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읽은 이야기] 81호 | 문연심

2024-10-08
조회수 93

[읽은 이야기] 81호


오늘의 교육 

2024 7·8 vol.81





교직 경력 23년 차인 교사입니다. 《오늘의 교육》 81호를 읽으면서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전보다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우리 교육 현장에는 교육의 주체가 배제되어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많이 일어납니다. 항상 교육의 주체는 인간이고 교육은 인간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많은 교육 현장의 문제점은 교육이 인간을 향해 나아가지 않고 문서, 제도, 시설, 정치, 예산 등 교육 외적인 부분을 중시할 때 발생합니다. 교사들은 현장에서 많은 교육 외적인 문제에 시달리며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여 결국에는 인간을 향한 교육의 중심을 잡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김수현의 〈학교교육은 ‘과잉’ 때문에 망할 것이다〉라는 글을 읽으며 이러한 생각은 더 명확해졌습니다. ‘의무 연수’라는 미명 아래 교사라면 꼭 받아야 하는 각종 연수(대부분의 연수는 수업과 학급 운영, 평가 계획과 실행을 날마다 고민하는 일반적인 교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와 수업을 고민할 시간 없이 몰아치는 업무와 민원, 사회와 시대의 요구 사항 등 일련의 과정과 현상들은 교육에서 교육 주체를 사라지게 만듭니다. 반면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원리의 용어에서 따온 ‘수요자의 요구’가 중시됩니다. ‘불쉿 업무를 없애면 교사라는 직업은 더욱 의미 있어질 거다’라는 필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교사라면 불쉿 업무를 보는 시간에 더 가치 있는 교육적인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육의 주체인 인간을 향해 교육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연속 기획인 ‘특수에서 보편으로’에 실린 윤상원의 <누구를 위해 응용행동분석은 존재하는가>라는 글도 특히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 글은 저의 23년 교직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철학인 비고츠키의 ‘사회적 구성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구성주의는 자신의 경험에 따라 지식을 새롭게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구성주의는 학습자 개개인의 경험 및 생각, 그 속에서 느끼는 개인의 정서적 경험을 중시합니다. 따라서 개인의 인지 발달 및 사회성 발달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영향, 문화-역사적 측면, 개인적 요인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열린 마음으로 국제 사회에 관심을 갖고 타인을 배려하며 삶을 가꾸어 나가게 하는 것이 저의 교육관입니다. 이러한 교육관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나 비장애인 아이들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상원은 ‘발달장애라 명명된 학생 행동에 대한 두 가지 접근(ABA, CHAT)’에 대해 얘기하면서 소위 문제 행동을 보이는 발달 장애 학생들의 문제 해결 접근 방식 중 전통적인 방식인 ABA(문제 행동을 수정하기 위한 응용행동분석)와 긍정적 행동 지원인 PBS의 한계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행동을 바라볼 때 눈에 보이는 행동만을 보고 그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을 간과하는 ABA와 직접적으로 관찰되지 않는 것들을 간과하는 PBS의 대안으로 문화역사적 활동 이론인 CHAT를 제안합니다. 


이 관점은 문화역사주의 심리학자 비고츠키에 기반하고 있습입니다. 비고츠키는 ‘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정서적 경험을 이해해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비고츠키의 말처럼 사회·문화와 역사 속에서 자신의 삶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정서를 갖게 되고 가치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저마다 다른 특별한 개인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의 문제를 바라볼 때 우리는 개인의 삶 전체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 또한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고 정서적 경험을 공유하는 개인들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단편적이고 선형적인 행동 하나를 보고 판단하게 된다면 그 행동의 원인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간과하게 되어 마치 모든 것이 개인의 문제로만 여겨질 것입니다. 문제 행동은 부적응 행동이 아니며 비고츠키가 얘기한 것처럼 ‘개인의 행동은 한 사회의 역사적 산물인 문화에 대한 적응 행동’입니다. 윤상원이 제안한 CHAT의 관점은 ‘개인의 행동을 바라볼 때 사회·문화적 태도와 그로 인해 체험하게 되는 정서적 경험들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사유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삶에서 겪는 모든 문제는 항상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를 바라볼 때 우리는 그 문제가 개인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 개인이 사회의 역사적 산물인 문화에 대한 적응 행동으로서 갖게 되는 문제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의 문제라면 스스로 노력하고 바꾸는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겠지요. 그러다 바뀌지 않는다면 개인 스스로 낙오자라는 부정적 정서를 갖게 되며 더 나아가서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 문화에 대한 적응 행동으로서 나타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는 문화, 즉 사회의 제도 또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힘든 과정이겠지만 우리 모두가 그 문화를 바꾸려고 다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선수윤의 글 제목처럼 결국 ‘자살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오늘의 교육》을 만나고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 교육의 주체인 인간을 향해 교육이 나아갈 수 있게 함께 고민을 나누고 노력했으면 합니다. 저 또한 개인으로서 성찰과 성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 문연심(초등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0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