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호[기획] 한 유학생의 죽음 이후에도 남겨진 질문들 | 송은정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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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한 유학생의 죽음을 부른 가혹한 구조

 

한 유학생의 죽음 이후에도 남겨진 질문들

체류 제도와 대학 사이에서 배제되는 삶


 

송은정 onlynews@hanmail.net

이주민센터친구 이사

 




외국인 유학생 정책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설명할 때, 나는 종종 “유학생은 사실상 휴학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부터 꺼낸다. 대부분의 사람은 쉽게 믿지 못한다. 학생인데 휴학조차 할 수 없다니,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상 휴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 사정으로 휴학을 하게 되면 학생 비자를 연장할 수 없고, 그 순간 한국에서 체류할 자격 자체를 잃게 된다. 휴학은 곧 출국을 의미한다.


한 유학생은 쌍둥이를 출산하고도 1달여 만에 다시 수업에 복귀했다. 몸조리가 문제가 아니라, 체류 자격이 문제였다. 이처럼 한국의 체류 제도는 외국인을 하나의 삶을 살아가는 개인이 아니라, 정해진 체류 자격의 틀에 맞춰 기능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질병이나 출산, 가족 문제와 같은 삶의 변수는 제도 설계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된다.


유학생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결혼 비자는 결혼을 유지해야만, 유학 비자는 학업을 유지해야만 체류가 가능하다. 누구에게나 대학 시절은 선택과 탐색의 시간이다. 진로를 고민하고,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에게 그런 선택은 허용되지 않는다. 모든 고민은 ‘비자 만료일’ 이전에 끝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외국 인력 정책을 말할 때마다 ‘우수 인재 유치’를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유학생 정책을 들여다보면, 유학생은 우수 인재 정책 대상이라기보다 대학 재정을 떠받치는 존재에 가깝다. 지방 대학의 생존을 위해 대규모 유학생 유치를 독려하는 한편, 이들을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흡수하려는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이 모순은 지난해 뚜안 씨의 사망 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2025년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한 지 불과 2주 만에 뚜안 씨는 출입국 단속을 피해 숨었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뚜안 씨는 2019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와 어학연수(D-4), 유학(D-2) 비자를 거쳐 구직 비자(D-10)를 소지하고 있던 25세 청년이었다.


이 사건은 단속 중심의 이주 정책이 어떤 위험을 낳는지를 보여 주었다. 동시에 유학생 정책이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놓여 있는지도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논의는 단속 방식의 개선에 주로 집중되었을 뿐, 유학생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


 

공부하러 왔지만 살 수는 없었던 나라

 

뚜안 씨가 졸업한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은 약 600만 원이었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로 일하던 부모는 “힘든 일은 안 시키고 곱게 키운 아이였다”며 일하는 걸 막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 출신 학생들에게 한국 대학 등록금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공부하며 합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체류 자격 외 활동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용 업종과 시간 제한을 지켜 근로계약서를 먼저 작성하고, 대학 확인서를 거쳐 출입국사무소의 허가를 받아야만 일을 시작할 수 있다. 현실에서 이런 절차를 감당하려는 사업주는 많지 않다. 그 결과 유학생들은 제도 밖 노동으로 밀려나기 쉽다.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지만, 일할 자유는 제도적으로 제한되는 구조다.


정부는 ‘유학생은 본래 공부하러 온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학업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활 조건조차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부만 하라’는 요구는 현실을 외면한 규범에 가깝다.


지방 대학의 현실은 이러한 모순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학교 존립을 위해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거는 대학들은 직접 해외를 돌며 홍보에 나선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본 대학 총장은 학생들에게 “수업을 오후 3시 전에 끝내 주니 충분히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라고 홍보했다. 실제로 해당 대학에는 오후가 되면 학생들을 일터로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는 특정 대학의 일탈이라기보다, 인구 소멸이 진행되는 와중에 직면한 대학의 재정 위기에서 유학생을 ‘등록금과 노동의 통로’로 활용하도록 만드는 구조적 유인의 결과다. 대학은 교육 기관이면서 동시에 유학생 노동을 전제로 한 생활 숙소가 되어 버린다. 한국어 교원 이창용이 쓴 책 《한국어의 투쟁 - 우리는 한국어 교육 노동자다》(빨간소금, 2025)에는 학업보다 취업을 목적으로 학교에 온 유학생들로 인해 수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학생 개인의 태도 문제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대학의 생존 전략 속에서 유학생을 데려온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주민센터친구에 상담을 온 한 유학생은 유명 사립대 대학원 과정을 3년째 밟고 있었지만, 졸업해도 자신에게 필요한 Ph.D 학위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입학 당시 확인했던 조건이었지만, 학교는 Doctor 학위만 줄 수 있을 뿐,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 사례는 대학조차 유학생의 삶과 진로에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보여 준다.


졸업 이후의 삶은 더욱 불안정하다. 뚜안 씨가 소지하고 있던 구직 비자(D-10)는 취업 준비를 위한 비자로 단기 인턴 일자리만 가능하다. 6개월마다 비자를 연장하려면 통장에 500만 원 이상을 유지해야 했다. 많은 유학생이 구직 비자를 갖고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다시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기도 한다. 선택이라기보다 체류를 위한 유예에 가깝다.


이주민센터친구에서 만난 러시아 출신 유학생은 취업 정보도 부족한 상황에서 비자 연장에 대한 불안으로 불면증을 겪고 있었다. 전쟁 중인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지만,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길 역시 안정적이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와 초·중·고 교육을 모두 이곳에서 받은 이주배경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되면 유학 비자로 전환하지 않으면 체류할 수 없고,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곧바로 미등록 위험에 놓인다. 이미 한국 사회에 깊이 통합된 이들이 제도상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지속적인 탈락의 경계에 서게 되는 현실이다.


네팔 출신 방송인으로 유명했던 수잔 샤키야 씨는 한 언론 기획에서 안정적인 체류 자격을 얻기까지 12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D-4(어학연수), D-2(유학), E-7(특정 활동), F-2(거주)를 거쳐 F-5(영주권)에 이르기까지, 체류 자격의 사다리는 매우 가파르다.


조사에 따르면 유학생의 30% 이상이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하기를 희망하지만, 실제 국내 취업에 성공하는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당수는 대학원 진학이나 귀국, 혹은 통계로 포착되지 않는 경로로 흩어진다. 이 간극 속에서 미등록 체류 위험이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2024년 기준 외국인 유학생 수는 약 17만 7,000명이다. 최근 연구 자료를 보면 유학생 10명 중 1명이 미등록 체류를 하게 된다고 하니, 이 가운데 1만 7,000여 명이 체류 불안정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는 개인의 실패라기보다 유학생의 졸업 이후를 감당하지 못하는 체류 제도가 만들어 낸 결과에 가깝다.


유학생에게 가혹한 이 구조는 낯설지 않다. 한국의 교육 역시 실패와 유예를 허용하지 않는 체계 속에서 작동해 왔다. 다만 유학생에게 그 실패의 대가는 ‘성적’이 아니라 ‘체류 자격 상실’이라는 점에서 훨씬 더 치명적일 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도 개선보다 대학에 책임을 떠넘겨 왔다. 교육부는 ‘불법 체류자 비율’을 기준으로 대학 지원을 차등한다. 그 결과 대학은 학생의 권리보다 체류 관리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2023년 한신대학교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같은 게 발생하는 것이다. 교육의 이름으로 인권 침해적인 통제가 정당화되고 있다.


 

대학은 이들을 학생으로 대하고 있는가

 

정부는 ‘Study Korea 300K 프로젝트’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반복해 온 양적 확대 정책만으로는 현재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유학생을 임시 체류자나 관리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정주 인구이자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서 다시 질문하게 된다. 대학교육의 목표는 무엇일까?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시민을 길러 내는 것이 교육의 역할 아닐까. 우리는 지금 유학생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교육은 성취를 평가하기 이전에, 학생으로서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다. 그 인정이 흔들릴 때 교육은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선별의 장이 된다. 유학생을 끝없이 증명해야 하는 존재로 남겨 두는 한, 대학은 ‘글로벌’을 말할 자격을 갖기 어렵다.


모든 대학이 서열화되고 개인의 성취를 능력만의 결과로 평가하는 사회에서 출발선의 차이와 구조적 불평등을 함께 성찰하는 교육은 가능할까. 뚜안 씨의 죽음은 교육 정책이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같은 비극은 다른 이름으로 반복될 수 있다.



교육공동체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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