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호[특집] 에듀테크는 로봇 교사를 꿈꾸는가 (공현)

특집 / 새로운 기술, 새로운 교육?


에듀테크는 로봇 교사를 꿈꾸는가

‘보조’와 ‘맞춤형’을 내세우는 에듀테크 담론


공현

gonghyun@gmail.com

본지 기자



심너울의 SF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는 아기자기한 이야기이다. 바닷가 시골의 학생 1명, 담임 교사 1명, 분교장 1명뿐인 ‘배추초등학교’에 어느 날 로봇이 설치된다. 담임 교사는 ‘정부에서 또 돈 낭비 하는구나, 귀찮겠네, 기계랑 친구가 되는 게 괜찮은 건가’ 하고 생각하지만 하나뿐인 학생, 유림은 이 로봇을 꽤 좋아하고 곧바로 ‘튜비’라는 이름도 지어 준다. 게다가 이 로봇은 수업 중 교사의 말에 끼어들어 먼저 설명해 버리기까지 한다. 담임 교사가 위기감을 느껴 자기가 로봇보다 나음을 확인받으려고 노심초사하면서 이런저런 해프닝이 벌어진다.


이 소설은 로봇이나 인공 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이 자신의 역할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대해, ‘그건 인간의, 어른들의 기우일 뿐이야, 어린이는 이렇게 문제없이 잘 적응해서 살잖아’라고 낙관하는 태도를 담은 듯 읽히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담임 교사의 호들갑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튜비가 별로 대단한 로봇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튜비는 인공 지능이라기엔 아직 사람과의 대화도 어색하고 질문을 던지면 정보를 검색해서 대답해 주는 정도에 그친다. 유림이 이 로봇을 좋아하는 이유는 로봇이 똑똑하거나 지식을 잘 가르쳐 줘서가 아니다. 학교에 마땅한 친구도 없는데, 아무 때나 말을 걸면 반응이 돌아오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다. 그러니 사실 이 소설이 꼬집고 있는 지점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게 될 미래의 가능성이라기보다는, 심화되는 지역 격차와 비도시 인구 감소, 그리고 자원 배분이라는 현존하는 문제가 아닐까.

 


에듀테크가 그리는 미래

 

이 단편 소설이 떠오른 건 에듀테크 도입을 낙관하거나 주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있는 교육의 미래 구상을 정리해 보기 위한 취재를 하면서다. 나는 예전에 막연하게 인공 지능이라든지 새로운 기술들로 돌아가는 교육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교사나 학교의 역할이 대부분 로봇이나 컴퓨터로 대체된 모습을 상상했던 것 같다.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시간표를 제시해 주고 인터넷 강의를 연결해 준다든지 말이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의 주장은 오히려 기술이 교사를 대체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었다.


이러한 주장과 전망을 취재하는 과정에선 ‘아이스크림 미디어i-Scream Media’ 고규환 전략기획실장을 인터뷰했고 《AI교육 혁명》(이주호 외(2021), 시원북스) 등의 책과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았다. 인터뷰 및 내용 기획은 강석남, 진냥 두 편집위원과 협력하여 진행했다.


먼저, 에듀테크 도입이 심화되면 AI 기술이 적극 활용될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이다. 에듀테크에 긍정적인 이들은 AI가 전면 도입되더라도 교사의 역할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 거라고 보았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미래의 교육에서도 교사들은 학생들과 만나고 부대낄 것이다.

 

학교의 행정 및 평가 업무에 인공 지능이 도입되면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에 따른 고충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일부 교사들은 인공 지능이 교직을 대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 지능은 교사를 대체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교사를 지원하고 더 나은 교사가 되도록 돕는다.

- 이주호 외(2021), 《AI 교육 혁명》, 시원북스, 166쪽

 

고규환 / AI나 기술들로 인해 교사들이 직업의 안정성을 불안해하진 않아도 된다고 본다. 그걸 가지고 학생들에게 뭘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그런 기술들은 교사를 보조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습을 격려하거나 지시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역할은 인공 지능이 하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라 본다.

 

물론 교사의 역할과 직무가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에 관해 자주 등장하는 말이 ‘티칭이 아닌 코칭’이라거나 ‘상담가’, ‘조언가’와 같은 표현들이다. 교과 지식을 강의하고 전달하는 역할은 AI나 교육 콘텐츠에 맡기고 학생들과 소통하고 멘토링 하는 역할에 더 주력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가 학생을 파악하고 학생과 소통하는 데 AI를 비롯한 에듀테크가 유용한 도구가 되어 줄 거라고 한다.


에듀테크가 교사를 보조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AI에 대한 인식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에듀테크 분야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고 학교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고규환 실장도 이렇게 답했다.

 

고규환 / 교사, 학생, 혹은 학부모까지 연결해 주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영향을 끼치는 에듀테크라고 생각한다.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위두랑’이라든지 ‘e학습터’, ‘EBS 온라인 클래스’, 아니면 기업에서 만든 하이클래스 등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특히 그 필요성이 더 부각됐다. 직접 만나지 않는데 계속 소통을 할 때 교사 입장에선, 만일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해서 언제든 연락을 받으면 사생활과 업무가 구분이 안 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아, 학생이 이런 요청을 했구나’ 하는 걸 바로 알아차려야 한다는 상충되는 요구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중간에서 학생의 요청을 교사가 바로 파악할 수 있게 하되 교사의 사적 영역은 보호해 줌으로써 교사들이 좀 더 마음 놓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약 20년 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도입될 당시 교사단체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였다. 그 주된 이유는 첫 번째로 학생과 교사의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 장기간 보관한다는 점 때문에 정보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NEIS에 정보 입력이나 관리 등에서 교사의 업무 과중화가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NEIS는 결국 정보 분산이나 수집 항목 축소 등의 개선을 거쳐 도입되었는데, 그럼에도 NEIS 업무를 떠안은 교사들의 과로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NEIS와 에듀테크에 대한 학교 현장에서의 온도 차이는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NEIS가 업무의 추가, 가중이었던 데 반해, 콘텐츠 제공 기업이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등의 에듀테크는 교사에게 점점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던 상황에서 수업이나 여타 학생 관리 업무를 좀 더 수월하게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반대로 이런 질문을 던져 볼 수도 있다. 기술은 교사의 업무를 도와주고 있지만, 그런 기술이 있기에 교사에게 요구하는 역할과 업무가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본래라면 여러 명의 노동자를 배치하고 협업함으로써 해야 하는 역할인데, 효율화된 기술이 도입되면서 교사가 더 전면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모두 소화해 내게 된 것은 아닐까? 물론 기술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정부는 교육에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기보다는 교사들에게 과중하고 다면적인 역할을 요구해 왔으니, 이런 질문은 다소 부질없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개별화, 맞춤형 교육이라는 청사진

 

AI 교육이 전면화될 경우의 변화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것이 바로 ‘개별화 교육’,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지리라는 전망이다. AI가 학생 각각의 상황과 수준을 파악하고, 거기에 적합한 과제나 교육 콘텐츠를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제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규환 / AI가 도입되면 학생 맞춤형으로 개별화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다. 교사 1명이 학생 30명에게 각각의 진도와 수준에 맞춰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평가하고 피드백해 주기란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AI가 도입된다면 ‘수포자’ 같은 게 없어지게 되지 않을까?

 

또한 ‘AI 개인 교사’가 학생들의 말과 행동을 개별적으로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교사에게 전달하고 적절한 개입이 가능케 할 거라는 계획도 있다. 한발 더 나아가면 학생의 진로 선택이나 교육 코스도 AI의 보조를 받아 설계할 수 있을 거라고도 한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가 각각의 학생들을 좀 더 살피고 상호작용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는 해묵은 요구이다. 그러나 굉장히 그 정당성도 필요성도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과제이기도 하다. AI 교육으로 대표되는 에듀테크가 기대받는 것은 이 과제를 우회하여 해결할 수 있을 듯해 보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또한 이는 기술을 통해 교육을 혁신하자는 요구의 밑바탕에는 현재의 교육 현실에 대한 불만이 내재해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책에서나 AI 교육의 청사진을 그리는 언론 기사들에서나, ‘개별화’, ‘맞춤형’ 교육이 지향하는 교육 목표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는 것은 마음에 걸렸다. 즉, 대부분의 사례가 학생이 교과 지식을 습득하고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적절한 학습 과정을 제공하고 평가와 피드백을 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현재 제도하에서 에듀테크가 또 다른 입시 경쟁의 도구로 수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AI 교육이 도입되면 “학생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대학과 직장을 선택할 수 있고, 대학과 기업 역시 가장 적합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라면서 수능 시험 등은 서서히 사라질 거라는 장밋빛 예상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불평등과 서열화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대학과 직장’이란 무엇인지, 지나친 낙관론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AI에 의한 ‘맞춤형 교육’이 교육 문제의 궁극적 해법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대답해야 할 질문들이 많이 남아 있다.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

 

고규환 / 본래는 교육 현장에 새로운 기술과 방식이 도입되려면 안정성, 타당성, 매력, 경제성 등에 대해 많은 검토와 평가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가능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기준이 무너졌고, 전국의 선생님들이 ‘이렇게 쉽게 학교 현장이 변화할 수 있단 말야?’ 하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에듀테크의 방향이 잘못 설정될 수 있다. 충분한 고민이 없이 멋있어 보이고 화려해 보이는 것이 ‘미래 교육’인 것처럼 여겨진다면 정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부분들을 놓치게 된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고 합의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이견이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사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논의라든지 합의라든지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왔던지, 그림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언론 등으로 대표되는 의견들에 많이 의존했던 것 같고, 대체로 여론 조사나 선거를 통해 도출된 결과에 따랐던 것 같다. 교육 제도와 정책이라는 세부 영역에서는 이보다는 더 정교하고 꼼꼼한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나 ‘민주시민교육’과 ‘인적 자원 개발’을 함께 내걸고, 실제로는 입시와 취업 경쟁에서의 생존과 승리가 목표가 되어 버린 이도 저도 아닌 교육 현실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작동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더 구체적인 의제 설정과 공론화의 절차를 고민해야 기술의 선용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우리의 코앞에 와 있다면, 이에 대한 논의도 바로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❶ 단편집 [심너울(2020),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아작]에 수록되어 있다.

❷ 이주호 외(2021), 앞의 책,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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