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위기와 학생의 위기는 겹쳐 있다
- 교사의 통제권 강화가 아닌 실효성 있는 통합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전세란
junseran@gmail.com
서울 초등 교사,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
“선생님, 수업 중에 죄송합니다. 상훈이(가명)가 또 없어졌네요. 상훈이 보신 분은 말씀해 주시면 데리러 가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한창 수업을 하고 있는데, 옆 반 선생님으로부터 쪽지가 왔다. 바느질을 가르치면서 한 학생을 돕고 있던 사이에 상훈이가 또 사라졌다는 것이다. 6학년인 상훈이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이다. 지적장애와 ADHD로 진단받았는데,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저지하면 큰소리로 욕을 하거나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2학기 초에는 수업 시간 중 담임 교사가 잠시 눈을 뗀 사이 학교 밖으로 나가 근처 태권도장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상훈이의 담임 교사는 올해 처음 담임을 맡은 신규 교사다.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상훈이를 말리다가 팔 군데군데에 멍이 들었다. 상훈이가 과격한 행동을 보일 때 특수학급에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특수학급 교사도 다른 학생들과 수업 중이기에 즉각 도우러 오지 못할 때가 많았다. 교감에게 쪽지도 보내고 찾아도 가 봤지만 실속 없는 위로만 이어질 뿐, 결국 보호자에 대한 연락이나 학생 대응은 담임 교사 몫이었다. 발령받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훈이의 담임은 매일 ‘언제 그만두지’를 고민하며 학교에 온다고 학년 연구실에서 눈물을 보였다.
아이가 수업 중 교실 밖으로 나가려던 어느 날이었다. 담임 교사가 아이를 말리자 복도 한가운데서 소리를 지르며 욕을 했고, 결국 특수학급 교사가 와서 아이를 억지로 특수학급으로 데려갔다. 진정되지 않은 아이는 특수학급에서 물건을 던지며 특수학급 교사를 때렸고 그 모습은 영상에 담겼다. 영상을 본 교감은 증거가 남았으니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자고 했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일어난 일련의 과정들 안에서 의아한 몇 가지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신규 교사를 희망하지 않은 6학년 담임에 배치한 것이다. 작년에 여러 차례 열린 교사 집회에서 저경력 교사에 대한 배려 없는 학년 및 업무 배정 시스템은 중대한 의제였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는 ‘공평한 점수제’를 운운하며 ‘점수 없는’ 신규 교사를 빈 자리에 배치하고 있는 실정이다.[ref]많은 초등학교에서 학년 배정을 위해 ‘점수제’를 활용하는데, 해당 학교 근속연수, 이전까지 맡아온 학년 곤란도에 따른 점수, 통합학급 담임 여부 등을 기준으로 매년 점수를 계산해 높은 점수를 가진 교사의 희망 학년을 우선 고려한다. 신규 교사나 전입 교사는 해당 학교 근무 경력이 없어서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곤란도가 높다고 예상된 ‘기피 학년’에 배치될 확률이 높다.[/ref]
둘째로는 상훈이가 통합학급에서 통제 불가능한 행동을 할 때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고 아동을 분리시킨 곳이 특수학급이라는 점이다. 작년 한 웹툰 작가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특수교육대상 아동이 돌발 행동을 할 때 학교는 대체로 특수 교사가 책임을 지고 아동을 분리해 지도하도록 조치한다. 특수학급은 특수교육대상 아동들의 개별화교육이 이루어지는 엄연한 교육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셋째로, 아동과 학급을 지원하는 학교 차원의 시스템은 사라진 채 담임 교사와 특수 교사가 독박으로 책임지는 것이다. 위기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이 부재하기에 담임 교사는 마치 개인적인 부탁을 하는 것 같은 모양으로 동학년이나 교감에게 선의에 기댄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특수 교사에게는 돌발 행동을 한 특수교육대상 아동을 지도할 책임이 오롯이 전가된다.
넷째로 결국 담임 교사 및 특수 교사를 돕는 학교 차원의 조치로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제안한 것이다. 아동의 특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교사에게 상흔을 입힌 행동 장면만을 두고 교육 활동을 침해한 행동으로 판단하는 구도로는 아동도, 교사도, 학급도 절대 도울 수 없다.
위기학생 지원 체계의 한계
코로나19 이후, 정서행동 위기를 겪는 학생[ref]2023년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마련한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통합 TF 구성 및 운영 계획(안)」에 따르면 ‘정서행동 위기학생’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상 정서·행동장애를 지닌 특수교육대상자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정서적·심리적 이유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뜻한다. 허나 통합학급의 담임 교사나 특수 교사가 오롯이 책임지고 있는 특수교육대상 학생 역시 학교의 통합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기에, 본 글에서는 복합적 이유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정서행동 위기학생’으로 정의한다.[/ref]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느낀다. 그러나 앞서 상훈이의 사례처럼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만나는 담임 교사들은 여전히 독박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운이 좋지 않은’ 담임 교사가 홀로 고군분투하며 한 해를 무사히 넘기고자 애쓰며,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교권을 침해한다’는 프레임으로 마련된 여러 해결책들은 학교에서 어떠한 실효성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역의 각계 기관에서 학생들의 마음 건강 위기에 주목하며 마련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 공문은 수시로 학교에 쏟아진다. 개별 프로그램 중심의 분절적 운영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왔지만, 여전히 학생 맞춤형으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보다는 프로그램 신청 기한, 기준에 학생을 맞춰 신청하는 식이다.
지원 시스템의 운영 방식도 문제지만, 현재의 위기학생 지원 체계는 지원 대상 기준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돕는 데 한계가 있다. 서울의 경우 법정 저소득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거점학교와 일반학교로 구분한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거점학교의 경우 학교마다 교육복지실을 마련하고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배치된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학교 내 ‘교육 취약 학생(적응 취약, 경제 취약, 문화 취약 학생)’을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복지실의 ‘교육 취약 학생’은 담임 추천으로 선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복지실은 경제 취약 학생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고, 교육복지실의 설치 기준 자체가 법정 저소득 학생 수이기에 실제로도 일면 그러하다. 담임 교사는 특히 ‘적응 취약 학생’에 해당하는 심리·정서, 적응·관계, 기초학력 취약 등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교육복지실에 ‘추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그렇기에 교육복지실의 예산 및 지원은 더욱 경제 취약 학생에게 집중된다.
선별 기준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그 경계에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법은 더욱 찾기 어렵다.[ref]김명희(2022), 《신경다양성 교실 -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통합교육의 시작》, 새로온봄.[/ref] 책 《신경다양성 교실》에 등장하는 수호는 경도의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적장애 학생이 특수교육대상 아동으로 선정되려면 지적 능력과 교실에서 적응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적응행동상의 어려움을 함께 보여야 한다. 수호의 지능은 지적장애에 해당하지만 적응행동 점수와의 평균 수치가 ‘경계선’에 해당하기에 수호는 특수교육대상 아동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난독증과 난산증도 함께 보여서 학습이 어려운 수준이기에 교사가 학습장애로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이번에는 지능이 지적장애에 해당하는 수준이라 선정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의 각 지역 교육지원청에서는 경계선 지능이나 난독 학생을 전문 기관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한 건 검사 결과 지능 수준이 지적장애에 해당하면 해당 프로그램에서도 배제된다. 이는 학생이 실제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과는 상관없이 수치화된 지표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더욱이 학교에 교육복지실이나 상담실이 없는 경우에 위기학생 지원 여부는 오롯이 담당 부장이나 담임 교사의 역량에 달려 있다. 위기학생 지원 프로그램 관련 공문은 발송 기관에 따라, 내용에 따라 교감한테 편철되기도 하고, 복지 담당 부장, 혹은 생활 담당 부장에게 편철되기도 한다. 부장직을 꺼리는 분위기에서 보직 순환제로 인해 억지로 1년간 부장을 맡은 경우, 받은 공문을 공람으로 전달하기 바쁘다.[ref]보통 외부 기관에서 보내는 공문은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자 문서 시스템인 업무 관리 시스템을 통해 전달되는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는 공문의 내용을 살펴 그 공문을 같이 봐야 하는 교사에게 공람을 지정한다.[/ref] 매일 업무 관리 시스템에서 공문을 열어 볼 틈이 없는 담임 교사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에야 비로소 관련 공문을 찾아보지만 신청 시기를 놓칠 때도 많다.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아무리 위기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어도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가닿지 못한 채 흩어진다.
허울 좋은 학생 맞춤 통합 지원 방안
2024년 8월, 교육부는 “예방, 발견, 치유, 회복의 전 단계에서 학생 마음건강 회복을 위한 통합 지원”을 골자로 하는 「학생 맞춤형 마음건강 통합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과제 중 하나는 교장(감)을 중심으로 보호자나 학생의 문제를 함께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지원 체계로의 전환이다. 서울시에서도 2024년부터 서울형교육복지사업 계획에서 개별 교육 취약 학생 맞춤형 지원을 위한 ‘통합지원팀’을 구성하도록 방침을 내렸다. 통합지원팀은 교장(감)을 위원장으로 하여 관련 구성원들이 함께 협력해 교육 취약 학생을 돕는 협의체이다. 두 정책 모두 정해진 기준과 상관없이 복합적인 연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돕고, 개별 교사가 혼자 위기학생 및 위기 학급을 감당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반가운 정책이다. 그러나 통합지원팀이 그 취지에 맞게 학교에서 잘 구현될지는 의문이다.
앞서 상훈이의 사례도 올해 우리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서울형 교육복지 사업 계획에 따르면 1학기 중 통합지원팀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임 교사가 교감에게 개별적으로 몇 번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동안 한 번도 통합지원팀 회의 개최가 고려되지 않았다. 통합지원팀을 구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 선생님들이 80여 명 정도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통합지원팀 개설 여부를 물었지만, 운영하고 있다는 학교는 두 곳뿐이었다. 하나는 이전에 근무했던 혁신학교, 그리고 하나는 그 혁신학교에서 이동한 한 선생님이 새 학교에 제안해서 만들어졌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학생 통합 지원 체계를 강조하지만, 학교에선 여전히 각개 전투를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서울시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 시행 계획에 따라 각 학교에서 구성하도록 되어 있는 ‘다중지원팀’[ref]2023년도부터 「기초학력 보장법 시행령」 제7조 제2항에 따라 기존 ‘기초학력 다중지원팀’의 명칭을 ‘학습지원대상학생 지원협의회’로 변경하였다.[/ref]의 운영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복합적인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해 교장(감), 담임 교사, 보건 교사, 상담 교사, 특수 교사, 기초학력 협력 강사 등으로 구성된 다중지원팀의 운영 활성화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계획의 주요 과제이다. 그러나 실제 학교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지원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학기 초에 기초학력 진단 검사를 실시하여 과목별 점수에 따라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을 선정해 방과후학습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3단계 안전망 구축[ref]△ 1단계 정규 수업 시간에 즉각적 지도를 통한 학습 결손 방지 △ 2단계 학교 내 다중지원팀 구성으로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 3단계 학교 밖 전문 기관과 연계해 지원하는 시스템.[/ref]을 이야기한 지 오래이건만, 다중지원팀의 실질적인 운영을 통해 학생 개인의 상태에 따른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길은 여전히 요원한 것이다.
교사들은 왜
위기학생지원 관련 법안을
반기지 않을까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생 맞춤형 통합 지원 체계’에 발맞춰 22대 국회에서는 이미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안’,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ref]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안(강경숙 의원 등 17인), 2024년 6월 4일 발의;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백승아 의원 등 16인), 2024년 9월 9일 발의.[/ref] 등 위기학생 지원과 관련한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되어 있다. 공통적으로 위기학생 지원과 관련한 개별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통합적인 체계를 마련하고자 하는 내용인데 의외로 교사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또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반대하는 목소리마저 들리기도 한다.
위기학생 지원 관련 법안에 대해 주변 교사들의 인식을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난 반응은 ‘교장, 교감이 학생 지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며 함께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었다. 학교에서 통합지원이 자리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장이나 교감의 역할과 의지이다. 학교에서 필요한 교장(감)의 역할은 교장실, 교무실 컴퓨터 앞에서 학교 사업을 살피고 결재하는 행정직이 아니라, 학교에 오는 학생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며 교육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책임자이다. 개인적으로도 몇 해 전, 학급에서 위기학생을 만나는 과정에서 ‘학교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교장, 교감의 적극적인 대응과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에서도 위기학생의 선정부터 지원 과정에서 보호자 동의까지 모두 학교장의 역할이 강조되어 있다. 아무리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을 강조한다 한들, 학교장이 소극적이거나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 위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통합 지원’이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하다.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교장, 교감이 나서서 책임을 나누어 맡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때 독박 교실의 불안이 줄고 닫힌 교실이 열려 위기학생을 위한 통합적인 지원이 작동할 수 있다.
또한 법안에서 다루고 있는 위기학생을 돕기 위한 위원회(이하 통합지원팀) 자체의 운영에 대해서도 불신을 품는 반응도 많았다. 앞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 지원을 위한 다중지원팀 구성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교엔 구성하도록 되어 있는 각종 위원회가 있지만,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서류상 형식적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 개별 교사의 입장에서는 어떤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지, 각 위원회에서 어떤 업무들을 다루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통합지원팀도 그러한 교내의 다양한 위원회 중 하나처럼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뿐이라는 것이다. 설령 통합지원팀이 실제로 운영된다고 할지라도, 통합지원팀의 구성원들이 통합 지원의 의미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고 연계할 수 있는 적절한 자원도 알지 못한 상태라면, 누군가한테는 외려 위원회 구성원들로부터 지도 방법에 대한 조언만 듣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발의된 법안의 내용에서는 공통적으로 ‘학교의 장이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정서적 어려움, 아동학대 등으로 인하여 학습·심리·진로·안전 등이 현저하게 위협받거나 다른 학생의 학습·심리·진로·안전 등을 현저하게 위협하고 있는 경우에는 학생이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위기학생으로 선정하여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에서 위기학생을 위한 종합 심리 검사를 의뢰하거나 상담 치료를 연계하고 싶어도 보호자 동의에 막혀 진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교사들은 막막함을 드러내 왔다. 보호자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상한 보호자와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결국 보호자 동의를 얻지 못해 학생에게 적절한 지원을 연결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법안에서 보호자 동의에 대한 예외를 둔 조항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외려 보호자 동의 없이 검사나 지원을 진행하는 절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한편으론 ‘현저한 위협’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기 때문에 보호자 동의 없이도 더 적극적으로 학교가 지원을 연결할 수 있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기를 희망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한편,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에서는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선정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법안이 통과되면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일이 모두 학교 즉, 교사의 일이 될 것이라며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혔다.[ref]“‘철회’ 장벽 만난 강경숙 의원 1호 법안 ‘금쪽이 지원법’”, 〈더에듀〉, 2024년 6월 18일.[/ref] 또한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측에서는 각 학교에 정서행동 지원 전문 교원을 배치하는 대신 상담 교사 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f]“발목잡힌 ‘금쪽이 지원법’… 상담·보건교사들 ‘반발’”, 〈교육언론 창〉, 2024년 6월 17일.[/ref] 무엇보다도 각 주체 간 가장 쟁점이 되는 지점은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업무를 누가 담당할 것이냐이다.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책임지는 일은 기본적으로 학교가 아닌 가정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위기학생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및 법안 자체는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일이 상담/보건/담임/특수 등의 일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허나 어쨌든 협의체를 구성하고 회의를 개최하고 지원을 연결하는 실무 담당자가 필요하기에, 각자 과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와중에 또 다른 중한 업무가 부가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일을 ‘일’로만 접근해서는 교실의 총체적인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또한 학생의 위기는 촘촘히 들여다보면 가정의 위기와도 연결되어 있을 때가 많기에 학교와 가정의 책임을 무 자르듯 구분하는 것 역시 교육 공간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길은 아니다.
교장이나 교감의 의지, 통합지원팀의 실질적 운영이나 보호자 동의 절차 여부, 업무 부담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동의되지만, 이는 오히려 제대로 된 통합지원팀의 운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여 해결할 사항이지 입법을 반대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보호자와 협력하는 과정에서도 팀 단위로 대응할 때 훨씬 개인 교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미국의 학생 맞춤 통합 지원 사례를 분석한 자료[ref]권동현(2024),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의 시작과 과제〉, 《서울교육》, 254.[/ref]에 따르면 다층 지원 체계 구축은 학업 및 행동 문제 증가에 대응하고 교육 불평등 심화를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한다. 기본적으로 한 학생을 둔 학교의 각 주체, 그리고 학교와 가정의 통합적인 지원 구조는 마련하되, 상담 교사를 적극 배치하고 통합지원팀에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중재 전문가[ref]개인적으로도 지난 학교에서 통합지원팀과 비슷한 취지의 ‘다중지원팀’을 운영할 당시, 담임 교사의 위기학생 관찰 내용만으로는 팀에서 지원 방식을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때가 있었다. 임상심리 전문가 등의 전문가가 학생의 학교생활 모습을 관찰하며 교실 내의 행동 지원을 함께 강구하고 나아가 학생에게 적합한 지원을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이 필요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서울시교육청에서 파견하고 있는 ‘행동중재 전문가’로 칭했다.[/ref]를 파견하거나 지역 기관의 정신 건강 서비스와 연결하는 것 등 빈틈을 보완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채워 가야 할 것이다. 학생 맞춤 통합 지원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위기학생을 홀로 감당하는 고립된 교사를 돕고, 개별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차원의 입체적인 지원 방안을 일관성 있게 제공할 수 있다.
‘교권 강화’가 아니라 ‘함께 지원’하는 방향으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충분한 정서적 돌봄을 받지 못했거나 신경 다양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학생의 비율은 많아지고 있다. 많은 교사들은 교실이 이전과 같지 않는 데서 오는 어려움의 원인을 ‘무너진 교권’으로 해석하곤 한다. 그러나 교실의 위기를 ‘교권’의 문제로 보고 개별 교사가 갖는 통제력 및 권한을 강화하자는 식의 주장은 독박 책임의 어려움에 놓인 교사를 돕지 못한다.
상훈이 담임인 신규 교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교장, 교감에게 통합지원팀의 구성 및 운영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다행히 교장, 교감은 곧장 관련 부장들과 함께 통합지원팀을 구성했고, 다음 날 교직원 회의에서 바로 통합지원팀에 지원 대상 학생을 의뢰하는 절차 등 운영 방식을 설명했다. (앉아 있던 자리 앞에서 ‘와, 학교에서 이런 걸 해 주다니 감동이다’라는 반응이 들려오기도 했다.) 통합지원팀에서는 가장 먼저 상훈이와 상훈이네 학급을 어떻게 지원할지를 논의했다. 특수학급에서 당장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기초 학습을 지원하는 ‘학습 튜터’ 사업을 더 신청해서 상훈이의 학습과 생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고, 상담과 미술 치료도 연계하였다. 상훈이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의 학습에 방해가 되거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특수학급이 아니라 교무실에서 지원하는 내용도 통합지원팀에서 결정되었다. 통합지원팀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개별화교육 지원 회의를 한 번 더 개최하였고 참여한 보호자에게 교감, 특수 교사, 담임 교사가 한목소리로 협력을 요청할 수 있었다. 물론 단기간에 상훈이의 행동 자체가 두드러지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상훈이의 담임은 지원 인력이 함께 있으니 훨씬 안전한 마음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상훈이의 행동을 교육 활동 침해 행위로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특수교육대상 아동인 상훈이에게 어떤 조치를 내릴 수 있었을까. 담임이나 특수 교사가 ‘피해 교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특별 휴가, 심리 상담 지원 등의 조치는 물론 당장은 필요할 수 있는 지원이기는 하나 이후에 다시 상훈이를 만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그랬다면 매년 그 자리에 상훈이를 만나는 다른 개별 교사들이 자리했을지도 모른다.
교실의 위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해 적합한 절차에 따라 책임을 배우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 자기 자녀만 생각하는 보호자의 무리한 요구에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어떤 학생이든 다시 교육을 이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 작년 하반기에 이어진 교사 집회 이후 ‘교권 보호 4법’이 개정되고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발표되었지만, 교실에서 겪는 교사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을 통제할 수 있는 개인 교사의 권한 강화는 오히려 독박 교실의 책임만 더 가중시킬 뿐이다. 학교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무력감이 이어지고 있고, 외려 각 교실의 문은 더욱 굳게 닫혀 가고 있다. 교사를 독박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고 교육이 회복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위기학생을 돕는 실질적인 통합 지원 체계의 마련이 필수적이다. 학생의 위기가 곧 개인 교사의 위기로 이어지는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독박 교실의 문을 열어 위기학생을 학교가 함께 지원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교사의 위기와 학생의 위기는 겹쳐 있다
- 교사의 통제권 강화가 아닌 실효성 있는 통합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전세란
junseran@gmail.com
서울 초등 교사,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
“선생님, 수업 중에 죄송합니다. 상훈이(가명)가 또 없어졌네요. 상훈이 보신 분은 말씀해 주시면 데리러 가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한창 수업을 하고 있는데, 옆 반 선생님으로부터 쪽지가 왔다. 바느질을 가르치면서 한 학생을 돕고 있던 사이에 상훈이가 또 사라졌다는 것이다. 6학년인 상훈이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이다. 지적장애와 ADHD로 진단받았는데,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저지하면 큰소리로 욕을 하거나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2학기 초에는 수업 시간 중 담임 교사가 잠시 눈을 뗀 사이 학교 밖으로 나가 근처 태권도장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상훈이의 담임 교사는 올해 처음 담임을 맡은 신규 교사다.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상훈이를 말리다가 팔 군데군데에 멍이 들었다. 상훈이가 과격한 행동을 보일 때 특수학급에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특수학급 교사도 다른 학생들과 수업 중이기에 즉각 도우러 오지 못할 때가 많았다. 교감에게 쪽지도 보내고 찾아도 가 봤지만 실속 없는 위로만 이어질 뿐, 결국 보호자에 대한 연락이나 학생 대응은 담임 교사 몫이었다. 발령받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훈이의 담임은 매일 ‘언제 그만두지’를 고민하며 학교에 온다고 학년 연구실에서 눈물을 보였다.
아이가 수업 중 교실 밖으로 나가려던 어느 날이었다. 담임 교사가 아이를 말리자 복도 한가운데서 소리를 지르며 욕을 했고, 결국 특수학급 교사가 와서 아이를 억지로 특수학급으로 데려갔다. 진정되지 않은 아이는 특수학급에서 물건을 던지며 특수학급 교사를 때렸고 그 모습은 영상에 담겼다. 영상을 본 교감은 증거가 남았으니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자고 했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일어난 일련의 과정들 안에서 의아한 몇 가지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신규 교사를 희망하지 않은 6학년 담임에 배치한 것이다. 작년에 여러 차례 열린 교사 집회에서 저경력 교사에 대한 배려 없는 학년 및 업무 배정 시스템은 중대한 의제였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는 ‘공평한 점수제’를 운운하며 ‘점수 없는’ 신규 교사를 빈 자리에 배치하고 있는 실정이다.[ref]많은 초등학교에서 학년 배정을 위해 ‘점수제’를 활용하는데, 해당 학교 근속연수, 이전까지 맡아온 학년 곤란도에 따른 점수, 통합학급 담임 여부 등을 기준으로 매년 점수를 계산해 높은 점수를 가진 교사의 희망 학년을 우선 고려한다. 신규 교사나 전입 교사는 해당 학교 근무 경력이 없어서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곤란도가 높다고 예상된 ‘기피 학년’에 배치될 확률이 높다.[/ref]
둘째로는 상훈이가 통합학급에서 통제 불가능한 행동을 할 때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고 아동을 분리시킨 곳이 특수학급이라는 점이다. 작년 한 웹툰 작가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특수교육대상 아동이 돌발 행동을 할 때 학교는 대체로 특수 교사가 책임을 지고 아동을 분리해 지도하도록 조치한다. 특수학급은 특수교육대상 아동들의 개별화교육이 이루어지는 엄연한 교육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셋째로, 아동과 학급을 지원하는 학교 차원의 시스템은 사라진 채 담임 교사와 특수 교사가 독박으로 책임지는 것이다. 위기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이 부재하기에 담임 교사는 마치 개인적인 부탁을 하는 것 같은 모양으로 동학년이나 교감에게 선의에 기댄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특수 교사에게는 돌발 행동을 한 특수교육대상 아동을 지도할 책임이 오롯이 전가된다.
넷째로 결국 담임 교사 및 특수 교사를 돕는 학교 차원의 조치로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제안한 것이다. 아동의 특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교사에게 상흔을 입힌 행동 장면만을 두고 교육 활동을 침해한 행동으로 판단하는 구도로는 아동도, 교사도, 학급도 절대 도울 수 없다.
위기학생 지원 체계의 한계
코로나19 이후, 정서행동 위기를 겪는 학생[ref]2023년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마련한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통합 TF 구성 및 운영 계획(안)」에 따르면 ‘정서행동 위기학생’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상 정서·행동장애를 지닌 특수교육대상자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정서적·심리적 이유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뜻한다. 허나 통합학급의 담임 교사나 특수 교사가 오롯이 책임지고 있는 특수교육대상 학생 역시 학교의 통합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기에, 본 글에서는 복합적 이유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정서행동 위기학생’으로 정의한다.[/ref]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느낀다. 그러나 앞서 상훈이의 사례처럼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만나는 담임 교사들은 여전히 독박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운이 좋지 않은’ 담임 교사가 홀로 고군분투하며 한 해를 무사히 넘기고자 애쓰며,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교권을 침해한다’는 프레임으로 마련된 여러 해결책들은 학교에서 어떠한 실효성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역의 각계 기관에서 학생들의 마음 건강 위기에 주목하며 마련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 공문은 수시로 학교에 쏟아진다. 개별 프로그램 중심의 분절적 운영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왔지만, 여전히 학생 맞춤형으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보다는 프로그램 신청 기한, 기준에 학생을 맞춰 신청하는 식이다.
지원 시스템의 운영 방식도 문제지만, 현재의 위기학생 지원 체계는 지원 대상 기준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돕는 데 한계가 있다. 서울의 경우 법정 저소득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거점학교와 일반학교로 구분한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거점학교의 경우 학교마다 교육복지실을 마련하고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배치된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학교 내 ‘교육 취약 학생(적응 취약, 경제 취약, 문화 취약 학생)’을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복지실의 ‘교육 취약 학생’은 담임 추천으로 선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복지실은 경제 취약 학생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고, 교육복지실의 설치 기준 자체가 법정 저소득 학생 수이기에 실제로도 일면 그러하다. 담임 교사는 특히 ‘적응 취약 학생’에 해당하는 심리·정서, 적응·관계, 기초학력 취약 등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교육복지실에 ‘추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그렇기에 교육복지실의 예산 및 지원은 더욱 경제 취약 학생에게 집중된다.
선별 기준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그 경계에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법은 더욱 찾기 어렵다.[ref]김명희(2022), 《신경다양성 교실 -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통합교육의 시작》, 새로온봄.[/ref] 책 《신경다양성 교실》에 등장하는 수호는 경도의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적장애 학생이 특수교육대상 아동으로 선정되려면 지적 능력과 교실에서 적응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적응행동상의 어려움을 함께 보여야 한다. 수호의 지능은 지적장애에 해당하지만 적응행동 점수와의 평균 수치가 ‘경계선’에 해당하기에 수호는 특수교육대상 아동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난독증과 난산증도 함께 보여서 학습이 어려운 수준이기에 교사가 학습장애로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이번에는 지능이 지적장애에 해당하는 수준이라 선정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의 각 지역 교육지원청에서는 경계선 지능이나 난독 학생을 전문 기관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한 건 검사 결과 지능 수준이 지적장애에 해당하면 해당 프로그램에서도 배제된다. 이는 학생이 실제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과는 상관없이 수치화된 지표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더욱이 학교에 교육복지실이나 상담실이 없는 경우에 위기학생 지원 여부는 오롯이 담당 부장이나 담임 교사의 역량에 달려 있다. 위기학생 지원 프로그램 관련 공문은 발송 기관에 따라, 내용에 따라 교감한테 편철되기도 하고, 복지 담당 부장, 혹은 생활 담당 부장에게 편철되기도 한다. 부장직을 꺼리는 분위기에서 보직 순환제로 인해 억지로 1년간 부장을 맡은 경우, 받은 공문을 공람으로 전달하기 바쁘다.[ref]보통 외부 기관에서 보내는 공문은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자 문서 시스템인 업무 관리 시스템을 통해 전달되는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는 공문의 내용을 살펴 그 공문을 같이 봐야 하는 교사에게 공람을 지정한다.[/ref] 매일 업무 관리 시스템에서 공문을 열어 볼 틈이 없는 담임 교사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에야 비로소 관련 공문을 찾아보지만 신청 시기를 놓칠 때도 많다.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아무리 위기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어도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가닿지 못한 채 흩어진다.
허울 좋은 학생 맞춤 통합 지원 방안
2024년 8월, 교육부는 “예방, 발견, 치유, 회복의 전 단계에서 학생 마음건강 회복을 위한 통합 지원”을 골자로 하는 「학생 맞춤형 마음건강 통합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과제 중 하나는 교장(감)을 중심으로 보호자나 학생의 문제를 함께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지원 체계로의 전환이다. 서울시에서도 2024년부터 서울형교육복지사업 계획에서 개별 교육 취약 학생 맞춤형 지원을 위한 ‘통합지원팀’을 구성하도록 방침을 내렸다. 통합지원팀은 교장(감)을 위원장으로 하여 관련 구성원들이 함께 협력해 교육 취약 학생을 돕는 협의체이다. 두 정책 모두 정해진 기준과 상관없이 복합적인 연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돕고, 개별 교사가 혼자 위기학생 및 위기 학급을 감당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반가운 정책이다. 그러나 통합지원팀이 그 취지에 맞게 학교에서 잘 구현될지는 의문이다.
앞서 상훈이의 사례도 올해 우리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서울형 교육복지 사업 계획에 따르면 1학기 중 통합지원팀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임 교사가 교감에게 개별적으로 몇 번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동안 한 번도 통합지원팀 회의 개최가 고려되지 않았다. 통합지원팀을 구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 선생님들이 80여 명 정도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통합지원팀 개설 여부를 물었지만, 운영하고 있다는 학교는 두 곳뿐이었다. 하나는 이전에 근무했던 혁신학교, 그리고 하나는 그 혁신학교에서 이동한 한 선생님이 새 학교에 제안해서 만들어졌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학생 통합 지원 체계를 강조하지만, 학교에선 여전히 각개 전투를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서울시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 시행 계획에 따라 각 학교에서 구성하도록 되어 있는 ‘다중지원팀’[ref]2023년도부터 「기초학력 보장법 시행령」 제7조 제2항에 따라 기존 ‘기초학력 다중지원팀’의 명칭을 ‘학습지원대상학생 지원협의회’로 변경하였다.[/ref]의 운영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복합적인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해 교장(감), 담임 교사, 보건 교사, 상담 교사, 특수 교사, 기초학력 협력 강사 등으로 구성된 다중지원팀의 운영 활성화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계획의 주요 과제이다. 그러나 실제 학교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지원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학기 초에 기초학력 진단 검사를 실시하여 과목별 점수에 따라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을 선정해 방과후학습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3단계 안전망 구축[ref]△ 1단계 정규 수업 시간에 즉각적 지도를 통한 학습 결손 방지 △ 2단계 학교 내 다중지원팀 구성으로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 3단계 학교 밖 전문 기관과 연계해 지원하는 시스템.[/ref]을 이야기한 지 오래이건만, 다중지원팀의 실질적인 운영을 통해 학생 개인의 상태에 따른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길은 여전히 요원한 것이다.
교사들은 왜
위기학생지원 관련 법안을
반기지 않을까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생 맞춤형 통합 지원 체계’에 발맞춰 22대 국회에서는 이미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안’,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ref]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안(강경숙 의원 등 17인), 2024년 6월 4일 발의;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백승아 의원 등 16인), 2024년 9월 9일 발의.[/ref] 등 위기학생 지원과 관련한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되어 있다. 공통적으로 위기학생 지원과 관련한 개별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통합적인 체계를 마련하고자 하는 내용인데 의외로 교사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또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반대하는 목소리마저 들리기도 한다.
위기학생 지원 관련 법안에 대해 주변 교사들의 인식을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난 반응은 ‘교장, 교감이 학생 지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며 함께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었다. 학교에서 통합지원이 자리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장이나 교감의 역할과 의지이다. 학교에서 필요한 교장(감)의 역할은 교장실, 교무실 컴퓨터 앞에서 학교 사업을 살피고 결재하는 행정직이 아니라, 학교에 오는 학생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며 교육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책임자이다. 개인적으로도 몇 해 전, 학급에서 위기학생을 만나는 과정에서 ‘학교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교장, 교감의 적극적인 대응과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에서도 위기학생의 선정부터 지원 과정에서 보호자 동의까지 모두 학교장의 역할이 강조되어 있다. 아무리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을 강조한다 한들, 학교장이 소극적이거나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 위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통합 지원’이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하다.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교장, 교감이 나서서 책임을 나누어 맡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때 독박 교실의 불안이 줄고 닫힌 교실이 열려 위기학생을 위한 통합적인 지원이 작동할 수 있다.
또한 법안에서 다루고 있는 위기학생을 돕기 위한 위원회(이하 통합지원팀) 자체의 운영에 대해서도 불신을 품는 반응도 많았다. 앞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 지원을 위한 다중지원팀 구성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교엔 구성하도록 되어 있는 각종 위원회가 있지만,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서류상 형식적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 개별 교사의 입장에서는 어떤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지, 각 위원회에서 어떤 업무들을 다루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통합지원팀도 그러한 교내의 다양한 위원회 중 하나처럼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뿐이라는 것이다. 설령 통합지원팀이 실제로 운영된다고 할지라도, 통합지원팀의 구성원들이 통합 지원의 의미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고 연계할 수 있는 적절한 자원도 알지 못한 상태라면, 누군가한테는 외려 위원회 구성원들로부터 지도 방법에 대한 조언만 듣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발의된 법안의 내용에서는 공통적으로 ‘학교의 장이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정서적 어려움, 아동학대 등으로 인하여 학습·심리·진로·안전 등이 현저하게 위협받거나 다른 학생의 학습·심리·진로·안전 등을 현저하게 위협하고 있는 경우에는 학생이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위기학생으로 선정하여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에서 위기학생을 위한 종합 심리 검사를 의뢰하거나 상담 치료를 연계하고 싶어도 보호자 동의에 막혀 진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교사들은 막막함을 드러내 왔다. 보호자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상한 보호자와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결국 보호자 동의를 얻지 못해 학생에게 적절한 지원을 연결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법안에서 보호자 동의에 대한 예외를 둔 조항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외려 보호자 동의 없이 검사나 지원을 진행하는 절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한편으론 ‘현저한 위협’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기 때문에 보호자 동의 없이도 더 적극적으로 학교가 지원을 연결할 수 있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기를 희망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한편,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에서는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선정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법안이 통과되면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일이 모두 학교 즉, 교사의 일이 될 것이라며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혔다.[ref]“‘철회’ 장벽 만난 강경숙 의원 1호 법안 ‘금쪽이 지원법’”, 〈더에듀〉, 2024년 6월 18일.[/ref] 또한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측에서는 각 학교에 정서행동 지원 전문 교원을 배치하는 대신 상담 교사 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f]“발목잡힌 ‘금쪽이 지원법’… 상담·보건교사들 ‘반발’”, 〈교육언론 창〉, 2024년 6월 17일.[/ref] 무엇보다도 각 주체 간 가장 쟁점이 되는 지점은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업무를 누가 담당할 것이냐이다.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책임지는 일은 기본적으로 학교가 아닌 가정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위기학생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및 법안 자체는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일이 상담/보건/담임/특수 등의 일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허나 어쨌든 협의체를 구성하고 회의를 개최하고 지원을 연결하는 실무 담당자가 필요하기에, 각자 과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와중에 또 다른 중한 업무가 부가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일을 ‘일’로만 접근해서는 교실의 총체적인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또한 학생의 위기는 촘촘히 들여다보면 가정의 위기와도 연결되어 있을 때가 많기에 학교와 가정의 책임을 무 자르듯 구분하는 것 역시 교육 공간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길은 아니다.
교장이나 교감의 의지, 통합지원팀의 실질적 운영이나 보호자 동의 절차 여부, 업무 부담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동의되지만, 이는 오히려 제대로 된 통합지원팀의 운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여 해결할 사항이지 입법을 반대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보호자와 협력하는 과정에서도 팀 단위로 대응할 때 훨씬 개인 교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미국의 학생 맞춤 통합 지원 사례를 분석한 자료[ref]권동현(2024),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의 시작과 과제〉, 《서울교육》, 254.[/ref]에 따르면 다층 지원 체계 구축은 학업 및 행동 문제 증가에 대응하고 교육 불평등 심화를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한다. 기본적으로 한 학생을 둔 학교의 각 주체, 그리고 학교와 가정의 통합적인 지원 구조는 마련하되, 상담 교사를 적극 배치하고 통합지원팀에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중재 전문가[ref]개인적으로도 지난 학교에서 통합지원팀과 비슷한 취지의 ‘다중지원팀’을 운영할 당시, 담임 교사의 위기학생 관찰 내용만으로는 팀에서 지원 방식을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때가 있었다. 임상심리 전문가 등의 전문가가 학생의 학교생활 모습을 관찰하며 교실 내의 행동 지원을 함께 강구하고 나아가 학생에게 적합한 지원을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이 필요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서울시교육청에서 파견하고 있는 ‘행동중재 전문가’로 칭했다.[/ref]를 파견하거나 지역 기관의 정신 건강 서비스와 연결하는 것 등 빈틈을 보완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채워 가야 할 것이다. 학생 맞춤 통합 지원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위기학생을 홀로 감당하는 고립된 교사를 돕고, 개별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차원의 입체적인 지원 방안을 일관성 있게 제공할 수 있다.
‘교권 강화’가 아니라 ‘함께 지원’하는 방향으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충분한 정서적 돌봄을 받지 못했거나 신경 다양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학생의 비율은 많아지고 있다. 많은 교사들은 교실이 이전과 같지 않는 데서 오는 어려움의 원인을 ‘무너진 교권’으로 해석하곤 한다. 그러나 교실의 위기를 ‘교권’의 문제로 보고 개별 교사가 갖는 통제력 및 권한을 강화하자는 식의 주장은 독박 책임의 어려움에 놓인 교사를 돕지 못한다.
상훈이 담임인 신규 교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교장, 교감에게 통합지원팀의 구성 및 운영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다행히 교장, 교감은 곧장 관련 부장들과 함께 통합지원팀을 구성했고, 다음 날 교직원 회의에서 바로 통합지원팀에 지원 대상 학생을 의뢰하는 절차 등 운영 방식을 설명했다. (앉아 있던 자리 앞에서 ‘와, 학교에서 이런 걸 해 주다니 감동이다’라는 반응이 들려오기도 했다.) 통합지원팀에서는 가장 먼저 상훈이와 상훈이네 학급을 어떻게 지원할지를 논의했다. 특수학급에서 당장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기초 학습을 지원하는 ‘학습 튜터’ 사업을 더 신청해서 상훈이의 학습과 생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고, 상담과 미술 치료도 연계하였다. 상훈이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의 학습에 방해가 되거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특수학급이 아니라 교무실에서 지원하는 내용도 통합지원팀에서 결정되었다. 통합지원팀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개별화교육 지원 회의를 한 번 더 개최하였고 참여한 보호자에게 교감, 특수 교사, 담임 교사가 한목소리로 협력을 요청할 수 있었다. 물론 단기간에 상훈이의 행동 자체가 두드러지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상훈이의 담임은 지원 인력이 함께 있으니 훨씬 안전한 마음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상훈이의 행동을 교육 활동 침해 행위로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특수교육대상 아동인 상훈이에게 어떤 조치를 내릴 수 있었을까. 담임이나 특수 교사가 ‘피해 교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특별 휴가, 심리 상담 지원 등의 조치는 물론 당장은 필요할 수 있는 지원이기는 하나 이후에 다시 상훈이를 만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그랬다면 매년 그 자리에 상훈이를 만나는 다른 개별 교사들이 자리했을지도 모른다.
교실의 위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해 적합한 절차에 따라 책임을 배우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 자기 자녀만 생각하는 보호자의 무리한 요구에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어떤 학생이든 다시 교육을 이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 작년 하반기에 이어진 교사 집회 이후 ‘교권 보호 4법’이 개정되고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발표되었지만, 교실에서 겪는 교사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을 통제할 수 있는 개인 교사의 권한 강화는 오히려 독박 교실의 책임만 더 가중시킬 뿐이다. 학교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무력감이 이어지고 있고, 외려 각 교실의 문은 더욱 굳게 닫혀 가고 있다. 교사를 독박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고 교육이 회복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위기학생을 돕는 실질적인 통합 지원 체계의 마련이 필수적이다. 학생의 위기가 곧 개인 교사의 위기로 이어지는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독박 교실의 문을 열어 위기학생을 학교가 함께 지원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