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호[기획] 기획 내란, 광장, 대선, 그리고 개혁의 과제 |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사회대개혁’| 서채완

202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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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내란, 광장, 대선, 그리고 개혁의 과제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사회대개혁’



서채완  chaewan.s@gmail.com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시대적 과제로서 12.3 내란의 완전한 종식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저항으로 계엄은 해제될 수 있었고, 이후 여당의 각종 방해에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었으며, 2025년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파면되었다. 파면에 이르는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의 관계자 일부가 내란죄 등으로 기소되었고, 서울중앙지방법원과 군사법원에서 공판이 진행 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관계자들의 비상계엄 선포와 일련의 행위(‘12.3 내란’이라 부르겠다)를 겪은 시민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넘어 내란의 청산 또는 완전한 종식을 개혁 과제로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권도 내란의 종식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구성한 원탁회의는 내란의 종식을 위해 ‘내란 특검법’의 제정과 ‘반헌법특위’의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 12.3 내란을 종식시키자는 주장은 당연하다. 그러나 ‘완전한 종식’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이미 12.3 내란은 종식된 것이 아니냐는 이해부터, 내란은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라는 이해까지 다양하다. 이하에서는 국제 인권 규범의 관점에서 12.3 내란 종식의 의미와 종식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 과제를 살펴보려 한다.



12.3 내란은 ‘중대한 인권 침해’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고 이 사건 포고령을 발령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포괄적·전면적으로 침해하였으므로 그 법 위반의 정도가 엄중하고,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역시 매우 크다.

- 헌법재판소 2025. 4. 4. 선고 2024헌나8 결정 중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파면 결정에서 상세하게 설시되어 있듯이, 12.3 내란은 중대한 기본권 침해 행위이다. 유혈 사태가 없었다고 하지만, 이미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이 발령된 순간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기본권을 전면적으로 박탈당했다. 국회에 나간 시민들을 포함하여 일상생활을 하는 시민들 누구든 언제든지 영장 없이 구금되어 처벌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기본권을 침해당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윤석열과 그 관계자들의 기본권 침해 행위는 국제 인권 규범의 관점에서 ‘중대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여기서 ‘중대한 인권 침해’라는 개념은 확장적 개념이긴 하지만, 국제 인권 규범에서는 대표적인 예시로 집단 학살, 고문 등 가혹 행위, 자의적 구금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보면 기본적 인권의 박탈, 구금 및 가혹한 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12.3 내란은 ‘중대한 인권 침해’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12.3 내란이 중대한 인권 침해이고 그 피해자는 계엄 및 포고령의 적용을 받는 모든 사람이라는 것이다. 즉 12.3 내란은 국회, 선거관리위원회, 법원 등의 기관을 침탈한 반헌법적 행위이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우리 모두가 가진 기본적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행위라는 것이다.


국제 인권 규범은 피해자 중심적 관점에서 중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진실, 정의, 배상, 재발 방지라는 네 가지 틀에서 피해자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구체화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국가는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책임자를 기소해야 하며,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금전 배상을 비롯해 재활, 심리 지원, 사과, 책임자 처벌의 보장, 기억 등을 실행해야 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의 재발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도 이를 요구할 수 있다.



완전한 종식은 권위주의로부터의 전환이다


앞서 살펴본 진실, 정의, 배상, 재발 방지는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기본 원칙이기도 하지만 특히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자행된 중대한 인권 침해인 경우, 보다 폭넓게 요구되는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국제 인권 규범은 권위주의 또는 독재 정부에 의해 자행된 인권 침해에 뒤따르는 국가의 진실, 정의, 배상, 재발 방지 의무를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라고 통칭한다. 그 의미는 중대한 인권 침해를 단순히 개별적 사건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주의 또는 독재로부터의 전환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의해 자행된 12.3 내란은 권위주의 정부의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12.3 내란의 완전한 종식은 윤석열이 자행한 행위에 대해서 진실, 정의, 배상, 재발 방지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진실’, ‘정의’의 관점에서, 윤석열과 그 관계자들의 개별적 범죄 행위에 대한 진상 및 책임 규명으로는 불충분하다. 윤석열과 그 관계자들의 혐의를 낱낱이 조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아직 규명되지 아니한 의혹들 역시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12.3 내란을 야기한 구조적, 제도적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형사 책임을 묻는 수사 절차와 더불어 권위주의 정부 시기 이뤄진 각종 권한 남용에 대해 구조적, 제도적 문제점을 도출할 수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12.3 내란 이후 이뤄진 정부 기관 등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낱낱이 공개되어야 한다.


‘배상’의 관점에서는 비상계엄의 적용을 받은 모든 사람이 피해자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12.3 내란 행위에 관여한 국가 기관들의 책임 인정, 그리고 공식적으로 기록되는 공적 사과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시민들의 저항과 기억을 보존하는 사업의 추진도 필요할 것이다.


‘재발 방지’의 관점에서는 강도 높은 개혁이 요구된다. 국제 인권 규범은 재발 방지의 영역을 세분화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제도적 개혁뿐만 아니라 인적 쇄신 역시 포함된다. 인적 쇄신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겠지만 내란 상황에서 부역한 이들에 대한 감찰 등의 조치가 필요하고, 권력 남용에 부역한 이들이 국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국제 인권 규범은 특히 제도적 개혁을 다양하게 예시하고 있다. 


가령 유엔 총회에서 2005년 결의된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 행위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 및 배상의 권리에 관한 기본 원칙과 가이드라인〉은 군, 정보 기관, 수사 기관, 사법부의 개혁과 더불어, 언론들이나 기업들이 준수할 윤리 규범을 마련하는 것 등을 예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사회 갈등의 예방과 감시, 심각한 인권 침해에 기여하거나 이를 허용하는 법 제도의 개혁도 재발 방지의 내용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비상계엄의 요건을 엄격히 하는 정도의 법 제도 개혁으로는 국가의 재발 방지 의무가 이행될 수 없다는 의미이고, 권위주의로부터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법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2.3 내란의 완전한 종식은 결국 사회대개혁을 요구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12.3 내란의 완전한 종식은 단순히 윤석열과 그 관계자들에게만 형사 책임을 엄격히 묻는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윤석열 등에게 형사 책임을 지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불처벌에 대한 투쟁은 내란의 완전한 종식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과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권위주의 정부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수준의 대개혁이 추진되어야 국제 인권 규범의 관점과 기준에서 12.3 내란의 완전한 종식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12.3 내란이 종식된 사회는 내란을 자행할 수 있었던 사회와는 확연히 달라진 사회여야 한다. 만연했던 차별과 혐오, 권력 기관에게 보장된 무분별한 권력, 시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정치, 민주주의와 인권이 아닌 이윤을 추구하는 정책들, 입시 중심의 교육 등은 언제든지 내란이 일어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든 구조적 원인일 수 있다. 민주 사회에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12.3 내란을 법 기술로 정당화하던 엘리트 관료들, 시민들의 절박한 호소를 뭉개고 당파적 이득만 챙기는 정치인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앞세워 계엄을 ‘계몽령’이라 하던 극우 혐오 세력 등을 만든 우리 사회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이러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관점에서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12.3 내란의 완전한 종식은 광장에서 시민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사회대개혁의 일부이면서도, 사회대개혁을 포함하거나 연결되는 과제라 할 수 있다. 단지 한 번의 비상계엄 선포,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를 전환하자는 의미의 사회대개혁이 12.3 내란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추진할 것이라 공언하고 있는 ‘12.3 내란의 완전한 종식’이라는 과제의 의미가 협소하게 이해되지 않고, 진정 다른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사회대개혁으로 연결되길 바란다. 이러한 취지에서 작성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사회대개혁 과제를 참고 자료로 덧붙이며, 특히 ‘특별 과제 :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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