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호[읽은 이야기] 87호 | 김광백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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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이야기


오늘의 교육 

2025 7·8 vol.87



자주 만나는 사람 중에 장애가 있는 학생의 부모가 있다. 정확히는 장애 학생의 어머니다. 최근 어머니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학급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학교에서 자녀가 다쳤는데 어디서, 어떻게 다쳤는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또 통합학급이나 특수학급에서 어떤 수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관한 궁금함과 불안, 불신을 해결할 방법을 CCTV에서 찾는 것이다. 사실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부모와 이를 반대하는 교사 사이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학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가 얼마나 깊이 무너졌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이수현의 〈우리는 학생을 중심에 놓고 있는가〉는 웹툰 작가 자녀에 대한 교사의 아동학대를 둘러싼 논쟁에서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진지하게 반문한다. 학교에서 CCTV 설치를 둘러싼 논쟁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어떤 부모가 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물어봤을 때, 학교는 이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일까? 학교는 보호자에게 어떻게 교육하고 있고, 어떤 방향과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학생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학교가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진지하게 말해 줄까?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구성해 매 학기마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호자의 참여를 배제하는 경우는 차별로 간주한다. 그런데 정작 학교는 이렇게 중요한 계획을 열심히 수립하고 있을까? 개별화교육계획 수립 과정에서 학교는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과 의사소통을 충분히 하고 있을까? 그리고 학생의 보호자와도 충분히 소통하고 있을까? 이 과정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었다면, 그 장애 부모가 학교에 CCTV 설치를 요구했을까? 그리고 웹툰 작가 또한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숨겨서 넣었을까? 


이 불신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가 만난 좋은 교사와 부모들의 공통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소통’이다. 소통은 신뢰를 낳고, 신뢰는 각자의 역할을 만든다. 교사는 학생이 학교에서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지, 교육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를 부모와 공유한다. 부모 역시 가정에서 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교사와 나눈다. 학생을 중심으로 교사와 부모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기대를 나누며 함께 배우는 것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 성장하는 곳에서는 CCTV가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이 필자가 만났던 이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였다.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는 《돌봄의 사회학》에서 돌봄 노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돌봄은 니즈가 있는 곳에서 발생한다. 이 순서를 거꾸로 파악하면 안된다. 니즈는 사회적으로 구축된다. 돌봄을 받는 쪽이나 주는 쪽 또는 그 쌍방이 인식하지 않는 한 돌봄은 성립되지 않는다. (……) 돌봄을 하던 이가 돌봄 관계를 벗어나더라도, 돌봄을 받는 쪽의 니즈는 사라지지 않는다. 돌봄을 하는 쪽의 니즈는 돌봄 관계에 놓임으로써 발생하는 2차적인 것이고, 이 관계를 떠나면 없어지는 것이다.” 


그녀의 통찰은 교육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교육 역시 학생의 필요(needs)에서 출발해야 하는 사회적인 실천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의 상태와 필요를 먼저 살피고 그에 맞춰 상호작용할 때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 순서가 뒤바뀔 때, 교육은 권력이 되고 소통은 단절된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부모의 관계와 신뢰는 어떻게 생기는가? CCTV나 녹음기는 무너진 신뢰의 결과물일 뿐, 결코 신뢰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없다. 감시와 불신이 가득한 교실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결국 그 모든 피해는 학생의 몫이다. 


- 김광백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❶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2조 (개별화교육) ① 각급학교의 장은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보호자, 특수교육교원, 일반교육교원, 진로 및 직업교육 담당 교원,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담당 인력 등으로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구성한다. ② 개별화교육지원팀은 매 학기 마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하여야 한다.

❷ 우에노 치즈코, 조승미 외 옮김(2024), 《돌봄의 사회학》, 오월의봄, 26쪽.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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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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