기 떠돌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발언권도 참여권도 주지 않는 각종 어린이·청소년 ‘위원회’는 대입을 위한 스펙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아동복지법〉 제10조에서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두게 되어 있다. 제10조 제1항은 “아동의 권리 증진과 건강한 출생 및 성장을 위하여 종합적인 아동 정책을 수립하고 관계 부처의 의견을 조정하며 그 정책의 이행을 감독하고 평가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아동정책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백히 법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는 돌봄 교사의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노동 정책을 감독해야 하며,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가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돌봄 체계가 상호 조정·연계 가능하도록 감독하고 평가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간 격차를 고려한 지원이 필요하며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역 사회 내 돌봄 서비스 프로그램 운영 주체들 간에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는 감독하고 평가하고 지원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좋은 정책


〈게이브리얼의 죽음 -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아동보호기관, 학교, 경찰이 각자 매뉴얼에 나와 있는 대로 ‘일을 해치운’ 결과, 게이브리얼이 아동학대로 사망하게 된 안타까운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 사회도 끔찍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수없이 겪었다. 게이브리얼의 죽음이 우리 사회와 무관한 사건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각 부처에서 책임을 떠넘기며 핑퐁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 어린이·청소년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봄받을 권리는 이 순간에도 침해당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 돌봄 체계, 즉, 돌봄 제도와 정책은 어린이·청소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인지·정서·사회적 발달의 결과와 맞물려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 학교, 지역 사회는 물리적 환경, 사회적 환경, 관계적 환경을 구축하고, 이러한 환경은 아동의 건강 행태와 사회 심리적 요인, 생리적·병리적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건강과 발달의 결과가 발현된다. 물질적 박탈과 사회적 배제는 가족·학교·지역 사회의 자원 불평등으로부터 초래된 결과이면서 동시에 건강 행동과 사회 심리적 요인, 그리고 건강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불평등한 결과를 완화 또는 제거하기 위해 좋은 사회 정책이 필요하고, 여기서 특히 노동, 돌봄, 교육 정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❶ 보육료 지원 사업(www.bokjiro.go.kr/welInfo/ retrieveGvmtWelInfo.do?welInfSno=292)

❷ 교육부, “[보도 자료] 김상곤 부총리, 취임 후 첫 사회 관계 장관 회의 개최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등 사회 분야 국정 과제를 적극 챙기기로”, 2017년 8월 25 일.

❸ 〈아동복지법〉 제3조는 요보호 아동을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그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아니하거나 앙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❹ 문재인 정부는 2019년에 포용 국가 아동 정책을 발표하였고, 그동안 분절적으로 이루어진 요보호 아동 지원 체계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아동 관련 중앙 지원 기관들을 통합한 ‘아동권리보장원’도 설립하였다. 이를 통해 아동 복지 전달 체계와 정책 총괄 지원, 사업 평가, 아동 중심의 이력 관리 전산 시스템 등의 국가 역할을 강화하고자 했다.

❺ 정익중(2020),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돌봄 문제에 대한 해외 대응과 그 시사점〉, 《국제사회보장리뷰》, 2020(여름), 47~59쪽.

❻ [정익중·이경림·이정은(2010),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소진이 아동의 심리 사회적 적응에 미치는 영향〉, 《한국아동복지학》, 31, 205~234쪽] 및 [주영선·정익중·안은미·박지혜(2020), 〈지역아동센터 교사 소진이 아동의 학교 적응에 미치는 영향 : 교사의 직무 만족도와 교사-아동 관계의 매개 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사회복지학》, 72(1), 117~137쪽].

❼ 정익중(2020), 앞의 글. (www.childcareaware.org/state/new-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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