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AI 디지털교과서, 엇나간 혁신
교육부의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강행을 두고 교육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부모단체, 교원단체 들에 이어 일부 교육감들도 도입을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도입 6개월 전인데도 교과서의 실체를 알 수 없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교사 연수를 진행하고 1차 검정 결과가 나왔지만 완성된 AI 디지털교과서는 올 12월에나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더구나 검정 기간도 3개월로 짧고 심사에서부터 선정, 도입까지 걸린 시간이 1년이 채 안 되기 때문에 ‘졸속 도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오늘의 교육》은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살펴보려 한다.
진냥은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와 준비 없이 위기 담론을 앞세워 강행되는 현재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의 기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한 인공지능은 마법이 아니기에, 인공지능이 학생들의 학습 관련 데이터를 학습하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의 ‘데이터 축적 노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개인정보와 안전 측면에서의 대책도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주정흔의 〈코스웨어에 오른 교사, 데이터에 갇힌 아이들〉은 AI 디지털교과서가 편의성을 제공하는 대신 교사의 역할과 주체성, 특히 교육과정 재구성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스웨어(courseware) 중심의 수업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의 주도권은 교사가 아닌 기업에 있다. 가장 큰 목적인 ‘개별 맞춤 교육’의 기초 자료가 되는 학습 데이터에 관해서도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교수-학습 측면에서 이것이 과연 교육적이고 효과적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김헌용은 장애 접근성이 미흡했던 4세대 나이스 도입을 거론하며, AI 디지털교과서가 장애 학생과 장애인 교원에게 새로운 차별과 배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AI 디지털교과서는 다양한 장애 유형에 따른 접근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장애인 교원과 학생을 위한 연수 및 지원이 미비한 점 등 명시된 개발 가이드라인의 원칙조차 위배하고 있다. 그는 이것이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핵심적인 철학과 원칙의 문제이며,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교육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범주는 AI 디지털교과서의 명칭 규정과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헌법재판소가 밝힌 ‘교과서제도 법률주의’를 벗어나며, 법적 기반 없이 무리한 해석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정책이 얼마나 급하고 준비 없이 강행되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추진되는 배경에는 기술결정론과 첨단 기술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새로운 기술도 사회적 환경과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 교육이 바뀌지 않았는데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됨으로써 교육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은 ‘사이비’ 예언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지금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처럼 제대로 된 논의도, 준비도 없이 강행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교과서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이전에, 더 근본적인 질문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
- 편집부
[특집]
AI 디지털교과서, 엇나간 혁신
교육부의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강행을 두고 교육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부모단체, 교원단체 들에 이어 일부 교육감들도 도입을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도입 6개월 전인데도 교과서의 실체를 알 수 없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교사 연수를 진행하고 1차 검정 결과가 나왔지만 완성된 AI 디지털교과서는 올 12월에나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더구나 검정 기간도 3개월로 짧고 심사에서부터 선정, 도입까지 걸린 시간이 1년이 채 안 되기 때문에 ‘졸속 도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오늘의 교육》은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살펴보려 한다.
진냥은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와 준비 없이 위기 담론을 앞세워 강행되는 현재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의 기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한 인공지능은 마법이 아니기에, 인공지능이 학생들의 학습 관련 데이터를 학습하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의 ‘데이터 축적 노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개인정보와 안전 측면에서의 대책도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주정흔의 〈코스웨어에 오른 교사, 데이터에 갇힌 아이들〉은 AI 디지털교과서가 편의성을 제공하는 대신 교사의 역할과 주체성, 특히 교육과정 재구성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스웨어(courseware) 중심의 수업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의 주도권은 교사가 아닌 기업에 있다. 가장 큰 목적인 ‘개별 맞춤 교육’의 기초 자료가 되는 학습 데이터에 관해서도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교수-학습 측면에서 이것이 과연 교육적이고 효과적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김헌용은 장애 접근성이 미흡했던 4세대 나이스 도입을 거론하며, AI 디지털교과서가 장애 학생과 장애인 교원에게 새로운 차별과 배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AI 디지털교과서는 다양한 장애 유형에 따른 접근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장애인 교원과 학생을 위한 연수 및 지원이 미비한 점 등 명시된 개발 가이드라인의 원칙조차 위배하고 있다. 그는 이것이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핵심적인 철학과 원칙의 문제이며,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교육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범주는 AI 디지털교과서의 명칭 규정과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헌법재판소가 밝힌 ‘교과서제도 법률주의’를 벗어나며, 법적 기반 없이 무리한 해석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정책이 얼마나 급하고 준비 없이 강행되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추진되는 배경에는 기술결정론과 첨단 기술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새로운 기술도 사회적 환경과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 교육이 바뀌지 않았는데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됨으로써 교육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은 ‘사이비’ 예언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지금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처럼 제대로 된 논의도, 준비도 없이 강행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교과서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이전에, 더 근본적인 질문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