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호[기획] 이주민, 유학생 강제 추방이라는 지옥도 | 박중엽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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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한 유학생의 죽음을 부른 가혹한 구조

  

이주민, 유학생

강제 추방이라는 지옥도

 


박중엽 nahollow@newsmin.co.kr

〈뉴스민〉 기자

 




유튜브 섬네일에 헬멧을 쓴 사람이 잔뜩 등장한다. 이 유튜버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배달 노동자를 발견하면 비자 제출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한다. 그러고는 경찰이 올 때까지 그 사람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억류한다. 사적 체포다. 유튜버에게 체포당한 외국인은 사정도 하고, 무릎 꿇고 빌기도 한다. 유튜버가 무슨 권한으로 자신을 억류하느냐는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유튜버는 현행범이니까 체포할 수 있다고 답하며 이주민을 붙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이주민 혐오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 유튜버는 법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어떠한 판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본인이 일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이주민에 대해서 경찰에 신고하고 이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유튜버에게는 아무런 사법 권한이 없다. 이주민이 배달업을 할 수 없는 비자로 일을 한다 하더라도, 애초에 사인이 비자 제시를 요구할 권한이 없다. 당연히 이주민을 현행범으로 판단해 체포할 권한도 없다.


이주민을 사적으로 체포하고 폭력을 행사한 유튜버 일당에게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징역형 실형이 선고된 것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유튜버가 삼단봉을 들거나 다른 방식으로 위협하며 이주민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사례였다. 지금 유통되는 콘텐츠에는 삼단봉이 등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주민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사적으로 체포하고 이 과정을 유통해 사익을 추구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작년 혐오 유튜버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을 때 꽤 큰 이슈가 되었음에도, 똑같은 양식의 콘텐츠가 여전히 재생산되고 있다. 경찰도 여전히 그들의 콘텐츠 조력자로 등장한다.


콘텐츠에 등장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절부절못하며 유튜버에게 용서를 구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유학 비자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유학 비자(D-2 또는 D-4)를 가지고 국내에서 취직하려면 여러 어려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충족 시에도 취업할 수 있는 사업장은 제한적이다. 유튜버에게 사정하는 이주민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니 분노와 슬픔이 함께 찾아왔다. 무엇보다 무력감이 컸다. 왜 이 세상은 이토록 악의로 가득 차 있는가 싶어서다. 일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나. 타향에서, 지리도 모르고 주소 체계도 익숙지 않은, 한국어 소통도 제한적인 이주민이 배달 노동에 나서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일이 있었을 것인지 생각해 볼 순 없는가. 그는 그렇게라도 일해서 책임져야 할 것이 있었을 것이다.


이 혐오 콘텐츠를 발견하기 전날, 고(故) 뚜안 씨의 죽음에 대하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농성의 해단식이 열렸다. 이날 취재를 마치고 뚜안 씨 부모님과 조촐하게 저녁을 먹었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와서 유학생으로 살아가다가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반에 쫓겨 추락사한 뚜안 씨도 D-2 비자를 지니고 유학 생활을 했다. 사망 당시에는 졸업해 D-10(구직) 비자를 가진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그 유튜브 콘텐츠에 등장한 다수의 이주민이 바로 뚜안 씨와 비슷한 상황인 사람들인 셈이다.


뚜안 씨 사망 이후, 아버지 부반숭(49) 씨는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임에도 법무부의 사과와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해 강제 추방의 위험을 무릅쓰고 대중 앞에 섰다. 부반숭 씨의 투쟁 덕에, 우리 사회는 좀 더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한 걸음 나아가기 무섭게 몇 걸음 더 뒷걸음질 친다.


 

유학생도 일해야 살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일을 하지 않고 교육의 소비자로서만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들은 유학 준비 비용을 포함한 높은 송출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으로 온다. 또한, 출신국 대비 막대하게 큰 체류 비용을 지불하면서 학업을 수행해야 한다. 한국의 사회 보장 제도가 이주민에게 배타적이라는 점도 체류 비용을 늘리는 조건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외국인 유학생에게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은 곧 살지 말라는 말에 가깝다.


당연히도 유학생은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유학생에게 부여되는 비자는 바늘구멍 통과하듯 어려운 조건을 갖춰야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취업은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제한된다. 한국어 능력을 갖춰야 하고, 학교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일할 수 있는 직종과 그 직종마다 자격 제한이 세부적으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다.


가족의 지원을 받거나 허용되는 아르바이트를 절차대로 어떻게든 수행하면서 학업을 마치면 취업 문이 열릴까.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고등교육 기관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 중 국내에서 취업하는 비율은 10명 중 1명꼴이다.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도 고등교육 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도 외국인 유학생 취업률은 13.8%이다. 전체 취업률 69.5%보다 현저히 낮다. 취업 유학생 이외에 체류 종료 외국인은 42.9%, 취직하지 못하고 국내 진학을 선택한 외국인은 15.6%이다. 뚜안 씨도 D-2 비자로 체류하다가 계명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D-10 비자 자격으로 취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전공 분야에 비자 규정에 맞는 방식으로는 취직할 수 없었다.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이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유학생은 여러 해 체류하면서 체류비, 교육비, 생활비를 감당해야 한다. 대학의 장학 제도는 없다시피 하다. 2024년 기준 유학생 2만 8,000여 명 중 자비 유학생이 19만 3,000여 명으로 92%를 차지한다. 유학생은 자연스럽게 비공식 노동 시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든 삶을 꾸려가기 위해 힘들고 위험한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을 탓할 수 있는가.


유학생들이 유튜버의 사냥감이 되는 이 지옥도의 책임은 어디에 있나. 첫 번째로는 대학에 있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편중 경향 속 지역 대학은 대학 유지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정원 외로 마구 뽑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이나 농업, 어업, 건설 현장과 같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유학생이 정상적으로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지역 대학은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지역 내에서 전공을 살려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듯하다.


한국에 대해 선망하면서 지역의 대학으로 향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비공식 노동 시장으로 향하게 된다. 뚜안 씨가 바로 그러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베트남에서 진학할 수도 있었지만, 한국을 좋아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왔다. 지역의 계명문화대학교와 계명대학교에 충실히 등록금을 납부했다. 그 결과 졸업장을 받았다. 지역에서 어떻게든 취직하기 위해 만방으로 노력했으나 할 수 없었다. 계명대 졸업장은 지역에서 취업하는 데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대학의 침묵 가운데, 책임 지적하는 작은 외침도

 

뚜안 씨가 다녔던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앞. 한눈에 봐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다수 눈에 띈다. 이곳을 갓 졸업한 학생이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강제 단속으로 사망했는데도 대학의 풍경에는 파문이 일지 않았다. ‘유학생이 졸업 후 지역에 어떻게 정착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고민하지도 않고 언제까지 유학생을 마구 들여오기만 할 것인가. 뚜안 씨보다 어린 학생을 들여오고, 졸업장을 쥐여 준 다음, 그 사람이 어떻게 일하고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그 행위를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가.


다행스러운 점은, 바로 그 계명대학교 안에서도 작은 목소리가 있었다는 점이다. 계명대의 한 구성원은 12월 어느 날 어둑한 교정을 오가며 조용히 대학 건물마다 대자보를 붙였다. 국제통상학과에도 붙은 대자보에는 이렇게 적혔다.

 

대학 재정 곤란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학생 유치 정책은 펼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기대는 하면서 유학생이 취업해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체류 정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유학생 유치 정책 성공을 자랑하면서 졸업한 유학생은 단속을 피해 숨어다니게 했다. 유학생의 미래를, 이주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외면하는 부실 정책이 사람을 죽였다. 유학생 졸업 후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단속만 한다면 이러한 참사는 반복될 것이다.

 

이제라도 바꿔 나가야 한다. 유학생이 학업과 체류에 필요한 일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비자 제도를 바꾸고 강제 단속을 중단해야 한다. 대학이 무책임하게 유학생을 유치하지 않도록 감시와 통제도 해야 한다.

 


❶ “이주민 불법체포·협박 박진재 자국민보호연대 대표 실형 확정”, 〈뉴스민〉, 2025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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