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호[읽은 이야기] 오늘의 교육 vol.82 | 송아미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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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이야기



오늘의 교육 

2024 9·10 vol.82



학창 시절에 만났던 교사들은 종종 무기력해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교사가 되어 공교육 시스템에 들어온 후 나 또한 어느 순간 체념하고 적응해 버린 모습이 된 것 같았다. 주관 없이 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들던 때, 《오늘의 교육》을 만나 기뻤다.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함께 찾아 가는 것 같았다.

기획 ‘코로나19가 남긴 교육의 과제’에 수록된 글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이대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학생의 사회·정서 발달 측면에서 코로나19의 본질은 관계의 양과 질의 저하”(112쪽)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학생 행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점이라고 생각되어 아래 문장도 가져왔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욕구나 이익 추구 성향은 그대로일 경우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은 잦은 분노와 충동적 행동 표출, 상대에 대한 공격적 성향 증가,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규정과 질서 무시 등이다.(107쪽)


  이 문장은 중등 대안학교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재은의 글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고 본다. 오디세이학교에 와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관계가 삐걱거려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그런 사례이다. 물론 교사가 학생들 간의 관계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 원인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학교는 교과 내용을 전달하고 익히는 것에 비해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과 기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을 낮게 인식해 왔다고 볼 수 있다.(110쪽)


  평소 수업을 하면서 교과 내용을 전달하는 수업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껴 왔다. 다른 교사들의 사례를 읽고 난 후, 학생들에게 서로의 특성을 존중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달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 학생들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섬세하게 설계된 교육 환경 속에서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상 중계 ‘‘돌봄’ 중심으로의 전환, 무해한 말들을 넘어 정치적인 전망으로’를 읽고, 현재의 돌봄 시스템이 어떤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늘봄학교에서 하는 돌봄을 누군가 학생들을 돌봐 주는 일로만 여겼었다. 조한진희의 글을 통해 지금까지의 돌봄 교육이 정서적 발달은 도외시한 채 육체적 돌봄에만 집중해 왔음을 깨달았다.


제도 교육은 어린이와 10대들을 성인의 일방적 보호와 통제 아래 두는 것을 중시하며, 인간으로서의 성숙을 유예시키고 지체시키는 교육을 해 왔음이 새로운 사실은 아닐 것이다. (……) 지식은 비대해졌지만 삶에서 적용하지 못하고, 서로 연결되고 성찰하는 연대적 삶은커녕 과도한 경쟁 속에서 10대 자살률이 더없이 높아졌다.(144~145쪽)


 누군가에게 내맡기듯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을 돌볼 줄 모르고, 돌봄을 받기만 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는 늘봄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성숙해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간과한 돌봄 해석의 단편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성숙한 사회인을 길러 내기 위해 타인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돌봄을 상호의존적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 자체보다, 이러한 방향성을 갖고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 송아미(중등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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