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호[특집 - 키워드로 읽는 한국 교육 10년 / 고등교육] 학령 인구 감소 위기 담론을 넘어서 (강석남)

키워드로 읽는 한국 교육 10년 / 고등교육

 

학령 인구 감소 위기 담론을 넘어서

 

강석남

kim3soo91@hanmail.net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석사 과정 수료

 



대학과 고등교육이 한순간이라도 온전하게 기능했던 적은 있었을까. 돌이켜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근대적 대학이 한국 사회에 등장한 이래 고등교육의 위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은 시기는 없다. 고등교육은 늘 위기 상황이었으나, 각 진단이 주목하는 개별적인 위기‘들’의 양태는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사회 변동에 따라 다양한 궤적을 그린다. 《오늘의 교육》이 조명해 왔던 지난 10년간도 그러했다. 2010년대를 관통했던 고등교육의 쟁점들 - 2010년대 초반의 반값 등록금 운동, 이후 대학의 신자유주의화·기업화에 대한 비판, 기업식 대학 구조 조정 반대 투쟁, 그리고 비교적 최근 급성장한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 담론 등 - 은 당대 주목받는 고등교육의 위기들이 변화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즉 한국 고등교육은 항상 위기였으나 그 구체적인 성격과 내용은 사회 변동에 따라 역사적으로 변화하는 고등교육 위기들의 연속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각각의 위기들에 대한 분석들은 이미 충분히 축적되어 왔기에 이 글에서는 고등교육 위기들의 변화에 주목하여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사소한 시사점이나마 도출해 보고자 한다.

 


2010년대 고등교육 쟁점의 변화

 

2010년대 고등교육 위기들은 여기에 저항했던 운동과 비판들이 제기한 쟁점의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반값 등록금 운동이다. 2008년부터 시작되어 2011년 정점에 도달한 반값 등록금 운동은 코로나19 직후 등록금 반환 운동을 제외하면 현 시점까지 고등교육 이슈에 집중된 대학생들의 마지막 투쟁이라는 상징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실제로 이 운동은 ‘고지서에 등록금이 반값으로 찍히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지는 못했으나,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위시한 제도권 정치의 선거 경쟁 구도와 결합되면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 국가 장학금 제도를 성취할 수 있었다.


반값 등록금 운동 이후에, 혹은 이와 함께 2010년대 초·중반에는 대학의 신자유주의화나 대학 기업화에 대한 비판이 활발히 등장했다. 주요 논지는 대학이 시장 논리에 종속되어 인문학과 같은 기초 학문을 억압하고, 시장과 자본이 필요로 하는 이른바 실용 학문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학문의 전당임을 포기하고 취업 사관 학교로 전락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많은 대학들이 취업률과 같은 수량적 지표에 의지한 기업식 대학 구조 조정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그간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외부 컨설팅’이 횡행했다. 이에 맞서 대학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대학 구조 조정 반대 투쟁이 전개되었지만 반값 등록금 운동과 달리 전국적 운동으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대학의 신자유주의화와 기업화는 전면적이었으나 그에 대한 저항은 개별화되면서 공공적인 대학의 가치들인 학생 자치나 대학의 민주적 운영, 시장 논리와 단절된 학문적 기능 등은 점차 무력화되었다. 이러한 대학의 신자유주의화·기업화, 기업식 구조 조정의 이면에는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정부의 대학 구조 조정 정책이 있다. 이 정책은 사립 대학 위주로 과도하게 팽창된 고등교육 공급을 축소하기 위하여 대학 재정 지원과 연계된 대학 간 시장 경쟁을 유도하고 경쟁에서 도태된 대학을 퇴출시키겠다는 배제의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태의 기점이었던 최순실 자녀의 부정 입학 논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전후한 자녀의 부정 입학 논란 등 특히 고등교육 입시와 관련된 사회적 논쟁이 활발히 진행되기도 했다. 부정 입학 논쟁들은 이른바 ‘공정성’ 담론과 결합되기도(혹은 그래야 한다고 여겨지기도) 했지만 고등교육 입시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라기보다 제도권 정치에 동원된 논쟁이었다는 점에서 앞선 논의들과 같은 선상에 놓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2010년대 중·후반 이후에는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 담론이 급격히 성장하며 다른 쟁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중이다. 사실 학령 인구는 통상 대학에 진학할 것으로 예상되는 18세에서 21세까지의 인구이기 때문에 20년 전부터 고정된 변수로서 어느 날 갑자기 급격한 변동을 보이는 변수가 아니다. 정부의 대학 정원 정책은 이미 2003년 이후 기존의 팽창 기조에서 정원 감축을 전제한 구조 조정 정책으로 선회했으며, 이후 무수한 고등교육 정책들은 학령 인구 감소 대응을 직간접적으로 표방하고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2010년대 중·후반 학령 인구 감소의 위기 담론이 새삼스럽게 주목받는 이유는 2020년을 기점으로 고교 졸업자와 재수생, 기타 경로를 포함한 대입 가능 자원의 수와 대학 입학 정원이 역전되는 인구 절벽이 목전에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2019년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대학 정원은 49만 7,218명이고, 2020년 대입 가능 자원은 47만 9,376명으로 집계됐다.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고등교육의 수요가 공급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대학의 대량 퇴출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그 부담이 대학 서열의 하위인 지방 사립 대학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라는 명제가 더 이상 허언이 아닌 것이다.

 


고등교육이 초래한 위기와 고등교육의 구조적 위기

 

간략히 살펴본 2010년대 고등교육 쟁점의 변화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각 쟁점이 지목하고 있는 고등교육 위기들의 질적 차이다. 반값 등록금 운동을 초래한 고등교육 비용의 과도한 사적 부담 문제, 대학의 신자유주의화·기업화와 기업식 구조 조정에 비해 학령 인구 감소의 위기 담론은 고등교육 외부의 인구학적 문제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다소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이 간극은 ‘위기’의 개념적 유형화를 통해서 해소될 수 있다. 백승욱(2015)은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자본주의 위기’의 용법이 자본주의가 ‘초래한 위기’와 자본주의의 재생산의 위기로서 ‘구조적 위기’와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의 불안정성이나 양극화, 저성장 등은 체계로서 자본주의가 잘 작동된 결과 초래된 위기인 데 반해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는 자본 축적의 위기로서 자본주의가 더 이상 재생산될 수 없는 위기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별을 고등교육에 접목시켜 보면 고등교육이 초래한 위기와 고등교육의 구조적 위기의 구별이 가능해진다.


반값 등록금 운동이 일어난 이유는 이렇다 할 수익 창출 수단이 부재한 채 등록금 수익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사립 대학, 그리고 이러한 사립 대학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고등교육 구조가 고등교육 비용을 오로지 개별 대학생과 가계에만 전가시켰기 때문이다. 대학의 신자유주의화와 기업화도 마찬가지다. 이 현상은 사립 대학 위주로 과도하게 팽창된 고등교육 공급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따라 대학 간 시장 경쟁이 유도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그간 수많은 운동과 비판들이 한국의 고등교육 부문에 꾸준히 제기했던 쟁점들, 과열된 입시, 입시 위주의 왜곡된 공교육, 대학 서열화, 각종 대학 노동자들의 불안정 노동, 사학 비리, 불평등의 재생산 등도 같은 범주의 위기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의 고등교육 부문이 초래한 위기는 기존의 총체적인 고등교육 구조가 역설적이게도 ‘잘 작동한 결과’ 고등교육이 이상적으로 추구해야 할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위기로서, 고등교육의 불가능성을 표상한다.


반면 학령 인구 감소의 위기 담론은 고등교육이 수요보다 절대적으로 과잉 공급되며 물적 기반으로서 ‘대학’들의 재생산이 불가능해지는 고등교육의 구조적 위기를 전제한다. 한국의 고등교육 부문은 더 이상 기존의 원리로는 유지될 수도, 작동할 수도 없다. 정부가 시장 경쟁에 따른 대학 퇴출 기조를 유지하면서 학령 인구 감소의 충격은 비교적 서열 하위의 지방 사립대에 우선적으로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서열은 상대적이기에 하위의 지방 사립대가 퇴출되면 이전까지 안정적 지위를 가지던 대학들도 자연히 퇴출의 압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지속되고 있는 출산율 감소에 따라 학령 인구 감소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기에 재생산의 위기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서열상 최상위 대학을 제외한 고등교육 전반에 작용한다. 따라서 학령 인구 감소의 구조적 위기는 전반적인 고등교육 재생산의 불가능성을 의미한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고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를 꼽자면 위기의 성격이 변화했다는 점이다. 고등교육 부문은 스스로가 초래해 왔던 위기를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한 채 스스로를 재생산할 수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위기의 핵심은 고등교육이 제대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교육의 불가능성을 넘어 그 교육 자체의 지속을 보장할 수 없는 재생산의 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구성원들은 대학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대학을 지켜 내는 것, 최악의 경우에는 어떤 대학을 해체할지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는, 이전과 다른 차원의 과제를 마주해야 한다.

 


학령 인구 감소 위기 담론을 넘어서

 

고등교육의 구조적 위기의 시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먼저 학령 인구 감소의 충격이 고등교육 부문과 일선 대학에 끼칠 영향을 비판적 관점에서 발굴해야 한다. 이미 현실화된 대학 퇴출은 지금까지 주목받아 왔거나 혹은 새롭게 등장한 쟁점들을 표출하고 있다. 전자가 대학 서열화와 지방 대학의 사멸, 퇴출 대학의 자산 처리 문제 등이라면, 후자는 퇴출 대학에 소속된 구성원들과 각종 노동자들의 권리와 보호, 학문공동체의 해체와 계승, 대학 퇴출 비용의 분담 등이 그 예일 수 있다. 위기의 성격이 변화한 만큼 분석의 범주도 확장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제부터 고등교육에 대한 문제 제기는 구조적 위기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당장 입학 정원과 자원의 역전과 대학 퇴출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학령 인구 감소를 전제하지 않은 문제 제기가 대학 구성원과 사회적 여론에 대한 설득력을 갖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령 인구 감소 위기 담론에 휩쓸리지 않는 독립적이고 통합적인 문제 제기가 지속되어야 한다. 학령 인구 감소에 맞춰 그 감소한 비율에 따라 대학 정원을 감축하면 등록금 문제나 대학의 기업화 같은 고등교육의 불가능성이 해결되는가? 오히려 학령 인구 감소가 기존 고등교육에 대한 문제 제기를 외면하는 알리바이로 활용되지 않도록 지금까지의 문제 제기를 더욱 강조해야 한다. 학령 인구 감소의 위기 담론은 고등교육이 구조적 위기에 도달했다는 사실만을 말할 뿐이지, 그 자체로 한국 사회에 어떤 고등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구조적 위기를 고발하면서도 현재의 고등교육 구조를 존속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학령 인구 감소의 위기 담론은 자기모순적 문제 회피와 다름없다. 따라서 어쩌면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학령 인구 감소를 넘어서 이를 포괄하는 사회적인 고등교육 위기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조금 희망차게 보자면 구조적 위기는 고등교육이 지금까지의 논리로 작동할 수 없기에 위기이지만 새로운 논리가 성립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는 점에서 기회이기도 하다. 모두가 학령 인구 감소를 운운할 때, 그래서 우리의 고등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범한 질문이 필요하다.

 


❶ 신진욱, 김진두, 정보영(2018), 〈사회운동은 어떻게 보수정당의 복지정책을 바꾸는가?: 정치매개모형을 통한 반값등록금운동 사례 분석, 2008~2011〉, 《한국사회학》, 52(1), 1~37쪽.

❷ 여기서 다루지 않지만 정치인 자녀의 부정 입학 논란에서 비롯된 2019년의 이른바 공정성 논쟁이 소위 SKY라 불리는 최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다는 점은 추후에 논의되어야 한다.(“SKY 3개 대학 생들, 개천절에 ‘조국 반대’ 전국 대학생 공동 촛불 집회 연다”, 〈조선일보〉, 2019년 9월 24일) 이 공정성 논쟁은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고등교육의 계급적 불평등 재생산을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SKY 학생 4명 중 1명은 소득 상위 10% 가구의 자녀…“의대는 더 심해””, 〈동아일 보〉, 2020년 9월 28일)

❸ “내년 대학 정원>대입 자원…5년 뒤면 대학 갈 학생  40만 명 밑으로”, 〈연합뉴스〉, 2019년 8월 11일.

❹ 이 절은 2021년 8월 예정된 나의 학위 논문에서 문제의식을 차용했다.

❺ 백승욱(2015), 〈자본주의 위기 이후, 무엇이 오는가〉, 《창작과 비평》, 43(1), 35~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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