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만남
- 통합교육에 대한 지향을 놓지 않았던 A 선생님께
글
김정희
kakukara@naver.com
특수 교사
지난 10월 24일, 인천의 한 특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특수학급은 과원 학급이었고, 숨진 교사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부담을 주변에 호소해 왔으며, 교육청은 거듭된 지원 요청을 외면했다. 현직 교사가 학교 업무에서 비롯된 고통과 스트레스로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사회적 의미를 함의한다. 이번 사건은 여기에 열악한 통합교육의 현실이 더해진다.
또 한 명의 교사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성찰하고 무엇을 변화시켜 나가야 할까. 안타까운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져야 할 의무와 책임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 편집부
2021년 3월 2일, 1년간의 학습연구년제를 마치고 학교로 복귀했다.
1년의 공백이 있었기에 학교 적응에 걱정이 가득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지만 당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가 혼란을 겪고 있을 때였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학원도 복지관도 치료실도 대부분 문을 닫고 운영되지 않았다. 학교는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었다. 혼란스러웠던 2020년이 지나고 2021년, 부분적으로 아이들이 등교하기 시작하였고,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이 병행되었다. 경력이 있는 선생님 중에는 학교의 변화에 두려움을 갖고 명예퇴직을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2021년은 그런 해였다.
모든 것이 이전과 달랐던 그런 해에, A 선생님도 ㄱ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교사들에게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그 시기에 특수 교사의 꿈을 안고 인천으로 올라온 선생님. 선생님은 어떤 2024년을 보냈을까? 나는 그 물음에 일찍 다가가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 물음을 던져 본다.
“선생님, 2024년은 선생님에게 어떤 해였나요?”
무리한 감축으로 촉발되다
“A야, 생일 축하해!”
“아, 우리 전학생 온대. 그러면 7명이야.”
“교육청에서는 뭐래?”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신청 기한이 지나서 신청할 수가 없대.”❶
2024년 2월 22일, 선생님의 생일이었던 그날 인근 학교에서 2학년 학생이 전학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두 학급에서 한 학급으로 감축되고 새 학기를 맞이하기 전의 일이다. 선생님은 소식을 듣자마자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ㄱ초는 2023학년도 특수학급 배치 학생 7명으로 2학급을 운영하던 학교다. 2024학년도 입학생 1명을 포함해 추정 인원이 6명이 되면서(11월 초등 입학 대상 학생의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이 마무리되면 다음 연도 추정 인원이 파악된다) 교육청은 ㄱ초 특수학급을 2학급에서 1학급으로 감축한다. 2023년도 7월에 인천시교육청 학교설립과에서 실시한 신증설 및 감축 수요 조사에 ㄱ초는 학급 유지로 보고하였지만, 그해 11월 감축 기준 6명 해당교로 감축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이전에는 학교의 사정(학생의 장애 정도, 일반 학급 배치 학생 수 등)이나 주변 인구 이동(타시·도 전입 추이, 신축 아파트 등) 등을 고려하여 1년의 유예 기간을 두었다. 그런데, 2024학년도에는 ‘6명 1학급’이라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였다.
A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이런 상황을 전해 듣고 탄식을 했다. 현장을 반영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하는 교육지원청이 엄격한 기준을 두고 그 기준을 학교에 통보하여 지원 요청을 원천 봉쇄하는 꼴이 얼마나 권위적인가 말이다. ‘장학이가 온다’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교육청이 교육 전문직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감축이 의미하는 것을 A 선생님은 또렷이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ㄱ초가 첫 학교인 선생님은 발령 이후에 계속 특수학급이 2학급인 근무 환경에 있었다. 두 학급이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대체할 수 있는 교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의 이른바 ‘돌발 행동’에 대응해야 할 때 다른 특수 교사가 교실에 남은 학생을 잠시 돌봐 줄 수 있다. 특수학급 각종 행사 및 교육과정 운영, 통합교육 지원,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지원, 특수교육 실무사 및 지원인력 운영 등의 특수교육 업무를 나누어 할 수 있다. 병가나 연가를 써야 할 때, 통합학급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남은 교사가 대신 대처해 줄 수 있다. 학급이 감축된다는 것은 혼자가 된다는 것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A 선생님은 한 학급을 운영한다는 것이 어떤 고립감을 가져다줄지 몰랐을 것이다. 학교 안에는 많은 동료 교사가 있지만, 특수 교사는 대신 수업을 해 줄 사람도, 대신 업무를 해 줄 사람도 없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이 감축을 당하고 말았다.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데 교사는 부족하고 과원 학급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특수학급을 감축할 이유가 있을까? 증설 기준은 준수하지 않는 교육청이 감축은 엄격하게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2024년에 ㄱ초의 특수학급이 감축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선생님의 올해 봄은 조금 덜 잔인했을까?
전학생은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3월 18일, ㄱ초로 전학생이 온다. 그리고 곧 3월 말 일반 학급에 배치되어 있던 해당 학교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교육 활동 지원 요청에 따라 특수학급으로 재배치 의뢰(교육청으로 공문 발송)되었다고 한다.
특수교육지원센터는 매달 10일 이전에 배치 의뢰(공문 근거)가 된 건을 다음 달 1일 자로 유형(일반 학급, 특수학급, 특수학교 등)에 맞게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배치한다. 하지만 10일 이후에 의뢰되면 한 달이 더 미뤄진다. ㄱ초에서 3월 말에 의뢰된 학생은 공문으로 특수학급에 배치되는 날은 5월 1일 자지만, 학교에서는 의뢰가 들어온 순간부터 지원을 시작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3월부터 지원하고 있었다. 즉, ㄱ초는 3월에 이미 8명의 학생으로 특수학급이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❷
그나마 재학 중인 학생은 교사가 학생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기에 생활지도 등이 까다롭지는 않다. 전학생은 다르다. 학생은 새로 전학 온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싸움을 혼자 해내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담임 교사와 특수 교사를 비롯 학교생활을 지원해 주는 다른 분들도 계셨을 것이다. 그런 지원에도 학생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것이 많은 게 학교다.
학생은 전학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결정에 있어서 학생 당사자는 늘 소외되기 마련이다. 다니던 학교를 왜 떠나야 하고, 어째서 갑자기 낯선 학교로 등교하는지, 새로운 학교에서는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또다시 혼자만의 싸움이 시작된다.
늘 그렇듯이 뭐든 처음보다 두 번째가 더 힘들다. 이제 학교에 대해서 조금 알 것 같았는데, 새로운 환경에 다시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전학생은 초기 부적응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 담임 교사, 특수 교사, 학부모의 각별한 주의 관찰·지도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전학은 대혼란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전학생이 온다는 것은 이러한 어려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빨리 적응해 주면 좋겠지만, 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야 한다.
이럴 때, 특수학급이 과원이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더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만큼 따라 주지 않는 현실에 교사는 속상하다. 통합학급에서 일어나는 모든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하고 싶지만, 다(多)학년, 다(多)학급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특수 교사 혼자 통제하기란 한계가 있다. 12명의 학생은 12개 학급을 뜻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전학생은 본인에게만 오로지 집중해 주길 바라겠지만 교사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 그래서 학생은 불안하고, 불안은 행동으로 그 정체를 드러낸다.
+1, 과원이 되는 순간 교육은 흔들린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7조(특수학교의 학급 및 각급학교의 특수학급 설치 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정원은 유치원이 4명,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6명, 고등학교가 7명이다. 여기서 1명이 추가되면 과원이 된다. 특수학급은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일 시 설치할 수 있으므로 과원이 되면 추가 설치하여야 한다.
과원 학급은 법을 준수하지 않은 위법 학급이다. 그런 학급이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초등학교에만 8개가 넘는다. 평균 6명 이상이 과원이다. 6명은 한 학급 설치 기준이다. ㄱ초가 위치한 미추홀구는 이렇듯 심각한 과원 학급이 많다.
나 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또 다른 학교에서 과원 학급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특수학급 12명, 일반 학급 1명으로 총 13명이었다. 교감 선생님은 늘 나에게 교육청에서 월급 2배로 주냐며, 왜 두 학급을 혼자 운영하고 있냐고 안타까운 마음에 농담을 던지시곤 했다.
과원 학급을 운영하는 특수 교사는 학부모들께 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현장체험학습이 있는 날이면, 도착 전 늘 학부모들께 각각 학생의 당일 일과를 정리해서 도착 예정 시간과 함께 보내 주곤 하는데, 이것도 어려워진다. 과원이라도 그나마 교사가 둘이면,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교대로 학생을 보면서 문자를 보낼 여유가 잠시라도 생긴다. 하지만 한 학급에 과원이면, 버스 안에서 그럴 만한 여유는 생기지 않는다. 또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하나하나 공유하기 힘들다. 사안이 중대한 일부터 부모와 상담하다 보면, 교사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은 뒤로 밀린다. 뒤로 밀려난 문제라도 해당 학생의 학부모 입장에서는 큰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오해가 쌓인다. 이렇듯 과원 학급은 자칫 작은 일에도 서로 예민해질 수 있다. 과원 학급 특수 교사의 일과는 살얼음판이다. 몸은 하나인데, 여러 장소, 여러 학생의 돌발 상황에 모두 균질하게 대처해야 한다.
시간표에 대한 배려, 학부모의 양해, 관리자 및 동료 교사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나는 생존했다. 하지만 시간의 거리를 둔 지금 그때를 다시 되돌아보니 거기에 학생이 있었다. 바쁜 선생님, 학생 수가 고려되지 않은 6명 기준의 학급 예산 등 모든 피해는 학생의 몫으로 남았다. 특수 교사로서 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였지만, 과원 학급으로 인해 학생들이 누리지 못한 것은 ‘그 어떤 기회’들이다.
특수교육 상황은 늘 보편적이지 않다.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도 없다. 학교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는 학부모는 아이의 달라진 표정, 태도 모든 것이 걱정일 테다. 특수교육대상 학생 지도 경험이 부족한 일반 학급 담임 교사는 특수 교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교육청, 학교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특히 교육청은 학교가 요청하지 않더라도, 과원 학급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서 학교에 제시하여 과원 학급으로 생기는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안전한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재미나게 배우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교육청이 학교보다 한발 앞에서 움직여야 한다.
교육청 그 누구라도, 원칙에 갇혀 ‘할 수 없다’는 소극적 태도가 아닌,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교육청이 규정을 바꿔서라도 한다!’라는 적극적인 행정을 했다면, A 선생님도 겨울 방학을 기다리며 학생들과 행복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었을까?
교사를 위한 지원은 없다
특수교육은 홀로 운영되지 않는다. 특수 교사를 중심으로 통합학급 교사, 학부모가 가장 친밀한 협력자이다. 이 친밀한 협력체는 때때로 위태롭다. 각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치에서 협력의 고리는 약해진다. 이 약해진 틈을 메워 줄 수 있는 것이 법에서 정한 보조 인력이다. 인천시교육청은 특수교육 실무사(교육 공무직), 장애 학생 교육(돌봄) 활동 지원인력(단기 근로자), 자원봉사자(유급 봉사자)를 구별하여 지원하고 있다.
특수교육 실무사는 교육청에서 채용하여 학교 희망에 따라 배치된다. 근무 일수 300일로 특수 교사와 대부분 시간을 함께하며, 통합교육 및 특수학급 교육 활동, 학생의 신변 처리, 급식, 교내외 활동 등을 지원한다. 장애 학생 교육(돌봄) 활동 지원인력은 단시간 근로자로 학교가 신청하면 교육청이 학교로 예산을 보낸다. 그 예산 내에서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채용하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인력이다. 신청부터 운영 계획 수립, 계약서 작성의 업무가 모두 특수 교사의 몫이 된다. 운영 형태는 각각 교육 활동 지원과 돌봄 지원으로 구분되는데, 주 14시간(월 60시간 이하)을 목적에 맞게 교육 활동 지원인력은 정규 수업 중에, 돌봄 지원인력은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자원봉사자 역시 주 14시간 운영이며, 시간당 임금을 받는 자원봉사이다.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고, 위촉하여 운영한다. 월 60시간 이하에 해당하는 임금을 봉사한 시간을 계산하여 지급하는데, 이는 특수 교사의 업무이다.
인천시교육청이 ㄱ초에 ‘할 수 있는 지원’을 다 했다고 한 부분, 지원인력 3명은 장애 학생 교육 활동 지원인력 1명, 장애 학생 돌봄 지원 인력 1명, 자원봉사자 1명이었다. A 선생님께서는 특수교육 실무사, 지원인력 2명을 정규 수업 중에 활용 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돌봄 지원인력을 운영했다. 단기 근로자는 장애 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연수 등을 받지 않는다. 또한, 그 활동에 있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즉, 그 모든 것이 특수 교사의 몫이 된다. 지원인력은 교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의 학교생활을 지원할 뿐이다. 교사에게는 또 다른 업무가 가중되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 입장에서 이런 지원이라도 요청하게 되는 것은 학생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서이다. 전적으로 교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신청하고 싶지 않은 사업이다.
교사에게는 교사가 필요하다. 수업 이야기를 하고, 학생 생활지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업무를 나누며 함께 성장할 동료 교사가 필요하다. A 선생님은 그 많은 업무를 감내해 가며 학생의 학교생활을 보장하고 통합교육 현장을 지키고자 했다. 주 29시간의 수업을 하며, 어떻게 그 많은 업무를 감당할 수 있었던 걸까? 선생님의 퇴근은 늘 늦어졌을 것이다.
시간표를 보면 보이는 것이 있다
A 선생님이 주 29시간의 수업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는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어 같은 학교 동료 교사에게 시간표를 볼 수 있는지 물었다. 시간표는 없었다. 아니, 시간표는 매주 달랐다. 이유는 각각의 학생이 소속된 통합학급의 시간표 운영에 맞춰 매주 변동되는 시간표를 작성하여 운영하였기 때문이다.
특수학급 운영에 있어 수업 시간의 운영은 1년살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어떤 학생과 어떤 학생은 함께 있을 때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학생들이 가진 서로 다른 교육적 요구를 그룹화해서 교육과정 운영을 원활히 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여, 고려되어야 할 것이 많다. 특수학급이 한 학급일 경우, 저학년을 오전 시간에 배치해야 하므로, 고학년은 그 이후 시간으로 배치한다. 그러다 보면 점심시간이 걸린다. 전교생이 모두 4교시 이후에 점심을 먹는 경우는 무관하지만, 3교시 이후에 먹는 학년, 4교시 이후에 먹는 학년으로 나뉘어 있는 경우에는 특수 교사 본인의 점심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이렇듯 특수학급 시간표 작성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그런데, 각 학급의 시간표까지 반영하여 해당하는 과목 시간(개별화교육지원팀에서 정한 특수학급 수업 교과)에 특수학급에 오도록 한다면 앞서 말한 고려점들은 모두 배제된다. 모든 것을 반영한 시간표를 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특수학급 수업을 우선시할 경우에는 시간표를 고정하여 연간 운영하게 된다. 여기에는 특수 교사의 운영 편의도 살짝 끼어든다.
고정해서 운영하게 되면, 특수교육이 필요한 과목 시간에 통합학급에서 지원 없이 수업을 받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함에도 시간표 운영 시 고려해야 할 게 많은 상황에서 고정 시간표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학급이 과원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A 선생님이 변동 시간표를 운영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통합교육에 대한 의지가 강했음을 보여 준다. 고정 시간표를 운영해서 주 20시간으로 수업 시수를 맞춰 두고, 업무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선생님은 교사의 업무상 편의보다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지켜 주고 싶었을 것이다.
장애 정도가 중증이라는 사실은 없다
몇 해 전부터 특수학급 교사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특수학급 학생이 중증화되고 있다.’
중증화되고 있다는 표현은 장애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장애 정도가 심하다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학교와 교육청은 그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인천은 장애인 복지카드가 있으면, 진단평가를 생략하거나 간단한 검사만 실시하여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의학적 진단을 기반으로 장애를 명명한 것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의사의 진단에 따라 장애를 등록하여 등급을 받은 학생은 그 장애 정도가 또렷하고 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019년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기 전에는 등급에 따라 장애 정도를 가늠하였고, 1급이 많은 학교는 장애가 심한 중증 학생이 많다는 판단으로 관련 지원에 있어 우선권을 주었다(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보다 늘 부족하여 그 순위를 정하여야 했다). 이렇듯 장애등급제가 있을 때는 그 등급에 따라 경증과 중증을 구분하였지만, 폐지 이후에 보건복지부의 ‘심한 장애(중증)’, ‘가벼운 장애(경증)’라는 판단은 무시되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7조 제2항에는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의 경우 정원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다정한 조항이 있다. 우리가 흔히 1당 100(일당백)이라고 표현하는데, 법이 이를 고려하여 준 것이다. 1당 2로 말이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진단, 선정, 배치할 때 그 장애 정도를 판단하지 않고 대상자의 ‘가’, ‘부’만 심의하여 학교에 배치한다.
각종 언론 보도에서 말하는 ‘ㄱ초에 중증 학생이 4명 있었다’는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대부분 이러한 판단은 매우 주관적이다. 어떤 교사는 학교생활 전반에서 학생을 잘 통제하는 것이 교사의 능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교사는 소소하게라도 학생이 통제가 안 되면 힘들 것이다. ‘중증 학생’에 대한 객관적 근거는 현재로서는 장애인 복지카드뿐이다. ㄱ초 학생들 대부분이 복지카드를 소지하고 있었고,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대부분의 유아, 초등학생은 ‘심한 장애(중증)’로 발급받고 있기 때문에 ㄱ초의 중증 학생은 4명보다는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장애 정도에 대해 존재하는 객관적 사실은 이것이 전부이다.
특수 교사들이 어려워하는 학생은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거나, 신변 처리가 되지 않으며, 이른바 ‘도전 행동’을 보이는 학생이다. 이러한 학생의 학교생활 참여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 활동을 보조할 수 있는 지원인력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원인력을 많이 운영할수록 특수 교사의 업무는 가중된다.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학급은 여러 이유로 그 정원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맞다.
교육청은 진단 평가 시 그 장애 정도를 따로 심의하거나, 보건복지부에서 장애 학생의 사회 참여를 위해 지원하는 활동지원사 시간❸을 객관적 근거로 중증 학생을 선정하여 정원을 조정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선생님의 특수교육은 통합교육이었다
A 선생님의 죽음 이후 들었던 물음을 좇다가 알게 된 것이 있다. 내 지난 24년 동안의 특수교육과 A 선생님의 특수교육에는 차이가 있었다. A 선생님의 교육에는 희망이 있었다. 나는 교육적 문제들을 극복해 왔고, 선생님은 해결해 왔다. 어려움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것이었다. A 선생님은 통합학급 담임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교육청에 적절한 지원을 요청했다. 지원인력 예산을 받아 활용하였고, 과원인 상황에서 학생의 학교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 학급 학생을 특수학급으로 재배치하였다. 재배치를 하지 않고 일반 학급을 유지하며 통합학급 담임 교사나 학부모와 함께 부담을 나눌 수도 있었다. 그렇게 1년만 버티면 후년에는 증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의 학교생활이 우선이었다. 아마도 A 선생님이 생각한 교사의 책임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통합학급에서 이른바 도전 행동❹으로 교육 활동 참여가 제한적이던 학생을 위해, 어느 날은 5분, 어느 날은 15분,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통합학급 수업 참여를 지속해서 시도하였다. 동시에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행동중재지원단의 컨설팅도 신청하여 사회 참여를 끌어내려고 노력하였다. 나 역시 과원 학급을 운영하였지만, 주 29시간의 수업을 하면서 어떻게 이 많은 지원과 업무를 추진할 수 있었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선생님 사망 이후에 학교에 방문하여 특수학급 교실을 둘러보았다. 교실 앞 작은 화분에는 바질이 잘 자라고 있었다. A 선생님께서 직접 심고 기르던 것이란다. 햇살 따스한 곳에 둔 화분 속 바질은 반질반질 윤기를 내며 꼿꼿하게 자라고 있었다. 햇살과 바람과 물을 주고, 정성으로 키웠을 그 화분을 보고 있자니, 선생님의 아이들 생각이 났다. 아이들도 그렇게 잘 키우고 싶었구나. 선생님은 아이들이 어디서든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게 정성을 들이고 있었구나 싶었다. 바질을 보면서 눈물이 흘렀다.
ㄱ초 선생님의 죽음 앞에 나는 다시 생각한다. 선생님의 노력, 특수 교사로서 통합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였던 2024년의 흔적들을 보며 나를 돌아본다. 지금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일까? 나는 아이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는가? 다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❶
A 선생님과 지인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중 공개된 내용 일부를 재구성.
❷
A 선생님 사망일 기준, ㄱ초등학교 특수교육 현황은 특수학급 학생 8명, 일반 학급 학생 4명으로 12명이었고 이 중 건강장애 학생 1명을 제외하고 11명이 모두 장애인 복지카드를 소지하고 있었다.
❸
장애 정도에 따라 시간을 정하기 위해 종합 평가를 실시한다. 이 과정은 학생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관찰 평가하는 것을 포함한다.
❹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 안전을 심각하게 해할 가능성이 있는 행동.
너무 늦은 만남
- 통합교육에 대한 지향을 놓지 않았던 A 선생님께
글
김정희
kakukara@naver.com
특수 교사
지난 10월 24일, 인천의 한 특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특수학급은 과원 학급이었고, 숨진 교사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부담을 주변에 호소해 왔으며, 교육청은 거듭된 지원 요청을 외면했다. 현직 교사가 학교 업무에서 비롯된 고통과 스트레스로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사회적 의미를 함의한다. 이번 사건은 여기에 열악한 통합교육의 현실이 더해진다.
또 한 명의 교사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성찰하고 무엇을 변화시켜 나가야 할까. 안타까운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져야 할 의무와 책임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 편집부
2021년 3월 2일, 1년간의 학습연구년제를 마치고 학교로 복귀했다.
1년의 공백이 있었기에 학교 적응에 걱정이 가득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지만 당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가 혼란을 겪고 있을 때였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학원도 복지관도 치료실도 대부분 문을 닫고 운영되지 않았다. 학교는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었다. 혼란스러웠던 2020년이 지나고 2021년, 부분적으로 아이들이 등교하기 시작하였고,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이 병행되었다. 경력이 있는 선생님 중에는 학교의 변화에 두려움을 갖고 명예퇴직을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2021년은 그런 해였다.
모든 것이 이전과 달랐던 그런 해에, A 선생님도 ㄱ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교사들에게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그 시기에 특수 교사의 꿈을 안고 인천으로 올라온 선생님. 선생님은 어떤 2024년을 보냈을까? 나는 그 물음에 일찍 다가가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 물음을 던져 본다.
“선생님, 2024년은 선생님에게 어떤 해였나요?”
무리한 감축으로 촉발되다
“A야, 생일 축하해!”
“아, 우리 전학생 온대. 그러면 7명이야.”
“교육청에서는 뭐래?”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신청 기한이 지나서 신청할 수가 없대.”❶
2024년 2월 22일, 선생님의 생일이었던 그날 인근 학교에서 2학년 학생이 전학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두 학급에서 한 학급으로 감축되고 새 학기를 맞이하기 전의 일이다. 선생님은 소식을 듣자마자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ㄱ초는 2023학년도 특수학급 배치 학생 7명으로 2학급을 운영하던 학교다. 2024학년도 입학생 1명을 포함해 추정 인원이 6명이 되면서(11월 초등 입학 대상 학생의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이 마무리되면 다음 연도 추정 인원이 파악된다) 교육청은 ㄱ초 특수학급을 2학급에서 1학급으로 감축한다. 2023년도 7월에 인천시교육청 학교설립과에서 실시한 신증설 및 감축 수요 조사에 ㄱ초는 학급 유지로 보고하였지만, 그해 11월 감축 기준 6명 해당교로 감축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이전에는 학교의 사정(학생의 장애 정도, 일반 학급 배치 학생 수 등)이나 주변 인구 이동(타시·도 전입 추이, 신축 아파트 등) 등을 고려하여 1년의 유예 기간을 두었다. 그런데, 2024학년도에는 ‘6명 1학급’이라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였다.
A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이런 상황을 전해 듣고 탄식을 했다. 현장을 반영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하는 교육지원청이 엄격한 기준을 두고 그 기준을 학교에 통보하여 지원 요청을 원천 봉쇄하는 꼴이 얼마나 권위적인가 말이다. ‘장학이가 온다’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교육청이 교육 전문직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감축이 의미하는 것을 A 선생님은 또렷이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ㄱ초가 첫 학교인 선생님은 발령 이후에 계속 특수학급이 2학급인 근무 환경에 있었다. 두 학급이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대체할 수 있는 교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의 이른바 ‘돌발 행동’에 대응해야 할 때 다른 특수 교사가 교실에 남은 학생을 잠시 돌봐 줄 수 있다. 특수학급 각종 행사 및 교육과정 운영, 통합교육 지원,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지원, 특수교육 실무사 및 지원인력 운영 등의 특수교육 업무를 나누어 할 수 있다. 병가나 연가를 써야 할 때, 통합학급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남은 교사가 대신 대처해 줄 수 있다. 학급이 감축된다는 것은 혼자가 된다는 것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A 선생님은 한 학급을 운영한다는 것이 어떤 고립감을 가져다줄지 몰랐을 것이다. 학교 안에는 많은 동료 교사가 있지만, 특수 교사는 대신 수업을 해 줄 사람도, 대신 업무를 해 줄 사람도 없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이 감축을 당하고 말았다.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데 교사는 부족하고 과원 학급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특수학급을 감축할 이유가 있을까? 증설 기준은 준수하지 않는 교육청이 감축은 엄격하게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2024년에 ㄱ초의 특수학급이 감축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선생님의 올해 봄은 조금 덜 잔인했을까?
전학생은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3월 18일, ㄱ초로 전학생이 온다. 그리고 곧 3월 말 일반 학급에 배치되어 있던 해당 학교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교육 활동 지원 요청에 따라 특수학급으로 재배치 의뢰(교육청으로 공문 발송)되었다고 한다.
특수교육지원센터는 매달 10일 이전에 배치 의뢰(공문 근거)가 된 건을 다음 달 1일 자로 유형(일반 학급, 특수학급, 특수학교 등)에 맞게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배치한다. 하지만 10일 이후에 의뢰되면 한 달이 더 미뤄진다. ㄱ초에서 3월 말에 의뢰된 학생은 공문으로 특수학급에 배치되는 날은 5월 1일 자지만, 학교에서는 의뢰가 들어온 순간부터 지원을 시작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3월부터 지원하고 있었다. 즉, ㄱ초는 3월에 이미 8명의 학생으로 특수학급이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❷
그나마 재학 중인 학생은 교사가 학생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기에 생활지도 등이 까다롭지는 않다. 전학생은 다르다. 학생은 새로 전학 온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싸움을 혼자 해내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담임 교사와 특수 교사를 비롯 학교생활을 지원해 주는 다른 분들도 계셨을 것이다. 그런 지원에도 학생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것이 많은 게 학교다.
학생은 전학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결정에 있어서 학생 당사자는 늘 소외되기 마련이다. 다니던 학교를 왜 떠나야 하고, 어째서 갑자기 낯선 학교로 등교하는지, 새로운 학교에서는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또다시 혼자만의 싸움이 시작된다.
늘 그렇듯이 뭐든 처음보다 두 번째가 더 힘들다. 이제 학교에 대해서 조금 알 것 같았는데, 새로운 환경에 다시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전학생은 초기 부적응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 담임 교사, 특수 교사, 학부모의 각별한 주의 관찰·지도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전학은 대혼란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전학생이 온다는 것은 이러한 어려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빨리 적응해 주면 좋겠지만, 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야 한다.
이럴 때, 특수학급이 과원이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더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만큼 따라 주지 않는 현실에 교사는 속상하다. 통합학급에서 일어나는 모든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하고 싶지만, 다(多)학년, 다(多)학급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특수 교사 혼자 통제하기란 한계가 있다. 12명의 학생은 12개 학급을 뜻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전학생은 본인에게만 오로지 집중해 주길 바라겠지만 교사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 그래서 학생은 불안하고, 불안은 행동으로 그 정체를 드러낸다.
+1, 과원이 되는 순간 교육은 흔들린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7조(특수학교의 학급 및 각급학교의 특수학급 설치 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정원은 유치원이 4명,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6명, 고등학교가 7명이다. 여기서 1명이 추가되면 과원이 된다. 특수학급은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일 시 설치할 수 있으므로 과원이 되면 추가 설치하여야 한다.
과원 학급은 법을 준수하지 않은 위법 학급이다. 그런 학급이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초등학교에만 8개가 넘는다. 평균 6명 이상이 과원이다. 6명은 한 학급 설치 기준이다. ㄱ초가 위치한 미추홀구는 이렇듯 심각한 과원 학급이 많다.
나 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또 다른 학교에서 과원 학급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특수학급 12명, 일반 학급 1명으로 총 13명이었다. 교감 선생님은 늘 나에게 교육청에서 월급 2배로 주냐며, 왜 두 학급을 혼자 운영하고 있냐고 안타까운 마음에 농담을 던지시곤 했다.
과원 학급을 운영하는 특수 교사는 학부모들께 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현장체험학습이 있는 날이면, 도착 전 늘 학부모들께 각각 학생의 당일 일과를 정리해서 도착 예정 시간과 함께 보내 주곤 하는데, 이것도 어려워진다. 과원이라도 그나마 교사가 둘이면,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교대로 학생을 보면서 문자를 보낼 여유가 잠시라도 생긴다. 하지만 한 학급에 과원이면, 버스 안에서 그럴 만한 여유는 생기지 않는다. 또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하나하나 공유하기 힘들다. 사안이 중대한 일부터 부모와 상담하다 보면, 교사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은 뒤로 밀린다. 뒤로 밀려난 문제라도 해당 학생의 학부모 입장에서는 큰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오해가 쌓인다. 이렇듯 과원 학급은 자칫 작은 일에도 서로 예민해질 수 있다. 과원 학급 특수 교사의 일과는 살얼음판이다. 몸은 하나인데, 여러 장소, 여러 학생의 돌발 상황에 모두 균질하게 대처해야 한다.
시간표에 대한 배려, 학부모의 양해, 관리자 및 동료 교사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나는 생존했다. 하지만 시간의 거리를 둔 지금 그때를 다시 되돌아보니 거기에 학생이 있었다. 바쁜 선생님, 학생 수가 고려되지 않은 6명 기준의 학급 예산 등 모든 피해는 학생의 몫으로 남았다. 특수 교사로서 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였지만, 과원 학급으로 인해 학생들이 누리지 못한 것은 ‘그 어떤 기회’들이다.
특수교육 상황은 늘 보편적이지 않다.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도 없다. 학교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는 학부모는 아이의 달라진 표정, 태도 모든 것이 걱정일 테다. 특수교육대상 학생 지도 경험이 부족한 일반 학급 담임 교사는 특수 교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교육청, 학교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특히 교육청은 학교가 요청하지 않더라도, 과원 학급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서 학교에 제시하여 과원 학급으로 생기는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안전한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재미나게 배우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교육청이 학교보다 한발 앞에서 움직여야 한다.
교육청 그 누구라도, 원칙에 갇혀 ‘할 수 없다’는 소극적 태도가 아닌,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교육청이 규정을 바꿔서라도 한다!’라는 적극적인 행정을 했다면, A 선생님도 겨울 방학을 기다리며 학생들과 행복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었을까?
교사를 위한 지원은 없다
특수교육은 홀로 운영되지 않는다. 특수 교사를 중심으로 통합학급 교사, 학부모가 가장 친밀한 협력자이다. 이 친밀한 협력체는 때때로 위태롭다. 각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치에서 협력의 고리는 약해진다. 이 약해진 틈을 메워 줄 수 있는 것이 법에서 정한 보조 인력이다. 인천시교육청은 특수교육 실무사(교육 공무직), 장애 학생 교육(돌봄) 활동 지원인력(단기 근로자), 자원봉사자(유급 봉사자)를 구별하여 지원하고 있다.
특수교육 실무사는 교육청에서 채용하여 학교 희망에 따라 배치된다. 근무 일수 300일로 특수 교사와 대부분 시간을 함께하며, 통합교육 및 특수학급 교육 활동, 학생의 신변 처리, 급식, 교내외 활동 등을 지원한다. 장애 학생 교육(돌봄) 활동 지원인력은 단시간 근로자로 학교가 신청하면 교육청이 학교로 예산을 보낸다. 그 예산 내에서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채용하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인력이다. 신청부터 운영 계획 수립, 계약서 작성의 업무가 모두 특수 교사의 몫이 된다. 운영 형태는 각각 교육 활동 지원과 돌봄 지원으로 구분되는데, 주 14시간(월 60시간 이하)을 목적에 맞게 교육 활동 지원인력은 정규 수업 중에, 돌봄 지원인력은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자원봉사자 역시 주 14시간 운영이며, 시간당 임금을 받는 자원봉사이다.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고, 위촉하여 운영한다. 월 60시간 이하에 해당하는 임금을 봉사한 시간을 계산하여 지급하는데, 이는 특수 교사의 업무이다.
인천시교육청이 ㄱ초에 ‘할 수 있는 지원’을 다 했다고 한 부분, 지원인력 3명은 장애 학생 교육 활동 지원인력 1명, 장애 학생 돌봄 지원 인력 1명, 자원봉사자 1명이었다. A 선생님께서는 특수교육 실무사, 지원인력 2명을 정규 수업 중에 활용 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돌봄 지원인력을 운영했다. 단기 근로자는 장애 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연수 등을 받지 않는다. 또한, 그 활동에 있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즉, 그 모든 것이 특수 교사의 몫이 된다. 지원인력은 교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의 학교생활을 지원할 뿐이다. 교사에게는 또 다른 업무가 가중되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 입장에서 이런 지원이라도 요청하게 되는 것은 학생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서이다. 전적으로 교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신청하고 싶지 않은 사업이다.
교사에게는 교사가 필요하다. 수업 이야기를 하고, 학생 생활지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업무를 나누며 함께 성장할 동료 교사가 필요하다. A 선생님은 그 많은 업무를 감내해 가며 학생의 학교생활을 보장하고 통합교육 현장을 지키고자 했다. 주 29시간의 수업을 하며, 어떻게 그 많은 업무를 감당할 수 있었던 걸까? 선생님의 퇴근은 늘 늦어졌을 것이다.
시간표를 보면 보이는 것이 있다
A 선생님이 주 29시간의 수업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는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어 같은 학교 동료 교사에게 시간표를 볼 수 있는지 물었다. 시간표는 없었다. 아니, 시간표는 매주 달랐다. 이유는 각각의 학생이 소속된 통합학급의 시간표 운영에 맞춰 매주 변동되는 시간표를 작성하여 운영하였기 때문이다.
특수학급 운영에 있어 수업 시간의 운영은 1년살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어떤 학생과 어떤 학생은 함께 있을 때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학생들이 가진 서로 다른 교육적 요구를 그룹화해서 교육과정 운영을 원활히 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여, 고려되어야 할 것이 많다. 특수학급이 한 학급일 경우, 저학년을 오전 시간에 배치해야 하므로, 고학년은 그 이후 시간으로 배치한다. 그러다 보면 점심시간이 걸린다. 전교생이 모두 4교시 이후에 점심을 먹는 경우는 무관하지만, 3교시 이후에 먹는 학년, 4교시 이후에 먹는 학년으로 나뉘어 있는 경우에는 특수 교사 본인의 점심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이렇듯 특수학급 시간표 작성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그런데, 각 학급의 시간표까지 반영하여 해당하는 과목 시간(개별화교육지원팀에서 정한 특수학급 수업 교과)에 특수학급에 오도록 한다면 앞서 말한 고려점들은 모두 배제된다. 모든 것을 반영한 시간표를 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특수학급 수업을 우선시할 경우에는 시간표를 고정하여 연간 운영하게 된다. 여기에는 특수 교사의 운영 편의도 살짝 끼어든다.
고정해서 운영하게 되면, 특수교육이 필요한 과목 시간에 통합학급에서 지원 없이 수업을 받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함에도 시간표 운영 시 고려해야 할 게 많은 상황에서 고정 시간표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학급이 과원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A 선생님이 변동 시간표를 운영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통합교육에 대한 의지가 강했음을 보여 준다. 고정 시간표를 운영해서 주 20시간으로 수업 시수를 맞춰 두고, 업무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선생님은 교사의 업무상 편의보다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지켜 주고 싶었을 것이다.
장애 정도가 중증이라는 사실은 없다
몇 해 전부터 특수학급 교사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특수학급 학생이 중증화되고 있다.’
중증화되고 있다는 표현은 장애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장애 정도가 심하다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학교와 교육청은 그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인천은 장애인 복지카드가 있으면, 진단평가를 생략하거나 간단한 검사만 실시하여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의학적 진단을 기반으로 장애를 명명한 것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의사의 진단에 따라 장애를 등록하여 등급을 받은 학생은 그 장애 정도가 또렷하고 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019년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기 전에는 등급에 따라 장애 정도를 가늠하였고, 1급이 많은 학교는 장애가 심한 중증 학생이 많다는 판단으로 관련 지원에 있어 우선권을 주었다(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보다 늘 부족하여 그 순위를 정하여야 했다). 이렇듯 장애등급제가 있을 때는 그 등급에 따라 경증과 중증을 구분하였지만, 폐지 이후에 보건복지부의 ‘심한 장애(중증)’, ‘가벼운 장애(경증)’라는 판단은 무시되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7조 제2항에는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의 경우 정원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다정한 조항이 있다. 우리가 흔히 1당 100(일당백)이라고 표현하는데, 법이 이를 고려하여 준 것이다. 1당 2로 말이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진단, 선정, 배치할 때 그 장애 정도를 판단하지 않고 대상자의 ‘가’, ‘부’만 심의하여 학교에 배치한다.
각종 언론 보도에서 말하는 ‘ㄱ초에 중증 학생이 4명 있었다’는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대부분 이러한 판단은 매우 주관적이다. 어떤 교사는 학교생활 전반에서 학생을 잘 통제하는 것이 교사의 능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교사는 소소하게라도 학생이 통제가 안 되면 힘들 것이다. ‘중증 학생’에 대한 객관적 근거는 현재로서는 장애인 복지카드뿐이다. ㄱ초 학생들 대부분이 복지카드를 소지하고 있었고,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대부분의 유아, 초등학생은 ‘심한 장애(중증)’로 발급받고 있기 때문에 ㄱ초의 중증 학생은 4명보다는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장애 정도에 대해 존재하는 객관적 사실은 이것이 전부이다.
특수 교사들이 어려워하는 학생은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거나, 신변 처리가 되지 않으며, 이른바 ‘도전 행동’을 보이는 학생이다. 이러한 학생의 학교생활 참여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 활동을 보조할 수 있는 지원인력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원인력을 많이 운영할수록 특수 교사의 업무는 가중된다.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학급은 여러 이유로 그 정원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맞다.
교육청은 진단 평가 시 그 장애 정도를 따로 심의하거나, 보건복지부에서 장애 학생의 사회 참여를 위해 지원하는 활동지원사 시간❸을 객관적 근거로 중증 학생을 선정하여 정원을 조정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선생님의 특수교육은 통합교육이었다
A 선생님의 죽음 이후 들었던 물음을 좇다가 알게 된 것이 있다. 내 지난 24년 동안의 특수교육과 A 선생님의 특수교육에는 차이가 있었다. A 선생님의 교육에는 희망이 있었다. 나는 교육적 문제들을 극복해 왔고, 선생님은 해결해 왔다. 어려움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것이었다. A 선생님은 통합학급 담임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교육청에 적절한 지원을 요청했다. 지원인력 예산을 받아 활용하였고, 과원인 상황에서 학생의 학교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 학급 학생을 특수학급으로 재배치하였다. 재배치를 하지 않고 일반 학급을 유지하며 통합학급 담임 교사나 학부모와 함께 부담을 나눌 수도 있었다. 그렇게 1년만 버티면 후년에는 증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의 학교생활이 우선이었다. 아마도 A 선생님이 생각한 교사의 책임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통합학급에서 이른바 도전 행동❹으로 교육 활동 참여가 제한적이던 학생을 위해, 어느 날은 5분, 어느 날은 15분,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통합학급 수업 참여를 지속해서 시도하였다. 동시에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행동중재지원단의 컨설팅도 신청하여 사회 참여를 끌어내려고 노력하였다. 나 역시 과원 학급을 운영하였지만, 주 29시간의 수업을 하면서 어떻게 이 많은 지원과 업무를 추진할 수 있었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선생님 사망 이후에 학교에 방문하여 특수학급 교실을 둘러보았다. 교실 앞 작은 화분에는 바질이 잘 자라고 있었다. A 선생님께서 직접 심고 기르던 것이란다. 햇살 따스한 곳에 둔 화분 속 바질은 반질반질 윤기를 내며 꼿꼿하게 자라고 있었다. 햇살과 바람과 물을 주고, 정성으로 키웠을 그 화분을 보고 있자니, 선생님의 아이들 생각이 났다. 아이들도 그렇게 잘 키우고 싶었구나. 선생님은 아이들이 어디서든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게 정성을 들이고 있었구나 싶었다. 바질을 보면서 눈물이 흘렀다.
ㄱ초 선생님의 죽음 앞에 나는 다시 생각한다. 선생님의 노력, 특수 교사로서 통합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였던 2024년의 흔적들을 보며 나를 돌아본다. 지금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일까? 나는 아이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는가? 다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❶
A 선생님과 지인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중 공개된 내용 일부를 재구성.
❷
A 선생님 사망일 기준, ㄱ초등학교 특수교육 현황은 특수학급 학생 8명, 일반 학급 학생 4명으로 12명이었고 이 중 건강장애 학생 1명을 제외하고 11명이 모두 장애인 복지카드를 소지하고 있었다.
❸
장애 정도에 따라 시간을 정하기 위해 종합 평가를 실시한다. 이 과정은 학생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관찰 평가하는 것을 포함한다.
❹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 안전을 심각하게 해할 가능성이 있는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