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호[특집] 광장에도, 학교에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 수영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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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광장, 그리고 학교



광장에도, 학교에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수영  

scottyoon07@gmail.com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12.3 내란의 밤이 지나고, ‘빡친’ 청소년들은 망설임 없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직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이 함께 제안한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 선언〉에는 만 5일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무려 청소년 49,052명, 비청소년 950명, 지지 단체 123개가 참여했다. 단체 명의 참여 중에는 특정 학교의 역사 동아리, 토론 동아리, 일러스트 동아리, 지역 단위 청소년 페미니즘 동아리 등도 눈에 띄었다. 학생회 명의로 참여한 곳들은 분당 지역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 ‘블루’, 성미산학교 학생회, 용화여자고등학교 제35대 학생자치회 한빛 등을 비롯하여 8개에 달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 선언〉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절반이 지난 지 얼마 안 된 2024년 12월 3일 밤, 갑자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 사령관은 국회와 민주적 정치 활동을 금하고 시민들의 자유를 부정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군대가 국회에 진입한 것은 폭력으로 법치와 민주주의를 짓밟으려는 장면이었다. “반국가세력 척결”을 핑계 삼았지만 누가 봐도 대통령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신에게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탄압하고 협박하려는 시도였다. 우리에게 공포와 분노를 안긴 비상계엄은 시민들과 야당의 대처로 몇 시간 만에 해제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한 비슷한 사태가 몇 번이고 반복될 수 있다.

윤석열은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청소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퇴진 집회를 이유로 청소년단체가 표적 수사를 당했고,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풍자 만화가 경고를 받았다.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직접 학생들의 두발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라고 주문했다. 국가인권위원장 자리에는 인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 온 사람을 앉혔다. 윤석열은 연설 때마다 “자유”를 외쳤지만, 시민의 자유는 물론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에도 적대적이었다. 그리고 이제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에게 민주공화국의 대통령 자격이 없음이 분명해졌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최우선적 의무다.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는 대통령, 폭력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무너뜨리고 후퇴시키려 드는 대통령은 우리가 거부한다. 윤석열을 탄핵, 내란죄 처벌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몰아내야 한다. 청소년도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서 행동할 것이며, 우리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되찾을 것이다. 나아가 어린이·청소년이 시민으로 평등하게 존중받는 사회, 미래를 위해 지금을 유예당하지 않는 사회, 함께 살고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민주주의란 시민이 주권을 가지는 것이며, 국가가 함부로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아선 안 된다는 뜻이라는 것을. 우리는 배웠다. “비상계엄”이란 이름으로 국가권력과 군대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역사와, 시민들이 저항하여 민주화를 이뤄 낸 역사를. 우리는 함께 만들어 왔다. 3.1운동과 4.19부터 박근혜 퇴진까지, 독재가 아닌 시민이 대표자를 뽑는 나라 그리고 모두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한번 외친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우리의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윤석열은 즉각 물러나라! 지금 바로 윤석열을 탄핵하고 처벌하라!


2024년 12월 10일

청소년 시국선언 참여자 일동




시국 선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남긴 의견 중에도 소개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몇 가지 발췌하였다.



“우리는 자유와 평등을 원한다. 우리는 혐오로부터 안전하고,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은 사회를 원한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믿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믿음의 사회를 원한다. 우리는 범죄를 저지른 무도한 이가 적법한 죗값을 받기를 원한다. 우리는 삶을 원한다. 누구로부터 위협받지도, 빼앗길 위험도 없는 우리만의 삶을 원한다.”


“투표권이 없다는 생각에, 어른들이 ‘학생들은 그냥 가만히 있어’ 하는 말에 현 시국에 관심을 가지는 데 괜히 주눅 들곤 했습니다. 뭘 해 봤자 어른들 눈에는 ‘애들이 뭘 알아’ 같은 생각이 들어 있는 것 같았거든요. 학교 친구들과 정치와 집회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내가 너무 오버하고 있나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 소식을 보고 정말 반가웠습니다. 내가 조금은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청소년도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다시 알게 되었어요.”


“우리는 배웠다. 학교가 우리에게 가르쳤다. 왜 군사 독재가 존재해서는 안 되는지, 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지, 소수자에게 연대하고 인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 나갈 줄 알아야 하는지. 그러나 글로 읽기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지식은 얼마나 무용한가. 함부로 보이지 말라 명령받은 소신은 얼마나 무력한가. 우리가 거리로 나오는 것은 지난 12년을 쓸모없었던 세월로 만들지 않기 위함이다. 그토록 싫어해 온 부끄러운 어른들이 되지 않기 위함이다.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도, 침묵을 종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 우리가 바꾼다는데 감히 누가 우리의 의견을 묵살할 수 있을까요. 학생들도 국민입니다. 우리의 외침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뿐입니다.”


“청소년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뽑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한 청소년이 성인이 된다고 제대로 뽑고, 알고, 행동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청소년은 마땅히 이런 시국에 움직일 것입니다.”


“우리의 손으로 뽑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손으로 뽑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소년들은 시국 선언 참여뿐만 아니라 다양한 깃발과 피켓을 들고 광장에 나왔다. 며칠 지나지 않아,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 선언〉 외에도 청소년들이 소속된 학교를 비롯한 공동체의 이름으로 시국 선언, 성명을 내는 모습이 나타났다. 대체 누가 청소년을 두고 ‘미래 세대’라고 부르고, 성숙하지 않다고 얕잡아 보았는가. ‘보호받아야 하는 탈정치적 존재’로 여겨져 온 청소년들은, 바로 지금 당장 현재에, 그 누구보다 정치적인 주체로서 광장에 등장했다. 

청소년인 나에게도 지난 한 달의 시간은 무척 생경한 시기였다. 수만 명의 청소년들이 시국 선언에 참여하고, 집회에 나와서 피켓과 깃발을 들고 함께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는 광장의 동료가 되어 있었다. 기후 위기 탓인지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보낸 밤과 함께한 투쟁을 비롯한 광장의 경험은, 잊히지 않겠다는 듯 강렬하게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학교


한편 학교의 모습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자신을 둘러싼 규범을 깨부수고 행동하는, 이질적인 청소년들에게는 징계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의 한 사립 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회가 시국 선언을 SNS에 올린 뒤, 교장으로부터 징계가 가능하다는 사실상의 협박을 받으며 삭제를 요구받은 사건이 언론에 알려졌다. 

이러한 부당한 탄압의 명분이자 근거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닌 학칙이다. 부적절한 학칙은 특정 학교만의 문제도 아니다. 실제로 위와 같은 학생의 정치 활동을 탄압하는 규정들은 여전히 상당한 학교들에 잔존해 있다. 



서울시 은평구 사립 여고의 징계 규정 중



2020년 4월, 선거권 연령 하향 이후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전국의 중·고등학교 중 10%가량을 표본으로 정치적 권리를 침해하는 학칙들을 조사한 바 있다. 이때 정당 및 정치적 단체 가입을 금지하거나 또는 정치 활동을 금지·처벌하는 규칙을 가진 학교들은 중학교 중 48.4%, 고등학교 중 64.1%로 나타났다. “학생회의 회원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하여는 활동을 할 수 없으며 학교 운영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수 없다”(경기 D고등학교), “특별 교육 이수·출석 정지·퇴학 대상 : 정치 관여 행위, 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학생”(경북 M중학교)과 같은 규정들이다. “학교에서 인정하지 않은 서클에는 일체 참가하지 않으며 교내 공인된 장소나 담당 교사의 허락한 장소 외에서는 일체의 모임을 갖지 않는다”(인천 S중학교)와 같이 ‘학교장의 허가 없이 단체를 조직하는 것’이나 ‘불온 서클 가입’ 등을 처벌하는 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규칙은 중학교 중 71.2%, 고등학교 중 77.4%에 존재했다. “불온 문서를 은닉, 탐독, 제작, 게시 또는 유포한 학생”을 처벌하는 내용의 규칙도 조사 대상 중학교 중 50.9%, 고등학교 중 50.7%에서 발견됐고, ‘학교장의 허가 없이 외부 행사에 참여, 출품하는 것’을 금지·처벌하는 규칙도 중학교 중 66.8%, 고등학교 중 70.5%에 있었다. 특히 “학생답지 못한”, “불손한”과 같은 극히 주관적이고 모호한 표현들 역시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학생의 정치적 발화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기능하고 있기도 하다.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학교규칙 실태조사〉를 보아도, 조사군으로 추출한 538개 학교 중 22.1%에서 학생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6개 광역시·도에는 표현의 자유, 참여권을 비롯한 학생의 정치적 권리를 명시한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하지만, 그 밖의 11개 시·도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적이 없다. ‘요즘 학교 좋아지지 않았냐’는 평가를 흔히 들을 수 있다지만, 학교라는 공간과 교육이라는 명분 속에서 여전히 학생/청소년 시민의 주체성과 정치적 권리는 쉽게 간과되고는 한다.

선거권 연령 하향과 정당 활동 연령 하향 이후 교육 당국이 정치 활동 금지 학칙을 개선하라고 안내했으나, 직접적인 ‘정치 활동 금지’ 같은 표현만 삭제하거나, 아니면 만 18세 이상 청소년만 법에 따라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바꾼 학교들도 많았다. 최근 조사에서는 학칙으로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학교가 전국 73곳이라고 알려졌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정치 행위’를 금지한 경우만 집계한 것으로 보인다.❶ 학생들의 언론·표현·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학칙은 전혀 손대지 않고, 오직 「공직선거법」에 따른 것만 제재하지 않겠다는 것은, 학교들이 학생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숙고하여 보장하려는 의지 없이, 관료적이고 형식적으로만 변화에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반복되어 온 학교의 학생인권 탄압, 이제는 해결해야


언론은 마치 청소년들이 이번 퇴진 광장에 뛰쳐나온 모습이 생경하다는 듯 다루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정치적 활동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국면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 당시에도 여러 학생들과 학생회 등이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그 이전에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운동이라든지, 다양한 청소년들의 집회 참여나 정치적 활동이 존재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에 민주화운동, 참교육운동, 변혁운동을 했던 중·고등학생들이나, 4.19혁명 등의 역사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학생은 정치 활동을 해선 안 된다’라는 학교의 탄압에 부딪혔다. 이번 은평구 사립 여고의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생을 탄압하고 얽매는 학칙은 사문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내가 만난 학생들 중에서도 두발 규제 등 학교의 인권 침해에 항의하고 싶지만 학칙에서 집단 행동을 중징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서 학교 안에서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다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길게 보면 그 정도는 계속 약해지고 있기는 하다. 특히 선거권 연령 하향 등 청소년 참정권의 확대는 여기에 큰 균열을 만들었다. 은평구 사립 여고 시국 선언 탄압 사건에 교육청이 개입한 배경도 선거권 연령 하향, 정당 활동 연령 하향이 큰 명분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내란 사태와 청소년 시국 선언, 그리고 이에 대한 탄압 사례는 학교가 과연 민주적인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지 고민케 한다. 윤석열 이후 학교와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점을 이야기하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왜 위기에 처하게 됐는지, 비상계엄과 같은 행위가 어째서 일어나게 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답하기 위해, 학교는 일상적으로 민주주의를 보장하며, 또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장이 되어야 한다.

2023년, 윤석열 정권은 교사가 사망한 사건의 원인을 엉뚱한 학생인권조례로 돌리면서, 정권 차원에서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는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며 조례의 폐지 또는 개악을 지시해 왔다.❷ 이후 지자체의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일어났다는 것 역시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어떤 상황 속에서 생겨났던가? 다시 학생인권조례가 처음 제정되었던 시기로 돌아가 보자. 2011년 이전에는 교사의 체벌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연일 기사화되었다. 그 이후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최소한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원칙으로 세워진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덕분에 학생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권인 신체적 자유, 사적 자유와 인격권이 보장되었다는 사실을 복기해 본다면, 최근의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학교에 내려진 계엄령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학교 차원의 전면적 탄압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교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


학교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민주주의적이지 못한 상황이 지속된 이유 중 하나는 확립된 법적 기준의 부재였다. 학생의 인권에 관해서는 가이드라인도 전혀 없는 상황이나 다름없었고 헌법적 가치도 적용받지 못했다. 학생들의 생활과 권리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의 자의적 기준이나 판단 아래 놓여 있었다. 학생인권조례는 지자체의 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었고, 그 이전부터 전국적인 법률로 학생인권을 보장하려는 시도도 있어 왔다.

‘학생인권법안’은 지난 2006년 3월, 제17대 국회에서 최순영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최초로 발의했다. 체벌 금지, 두발과 복장의 자유, 강제 자율 학습 금지, 소지품·일기장 검사 및 압수 금지, 차별 금지 등을 명시했다.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3년마다 학생인권 실태 조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는 결국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학생의 인권 보장),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의 신설로 수렴되었다. 그러면서 애초 최순영 의원안에서 명시했던 학생인권법의 세부적인 내용들은 전부 폐기되었다. 그래도 이러한 시도와 법률 개정은 이후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❸

학생인권조례가 등장한 후에도, 완전한 체벌 금지, 학생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등 조례가 아닌 법률로써 보장이 필요한 사항은 여전히 존재했고, 조례가 제정되지 못한 지역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학생인권법은 이후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발의되었다. 18대 국회에서는 권영길 의원이, 21대 국회에서는 박주민 의원과 강민정 의원이 학생인권법을 발의했다. 현 22대 국회에서도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학생인권 보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며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을 비롯한 22명의 의원도 ‘학생인권 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많은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이후의 사회는, 윤석열만 없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윤석열들’까지 탄핵시킨 사회여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들이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 충격을 받은 이유 역시, 전시도 아닌 평시에 시민들의 기본권을 정지하는 조치를 선포한다는 그 발상 자체를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구조적 윤석열들’ 중 한 축인, 학생들의 기본권을 정지시켜 왔던 학교의 계엄령을 무너트릴 열쇠는 다름 아닌 학생인권법이다. 

학생인권 후퇴 흐름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그 흐름을 주도한 것이 현재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법원을 테러하는 등 극우적 폭력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일상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더욱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때이다. 현 22대 국회에서 발의되어 있는 학생인권법안의 내용을 뜯어 보면 학생의 정치적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간 학생인권법은 주로 학생의 신체의 자유나 사생활의 자유 등 사적 자유를 보장하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선언하는 부분이 관심을 받아 왔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학생인권법에 담긴 표현의 자유나 자치에 관한 권리, 참여할 권리 등의 의의를 인식하고 이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런 권리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학생인권법의 제정을 통해 광장에도, 학교에도 민주주의를 들여와야 할 때다. 



❶ ““계엄 비판하면 퇴학?”… 고교 73곳, ‘정치 행위 금지’ 학칙 여전”, 〈세계일보〉, 2025년 1월 19일.

❷ “[단독] 대통령실 “尹 국정 방향, 종북주사파 망친 5년 원상복구 집중””, 〈쿠키뉴스〉, 2023년 7월 22일.

❸ 〈조례 폐지 위기 앞에서 학생인권‘법’ 외치는 이유〉, 《시사IN》, 871호, 2024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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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