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교육, 그 존재의 밀도 ❺
두려움과 가능성의
경계에서
농촌 교육의 현실과 과제
이민희 xfile3408@hanmail.net
깨움마을학교사회적협동조합❶ 대표
내가 사는 영광군 묘량면에는 폐교 직전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작은 학교’가 있다. 국가는 시골 학교를 포기했으나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0년 효율성을 앞세운 농산어촌 학교 통폐합 방침에 반대하고 시골 마을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았다. 이때부터였다.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도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사람들의 결집을 불렀다. 경제적 효율성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작은 학교의 가치에 동의한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왔다. 기존의 틀과는 다른 교육, 더 나은 교육, 더 행복한 교육을 열망하는 이들이 시골 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이사해 왔다. 30~40대 정주 인구가 늘어나고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2009년 12명이었던 학생 수는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 10년 차인 2019년 병설유치원 포함 102명이 되었다. 10년 동안 10배 가까운 성장을 한 셈이다. (2026년 현재 80명 수준 유지) 모두의 간절함이 만들어 낸 역주행의 기적이다. 묘량중앙초등학교는 지역 사회의 품 안에서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여 마을공동체의 심장이 되었다.
처음부터 모든 일이 잘된 것은 아니었다. 2007년 도시에서 귀촌해 시골로 왔을 때 느꼈던 공기의 질감을 기억한다. 적막하고 무거웠다. 1,700명 남짓의 인구에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 42%(지금은 1,600명 남짓에 45% 수준이다)인 마을에서 활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농촌의 생사존망은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었다. 농촌은 점점 더 과소화되고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과밀화’의 반대말인 ‘과소화’는 인간이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 기반 시설과 사회적 인프라가 붕괴 지경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병원, 약국, 슈퍼마켓 등이 사라지고 하루에 서너 번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를 타야 겨우 생필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태다.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할 수 없는 곳의 삶이란 ‘난민’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마을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농촌은 전원의 로망 대신 생존의 치열한 사투가 일상화된 곳이었다. 지역적 열패감이 삶을 무겁게 누르고 있는 농촌에서 학교를 살릴 수 있을까. ‘어차피 없어질 마을’이라거나 ‘뭘 해도 안 될 것’이라는 냉소주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희망을 만들 수 있을까. 두려움과 가능성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도모했던 ‘학교 회생 프로젝트’는 마을에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가 살아나자 마을의 풍경이 달라졌다. 마을은 부동의 상태가 아니다. 생명 유기체인 마을은 늘 변화한다. 통폐합에 순응하고 학교가 사라졌다면 지금의 마을은 없었을 것이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사활이 걸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해체되었던 공동체 관계망이 복원되고 크고 작은 실천들이 쌓일수록 마을의 역량도 성장하였다. 작은 학교 살리기 과정에서 눈으로 보고 실천으로 깨달았던 교훈은 ‘학교와 지역은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지역이 살아야 학교가 산다’와 같은 명제이다. 주민들은 학교의 폐교 탈출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학교와 마을이 지역 교육의 비전을 확립하고 연대 협력함으로써 동반 성장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농촌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학교와 마을이 손잡고 지역 교육의 난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희망은 구체화 될 수 있었다. 묘량면의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은 마을 재생과 부흥의 원동력이었다. 이로 인해 묘량면은 새로운 도약의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주민들은 ‘묘량중앙초를 거점으로 한 로컬 중심의 농촌형 미래 교육 모델 구축’을 지속가능한 지역 재생과 발전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①학교와 마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지역화 및 다양화, ②학교 단위 공간 혁신(증개축)과 학교 공간의 복합화, ③주민 주도형 마을공동체 커뮤니티 공간 건립, ④사회 주택 단지 조성 사업을 통한 정주 여건 개선 등 교육-문화-주거-복지-돌봄-일자리를 융합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추진 중이다.
농촌 사회 붕괴 위기와 교육의 운명
묘량중앙초는 언제든 다시 폐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소멸 위기로 치닫고 있는 농촌의 냉엄한 현실이다. 다시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할 뿐이다. 매년 초가 되면 주민들의 눈과 귀는 학교로 쏠린다. 신입생이 과연 몇 명이나 들어올까. 마을의 연중 최대 현안이 묘량중앙초의 적정 규모 유지 문제이다. 2026년에는 16명이 입학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 단위 작은 학교에서 이 정도면 거의 ‘대박’ 수준이다. 이 소식이 마을에 전해지자 너나 할 것 없이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근의 다른 면 지역 사정은 최악이다. 입학생이 아예 없는 곳도 있고, 2명 들어오는 곳도 있단다. 묘량면만 일시적으로 학생 수가 늘었다고 해서 좋아할 일이 아니다. 전국의 농산어촌, 심지어 도시의 원도심 지역에서 학생 수 감소와 학교의 존폐 위기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금 폐교를 면한다 해도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흐름을 돌리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폐교된다. 묘량중앙초 역시 소멸의 거대한 파고를 홀로 거스를 수 있는 재주는 없다.
농촌 인구의 절벽은 곧 농촌 학력 인구의 절벽이다. 수년 아니 수십 년 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문제다. 농촌 인구의 산술적 감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붕괴’다. 농촌의 면 지역은 인구 3,000명 이하가 되면 보건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다. 인구 2,000명 이하가 되면 상점, 식당, 세탁소, 목욕탕 등이 폐업하고 1,500명 이하로 줄어들면 이발소·미용실이 문을 닫는 등 생활 필수 시설이 사라진다. 과소화의 위기에 직면한 읍면 지역에 새로운 인구 유입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1,000명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❷ 지역에서 보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고 생활 취약을 넘어 ‘생활 사막(Life Deserts)’이 되고 있는 곳에 인구가 유입될 리 만무하다. 인구 유입을 바탕으로 한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선순환하지 못하는 곳에서 교육의 생명은 풍전등화와 같다. 지역에 학교가 사라지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마을을 떠나야 하는 ‘교육 이주’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교육 문화적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면 단위 주민들의 처지는 ‘교육 난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와 인구 구조 변동으로 인한 교육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생활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구 정책은 출생률을 끌어올리는 데만 열중하는 ‘전체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❸ 교육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이며 생활생태계가 건강하고 활성화되어야 교육도 살아난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환경과 구체적인 현실을 면밀이 살펴야 하고 그 지역의 생활생태계에 맞는 인구 정책과 교육 정책이 결합되어야 한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 국가에서 ‘인구 위기’는 곧 ‘교육’과 ‘돌봄’의 위기이다. 마을과 교육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마을이 살아야 교육이 살고, 교육이 살아야 마을은 희망을 키울 수 있다. 물론 사회 문제 해결의 해법을 학교 교육을 외과 수술 방식으로 찾겠다는 발상은 일방적이고 편협하다. 사회가 엉망인데 학교만 달라질 수 있나? 이기적인 욕망들을 그대로 두고서 교육만 핀셋으로 집어내듯 바꾸는 게 실현 가능한 일인가? 교육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구조를 반영한다. 사회와 교육의 선순환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와 교육의 미래 모두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좋은 사회’라야 ‘좋은 교육’도 가능하다. ‘좋은 교육’이 있어야 ‘좋은 사회’도 지속가능할 것이다.
지역 사회와 공생하는 학교 모델 구축해야
잠재력과 가능성의 보고인 농촌의 작은 학교는 ‘오래된 미래’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배움터이자 주민들에게 열린 ‘평생학습터’이고 지역 문화의 ‘아궁이’이다. ‘지역사회학교’ 만들기를 통해 학교교육을 바꾸고 지역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운동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 학교는 학교만의 학교, 학생만의 학교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역 사회 속의 학교, 지역 사회와 공생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은 학생 수 증가라는 양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별로 여러 정책적 수단을 동원했으며 일부 효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시적 유입의 효과를 넘어서지 못하거나 지역공동체와 융합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인구 절벽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인구 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다. 초등학교 학령 인구는 2010년 328만여 명에서 2016년 277만 명으로 불과 6년 만에 16%나 감소했고, 2017년부터는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더욱 가파르게 감소 중이다(2024년 24만여 명). 학령 인구의 급격한 감소 여파로 인해 정주 여건 악화와 교육 공동화 현상이 악순환의 고리로 맞물리면서 농산어촌 학교의 적정 규모 유지는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학령 인구 감소 흐름의 반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이는 예정된 미래이다. 그러므로 개별 학교에서 학생 수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시도는 점점 ‘제로섬 게임’으로 내몰릴 것이다. ‘학령 인구 감소 → 학교 통폐합 → 교육 여건 악화 → 젊은 인구 유출 →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 내고 지역 교육생태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 접근해야 한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인구 감소 및 인구 구조 변동이라는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 제약과 이로 인한 교육의 불평등, 교육 격차의 고착화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작은 학교에 대한 접근은 학교를 살리는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학교의 기능과 역할을 재구조화하는 적극적인 학교 만들기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학교가 교육, 문화, 돌봄의 지역 거점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확장하고 지역 사회와 선순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학교와 지역 사회의 관계를 호혜적이고 협력적 교육 네트워크로 재구조화하고 교육청, 지자체, 학부모, 주민 조직, 사회적 경제 조직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다층적인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학교교육에 있어서 지역은 ‘배움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힘’을 키워 가는 ‘삶의 장소’이기도 하다. 지역 사회의 교육화와 교육의 지역 사회화는 쌍방이 통합적인 기능을 발휘할 때 지역교육력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❹ 지역교육력은 넓은 의미에서 학교교육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학교 따로 지역 따로 단절된 시각에서 탈피해 ‘지역 속의 학교’, ‘지역교육력의 핵심 구성 부분으로 기능하는 학교’, ‘지역 사회와 연대하고 참여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다.❺ 지역으로부터 배운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지역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참여하며 지역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목적 지향적인 학습의 관점을 동시에 견지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역은 학교에서 배우고 성장한 아이들이 지역의 시민으로 정착하여 살아가는 선순환의 모습일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지역교육력’ 향상은 지속가능한 지역 사회 발전의 핵심 키워드이다. 근대화 이후 학교가 지역으로부터 분리되고 공동체의 핵심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되돌려야 한다. 특히 공동체의 해체와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산어촌의 지역교육력 회복은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역량을 유지 강화하는데 필수 조건이 된다.
지역 사회가 책임지는 지역 교육을 위해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아이는 지역의 힘으로 키운다’는 관점을 정립하고 지역 사회 내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농촌 교육을 살리려면 농촌 지역 사회의 광범위한 협력과 참여가 필수다. 지방교육자치를 실현하려면 지역 내에서 실질적인 거버넌스가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한참 동떨어져 있다. 교육의 자치와 분권은 제도적 이상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축적되어야 한다. 자치와 분권은 단순히 중앙 정부의 교육 행정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 배분하는 협소한 의미가 아니라, 지방의 교육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연결성과 통합성을 담보하는 역동적이고 실천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방 교육 자치 역량’의 개념❻도 도출할 수 있으며, 지방 교육 자치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고 지역 교육생태계 확장과 지역 교육 비전을 구상해야 한다.
지역 교육 문제가 지역 사회 공론장에서 토의되고 지역 정책 어젠다로 채택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 교육의 비전 수립, 지역 교육에 대한 공공적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청과 지자체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를 뛰어넘어 ‘지역을 살리는 관점’으로 과감하게 협력해야 한다. 협력을 어렵게 하는 모든 제도적 관행적 장벽들을 걷어 내고 공동으로 지역 교육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이렇게 사활을 걸고 달려들어도 어려운 과제가 바로 교육 문제 해결이다.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지역 차원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세우고 끈기 있게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
지역 사회가 책임지는 지역 교육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담보할 지역 교육 기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예컨대, 사회복지 영역의 경우에는 상설적 민관거버넌스인 ‘지역사회보장협의체’(시군구/읍면동)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시군구 지자체는 「사회복지사업법」과 「사회보장기본법」 등의 법령 근거에 입각해 4년마다 의무적으로 지역 복지 및 사회보장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지역 교육에 관한 지역 사회의 공공적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지역 교육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립을 의무화하면 어떨까. 국가 단위로 설치된 ‘국가교육위원회’처럼 지역에서도 정치적 상황에 자주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민관학이 고르게 참여하여 지속가능한 지역 교육의 비전을 논의하고 수립할 수 있는 상설적인 지역 단위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광역 단위 행정 통합’ 이슈가 급부상했다. 광주·전남 통합이 속도전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통합 단체장과 통합 교육감을 선출할 모양이다. 경제·산업 분야에서 지역 사회의 판을 흔드는 재구조화가 이루어질 텐데, 지역 교육 문제는 공론장의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어서 걱정이다. 행정 구역이 통합되더라도 주민을 중심으로 마을 단위 자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지역의 아이는 지역의 힘으로 키우는’ 새로운 시대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인가, 내용은 그대로인데 덩치만 커지는 관료적이고 형식적인 재편에 그칠 것인가. 새로운 세상은 어떤 완벽성을 갖춘 부동의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적응하고 변화하는 역동의 과정일 것이다.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결국은 정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육 주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한 시점이다.
❶ 깨움마을학교사회적협동조합은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이다. 2010년 폐교 위기의 묘량중앙초등학교를 지역 사회의 노력으로 살려 냈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지역의 교육 문제는 지역 스스로 해결한다’는 원칙하에 농촌 교육과 농촌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❷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2), 〈인구감소 농촌 지역의 기초생활서비스 확충 방안〉
❸ 한국교육개발원(2018), 〈인구절벽 시대, 교육 정책의 방향 탐색〉
❹ 한용진·천호성 외(2017), 《일본의 지역교육력》, 학지사.
❺ 이인회(2020), 《마을로 돌아온 학교 - 마을교육학의 기초》, 교육과학사, 232쪽. 향후 학교와 지역 사회의 관계는 학교가 본래 가지고 있는 교육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여 지역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동시에 학교는 지역 주민들의 학습과 성장을 위해 그리고 지역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학교와 지역 사회는 지역의 교육자원을 공유하고 상호 공통적인 것을 만들기 위하여 동행하는 파트너의 관계로 발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❻ 한은정 외(2019), 〈지방교육자치 역량 강화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필요성/원리)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체) 각 지방의 교육 관련 주체, 즉 지방 교육 행정 기관, 학교의 교원 및 학생 학부모, 지방자치단체, 지방 의회, 지역 사회, 시민단체 등이 (활동) 지방 교육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 함께 기획, 운영, 참여하여 (성과/목적) 지방 교육의 특색과 단위 학교의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으로써 다양한 학생 교육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 능력, 태도.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 교육공동체 벗 가입하기
특집 | 교육, 그 존재의 밀도 ❺
두려움과 가능성의
경계에서
농촌 교육의 현실과 과제
이민희 xfile3408@hanmail.net
깨움마을학교사회적협동조합❶ 대표
내가 사는 영광군 묘량면에는 폐교 직전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작은 학교’가 있다. 국가는 시골 학교를 포기했으나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0년 효율성을 앞세운 농산어촌 학교 통폐합 방침에 반대하고 시골 마을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았다. 이때부터였다.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도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사람들의 결집을 불렀다. 경제적 효율성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작은 학교의 가치에 동의한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왔다. 기존의 틀과는 다른 교육, 더 나은 교육, 더 행복한 교육을 열망하는 이들이 시골 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이사해 왔다. 30~40대 정주 인구가 늘어나고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2009년 12명이었던 학생 수는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 10년 차인 2019년 병설유치원 포함 102명이 되었다. 10년 동안 10배 가까운 성장을 한 셈이다. (2026년 현재 80명 수준 유지) 모두의 간절함이 만들어 낸 역주행의 기적이다. 묘량중앙초등학교는 지역 사회의 품 안에서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여 마을공동체의 심장이 되었다.
처음부터 모든 일이 잘된 것은 아니었다. 2007년 도시에서 귀촌해 시골로 왔을 때 느꼈던 공기의 질감을 기억한다. 적막하고 무거웠다. 1,700명 남짓의 인구에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 42%(지금은 1,600명 남짓에 45% 수준이다)인 마을에서 활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농촌의 생사존망은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었다. 농촌은 점점 더 과소화되고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과밀화’의 반대말인 ‘과소화’는 인간이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 기반 시설과 사회적 인프라가 붕괴 지경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병원, 약국, 슈퍼마켓 등이 사라지고 하루에 서너 번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를 타야 겨우 생필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태다.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할 수 없는 곳의 삶이란 ‘난민’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마을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농촌은 전원의 로망 대신 생존의 치열한 사투가 일상화된 곳이었다. 지역적 열패감이 삶을 무겁게 누르고 있는 농촌에서 학교를 살릴 수 있을까. ‘어차피 없어질 마을’이라거나 ‘뭘 해도 안 될 것’이라는 냉소주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희망을 만들 수 있을까. 두려움과 가능성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도모했던 ‘학교 회생 프로젝트’는 마을에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가 살아나자 마을의 풍경이 달라졌다. 마을은 부동의 상태가 아니다. 생명 유기체인 마을은 늘 변화한다. 통폐합에 순응하고 학교가 사라졌다면 지금의 마을은 없었을 것이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사활이 걸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해체되었던 공동체 관계망이 복원되고 크고 작은 실천들이 쌓일수록 마을의 역량도 성장하였다. 작은 학교 살리기 과정에서 눈으로 보고 실천으로 깨달았던 교훈은 ‘학교와 지역은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지역이 살아야 학교가 산다’와 같은 명제이다. 주민들은 학교의 폐교 탈출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학교와 마을이 지역 교육의 비전을 확립하고 연대 협력함으로써 동반 성장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농촌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학교와 마을이 손잡고 지역 교육의 난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희망은 구체화 될 수 있었다. 묘량면의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은 마을 재생과 부흥의 원동력이었다. 이로 인해 묘량면은 새로운 도약의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주민들은 ‘묘량중앙초를 거점으로 한 로컬 중심의 농촌형 미래 교육 모델 구축’을 지속가능한 지역 재생과 발전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①학교와 마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지역화 및 다양화, ②학교 단위 공간 혁신(증개축)과 학교 공간의 복합화, ③주민 주도형 마을공동체 커뮤니티 공간 건립, ④사회 주택 단지 조성 사업을 통한 정주 여건 개선 등 교육-문화-주거-복지-돌봄-일자리를 융합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추진 중이다.
농촌 사회 붕괴 위기와 교육의 운명
묘량중앙초는 언제든 다시 폐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소멸 위기로 치닫고 있는 농촌의 냉엄한 현실이다. 다시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할 뿐이다. 매년 초가 되면 주민들의 눈과 귀는 학교로 쏠린다. 신입생이 과연 몇 명이나 들어올까. 마을의 연중 최대 현안이 묘량중앙초의 적정 규모 유지 문제이다. 2026년에는 16명이 입학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 단위 작은 학교에서 이 정도면 거의 ‘대박’ 수준이다. 이 소식이 마을에 전해지자 너나 할 것 없이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근의 다른 면 지역 사정은 최악이다. 입학생이 아예 없는 곳도 있고, 2명 들어오는 곳도 있단다. 묘량면만 일시적으로 학생 수가 늘었다고 해서 좋아할 일이 아니다. 전국의 농산어촌, 심지어 도시의 원도심 지역에서 학생 수 감소와 학교의 존폐 위기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금 폐교를 면한다 해도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흐름을 돌리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폐교된다. 묘량중앙초 역시 소멸의 거대한 파고를 홀로 거스를 수 있는 재주는 없다.
농촌 인구의 절벽은 곧 농촌 학력 인구의 절벽이다. 수년 아니 수십 년 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문제다. 농촌 인구의 산술적 감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붕괴’다. 농촌의 면 지역은 인구 3,000명 이하가 되면 보건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다. 인구 2,000명 이하가 되면 상점, 식당, 세탁소, 목욕탕 등이 폐업하고 1,500명 이하로 줄어들면 이발소·미용실이 문을 닫는 등 생활 필수 시설이 사라진다. 과소화의 위기에 직면한 읍면 지역에 새로운 인구 유입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1,000명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❷ 지역에서 보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고 생활 취약을 넘어 ‘생활 사막(Life Deserts)’이 되고 있는 곳에 인구가 유입될 리 만무하다. 인구 유입을 바탕으로 한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선순환하지 못하는 곳에서 교육의 생명은 풍전등화와 같다. 지역에 학교가 사라지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마을을 떠나야 하는 ‘교육 이주’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교육 문화적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면 단위 주민들의 처지는 ‘교육 난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와 인구 구조 변동으로 인한 교육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생활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구 정책은 출생률을 끌어올리는 데만 열중하는 ‘전체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❸ 교육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이며 생활생태계가 건강하고 활성화되어야 교육도 살아난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환경과 구체적인 현실을 면밀이 살펴야 하고 그 지역의 생활생태계에 맞는 인구 정책과 교육 정책이 결합되어야 한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 국가에서 ‘인구 위기’는 곧 ‘교육’과 ‘돌봄’의 위기이다. 마을과 교육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마을이 살아야 교육이 살고, 교육이 살아야 마을은 희망을 키울 수 있다. 물론 사회 문제 해결의 해법을 학교 교육을 외과 수술 방식으로 찾겠다는 발상은 일방적이고 편협하다. 사회가 엉망인데 학교만 달라질 수 있나? 이기적인 욕망들을 그대로 두고서 교육만 핀셋으로 집어내듯 바꾸는 게 실현 가능한 일인가? 교육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구조를 반영한다. 사회와 교육의 선순환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와 교육의 미래 모두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좋은 사회’라야 ‘좋은 교육’도 가능하다. ‘좋은 교육’이 있어야 ‘좋은 사회’도 지속가능할 것이다.
지역 사회와 공생하는 학교 모델 구축해야
잠재력과 가능성의 보고인 농촌의 작은 학교는 ‘오래된 미래’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배움터이자 주민들에게 열린 ‘평생학습터’이고 지역 문화의 ‘아궁이’이다. ‘지역사회학교’ 만들기를 통해 학교교육을 바꾸고 지역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운동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 학교는 학교만의 학교, 학생만의 학교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역 사회 속의 학교, 지역 사회와 공생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은 학생 수 증가라는 양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별로 여러 정책적 수단을 동원했으며 일부 효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시적 유입의 효과를 넘어서지 못하거나 지역공동체와 융합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인구 절벽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인구 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다. 초등학교 학령 인구는 2010년 328만여 명에서 2016년 277만 명으로 불과 6년 만에 16%나 감소했고, 2017년부터는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더욱 가파르게 감소 중이다(2024년 24만여 명). 학령 인구의 급격한 감소 여파로 인해 정주 여건 악화와 교육 공동화 현상이 악순환의 고리로 맞물리면서 농산어촌 학교의 적정 규모 유지는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학령 인구 감소 흐름의 반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이는 예정된 미래이다. 그러므로 개별 학교에서 학생 수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시도는 점점 ‘제로섬 게임’으로 내몰릴 것이다. ‘학령 인구 감소 → 학교 통폐합 → 교육 여건 악화 → 젊은 인구 유출 →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 내고 지역 교육생태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 접근해야 한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인구 감소 및 인구 구조 변동이라는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 제약과 이로 인한 교육의 불평등, 교육 격차의 고착화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작은 학교에 대한 접근은 학교를 살리는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학교의 기능과 역할을 재구조화하는 적극적인 학교 만들기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학교가 교육, 문화, 돌봄의 지역 거점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확장하고 지역 사회와 선순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학교와 지역 사회의 관계를 호혜적이고 협력적 교육 네트워크로 재구조화하고 교육청, 지자체, 학부모, 주민 조직, 사회적 경제 조직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다층적인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학교교육에 있어서 지역은 ‘배움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힘’을 키워 가는 ‘삶의 장소’이기도 하다. 지역 사회의 교육화와 교육의 지역 사회화는 쌍방이 통합적인 기능을 발휘할 때 지역교육력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❹ 지역교육력은 넓은 의미에서 학교교육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학교 따로 지역 따로 단절된 시각에서 탈피해 ‘지역 속의 학교’, ‘지역교육력의 핵심 구성 부분으로 기능하는 학교’, ‘지역 사회와 연대하고 참여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다.❺ 지역으로부터 배운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지역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참여하며 지역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목적 지향적인 학습의 관점을 동시에 견지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역은 학교에서 배우고 성장한 아이들이 지역의 시민으로 정착하여 살아가는 선순환의 모습일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지역교육력’ 향상은 지속가능한 지역 사회 발전의 핵심 키워드이다. 근대화 이후 학교가 지역으로부터 분리되고 공동체의 핵심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되돌려야 한다. 특히 공동체의 해체와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산어촌의 지역교육력 회복은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역량을 유지 강화하는데 필수 조건이 된다.
지역 사회가 책임지는 지역 교육을 위해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아이는 지역의 힘으로 키운다’는 관점을 정립하고 지역 사회 내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농촌 교육을 살리려면 농촌 지역 사회의 광범위한 협력과 참여가 필수다. 지방교육자치를 실현하려면 지역 내에서 실질적인 거버넌스가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한참 동떨어져 있다. 교육의 자치와 분권은 제도적 이상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축적되어야 한다. 자치와 분권은 단순히 중앙 정부의 교육 행정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 배분하는 협소한 의미가 아니라, 지방의 교육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연결성과 통합성을 담보하는 역동적이고 실천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방 교육 자치 역량’의 개념❻도 도출할 수 있으며, 지방 교육 자치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고 지역 교육생태계 확장과 지역 교육 비전을 구상해야 한다.
지역 교육 문제가 지역 사회 공론장에서 토의되고 지역 정책 어젠다로 채택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 교육의 비전 수립, 지역 교육에 대한 공공적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청과 지자체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를 뛰어넘어 ‘지역을 살리는 관점’으로 과감하게 협력해야 한다. 협력을 어렵게 하는 모든 제도적 관행적 장벽들을 걷어 내고 공동으로 지역 교육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이렇게 사활을 걸고 달려들어도 어려운 과제가 바로 교육 문제 해결이다.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지역 차원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세우고 끈기 있게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
지역 사회가 책임지는 지역 교육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담보할 지역 교육 기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예컨대, 사회복지 영역의 경우에는 상설적 민관거버넌스인 ‘지역사회보장협의체’(시군구/읍면동)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시군구 지자체는 「사회복지사업법」과 「사회보장기본법」 등의 법령 근거에 입각해 4년마다 의무적으로 지역 복지 및 사회보장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지역 교육에 관한 지역 사회의 공공적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지역 교육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립을 의무화하면 어떨까. 국가 단위로 설치된 ‘국가교육위원회’처럼 지역에서도 정치적 상황에 자주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민관학이 고르게 참여하여 지속가능한 지역 교육의 비전을 논의하고 수립할 수 있는 상설적인 지역 단위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광역 단위 행정 통합’ 이슈가 급부상했다. 광주·전남 통합이 속도전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통합 단체장과 통합 교육감을 선출할 모양이다. 경제·산업 분야에서 지역 사회의 판을 흔드는 재구조화가 이루어질 텐데, 지역 교육 문제는 공론장의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어서 걱정이다. 행정 구역이 통합되더라도 주민을 중심으로 마을 단위 자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지역의 아이는 지역의 힘으로 키우는’ 새로운 시대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인가, 내용은 그대로인데 덩치만 커지는 관료적이고 형식적인 재편에 그칠 것인가. 새로운 세상은 어떤 완벽성을 갖춘 부동의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적응하고 변화하는 역동의 과정일 것이다.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결국은 정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육 주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한 시점이다.
❶ 깨움마을학교사회적협동조합은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이다. 2010년 폐교 위기의 묘량중앙초등학교를 지역 사회의 노력으로 살려 냈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지역의 교육 문제는 지역 스스로 해결한다’는 원칙하에 농촌 교육과 농촌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❷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2), 〈인구감소 농촌 지역의 기초생활서비스 확충 방안〉
❸ 한국교육개발원(2018), 〈인구절벽 시대, 교육 정책의 방향 탐색〉
❹ 한용진·천호성 외(2017), 《일본의 지역교육력》, 학지사.
❺ 이인회(2020), 《마을로 돌아온 학교 - 마을교육학의 기초》, 교육과학사, 232쪽. 향후 학교와 지역 사회의 관계는 학교가 본래 가지고 있는 교육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여 지역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동시에 학교는 지역 주민들의 학습과 성장을 위해 그리고 지역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학교와 지역 사회는 지역의 교육자원을 공유하고 상호 공통적인 것을 만들기 위하여 동행하는 파트너의 관계로 발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❻ 한은정 외(2019), 〈지방교육자치 역량 강화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필요성/원리)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체) 각 지방의 교육 관련 주체, 즉 지방 교육 행정 기관, 학교의 교원 및 학생 학부모, 지방자치단체, 지방 의회, 지역 사회, 시민단체 등이 (활동) 지방 교육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 함께 기획, 운영, 참여하여 (성과/목적) 지방 교육의 특색과 단위 학교의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으로써 다양한 학생 교육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 능력, 태도.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 교육공동체 벗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