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호[특집]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저지 투쟁의 의의와 한계 (이용기)

특집/자본주의 교육, 어떻게 반대해야 하는가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저지 투쟁의 의의와 한계

- 교육운동 연대 단체의 활동을 중심으로



이용기

iidee21@hanmail.net

경북 영덕에서 중학생들과 생활하는 교육노동자이다.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학생·청소년의 인권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함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차별을 정당화하는 공정성


지난해 주위에 고3 수험생이 있어서 대학 진학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학교 성적이 비교적 높은 학생이어서 소위 ‘명문대’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성적이 낮은 학생이 같은 학교에 원서를 접수하고 합격하는 것을 보고 노력과 결과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는다며 부당하다고, 그 학생은 주장했다. 대학에 합격하는 것은 초·중등 12년간 학생 본인이나 가족들이 모든 역량을 투입하여 준비한 것에 대한 보상이 되고 말았다. 


경쟁과 그에 따른 차별적 보상이 사람들의 뼛속까지 내면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입시라는 치열한 경쟁을 통과한 학생들에게 입시는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을 확인하는 제도가 아니라 자신들이 희생한 시간과 노력을 숫자로 정량화하여 등급을 매기는 장치이며 그에 따른 대학은 ‘브랜드 가치’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이라는 좀비가 끊임없이 되살아나 학교와 학생의 의식을 점령하고 있다.


최근 ‘공정성’ 담론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개인주의적 사고가 확산되면서 ‘평가 도구의 정당성’보다 결과 처리의 공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계적 공정성’이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 흐름이 형성되었다. 2019년 ‘조국 사태’는 공정성 담론을 사회적으로 의제화하고, 감히 도전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부각시켰다. 사회적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나 할당제는 불공정의 상징이 되어 공격 대상이 되었다. 조국 장관의 부정이 사회적 논쟁의 지점이 되고, 더 큰 부정을 저지른 자들에 대한 고발 뒤에 숨어 면죄부를 구하는 정치적 쟁점이 되어 대선까지도 이어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미국의 명문 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수구보수당의 젊은 대표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며 편 가르기 정치를 시도하였다. 2022년 한국의 일부 20~30대 젊은 남성들은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치열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차별과 혐오로 표현하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현상이었다.


우리 교육운동의 지향에 어떤 문제가 있어 학교교육을 마친 청(소)년들이 이토록 자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성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선거 기간 주요 정치 세력들이 정치적 이념에 따른 편 가르기를 시도한 것이나 검찰의 편파적 수사에 기인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남성·청년의 정치적 표현이 공동체의 연대를 부정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약자에 대한 공격을 집단 지성으로 걸러 내지 못하는 것은 교육운동의 성찰을 요구하는 지점이다.


한국의 공교육은 미국의 학제를 따라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인간을 기르는 교육을 해 왔다. 입시 경쟁 교육과 권위적 통제로 학생이 죽어 가는 상황에서 1980년대 교육운동의 주체들은 연대 단체를 통하여 사학 비리 문제, 입시 문제,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이슈화시키며 활동하였다. 우리는 사회적 연대를 통해 촛불 항쟁으로 불의한 정권을 몰아낸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 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세대와 공동체적 연대가 단절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흐름과 이에 대응한 교육운동 연대 단체의 활동을 평가하며 향후 공동체적 연대를 지향할 수 있는 교육운동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정책의 출발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시작은 김영삼 정부에서 1995년 5월 31일 발표한 ‘신교육 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 개혁안’(5.31교육 개혁안)부터라고 할 수 있다. ‘5.31 교육 개혁안’은 해방 이후 처음으로 한국 교육에서 교육 이념, 교육과정, 교원 정책 등 총체적 교육 개혁안을 담은 보고서라는 의미가 있다. 이후 현재까지 한국 교육에서는 5.31 교육 개혁안에 따라 일관되게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 수요자-공급자론, 교원 평가와 성과급, 학교 평가, 일제고사, 수준별 수업, 학교 선택제 등이 그것이다.


5.31 교육 개혁안 이전의 교육은 곧 독재 정권 시기의 억압적 교육이었다. 1970~1980년대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민중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교육운동도 함께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1987년 민주화운동과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1989년 전교조가 창립되었다. 1989년 학부모운동으로 참교육학부모회와 같은 단체도 출범하였다. 교사와 학부모 등 교육운동의 주체가 형성되면서 그 이후 본격적으로 교육 운동 연대 단체도 나타난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전교조가 비합법 상황이었고 1987년 민주화 투쟁으로 직선제는 쟁취되었지만 쿠데타의 주역이 대통령이 된 상황이었기에, 교육 현장에서도 권위주의적 국가와 관료 통제의 교육을 민주적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교육운동 연대 단체도 교육 민주화 요구, 입시 교육 비판, 비리 해결의 차원에서 활동했다.


한국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를 본격적으로 체감한 것은 1998년 외환 위기 사태라고 할 수 있다. IMF 구제 금융을 받으며 구조 조정 정책 등이 시행되었고 중산층 몰락과 비정규직 확대에 따른 고통을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로 위로받는 시기를 지나왔다. 그러면서 ‘어떻게 벌든 돈이 최고다’라는 생각이 퍼졌고, 불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투기와 이익 추구가 질시의 대상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바뀌는 ‘사회적 의식의 전환’을 경험했다.


IMF 사태의 경험은 학교에도 자연스럽게 투영되었다. 사교육의 영향이 커지며 잘사는 학생이 공부도 잘하고, 살고 있는 아파트 평수에 따라 친구들끼리 어울리는 현상이 공공연해진다. 정부는 자연스럽게 5.31 교육 개혁안의 교육 소비자론에 따른 평가와 교원 간, 학생 간 경쟁을 강화하는 교육 시장화 정책을 도입한다.



교육운동 연대 단체 활동의 흐름


전교조 창립 후 초기 교육운동 연대 단체는 ‘1993년 교육 개혁 연대회의’와 ‘1998년 교육 개혁 시민운동연대’가 있다. 전교조 비합법 시절 권위주의적 교육 체제에 대항해, 교육 민주화 주장을 중심으로 활동한 단체들이라 할 수 있다.


김영삼 정권에서 5.31 교육 개혁안이 발표되자 교육시민사회 단체에서도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정책인 5.31 교육 개혁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었다. 이는 기존 군부 독재 정권하에서 통제적 교육이 진행된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교사와 학교에 의한 통제 위주의 교육에서 개인의 선택권과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교육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개혁으로 받아들이는 단체도 있었다. 권위주의적으로 보였던 교사와 학교를 평가로써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은 학부모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이런 입장의 차이는 교원 평가와 수준별 수업에 대한 대응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5.31 교육 개혁안에 따른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이에 대한 교육운동 진영의 연대 단체 구성과 대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2000년대 이후 입시 폐지 및 대학 평준화 등 교육 체제나 거시적 담론을 이야기한 연대 단체를 개괄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2000년대 들어 전교조와 참여연대 등 28개 시민단체가 모여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이 연대 단체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중등과 고등교육에서 사립 학교 비중이 과도한 지금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2003년 만들어진 ‘WTO 교육 개방 저지와 교육 공공성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범국민교육연대)다. 2003년, 노무현 정권이 ‘교육 부문 개방’을 포함하는 서비스 부문 일반 협정(GATS) 1차 양허안을 WTO에 제출하였다. 이에 ‘교육 개방 양허안 철폐’를 목표로 전교조, 교육학생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노조, 대학노조, 참교육학 부모회 등 교육운동 주체를 비롯하여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 문화운동단체,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를 총망라하여 ‘WTO 교육 개방 음모 분쇄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였고 공동투쟁본부는 2003년 6월 범국민교육연대로 확대 재출범했다. 2000년대 들어 7차 교육과정과 성과급 저지 투쟁, 그리고 공동투쟁본부를 거치며 교육운동계는 정부 교육 정책을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정책으로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교육운동에서는 ‘공공성’ 담론이 자연스런 표어가 되었다. 2004년 전교조 등과 함께 범국민교육연대는 《공교육 새판짜기》 책자에 공공성에 입각한 민중 진영의 공교육 개편 방안을 담아냈다.


2007년에는 ‘입시 폐지·대학 평준화 국민운동본부’가 만들어졌다. 한국 교육의 근본 문제인 대학 서열화와 학벌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결성된 연대 단체이다. 교사, 학부모, 청소년 등 초·중등 교육 주체의 연대 단체를 넘어 교수, 대학생,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진보정당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범국민운동을 목표로 출범하였다. 경상대 정진상 교수의 입시 폐지·대학 평준화를 위한 전국 자전거 행진이 계기가 되어, 이후 매년 여름 전국 도보(또는 자전거) 행진을 벌여 국민들에게 주장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2011년에는 ‘국립대 법인화 반대·대학 등록금 인하·교육 공공성 실현 공동행동’이 법인화 반대 집회와 대학 체제 개편 방안 관련 전국 순회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공동행동에는 민교협과 교수노조, 비정규교수노조, 전국공무원노조, 평등교육학부모회, 참교육학부모회, 진보교육연구소, 학벌없는사회, 문화연대, 사회진보연대 등 대학 부문과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등 다양한 운동 주체들이 참여했다.


2012년에는 ‘교육혁명 공동행동’이 꾸려졌다. 교육은 상품이라는 자본의 담론을 근본에서부터 혁파하며, 노동자·민중의 보편적인 권리인 교육 공공성 실현을 위해 출범하였다. 총체적인 교육 공공성 실천의 상과 경로를 제시하고 노동자·민중 중심의 ‘교육의 새로운 판’ 을 만들고자 하였다. 《대한민국 교육혁명》, 《대한민국 입시혁명》이라는 책을 발간하며 민중 진영의 교육 체제와 입시 대안을 제시하였다.


2017년 촛불 항쟁 이후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 교육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민중운동 진영 내 제한적 범위에서 논의되던 교육 담론을 사회적으로 의제화하기 위해 출범하였다. 2016년 포럼을 통해 새로운 교육 체제 구현에 필요한 의제를 정리하고 대선 공약화,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사업을 전개하였다.


2020년에는 ‘대학 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가 만들어졌다. 이 무렵 정치권에서도 대학 통합 네트워크가 현실적인 정책 대안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대학의 주체들도 대학 서열 체제 해소에 공감하기 시작하며 실현을 요구하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성과들을 바탕으로 대학 서열 체제와 입시 경쟁 교육을 해소하여 새로운 제도를 건설할 때라고 판단하여, 대학 문제를 본격적으로 의제화하기 위해 출범하였다. 《대한민국 대학혁명》이라는 책을 발간하여 대학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대학 까지 확장하는 것을 의제화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저지 투쟁의 성과와 한계


이와 같이 지난 30여 년 교육운동 진영은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정책을 저지하고 교육 체제에 대한 대안을 제출하고 실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연대 단체를 구성하여 활동하였다. 교육운동 연대 단체는 전국 순회 투쟁, 대선 대응 투쟁, 국립대 법인화 반대 투쟁, 교육 혁명 담론화를 위한 책자 발간과 토론회 등을 힘차게 전개하였다. 교육운동 단체의 활발한 활동에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이기적(경제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는 더욱 심해진 상황을 보는 지금, 교육운동 연대 단체 활동에 대한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자 한다.


교육운동 연대 활동의 성과


첫째, 신자유주의 교육 체제의 총체적 방안인 5.31 교육 개혁안의 교육 시장화 정책을 저지 또는 지연시켰다. 교육운동은 그동안 5.31 교육 개혁안에 대해 교육 주체와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문제점을 공유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7차 교육과정에서부터 교원 정책, 일제고사, 입시 문제 등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정책의 의제를 쟁점화하고 대응하였다.


둘째, 교육 공공성의 담론을 확립하였다. 해방 후 우리나라 교육은 사립 학교 확대와 학부모가 학비를 부담하는 형식 등 사적 영역으로 치부되어 운영되었다. 2000년대 이후 교육의 공공성 담론의 확대로 평등 교육과 무상화 의제가 확산되었다. 그 결과 무상 급식과 무상 교육이 확대되었다.


셋째, 교육 주체를 확대·정립하였다. 보통 교육 주체는 학생, 학부모, 교사라고 자연스럽게 인식된다. 그러나 1980년대 이전에는 수동적인 학생과 동원되는 학부모의 상만 존재했다. 교사운동이 활발해지고 5.31 교육 개혁안의 영향으로 학부모와 학생이 교육의 주체로 인식되면서 교육운동의 의제와 주체도 확대되었다. 학생인권과 학생 자치 활동의 의제화가 대표적이고 학부모의 활동 역시 활발해졌다. 이제는 교육 행정 공무원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같은 교육 주체로 논의되며 관계의 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넷째, 민중 진영의 입장에서 교육 체제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였다. 《대한민국 교육혁명》, 《대한민국 입시혁명》, 《대한민국 대학혁명》 등의 책을 발간하여 시민들과 정치권에 제시하며 공약화, 공론화하였다.


다섯째, 많은 지역에서 교육 자치 권력을 담당하게 되었다. 현재 교육감 중 많은 수가 교육운동과 시민 사회의 지지를 통해 선출되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으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 단체를 꾸리고 활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교육운동 연대 활동의 한계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정책이 확산, 시행되며 교육 상품화 의식이 학생들에게도 투영되었다. 이러한 사회와 교육 환경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으로 인한 경쟁과 불평등 심화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기보다 무한 경쟁을 당연시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게 된다. 소위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일부 남성 청년들의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현상도 그로 인한 문제 중 하나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학교와 교육의 역할은 막중하다. 이런 관점에서 거시적 담론을 제시하며 활동한 교육운동 연대 단체의 운동에 한계가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첫째,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에 대한 대응이 부분적이었다.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확대된 공간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진행되어, ‘자유’와 ‘선택’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노정하였다. 5.31 교육 개혁안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공동으로 대응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는 교육운동 연대 단체들의 성격이 노동운동에서 시민운동의 영역까지 다양한 까닭에 나타나는 한계이기도 했다.


둘째, 교육 주체의 형성이 형식적인 데 머문 부분이 있다. 주체의 형성은 주체적 의사 결정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교육운동 진영 내에서도 여전히 학생은 보호 대상이고 학부모는 동원 또는 교육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이 민주 시민으로서 인권 의식을 가지고 정치 참여를 통해 교육 의제를 풀어 가는 주체가 된다면, 또 학부모가 자기가 선 자리에서 교육 주체로 형성된다면 공동 실천의 논의를 도출하고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민중적 교육 혁명 의제에 대해 공론화를 위한 교육운동 진영 내부와 외부의 사업이 부족했다. 3권의 책으로 민중적 교육 혁명 의제를 제출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중운동 진영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풍성하게 하지 못했다. 현재 시민사회운동 진영 내의 다양한 입장 차이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지만, 민중운동 내 공론화와 전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였다. 이후에도 공론화는 계속 필요하기에 제출된 의제들을 정리하여 사회적 논의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넷째, 현재 교육 체제가 ‘자본주의 교육 체제’라는 인식이 현실 사업에서 반영되지 못했다. 교육 체제를 변화시키려면 사회 체제 변화를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투쟁이 때로는 교육 시장화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복무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평등 교육과 입시 폐지는 기득권의 재생산 구조에 파열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본과 대립할 수밖에 없다. 교육 혁명을 실현하려면 사회 체제를 변화시켜야 가능할 수 있다. 현재의 불평등 사회 체제에 대한 문제와 함께 교육 혁명을 의제화시켜 큰 틀의 흐름에서 사회와 교육의 변혁 방향을 잡아야 한다.


다섯째, 지방 교육 자치와 관계에서 내부 조직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 자치 권력을 세우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교육운동 진영의 역량이 지방 교육 자치 체제에 흡수되어 약화되는 문제를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



새로운 교육 체제를 생각하며


우리는 기후 위기와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어떻게 명명하든 변화 자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본은 ‘4차 산업 혁명’을 말하며 고용의 유연화가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자본주의 사회, 자본에 종속적인 노동은 어떤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가?


선진 자본주의 국가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년 〈OECD 교육 2030〉을 제출하며 교육 영역에서도 대전환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그 서문에서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의 삶에 기여하는 데 필수적인 행위 주체성, 목적 의식, 역량을 갖추게 할 수 있습니다”라며 인간 삶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2021년 11월 10일 〈우리의 미래를 함께 다시 생각하기 –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 계약(Reimagining our futures together : A new social contract for educati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일명 〈교육의 미래 2050〉)를 제출하였다.


두 보고서 모두 기후 위기와 디지털 전환의 시대, 교육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교육의 미래 2050〉은 대전환 시대 교육과 사회 변혁을 제기하고 있으며. 교육을 기존에 ‘공공재(public goods)’로 규정하던 것을 넘어 ‘공동재(common goods)’로 규정하고 있다.


대전환의 시대 자본의 빠른 대응에 비해 우리 노동자·민중의 교육에 대한 이념적, 체제적 대안 제출은 활발하지 않다. 기존에 발간한 교육 혁명 책자에 ‘민중적 교육 체제 실현을 위한 사회 변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실적 문제로 논의된 적은 별로 없다.


이제 자본주의적 개인주의자로 성장하는 청년들과 다시 공동체적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교육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유럽의 대학 평준화-무상화 모델도 사회 혁명을 통해 획득한 개량이다. 독점 자본과 권위주의 정권이 지배하는 한국에서 교육운동 진영은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에 어떤 변혁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의 논의와 운동은 자본주의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이윤 축적의 도구로 이미 한계에 직면해 있고, 또다시 새로운 자본주의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 대응하면서 노동자·민중은 평등한 교육과 의료, 주거, 노동권을 요구하며 평등한 사회를 향한 공동체적 연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노동운동 진영에서는 평등 교육의 의제를 더 적극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먼저 교육 혁명, 입시 혁명, 대학 혁명을 관통하는 민중운동 진영의 교육 혁명 의제를 자본주의 체제와의 관계와 함께 공론화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유네스코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교육에 대한 논의를 활용하여, 민중의 교육 대전환 의제를 논의하며 모아 나가야 한다. 교육 주체가 공동체적 연대를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평등 사회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우리 교육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




❶ 선거 대응이나 사안별 대응 연대 단체보다 교육 담론을 형성한 연대 단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❷ 진보교육연구소 이론 분과(2022), 〈OECD와 유네스코의 새로운 ‘변혁적 교육론’〉, 《진보교육》, 83호(2022년 4월).

1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