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호[특집] 교사운동의 오늘과 내일을 논하다

교사운동과 교사노조에 관한 좌담


교사운동의 오늘과 내일을 논하다

 

《오늘의 교육》에서는 10주년 특집으로 이후의 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면서 교육운동의 큰 기둥 중 하나인 교사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좌담을 준비했다. 노동운동의 측면과 교육운동의 측면에서 최근의 쟁점과 현황을 짚어 보았다. 좌담에는 전교조 활동가이자 노동운동가, 노동 사회학을 연구하고 전교조 조직 진단 등을 한 바 있는 사회학자, 연대 단체 활동가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

김한울 전 청소년운동 활동가, 전 노동당 부대표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 교수

이영주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국장, 권리찾기유니온 조직팀

정용주 본지 편집위원, 초등 교사

조장우 평등교육실현을위한충북학부모회 사무국장

 

일시 2021년 3월 21일 일요일

장소 온라인 화상 회의

진행·정리 공현 기자

기록 서경 기자




공현 

오늘 이야기하는 주제는 교사운동, 특히 교사노동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해 보자는 것이다. 전교조에 대한 이야기가 아무래도 많이 나올 텐데, 다른 교사노동조합이나 진보적·좌파적 교사단체도 포함하여 이야기하려 한다. 먼저, 교사운동의 현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반에 대한 평가여도 좋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점이나 사건을 들어도 좋다.

 

이영주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게, 교육 부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누구나 학교교육을 겪어 봤다 보니 과거 자기 경험에 비추어 학교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겪은 학교는 과거의 학교이지, 현재의 학교 현장은 모른다. 교사운동과 관련해서도 아마 밖에서 볼 때와 실제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것, 또 학교 밖의 청소년들이 느끼는 것, 다양한 교사들이 느끼는 것은 상당히 다를 것 같다. 나도 해직되어 학교 현장을 떠난 지 거의 10년이 되어서, 내가 학교 현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적절치 않은 건 아닌가 고민이 든다. 그리고 워낙 벌어지고 있는 사안들이 다양해서 오늘 참가자들이 각자 진단하는 내용도 상당히 다르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교사운동이 보수화됐다는 우려, 그리고 전교조 중심으로 진행되던 운동에서 새로운 노조들이 발생하는 데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전교조 입장에서는 굉장히 긴장하고 조직화 사업을 핵심에 두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냥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이라고 본다. 한국이 교사노조뿐 아니라 노조 조직률이 10% 정도로 낮은 편인데, 앞으로 조직률이 더 높아진다면 당연히 하나의 노조 중심으로 가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노조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의 교사운동도 그런 전체적인 노동운동의 흐름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본다.

 

정용주 

교육청, 교육부 파견 생활을 하다가 작년에 4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는 점 먼저 말씀드린다. 사실 예전에도 ‘전교조가 현장 분회와 긴밀한 소통이 되고 있는가’, ‘새로운 세대가 유입되고 있는가’ 같은 질문은 전교조 안에서 계속 제기되던 질문이었다. 그 이야기는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주목해서 보는 현상은, 하나는 이전에는 전교조가 교육운동 안에서는 모든 분야를 떠맡은 민주노총 같은 역할을 했는데, 노조도 분화되었고 노조운동에 대척점을 보이며 노조가 아닌 단체로도 분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교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경향성의 단체도 나타났다. 또 하나는 진보 교육감들이 다수 당선된 이후로 교육청과의 관계 문제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우리 쪽 출신들이 많이 들어가서 교육청을 혁신시키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에는 학교의 자율성과 민주화를 위해서는 교사가 장학사가 되는 승진 구조를 깨야 한다는 담론이 무르익었는데, 교사운동 출신들이 공급되면서 그런 이야기가 줄어들었다. 이제는 교육청과 전교조 지부의 관계가 협력 관계인지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는 관계로 가고 있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조장우 

나도 학부모단체에서 활동하니까, 교육운동 내에서, 그리고 외부에서 연대하고 만나는 과정에서 바라보는 교사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교육운동에서 교사운동이 차지하는 역할이나 영향력이 여전히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해 교사단체가 늘어나면서 교육 개혁을 위한 교사운동의 폭이 넓어진 것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교조를 비롯해 교사노조연맹,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좋은교사운동, 실천교육교사모임 등 정규직 교사운동단체만 해도 여럿이다. 전국기간제교사노조의 활동도 의미가 크다고 보고, 교사뿐 아니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포함해서 활동하는 교육노동자현장실천이라는 단체도 만들어졌는데, 그것도 교사운동의 한 방향 아니겠나.

그런데 전교조의 예를 들면 합법화 이후로 많을 땐 조합원이 10만 명쯤 되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수가 많이 줄어서 5만 명 정도라고 하고 교사노조연맹은 조합원이 1만 명 정도라고 한다. 교사운동이 전체적으로 양적으로 성장한 것 같지는 않다. 교사운동의 지향이 다양해진 것에 비해 깊이까지 깊어졌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만나는 교사 활동가들의 나이가 상당히 많아졌고 새로운 활동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다른 교육 주체들과 연대하며 같이 운동하는 교사단체들의 모습은 일부를 제외하면 과거에 비해 좀 더 보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교사운동의 사회적 영향력도 과거에는 상당히 컸는데, 예전보다는 약해지지 않았나 싶다.

 

이영주 

전교조 조합원 수에 대해서는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숫자만을 보지 말고, 법외 노조 탄압이라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전교조는 가입하면 어떤 혜택이 있나?’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법외 노조라서 혜택이 없다고 하면 그런데 조합원들이 왜 가입하냐고 놀라곤 한다. 박근혜 정부 때 전교조 해체를 목표로 법외 노조 탄압이 진행됐다. 이로 인해 탈퇴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퇴임으로 인한 자연 감소까지 있는 상황에서, 법외 노조 탄압 시기에 5만 내외의 숫자를 유지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기적이다. 현재 전교조는 법외 노조 8년 동안의 신입 조합원이 전체의 1/3 정도다. 2019년 설문 조사에서 신입 조합원의 42%가 ‘전교조에 동의하고 힘을 보태기 위해서’ 가입했다고 답했다. ‘조합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가 2위로 34%이다. 신입 조합원들은 법외 노조 탄압을 막아 낸 소중한 동지이자, 이전의 전교조와는 다른 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이기도 하다.

 

조장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전교조의 투쟁이 대단했다는 것은 당연히 인정한다. 그런데 전교조 조합원 수는 법외 노조가 되기 전에도 감소하는 추세가 있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도 이명박·박근혜 시절에 탄압받아서 상당히 힘들었지만 조합원이 늘기도 했다. 또, 2010년대가 진보 교육감이 다수 당선된 시기였다.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는 맞서 싸운 사람들이 해직되기도 했지만, 법외 노조 기간 중 실제로는 문재인 정부 때가 더 길었고 그럴 때는 전교조에 가입·활동한다고 해서 고용의 문제 등이 크게 생기진 않았다.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닌데, 교사운동의 현황을 이야기할 때 단순 비교는 아니라도 숫자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한울 

교사운동 하면 기억나는 장면이라고 물으면 옛날 것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법외 노조였던 상황도 영향이 분명 있는 것 같다. 교사운동의 존재감이 없는 것 자체가 현재의 인상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전교조를 통해서 참교육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NEIS 반대 투쟁 등 전교조를 통해서 사회적 의제가 이슈화되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오랜만에 학교 현장이나 교육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좌담이다 보니, 배워 가면서 이야기를 하겠다.

 

이영주 

한국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2016년 촛불 이후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10%까지 확대되었다. 그럼에도 노동 기본권이 잘 보장되는 나라들의 조직률 30~40%를 따라 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조직률이 낮은 이유가 노동조합의 문제인지, 노동조합을 하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의 문제가 더 큰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에 조합원 수가 10만 명이 넘었다가 지속적으로 축소되어서 5만 명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 과정은 합법화와 교섭이라는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노조는 교섭을 통해 쟁취하는데, 법외 노조 시기에는 교섭권이 없었고 정부에 의해 손발이 묶여 있었다. 교섭권도 행동권도 없었던 전교조의 조직 확대를 위해서는 중앙 교섭 성사와 온전한 노동 기본권 보장이 핵심이었다.

 

이병훈 

한 10여 년 전에 전교조 조직 진단을 하면서 교사운동에 대해 이래저래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최근엔 잘 살펴보지 못해서 사정에 그리 밝지 못하다는 점을 밝혀 둔다.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들 중 교육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전교조 출범 당시 ‘민족·민주·인간화교육’, 참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민주화의 중심에 서는 운동을 한 것으로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교조가 보수 정권이나 권위주의적 기득권 세력을 가장 위협하는 집단이었고 이념적 공세와 탄압을 많이 받으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문제를 먼저 꺼내는 이유는, 내가 조직 진단을 한 것이 참여정부 무렵이었는데, 그즈음에 여러 고민들이 이미 안팎에서 제기되었던 것 같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사회 변화가 많았는데 교육 개혁에서도 여러 요구가 대두되었는데, 전교조가 그런 요구를 잘 받아서 개혁을 잘 추동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고민한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수저 계급론이니 하면서 공교육이 힘을 잃고 교육을 통해 계급이 세습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는데, 왜 교사운동이 그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또 하나는, 교사단체나 교사노조를 둘러싼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이 좌담을 한다고 해서 최근 교사노조 관련 연구를 하시는 분들께 들어 보니, 지금은 노조가 복수화되고 전교조에 있던 사람들이 나와서 다른 운동 방식의 노조를 만들면서 복잡한 구도가 됐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조직 진단했을 당시에도 이미 전교조를 만들었던 창립 세대와 아주 다른 ‘임용 세대’가 현장에서 다른 욕구나 운동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은 ‘MZ 세대(밀레니얼 세대 + Z세대)’라고 해서 그들이 현장 주체로 나서게 되면 또 다른 욕구와 운동 방식을 요구할 것이다. 이런 문제에 더해서, 앞서 말했듯 우리 사회 불평등 구조가 고착화되는 와중에 교육 공공성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는데, 그러한 안팎의 과제를 지금 교사운동이 잘 대비하거나 풀어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노동자라는 선언과 그 이후

 

공현 

교사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노동조합이라는 형태, 노동운동으로서의 성격일 것 같아서 노동운동으로서의 측면을 먼저 이야기해 보려 한다. 전교조 창립도 ‘교사도 노동자다’라는 선언이 가져온 파급력이 컸다. 일단 노동자로서 교사의 노동 조건 등을 개선하기 위한 운동이란 점에서 교사운동은 노동운동이라는 점은 당연하다. 다만 오늘날 교사운동의 주체들이 다른 노동자들과 얼마나 연대 의식을 가질까 하는 점은 궁금하다. 특히 교사가 전문직이고 전문성을 강화·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커지는 현상과 노동운동 성격 사이의 긴장은 없을지 궁금하다.

 

이영주 

노동조합이 한국 사회에서 많은 부분에서 편견을 감수해야 하고 이는 좌우가 동일하다. 보수 쪽에서 보기엔 노조가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악의 중심이다. 반면 진보 쪽에서는 노동조합을 공공 기관이나 복지 기관으로 대하는 불편한 순간들이 있다. 다양한 단체나 개인이 본인이 필요하다 생각한 걸 노동조합에 요구하고 질타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과 세상의 변혁을 위해 만든 조직이고 자주적으로 사업과 목적을 결정한다는 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애정이나 연대와 별개로 자주권은 존중되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교사가 전문직이라는 이야기에 대해선, 한국 사회에서는 별도의 선발 자격이나 자격증이 있으면 다 전문직이라는 정도가 되었다. 최근 ‘교권 논쟁’이 있는데, 사실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학생의 인권에 대립되는 교사의 권력으로 인식하는 과도한 경우도 있지만, 사회 전반적인 인권의식의 변화도 있으니 그런 인식이 주류는 아니라고 본다. 교권과 관련하여 여러 고민이 존재한다. 노동자인 교사의 노동권으로 교권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교육권’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재 교사는 법적으로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 학생에 대한 학업 성취도 평가권과 교육과정 편성권은 교육부 장관의, 교육과정 운영과 교육과정 편성권은 교육감의, 평가, 생활 지도는 학교장의 권한이다. 교사의 법적 임무는 학생 교육인데, 교사의 법적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핵심 교육 당사자인 학생, 보호자, 교사에게 교육 활동 관련 실질적인 권리와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교육권’을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다. 전교조는 그동안 사회 민주화, 대정권 투쟁, 교육 공공성과 학교 민주화 투쟁에 집중해 왔고, 노동조합이지만 조합원 전체가 노동계급적 고민을 할 계기가 많지 않았다. 이 부분은 정확히 진단하고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학교라는 상징적 공간에서부터 정권과 자본의 노동자 분열 정책에 대해 좀 더 깊게 고민하고 함께 계급적 논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조장우 

전교조 창립 당시 ‘교사도 노동자다’라고 선언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노동3권 등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전교조는 다른 노조에 비하면 교육 문제뿐 아니라 다른 여러 사회적 사안에도 목소리 내고 영향력을 끼쳐 왔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볼 때는 합법화 이후 전교조의 규모가 커졌고 다른 교사노조도 생겼는데, 현재에는 다른 노조나 단체와의 연대보다는 교사들의 권익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향성이 더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보호하라는 요구도 더 커지는 듯한데, 교사의 노동자성과 전문성이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동 기본권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일부 단체에서 앞세우는 전문성 강화·보호 주장은, 교사들에게 계속 닥쳐오는 노동 조건 개악 등에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투쟁하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교사들은 정치 기본권이나 노동 기본권도 제대로 보장이 안 되고 있지 않은가. 사회 전반의 노동 조건 개선에 관심을 갖고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할 때,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전문성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병훈 

예전에 조직 진단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 당시에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전교조 조합원들이 교직 정체성과 노동자의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런 부분이 운동의 방향과 갈피를 잡는 데 어려운 점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육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금융도 그렇고 공공성을 추구하면서도 전문직이라 이름할 수 있는 부문의 노동운동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교사는 특히 교육대·사범대에서 같은 교육과정을 거쳐 배출되는 등의 특수한 조건을 가진다. 그런 조건 속에서 노동자라는 정체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이 교사노조에게는 두고두고 과제가 아닐까 싶다.

교수로서 고담준론 비슷하게 말씀드리자면, 진보적 시각에서 교사운동을 논의한다면, 응당 교육의 공공성이란 차원에서, 단순히 경제적 보상을 받는 의미 이상으로 교직으로서 추구하는 가치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잘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개인 실천의 수준이든 정책의 수준이든 교사노조가 그런 방향에서 얼마만큼 교육 공공성 개혁을 잘 추동하고 현실화시키고 있는지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향에서는 우리가 통상 노동운동을 이야기하면 연대의 가치가 중요하게 강조될 수밖에 없는데, 과연 교사노조가 교사들끼리의 연대이든, 아니면 기간제 교사나 교육 공무직 등 교육 현장의 다른 노동자들과의 연대이든 잘 추구하고 실천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다.

요컨대, 교사노동운동이 교직과 노동자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잘 조화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것과 더불어, 진보적인 관점으로 교육의 공공성과 노동자로서의 연대성을 어떻게 잘 실천하고 구현하고 있는지가 평가받을 점이 아닐까 한다.

 

공현 

교사가 노동자로서 자신의 노동과 그 노동에 필요한 자율성, 권한, 숙련성을 인정하라고 하는 의미에서 전문성 이야기는 노조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문성을 이야기할 때 다른 교육 관련 노동자들과 차별화하려는 욕구도 배경에 있지 않나 고민이 든다.

 

김한울 

예를 들어 제조업 분야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우리 직종의 전문성을 위해서 뭘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노조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은가. 전문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은 교사라는 정체성하고 너무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고, 교사는 무언가 다른 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는 맥락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 제어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교사도 노동자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지금도 “선생님들도 노동자입니다”라 하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반응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교사도 노동자다’라는 것이 교사운동, 교사노동운동 내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되는 과정이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정용주 

학교에서 교사와 교육 노동자, 학생, 학부모들이 그 안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하고 운영할 것인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고 그 안에서 숙련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목표는 교사의 노동권이 확보되는 것을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진보 교육감이라든지 일부 교사단체들이 과도하게 전문성 담론으로 접근하는데, 전문성 담론은 노동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숙련 체제 등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다면 통제의 모델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나오는 전문성 담론들이 대부분, 어떻게 좋은 교사를 선발할지, 어떤 엄격한 임용 체제를 거치게 할지, 어떻게 하면 자격 체제를 좀 더 확장해서 능력 있는 교사를 걸러낼지, 일정 기간마다 교사 자격증을 갱신하게 해야 하지 않은지 그런 내용이다. 그런 제도들을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연구하고 있다. 전문성 담론이 통제 담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공현 

근래 학교의 다른 노동자들이나 기간제 교사 등의 노조와 교사노조 사이의 갈등이 불거졌다. 물론 이는 이영주 님 말씀대로 학교만의 문제는 당연히 아니고, 다른 현장에서도 나타나는 문제이긴 하다. 돌봄 업무의 지자체 이관에 관련해서 교사노조와 다른 돌봄 노동자들의 노조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고, 교사노조연맹에서 〈초·중등교육법〉에 교육 공무직을 명시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등의 모습이 있었다. 또, 교직원회, 학생회, 학부모회 등을 법제화하는 학교 자치 강화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교직원회는 교사 외의 직원도 포함되기 때문에 교사단체 중 반대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학교 안에서의 노동의 위계가 복잡하고, 학교 자치 문제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이영주 

30여 년 전, 전교조의 ‘교사도 노동자다’라는 주장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당시에는 제조업만 노동자라고 생각하고 차별하던 사회적 분위기에서 전교조의 외침은 제조업뿐 아니라 일하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이고 상징적으로 교사가 노동자라고 함으로써 노동자의 범위를 넓히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규 교사들도 ‘나도 노동자인데 왜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 안 해 주냐’라고 항의할 정도로 그런 생각은 보편적으로 퍼졌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성과 노동자성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종 간 갈등이라 본다.

전문성이라는 말을 ‘우리 직종은 특별하고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건 반대한다’라는 맥락으로 쓸 때가 있다. 이를 공정성이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따지자면 모든 직종이 다 특별하다. 교사나 공공 부문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이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사회를 함께 구축하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의식의 전환을 만들어 내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할 때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다. ‘누구나 비정규직 철폐는 찬성한다고 말하는데, 자기 사업장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반대한다.’ 자기 일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손잡을 수 있을 때 비정규직 철폐가 가능해질 것이다.

 

조장우 

2017년 전교조는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결정을 했다. 말씀하셨듯, 법에 교육 공무직을 명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교사노조연맹과 의견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2020년에 코로나19로 공적 돌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시기에도 다수의 교사운동단체에서 학교 돌봄의 지자체 이관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몇 가지 이슈에서는 진보적 교사운동단체도 교총과 같진 않지만 비슷한 입장을 보이곤 한다. 학교라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의 권리 신장에 대해서 교사운동단체들이 교사의 권리 침해로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것은 내 생각에는 현실을 잘못 판단하는 것 같다.

교사가 되려면 입시부터 해서 사범대·교대, 임용 시험 등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 좋은 교사가 되는 데 다양한 절차가 있을 수 있는데, 현재의 이런 과정이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교사 양성·임용 제도가 그런 생각을 가진 교사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인가 싶기도 하다. 언론 기사에서 봤던 건데, 함께 일하는 교사가 기간제 교사의 눈앞에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서명을 받더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문제가 학교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서울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입사 방식, 숙련성, 전문성, 학벌…… 이런 걸 따지면서 처우를 달리하는 게 정당한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지속되어 왔던 것 같다. 좋은 일자리가 계속 없어지고 불안한 일자리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힘없는 을들의 싸움이 안타깝게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 본다. 노동에 대한 인식의 변화라든지 사회 변화로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나는 교사운동이 학생의 학교 졸업 이후의 노동하는 삶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용주 

범사회적 차원에서 어떻게 비정규직 문제를 다룰 것인가 하는 합의의 문제이기도 해서 전교조의 문제로 부각시키고 싶진 않다. 특히 진보 교육감 등도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을 도입하고 교재도 보급하고 있고, 그런 것들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전교조임이 분명하다.

교육부 등에서 파견 생활을 할 때 많은 단체들과 회의를 해 보면, ‘공정한 룰’에 대한 합의가 잘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들어왔으면 같은 일을 해도 다르게 대우받아야 한다, 그게 공정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다르게 들어왔더라도 같은 일을 하면 같게 대우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합의를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문제만도 아닌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좋은 일자리에 대한 자본의 총공격이 계속 있어 왔다. 사실 한국은 외국과 비교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교사의 이직률이 낮다. 교직을 나가면 낭떠러지이니 싫으나 좋으나 버티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진입한 그 자리에 대한 보호 의식도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을 악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꺼내 놓고 풀어야 할 사안인데, 정규직이 과하게 누린 기득권이 있다면 그것도 내려놓아야 할 것이고, 호봉제가 옳은지 등 쟁점이 많다. 합의가 쉽지는 않을 텐데, 좋은 노동과 일자리의 관점에서 합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병훈 

사실 내가 현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관여를 했다. 그런 과정에서 듣게 되었던 것이 교육부의 정규직 전환 협의에서 교사노조들의 반대 입장이 크게 표출되었다는 것이다. 말씀하시듯이 한국 노동 시장의 격차 구조, 이중 구조 등은 교육뿐 아니라 어디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노동운동에서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할 가치가 연대인데, 다른 공공 부문에서는 노동조합이 나름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에 포용하고 연대하는 것을 선도하고 여론을 끌어가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교사 부문에서는 왜 교사노조 등이 그런 연대를 주도하지 못했을까? 이런 지적은 필요할 것 같다.

 

공현 

막연히 생각해 본 건데, 교사노조들이 분화되어서 서로 교사 대중에 어필하려다 보니까 대중 영합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으로 경도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용주 

교사가 아닌 교육 공무직 등의 경우는 무기 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상당히 진척이 됐다. 그런데 교사의 경우는 제도적으로 좀 더 복잡한 문제가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가령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다른 분야에서 하는 것처럼 할 수 있는지, 임용 제도라거나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 제도적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영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이 우리 사회의 변혁적 전진이 되도록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함께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당사자의 교섭 영역이기도 하다. 2017년에도 전교조의 입장보다는 비정규직 당사자의 입장이 더 중요하게 여겨져야 했다.

관련 문제로 전교조가 비판을 많이 받았고, 전교조 창립 초기의 ‘교직원노조 선언’과 비교하면 계급적 의식이 변질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다양한 업종의 사업장에서 비슷한 사안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다. 2006년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 악법 제정 이후 진보 세력이 막아 내지 못하는 사이에 광범위하게 비정규직이 확대되면서 심화된 문제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요즘 능력주의와 공정성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전개되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전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철폐 운동을 하면서, 사회적 지혜를 모아 구체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때이다.

 


자발적 운동과 담론을 끌어갈 힘이 줄어들었다

 

공현 

교사운동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 교육운동에서 중심 세력이었다. 교육운동으로서 교사운동은 진보 교육감 당선이나 혁신 학교 확산 등 이후로 제도 안에서의 실천이 더 증가했다는 인상도 있다. 교사운동이 더 우호적 조건 속에 확대되었다고 보는지, 어떻게 보는가?

 

정용주 

《오늘의 교육》 50호(2019년 5·6월)에 〈활성화된 운동은 적절한 제도를 찾아야 한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영원히 운동은 운동으로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도와 운동이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발적인 ‘작은학교운동’을 혁신 학교 제도가 담아내기도 하고, 마을에서의 교사들의 실천이 마을교육공동체로 제도화되기도 하고 선순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진보 교육감이 선출되면서 일종의 열린 공간이 생기고 또 다른 기회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운동이 지나치게 제도를 지향할 때 가지는 문제점이 있다. 과거 실패한 대표적 운동이 ‘열린 교육 운동’이었는데, 관료적이고 행정적으로 접근했을 때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그렇단 건 아니지만, 장학사를 누구를 보내고 교육청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 하는 것을 운동의 목표로 삼게 되면, 운동 자체가 지나치게 정책, 사업, 제도로 수렴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교육청의 학교 지배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자발적인 교사운동이 어떻게 복원되고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인지를 놓치지 않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장우 

진보 교육감 당선 이후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학부모 활동가들도 몇몇은 교육청 같은 곳에 들어가서 밖에서 이야기하던 것을 안에서 이야기하고 펼치기도 했다. 다만 그런 과정에서 교육청이라든지 제도권 안에 가장 많이 들어갔던 것은 정규직 교사들이었다. 그러면서 교사운동의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개개인들의 자발성이나 주체성, 의지를 가지고 활동하고 교육을 했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그런 건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진보적 교육 의제 일부를 제도로 만들어 내기도 하고, 거기에 만족하기도 하고, 들어가 봐도 안 되더라, 교육감이 바뀌어도 안 되더라 하면서 의지가 꺾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이 들어가도 밖에서 보기엔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컨대 우리 지역에서는 교사운동, 시민사회운동을 하던 이들 중 일부가 교육청에 들어갔는데, 들어간 뒤로는 오히려 교육청을 방어하는 데 힘쓰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운동으로서의 힘은 축소되었다고 생각한다.

 

정용주 

운동이란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담론을 끌어가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운동 안에서 사라진 논의, 담론이 있다. 가령 교육 자치를 일반 자치와 분리하는 모델로 계속해서 갈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생산적 논의가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방자치강화추진단에서 일반 자치와 교육 자치를 통합하는 중장기적 비전을 이야기했다가 빼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그런 주제를 말하면 안 되는 분위기가 고착화되어 있다. 그 외에도 ‘교육감 직선제가 꼭 옳은 것인가’, ‘교육장까지도 선거로 뽑자’라든지도 이야기가 안 되고 있다. 그리고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이후로 그 안으로 프로그램과 사람이 공급되고 정책을 만들어 학교에 내려보내는 구조이다. 그런데 외국에서도 장학 조직을 행정 조직과 분리시키고, 어떻게 하면 교사가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서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지원하고 컨설팅할까 고민하고 있다. 그런 논의가 없이 다 교육청이 키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운동이 담론을 주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현 

교육운동 측면에서는 학생인권 문제를 두고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부분적 체벌 금지 조치를 비롯해 학생인권의 신장 이후로, 교사들의 노동 조건이나 위상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두려움이나 불만이 많다. 학생인권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커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체벌 금지도 그렇고 학생인권 신장이 이루어지면서, 그에 걸맞는 지원이나 변화가 있어야 했다. 학급당 학생 수 감소라든지, 학업 부담 감소라든지, 경쟁 교육의 개혁이라든지. 그런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학생인권 개선 조치가 교사 개인에게 ‘체벌 등 강제적 수단을 쓰지 않고 알아서 잘해라’라는 메시지로 다가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건 다르게 말하면 교사운동이 학생인권이라는 의제를 교사운동 자체의 의제로 충분히 받아들이고 교사들에게 교육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정용주 

약간 다른 결로 말씀드리면, 지금 한국에서는 ‘학생은 현재의 시민이다’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최근에 프랑스에서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온 분에게 프랑스는 학생들을 시민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학생인권, 청소년인권이 억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비판하다가 일종의 과잉이 된 측면은 없나 돌아보게 되었다. 청소년인권 논의를 할 때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관계를 강조하는데, 학교 안에서는 여전히 교사-학생 관계가 강하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통제의 관점이긴 하지만, ‘어른 없는, 스승 없는 성장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도 던져 볼 수 있다. 가령 의사-환자 관계에서 환자가 의사의 전문성을 믿고 치료 과정에 임해야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교사-학생 관계에서도 교사의 역할이 있다는 이야기다. 두발·복장의 문제에 관해서도 통제와 규제 차원이 아니라, 머리카락을 염색한다든지 화장을 한다든지 하는 것에 대해 제언을 한다든가 교육적 개입들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담론도 교사들 사이에는 존재한다. 이런 문제가 참 풀기가 어렵더라.

 

김한울 

정용주 님이 학생을 시민으로 보는 게 맞는가 하는 질문을 이야기하셨는데, 그러면 ‘시민이기 이전엔 인권이 없나?’ 의문이 든다. 아무리 학급당 학생 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폭력을 행사하는 게 정당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학급에서의 어떤 상황들이 교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라면, 그건 그냥 그 상황의 문제인 것이다. 그걸 폭력의 불가피성을 어필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런 말이 나오는 건 인권이 선택 가능한 것인 양 경시하고, 체벌이나 인권 침해를 과거부터 용인해 온 분위기와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사 사회 안에서도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개선되기 힘들지 않나 싶다. 폭력이라는 개념도 정서적인 폭력이나 방임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 내에서의 인권 문제도 감수성이 확대되어야 한다. 그런 것을 개선해 나가는 게 교사운동의 역할이지 않나.


정용주 

맞는 말이고, 교육이 인권의 기반 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게 사회적으로도 합의되어야 하고 교사들도 감수성이 발달해야 한다. 하지만 인권 문제를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다수결에 의해 인권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에도 자주 부딪치곤 한다. 또 하나, 학교에서 학생인권을 보장하려고 하다 보면 가장 먼저 부딪치는 게 학부모들이다. 인권교육을 하면 교육청에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

 

조장우 

교사들 중에 학생인권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꽤 있다. 이야기해 보면 그런 교사들은 사실 동료 교사의 눈치를 보거나 노조 간부,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한다.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운동을 할 때도 전교조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교사들도 동료 교사, 조합원을 설득하는 것을 힘들어하더라. 사실 학생인권을 보장한다고 해서 교사의 권리가 후퇴하는 것이 아닌데 학교 현장에는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많다. 최근 교사의 명예퇴직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학생인권 개선과 결부지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스쿨 미투도 중요한 학생인권 문제인데, 대부분 교사들이 학생인권은 보장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의 스쿨 미투 사건을 접하면 ‘그건 너무 민감해, 과해’라고 반응하는 등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 지금은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나 문화를 지킬 수 있는 교사운동의 힘이 많이 약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교사운동이든 학부모운동이든 청소년운동이든 학교 안팎에서 인권을 지키기 위한 힘을 키워 나가야 하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뀌어도 체제가 전환되지는 않는다

 

공현 

과거 교사운동이 표방했던 가치들, 가령 ‘참교육’이나 ‘교사도 노동자다’ 등이 어떤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가치나 표어의 의의와 한계는 어떤 것일지, 변화하거나 보충되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사운동에 대해 제안하거나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보태 달라.

 

이영주 

한계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심화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나는 전교조 운동에서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집중해야 할 부분이 ‘참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전교조 강령에서 참교육의 목적은 자주적인 민주 시민 육성이다. 이는 자신의 삶에 주체적이면서 협력하는 인간이라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형인지 좀 더 고민해야 할 때이다.

2019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에서 ‘민족·민주·인간화’라는 참교육의 이념은 아직도 유효한가 하는 토론회가 있었는데, 많은 사람이 모여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민족·민주·인간화’를 유지하며 확대 포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현 사회의 변화 상황과 학생의 주체성을 더 잘 담아낼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 외에도 생태·인권·평화·노동, 여성 등 다양한 가치의 제안이 있었다. 참교육의 가치와 내용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교사도 노동자다’라는 구호는 30년 전에는 단결권을 요구하는 외침이었다면, 지금은 온전한 노동3권을 포함하여 노동 기본권을 요구하는 구호이다. 교사의 노동 기본권 쟁취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쟁취를 만들어 낼 디딤돌이다. 지금 전교조는 법외 노조 투쟁 승리로 단결권을 확인했을 뿐, 이제 단체 교섭 승리, 단체 행동권 쟁취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교육노동운동에 대한 고민으로 작년에 새로 만들어진 현장 조직이 ‘교육노동자현장실천’이다. 교사라는 직종을 넘어 교육 부문 노동자의 단결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교육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가 새로 발생하지만, 또한 그 문제들을 해결하고 돌파하기 위한 움직임도 계속 이어진다. 이런 모습이 전진이고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이병훈 

그동안 전교조나 교사운동이 표방했던 가치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앞으로도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는 데 동의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코로나19 이후도 그렇고,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큰 난제이자 시대적 과제는 불평등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문제는 교육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생태·인권·평화·노동이든, 민주 시민이든 교육 현장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사회 구성원을 교육시킬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사노조이든 교사운동 안에서 그런 점이 얼마나 고민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고민과 대안이 필요하다. 아울러, 교사들이라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에 속한 만큼,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사운동이 이뤄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앞서 전문성 관련 논의에 대해 첨언하고 싶은 의견이 있다. 전문성이 통제 담론일 수 있다는 지적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공공성 등을 위해서 더욱 교육적 성과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대안, 우리 식으로 잘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공공성과 효율성을 대립 개념처럼 이야기하곤 했는데, 왜 우리가 공공적인 효율성을 생각할 수는 없을까? 좋은 가치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더 많은 산출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면 대중적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현실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담론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용주 

세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첫째로 나도 제일 관심 있는 주제가 불평등이고, 특히 ‘민주적 불평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점점 개방적으로 되어 가는데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가난한 학생들이 배제된다. 가난한 학생들이 시민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충분한 교육을 학교가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 특히 과거에는 교대가 공부는 잘하지만 가난한 학생들에게 좀 더 포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교대에 중산층 이하는 거의 진입을 못 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고민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노조는 결국 당파성을 추구하면서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자기 이익을 외친다고 해서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이유는 없다. 꼭 공익적이지 않더라도 자기 생존을 위해 들고나올 수 있다. 그런 계급적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함께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로서의 의식과 연대 노력이 더 필요하다.

세 번째로 이병훈 님 이야기에 답을 하자면, 우리가 선발이 아닌 성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선발을 강조하고, 그렇게 우수한 사람들이 선발돼서 하고 있는 게 지금의 학교 모습이다. 교사에게 좀 더 자율성을 주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다른 교사의 수업을 보면서 성장하는 등 내부에서 전문성과 숙련 체제가 발달해야 한다. 그러면 좀 부족한 교사들도 함께 성장하는 체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조장우 

우리 단체도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단체 이름도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이다.(웃음) 참교육이 중요한 가치임은 분명한데 활동으로 펼쳐져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교사 운동과 교육운동에 활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에 연대, 평등 등의 가치를 채워 나가면서 같이 운동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나는 교육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이 사회를 또 변화시킨다는 믿음으로 교육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사회를 바꿀 힘을 교육을 통해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교사운동이 학교 안팎에서 연대를 통해 교육운동으로 또 사회운동으로 확산되고 함께 실천해 가면 좋겠다.


이영주 

세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첫째,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체제가 변화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 일부 운영의 민주성은 강화되어도, 공교육 체제 개편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진보 교육감의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교육 주체들의 투쟁으로 돌파해야 할 일이다.

둘째, 전교조 운동은 ‘내가 발 딛고 있는 학교를 바꿔서 세상을 바꾸자’는 운동과 ‘세상을 바꾸어서 교육을 바꾸자’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세월호 참사 투쟁,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투쟁 등 법외 노조 시기에는 대정권 투쟁이 중심이었다면, 합법화된 요즘은 내가 발 딛고 있는 내 삶, 내 학교, 내 주변부터 바꾸어서 세상도 바꾸자는 요구들이 많이 대두되고 있다.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가진 문제의식을 반영한 실천이나 권리 요구 투쟁도 중요한 노조 사업이다. 이를 전체적 투쟁으로 모으고 전선을 만들어 가는 게 집행부의 몫이다. 전교조는 미래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참교육은 학교 안에서뿐 아니라 학교를 졸업한 학생에게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안을 드린다. 오늘 연대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별 만들기’라고 한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노동자의 차별을 만들어 노동자를 관리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노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뛰어넘어, ‘노노 단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기획해야 한다. 그 방법은 결국 공동의 투쟁이다. 나는 학교 파업을 꿈꾼다. 유럽이나 남미에서 가능한 일을 한국에서 못 할 이유가 없다.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의 다양한 노동자들이 각자 자신의 요구를 걸고 공동 투쟁을 전개하자. 다른 노동자들과 갈등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맞서자. 올해는 기후 위기가 그 공동 투쟁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김한울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해서 학부모 정체성도 가지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이 민주적인 의사결정이나 조직 운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사실상 현재는 노동조합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교도 그런 경험을 하고 민주주의를 훈련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학교가 가진 가능성, 교사운동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단지 학생들이 성장하는 곳일 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지역의 주체로 형성되는 구심이 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교사운동이 기존 주체로서 전체 운동에서 민주적 주체들을 성장시키는 공간으로 학교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의 주체들이 의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새로운 운동의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운동이 다른 주체들과 함께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간다면 운동을 더 신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지 않을까.

 

공현 

이야기를 하고 보니 사실 각각의 주제들에서 더 깊게 고민하고 토론할 이야깃거리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아쉽지만 이후에도 다른 기회에 교사운동, 더 넓게는 교육운동에 대한 논의가 풍부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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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