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광장, 그리고 학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수십 년의 세월이 있는가 하면, 수십 년의 일들이 한번에 일어나는 몇 주가 있다.” 2024년 12월 3일 이후 한국 사회의 모습은 레닌의 이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비상계엄 선포’로 감행된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와 시민들의 저항, 광장에서 펼쳐지는 여러 연대와 도약, 극우 폭력의 현현 등 커다란 사건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닥쳐 온다. 12.3 내란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에 누적되어 온 문제점들이 표면화된 한편, 매주 열리는 광장에서는 민주주의를 지켜 내야 한다는 다짐이 공명한다. 한편에서는 교육의 실패 또는 성과를 논하는 말들이 넘쳐 난다.
채효정은 12.3 내란 사태와 이어진 일련의 상황을 전 세계적 정치·경제 위기 맥락 속에서 이해하기를 제안한다. 그는 사건을 권력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파괴한 사회와 공동체, 붕괴된 신뢰 속에서 촉발된 위기와 파시즘의 맥락에서 읽어 내고, 우리가 공유해야 할 과제를 모색한다.
조영선의 글은 비상계엄 사태에 빗대어 학교의 일상에 질문을 던진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나 「생활지도 고시」 등이 ‘학교에 미리 내려진 계엄령’이었다고 지적하며 그 반민주성을 밝힌다.
여러 교사의 글을 엮은 〈비상계엄 다음 날, 학교에서는〉은 비상계엄 이후 학교에서 벌어진 좌충우돌과 깨달음의 순간을 기록했다. 교육 주체들에게 필요한 정치적 권리를 환기시키며, 교육 활동에서 고민해야 할 점들을 짚는다.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 수영은 시국 선언 등 정치 활동의 자유가 학교에 의해 가로막히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고발한다. 개인의 자유권과 정치적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학생인권법이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과제임을 역설한다.
《오늘의 교육》은 섣불리 교육의 미비를 탓하거나 후속 세대에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이전에, 먼저 사회와 학교의 현실을 기록하고자 했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더 폭넓고 깊게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사회와 교육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광장의 역동과 학교의 현실 사이의 교차와 소통 속에서 민주주의와 교육의 새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편집부
내란, 광장, 그리고 학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수십 년의 세월이 있는가 하면, 수십 년의 일들이 한번에 일어나는 몇 주가 있다.” 2024년 12월 3일 이후 한국 사회의 모습은 레닌의 이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비상계엄 선포’로 감행된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와 시민들의 저항, 광장에서 펼쳐지는 여러 연대와 도약, 극우 폭력의 현현 등 커다란 사건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닥쳐 온다. 12.3 내란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에 누적되어 온 문제점들이 표면화된 한편, 매주 열리는 광장에서는 민주주의를 지켜 내야 한다는 다짐이 공명한다. 한편에서는 교육의 실패 또는 성과를 논하는 말들이 넘쳐 난다.
채효정은 12.3 내란 사태와 이어진 일련의 상황을 전 세계적 정치·경제 위기 맥락 속에서 이해하기를 제안한다. 그는 사건을 권력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파괴한 사회와 공동체, 붕괴된 신뢰 속에서 촉발된 위기와 파시즘의 맥락에서 읽어 내고, 우리가 공유해야 할 과제를 모색한다.
조영선의 글은 비상계엄 사태에 빗대어 학교의 일상에 질문을 던진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나 「생활지도 고시」 등이 ‘학교에 미리 내려진 계엄령’이었다고 지적하며 그 반민주성을 밝힌다.
여러 교사의 글을 엮은 〈비상계엄 다음 날, 학교에서는〉은 비상계엄 이후 학교에서 벌어진 좌충우돌과 깨달음의 순간을 기록했다. 교육 주체들에게 필요한 정치적 권리를 환기시키며, 교육 활동에서 고민해야 할 점들을 짚는다.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 수영은 시국 선언 등 정치 활동의 자유가 학교에 의해 가로막히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고발한다. 개인의 자유권과 정치적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학생인권법이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과제임을 역설한다.
《오늘의 교육》은 섣불리 교육의 미비를 탓하거나 후속 세대에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이전에, 먼저 사회와 학교의 현실을 기록하고자 했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더 폭넓고 깊게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사회와 교육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광장의 역동과 학교의 현실 사이의 교차와 소통 속에서 민주주의와 교육의 새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