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호[특집] 청소년 자살, 사회적 타살 | 청소년 자살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 이민아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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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청소년 자살, 사회적 타살


청소년 자살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이민아  malee@cau.ac.kr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023년 기준, 한국의 10~19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7.9명이며 이는 역대 최고치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일반적으로 1998년 IMF 경제 위기, 2008년 금융 위기 등 사회 경제적 위기 시에 증가했고 청소년 자살률도 비슷한 경향성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지표에서 청소년 자살률은 중장년 이상 연령층의 자살률 변동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청소년 자살률은 1998년 이후 감소, 변동을 거듭하다가 2009년에 6.5에 이른 후 다시 감소하였으나, 40대 이상 연령층의 자살률과는 달리 2018년부터 계속 증가하여 2021년 7.1, 2023년에는 7.9에 이르렀다. 청소년 자살자의 절대적 수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적을지라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자살률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1998년 경제 위기 이후 자살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여 년간 자살률 감소를 위한 국가, 사회적 노력이 이어져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적 차원의 자살 예방 정책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04년이었다. 그해에 제1차 자살 예방 5개년 계획이 시작되었고 2000년대 후반에는 아동·청소년의 심리·정서지원을 위한 교육부 정책 프로그램도 도입되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효과는 미약했고 10대 청소년 자살률은 증가세에 있다. 무엇이 원인이며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자살의 미시적 원인


청소년 자살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학업 스트레스, 가족 갈등, 교우 관계, 심리·정신건강 문제 등이 꼽힌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인과 함께 청소년기의 특수성을 지적한다. 청소년기는 신체적, 심리 사회적 발달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이며 이에 따라 스트레스에 취약한 기간이라고 한다. 청소년기에 겪는 학업 스트레스, 부모와의 갈등, 부정적인 교우 관계는 문제 해결의 도구와 여건이 부족하고 동시에 자존감과 감정 조절의 측면에서 미성숙한 청소년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완의 청소년기라는 특수성과 스트레스가 만날 때 위험하다는 지적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여러 청소년이 실제로 학업, 부모나 친구와의 불화, 정신건강의 악화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자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은 자살의 미시적 원인, 근접 원인에만 근거하며 청소년 자살을 개인적, 심리적 환경의 문제로 환원한다. 물론 근접 원인 진단과 이에 기반한 대응책이 자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간의 노력이 무색하게 청소년 자살률은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는 근접 원인이 아닌 청소년 자살의 사회 구조적 원인, 근본 원인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자살의 근본 원인


19세기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은 자살이 단순히 개인적, 심리적 결과가 아닌 사회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개개인의 사례만을 봐서는 보이지 않는, 사회 구성원에게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원인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자살은 미시적으로만 접근해서는 그 원인이 보이지 않는 사회적 현상이다. 청소년 자살의 원인으로 학업, 가족, 친구와의 불화, 정신건강의 문제 등만 고려해서는 왜 한국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증가하는지, 그 배경에 존재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은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뒤르켐은 자살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하였는데,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과 숙명적 자살이다. 이 네 유형의 자살은 모두 사회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각 유형의 원인은 서로 다르다. 이 중 숙명적 자살이 한국의 청소년 자살 문제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숙명적 자살은 개인에게 지나치게 강한 통제와 억압이 발생할 때, 즉 개인에 대한 억압의 정도가 심하여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때(혹은 없다고 느낄 때) 발생하는 것으로, 흔히 군대에서의 자살을 숙명적 자살로 분류한다. 그런데 현재 청소년이 겪고 있는 상황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청소년은 자신의 일상생활, 시간, 과업, 활동, 여가 등의 여러 영역에서 자율성과 통제력을 갖지 못한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라는 영화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을 부속품화하는 자본주의 초기의 사회상을 풍자한 작품이라지만 영화 속 컨베이어 벨트 공장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처지를 우리나라 청소년의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하루 종일 나사못을 조이는 일만 하다가 강박 증세를 보이는데, 그저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하는 처지가 한국 청소년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통제와 규율의 대상으로서의 아이들


우리 사회는 아동과 청소년을 통제와 규율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 이면에는 한국의 집단주의와 강한 가족주의가 연동되어 있다. 여기에 무한 경쟁 체제가 더해지면서 청소년들이 숨을 쉴 공간이 날이 갈수록 사라져 간다. 아이들에 대한 보호와 훈육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과도한 통제와 압력이 청소년을 위기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청소년에게는 이미 아주 어릴 때부터 해야 할 일,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다. 경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경쟁에 들어가는 연령대는 점점 낮아진다. 여기에는 쉴 시간도, 자신의 적성이나 판단이 들어갈 자리도 없다. 학교에서 진로, 진학 지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미 공고화된 경쟁 체제 속에서 스스로 적성과 꿈을 탐색한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수사에 가깝다. 자신의 꿈과 진로는 사실상 성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의대 진학을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매달리고 어릴 때부터 학원 의대반 입반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그 아이들 중 의학이 정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이제는 ‘4세 고시’, ‘6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유아기부터 경쟁의 세계로 들어가며 아동기는 전례가 없는 정도의 빈틈없는 시간표로 구성된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기성세대의 강박과도 같은 간절함 속에서 아이들은 교육 경쟁에 던져진다. 여기에 친구 관계에까지 부모들이 개입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아이들의 자발성과 사회성은 점점 더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부모도, 선생님도 힘들지만 가장 힘든 건 아이들 당사자일 것이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의 신체, 마음 건강, 사회적 역량 등을 포괄하여 아동의 웰빙 수준을 분석하였을 때 한국은 OECD 36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마음 건강만 따로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36개국 중 34위). 한국의 아이들은 컨베이어 벨트와 같이 규격화된 통제 속에 갇혀 있다.



팽팽한 줄은 쉽게 끊어진다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를 의미하는 번아웃(burnout)은 주로 강도 높은 업무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용어이지만 번아웃은 성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사회 환경은 청소년도 번아웃으로 밀어 넣고 있다. 초기 아동기부터 시간 통제, 학업 통제에 시달린 청소년들은 팽팽하게 당겨진 줄과 같은 상태가 된다. 팽팽한 줄과 같은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성인이라도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팽팽하게 당겨진 줄은 유연성과 탄력성이 없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에 쉽게 끊어진다는 사실이다. 번아웃 상태의 청소년에게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때, 이것이 일종의 촉매제로 작동하면서 모두가 원하지 않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번아웃을 경험하더라도, 학업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문제와 좌절을 경험하더라도, 청소년의 회복탄력성이 높다면 자살 위기를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회복탄력성이란 외부의 압력이 있더라도 스프링처럼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심리적 회복력과 건강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청소년은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의 문제가 드물고 자살 위험성도 낮다는 것을 보여 주는 여러 연구가 존재한다. 그런데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타고난 대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환경, 양육, 사회화 과정 등과의 복합적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팽팽한 줄이 끊어지기 쉽듯이 과도한 통제는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을 저하시킨다.



수치심을 주는 환경


과도한 통제와 압력 속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경쟁에서 뒤처진 학생도 행복하지 않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경쟁체제에서 불안과 긴장에 시달리고, 경쟁에서 탈락한 아이들은 실패자로 명명되며 존중받지 못한다. 현재 가족과 학교라는 공간은 모두 성취에 대한 압박이 매우 강한 환경이며 여기서 도태되는 아이들은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수치심, 부끄러움이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수치심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일례로 비도덕적인 일을 했을 때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수치심을 통해서 우리는 사회 구성원이 되고 더 안전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수치심은 때론 잘못된 방향으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회가 정한 규범이나 기준에 부합되지 못할 때 부끄럽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수치심으로 발전하여 심리·정신건강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만성적으로 자신을 결함이 있거나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상태인 내면화된 수치심은 우울증의 주요 심리적 원인 중 하나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아이들에게 과도한 압력을 행사하고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을 유발하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긍정적 자존감은 고난 속에서도 사람을 구한다. 그러나 회복탄력성과 마찬가지로 자존감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환경과 경험 속에서 발전하고 변화한다. 경쟁에서 뒤처진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감이 없고, 가족, 학교라는 공간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치심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높은 자존감을 가지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적이 높은 아이들이 자존감도 높다는 사실은 자존감이라는 심리적 자원도 사회가 규정한 기준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스스로의 노력이나 훈련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에 증가하는 청소년 자살률을 두고 심리·정신건강의 측면에서 취약성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룬 보도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를 보인 자살 학생이 6년 새 4배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또한 우울증, 불안장애로 진료받는 청소년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왜 현재의 청소년은 부모 세대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데 정신적으로는 취약한가? 청소년을 둘러싼 한국의 사회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정신건강의 문제, 우울증은 자살 위기 전에 나타나는 징후이지 자살의 근본적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 상담, 

정신의학적 치료만이 해결책일까? 


청소년의 심리·정신건강을 위한 사회적 정책이 본격적으로 마련된 것은 2000년대 중후반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아동·청소년의 심리 상담을 위한 WEE 프로그램은 2008년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2010년 이후 전국에 확대되었다. 학교 현장에서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지역 교육지원청이나 외부 기관에 심리 검사 및 상담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으로, 문제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더불어 청소년 자살 위기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정신의학적 치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담론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정신의학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하고 이에 따라 치료가 필요함에도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아 큰 문제라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료가 결정적이라고 한다. 청소년에 대한 상담 프로그램의 도입과 확대, 의학적 치료의 강조는 청소년 자살 위기가 미시적, 심리적 원인에서 기원한다는 시각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이미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상담과 정신의학적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 우울증, 번아웃, 불안장애 등 악화된 정신건강은 이미 위기 상황에 도달하였다는 신호이며 이를 방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상담과 치료가 만능열쇠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당장 아픈 아이들을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환자는 계속 등장하고 한국 사회의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청소년 환자는 오히려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근본 원인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을 느슨하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유연성,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다. 교육 경쟁에 들어가는 시기를 가능한 한 늦추고 과도한 경쟁과 성취 중심의 환경을 개선해야 아이들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다. 청소년에게 숨 쉴 만한 여유를 주는 사회, 자율성을 주어 자신의 생활과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력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선행되어야 좌절 후에도 다시 희망을 생각하고, 높은 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이 숨 쉴 수 있고 적절한 수준의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환경,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무한 경쟁 속에 아이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청소년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한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근접 원인뿐 아니라 근본 원인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개입이 간절하다. 



❶  지표누리(2025), “자살률”; 원 자료 출처는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각 연도] 및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 각 연도].

❷  에밀 뒤르켐, 황보종우 옮김(2019[1897]), 《자살론》, 청아.

❸  에밀 뒤르켐(2019[1897]), 앞의 책.

❹  유니세프, “우리나라 아동 웰빙 순위가 OECD 36개국 중 27위?”, 2025년 5월 15일.(www.unicef.or.kr/what-we-do/news/215642)

❺  박수정·곽민정·김민규(2025), 〈한국형 번아웃 키즈 형성과정 및 대처방안에 관한 근거이론적 접근〉, 《여가학연구》, 23(2), 1~33쪽. 

❻  정은영·신의천(2014), 〈수치심 경험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 자기수용의 조절효과〉, 《상담학연구》, 15(1), 183~194쪽.

❼  곽수란·이경호(2019), 〈아동·청소년의 학업성적과 자존감이 우울감과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 《청소년학연구》, 26(12), 177~199쪽.

❽  “학생자살사망보고서 최초 전수 분석, 어떻게? [청소년 마음건강 심층기획]”, 〈EBS〉, 2024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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