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기초학력은 교육을 어디로 데려가나
기초학력 지원한다면서 더 혼란스러워진 학교
- 보여 주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교육공동체 되살리기로
글
최은경
sbc20200@sen.go.kr
서울 수색초 교사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도 놀지 못하고 학원에 다닌다. 그런데도 기초학력이 떨어졌다고 이야기한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학력이 높아졌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특별히 기초학력이 떨어졌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오히려 학교 수업에 학원이며 학습지며, 어려서부터 이렇게 오래 공부하는데도 학력이 높지 않은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왜 기초학력 논의가 시작되었는지 납득할 수 없다. 물론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를 거치며 학력이 낮아졌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능력이 떨어진 듯한 징후가 더 크게 보이는 내게는 학력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과 언론의 반응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교육부는 기초학력을 그냥 읽기, 쓰기, 셈하기(3R)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서 형성된 개념일 수 있겠다. 하지만 사회가 달라진 만큼 기초학력은 3R을 포함한 인지적 측면에 더해,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능력 등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보아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에는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취학 전부터 자연스럽게 뛰어놀면서 갖춰야 할 사회적 관계 맺기 능력이나 신체적 능력도 많이 부족하며, 가정에서 형성되어야 할 정서적인 안정이 되지 않은 학생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뛰어노는 놀이 문화가 사라지고 있고, 가정이 사회 속에서 고립되면서 가정 내에서 아동이 정서적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교사나 학교, 교육부가 포괄적인 기초학력 지원 정책을 펴야 하는 이유다. 3R 수준으로, 주지 교과 중심으로, 인지적인 면에서의 기초학력만을 다루려 하니 효과가 없는 것이다.
교사들이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이것이다. 정서적 요인이나 신체적 발달의 미숙으로 인해 주의 집중을 못하는 경우 수업을 방해하고, 사회적 관계 맺기가 안 될 경우에는 학교폭력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단편적인 기초학력 지원 정책
그런데 기초학력을 갖추면 그 다음엔 그 학년에 맞는 학력을 갖추어야 한다. 기초학력을 갖추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논의가 학력 논의로 넘어가거나, 그 두 말이 같은 말인 이유다. 기초학력을 갖추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도 계속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이는 교육과정의 문제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정해 두고 모든 학생이 천편일률적으로 그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고 정해진 성취 수준에 도달해야만 ‘정상적인 학력’을 성취했다고 하는 너무나 폭력적인 상황에서 많은 학생이 부진아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각자의 속도로 성장과 발달을 해 나가야 하고, 교육과정과 교사는 이에 맞게 성장과 발달을 지원해야 하는데, 아직도 너무 많은 학습량과 높은 성취 수준을 정해 두고 있어서 일명 ‘수포자’와 같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과정상 기초학력을 갖추었다고 해서 일정 정도의 성취를 했다고 인정하지 않으므로 기초학력 논의는 곧바로 학력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의 기초학력 지원은 초등 1학년은 국어 수업에 주당 2시간 협력 강사를 지원하고, 초등 2학년은 수학 수업에 주당 2시간 협력 강사를 지원한다. 전담 교사를 파견하는 것도 아니고 6시간 연수를 받은 초단기 인력이다. 학교는 이 강사를 뽑고 강사료를 지급하는 등의 행정 업무를 또 맡아야 했다. 교육청이 일괄로 강사를 뽑아서 학교로 보내 주지 않는 이유는 강사들이 공무직화를 요구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교사들은 교실에서 혼자 수업하는 데 익숙해서 다른 인력이 함께 수업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못한다고 그 학생만 콕 집어 누군가를 옆에 있게 하는 것은 낙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어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 역시 싫어하기도 한다. 이 모든 방식이 학생들이나 교사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진 것이다. 또 주당 2시간 협력 강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없다. 교육부가 진짜로 기초학력을 지원할 생각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초등 3~6학년은 담임들에게 일정한 수당을 주면서 수업 후에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남겨서 지도하라고 하고 있다. 옛날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수업 후에 교실에 남겨서 숙제도 시키고 공부도 시키곤 했다. 또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놀고 가는 학생들도 많았다. 사교육이 번창하면서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기 바쁘게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으로 뛰어가고, 교실이나 운동장에는 남아 있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또 학생들이 남아 있다가 사고가 생기면 교사나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도 높다.
그런데 기초학력 정책으로 예산과 지침이 내려지자 별 거부나 논란 없이 학생들을 선별하고 남겨서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 시간이 더 늘어난 것일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기존의 업무 처리 시간, 수업 준비 시간이 줄어드니, 기초학력이 부족하다고 남겨서 수업하는 학생들을 위해 고민하고 준비할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문제 풀이 수업을 되풀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못 되는 학생들이 많다. 학습 부진의 요인은 매우 여러 가지다. 원인에 따른 해법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하지만, 연구할 시간도 부족하고 교사 혼자 연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교원학습공동체의 방향이나 예산을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면 충분히 교사들의 연구 동력을 끌어낼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교사들은 수업 후 여러 업무를 처리하고 각종 회의를 하고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데 이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더 정신없이 바쁘다.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 기초학력을 올리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기존과 다른 수업 방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전담 교원을 두고 지원했던 교육청의 경우 의미 있는 연구와 실행 결과들이 나오기도 했다. 연구가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일반적으로 학교에 요구되는 행정 업무와 담임 업무를 병행하며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문제나 근본적인 교육 문제를 고민하기 어려운 이유다.
느린 학습자로 불리는 학생들은 그 속도에 맞게 성장하도록 교육하고 지원해야 한다. 학교교육 기간 이후 전 생애에 걸친 지원이 필요하다. 경계선 지능인 학생들에 대한 학습이나 지원도 일반 학생에 대한 학습이나 지원과 달라야 한다. 결국 모든 학생들은 각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학교교육이 모든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보호자들은 담임 교사가 직접 지도한다고 하니 좋고, 무료로 수업을 듣는 것이라 좋아한다. 그래서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남아서 공부할 필요가 있는 학생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가정통신문을 보내서 원하는 학생들을 남게 하다 보니, 정작 남아야 할 학생은 남지 않고 무료 방과 후 지도를 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서 교사는 너무 힘들다고 한다. 교사들에게 수당 조금 주면서 수업 시간을 늘리고 ‘3시 하교’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교육공동체를 살려야 한다
혁신학교에 근무할 때부터 시도한 방법으로 학생들이 학원에 가는 대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학습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나 교사는 장소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간식을 주는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위해 수학과 관련된 책을 정해서 읽기도 하는 등 자율 동아리를 만들 수 있도록 했을 때 다양한 동아리를 구성하고 열성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서 학습 동아리를 만들었을 때, 선생님이 설명하는 내용보다 친구들의 설명이 더 알아듣기 쉽다는 말을 했다. 학생들은 누구나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학생들을 피동적인 객체로만 보지 말고 주체로 인정하는 제도적 지원도 절실하다.
보호자들도 여력이 된다면 교육의 소비자가 되려고만 하지 말고 품앗이로 아이들을 함께 가르치는 공동체를 운영하면 좋겠다.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더니 받아들인 분들이 계셨다. 그해 학생들과 국어 온 책 읽기 수업을 할 때 부모님들께 책을 먼저 읽게 해 드렸더니, 책을 함께 읽고 아이들과 할 이야기도 많아졌다며 좋아하셨다. 또 책과 관련된 영화를 함께 보며 깊은 감동을 나누어 주셨다.
이제는 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말로만 존재하는 교육공동체를 현실에 되살려야 한다. 각 주체의 역량을 살릴 수 있도록, 정부는 간섭은 하지 말고 지원만 하면 좋겠다.
특집 / 기초학력은 교육을 어디로 데려가나
기초학력 지원한다면서 더 혼란스러워진 학교
- 보여 주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교육공동체 되살리기로
글
최은경
sbc20200@sen.go.kr
서울 수색초 교사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도 놀지 못하고 학원에 다닌다. 그런데도 기초학력이 떨어졌다고 이야기한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학력이 높아졌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특별히 기초학력이 떨어졌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오히려 학교 수업에 학원이며 학습지며, 어려서부터 이렇게 오래 공부하는데도 학력이 높지 않은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왜 기초학력 논의가 시작되었는지 납득할 수 없다. 물론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를 거치며 학력이 낮아졌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능력이 떨어진 듯한 징후가 더 크게 보이는 내게는 학력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과 언론의 반응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교육부는 기초학력을 그냥 읽기, 쓰기, 셈하기(3R)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서 형성된 개념일 수 있겠다. 하지만 사회가 달라진 만큼 기초학력은 3R을 포함한 인지적 측면에 더해,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능력 등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보아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에는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취학 전부터 자연스럽게 뛰어놀면서 갖춰야 할 사회적 관계 맺기 능력이나 신체적 능력도 많이 부족하며, 가정에서 형성되어야 할 정서적인 안정이 되지 않은 학생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뛰어노는 놀이 문화가 사라지고 있고, 가정이 사회 속에서 고립되면서 가정 내에서 아동이 정서적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교사나 학교, 교육부가 포괄적인 기초학력 지원 정책을 펴야 하는 이유다. 3R 수준으로, 주지 교과 중심으로, 인지적인 면에서의 기초학력만을 다루려 하니 효과가 없는 것이다.
교사들이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이것이다. 정서적 요인이나 신체적 발달의 미숙으로 인해 주의 집중을 못하는 경우 수업을 방해하고, 사회적 관계 맺기가 안 될 경우에는 학교폭력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단편적인 기초학력 지원 정책
그런데 기초학력을 갖추면 그 다음엔 그 학년에 맞는 학력을 갖추어야 한다. 기초학력을 갖추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논의가 학력 논의로 넘어가거나, 그 두 말이 같은 말인 이유다. 기초학력을 갖추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도 계속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이는 교육과정의 문제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정해 두고 모든 학생이 천편일률적으로 그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고 정해진 성취 수준에 도달해야만 ‘정상적인 학력’을 성취했다고 하는 너무나 폭력적인 상황에서 많은 학생이 부진아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각자의 속도로 성장과 발달을 해 나가야 하고, 교육과정과 교사는 이에 맞게 성장과 발달을 지원해야 하는데, 아직도 너무 많은 학습량과 높은 성취 수준을 정해 두고 있어서 일명 ‘수포자’와 같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과정상 기초학력을 갖추었다고 해서 일정 정도의 성취를 했다고 인정하지 않으므로 기초학력 논의는 곧바로 학력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의 기초학력 지원은 초등 1학년은 국어 수업에 주당 2시간 협력 강사를 지원하고, 초등 2학년은 수학 수업에 주당 2시간 협력 강사를 지원한다. 전담 교사를 파견하는 것도 아니고 6시간 연수를 받은 초단기 인력이다. 학교는 이 강사를 뽑고 강사료를 지급하는 등의 행정 업무를 또 맡아야 했다. 교육청이 일괄로 강사를 뽑아서 학교로 보내 주지 않는 이유는 강사들이 공무직화를 요구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교사들은 교실에서 혼자 수업하는 데 익숙해서 다른 인력이 함께 수업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못한다고 그 학생만 콕 집어 누군가를 옆에 있게 하는 것은 낙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어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 역시 싫어하기도 한다. 이 모든 방식이 학생들이나 교사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진 것이다. 또 주당 2시간 협력 강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없다. 교육부가 진짜로 기초학력을 지원할 생각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초등 3~6학년은 담임들에게 일정한 수당을 주면서 수업 후에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남겨서 지도하라고 하고 있다. 옛날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수업 후에 교실에 남겨서 숙제도 시키고 공부도 시키곤 했다. 또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놀고 가는 학생들도 많았다. 사교육이 번창하면서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기 바쁘게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으로 뛰어가고, 교실이나 운동장에는 남아 있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또 학생들이 남아 있다가 사고가 생기면 교사나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도 높다.
그런데 기초학력 정책으로 예산과 지침이 내려지자 별 거부나 논란 없이 학생들을 선별하고 남겨서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 시간이 더 늘어난 것일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기존의 업무 처리 시간, 수업 준비 시간이 줄어드니, 기초학력이 부족하다고 남겨서 수업하는 학생들을 위해 고민하고 준비할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문제 풀이 수업을 되풀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못 되는 학생들이 많다. 학습 부진의 요인은 매우 여러 가지다. 원인에 따른 해법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하지만, 연구할 시간도 부족하고 교사 혼자 연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교원학습공동체의 방향이나 예산을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면 충분히 교사들의 연구 동력을 끌어낼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교사들은 수업 후 여러 업무를 처리하고 각종 회의를 하고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데 이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더 정신없이 바쁘다.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 기초학력을 올리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기존과 다른 수업 방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전담 교원을 두고 지원했던 교육청의 경우 의미 있는 연구와 실행 결과들이 나오기도 했다. 연구가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일반적으로 학교에 요구되는 행정 업무와 담임 업무를 병행하며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문제나 근본적인 교육 문제를 고민하기 어려운 이유다.
느린 학습자로 불리는 학생들은 그 속도에 맞게 성장하도록 교육하고 지원해야 한다. 학교교육 기간 이후 전 생애에 걸친 지원이 필요하다. 경계선 지능인 학생들에 대한 학습이나 지원도 일반 학생에 대한 학습이나 지원과 달라야 한다. 결국 모든 학생들은 각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학교교육이 모든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보호자들은 담임 교사가 직접 지도한다고 하니 좋고, 무료로 수업을 듣는 것이라 좋아한다. 그래서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남아서 공부할 필요가 있는 학생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가정통신문을 보내서 원하는 학생들을 남게 하다 보니, 정작 남아야 할 학생은 남지 않고 무료 방과 후 지도를 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서 교사는 너무 힘들다고 한다. 교사들에게 수당 조금 주면서 수업 시간을 늘리고 ‘3시 하교’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교육공동체를 살려야 한다
혁신학교에 근무할 때부터 시도한 방법으로 학생들이 학원에 가는 대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학습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나 교사는 장소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간식을 주는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위해 수학과 관련된 책을 정해서 읽기도 하는 등 자율 동아리를 만들 수 있도록 했을 때 다양한 동아리를 구성하고 열성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서 학습 동아리를 만들었을 때, 선생님이 설명하는 내용보다 친구들의 설명이 더 알아듣기 쉽다는 말을 했다. 학생들은 누구나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학생들을 피동적인 객체로만 보지 말고 주체로 인정하는 제도적 지원도 절실하다.
보호자들도 여력이 된다면 교육의 소비자가 되려고만 하지 말고 품앗이로 아이들을 함께 가르치는 공동체를 운영하면 좋겠다.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더니 받아들인 분들이 계셨다. 그해 학생들과 국어 온 책 읽기 수업을 할 때 부모님들께 책을 먼저 읽게 해 드렸더니, 책을 함께 읽고 아이들과 할 이야기도 많아졌다며 좋아하셨다. 또 책과 관련된 영화를 함께 보며 깊은 감동을 나누어 주셨다.
이제는 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말로만 존재하는 교육공동체를 현실에 되살려야 한다. 각 주체의 역량을 살릴 수 있도록, 정부는 간섭은 하지 말고 지원만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