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호[오늘의 교육을 열며] 다시 ‘교육 불가능’의 의미 | 공현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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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을 열며

 

다시 ‘교육 불가능’의 의미

 

공현

본지 기자

 




“그것 봐라, 내가 옛날에 뭐랬냐” 하는 꼴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무책임한 자기 자랑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다. 정말로 심각한 일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막아 내지 못한 것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해야 할 것이다. 카산드라가 트로이의 멸망을 보며 ‘내 그럴 줄 알았다’ 하며 혀를 차고 있으면 캐릭터 붕괴 아닐까.


그렇기에 교육 불가능 이야기를 다시 꺼낼 때도 이런 태도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요즘 학교가 얼마나 엉망이고, 교육이 얼마나 힘들고, 소위 ‘교권’이 무너졌고…… 이런 한탄 앞에서, 이미 10여 년 전에 ‘교육 불가능’이라는 이름으로 진단하고 예견했던 것이라는 말이 과연 쓸모가 있겠는가. 그저 그것이 ‘교실 붕괴’라는 카피였든, ‘교육 불가능’이라는 개념이었든 수십 년 전부터 이미 나온 이야기였음을 잊지 않으며, 그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는 것을 함께 아쉬워해야 할 것이다. 옛날에 이미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환기를 시키는 이유는 최근 갑자기 일어난 문제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기 위해서다.


 

의외로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한 교육 불가능

 

교육공동체 벗이 만들어진 초기에 제기한 ‘교육 불가능’의 언어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육 불가능이라는 선언 혹은 고발이 마음에 와닿았기에 교육공동체 벗에 함께하게 됐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는 교육 불가능이라는 문제의식을 깊게 탐구하거나 넓게 논의하지 못했다. 초창기 《오늘의 교육》을 들춰 보면, 창간 2~3년 뒤부터는 지면에 교육 불가능을 내세운 기획을 보기 힘들게 된다. 내용적으로도 교육 불가능이 어떤 것인지, 원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정리된 것을 찾기 어렵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 점이 좀 잘못이었나 한다.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과 증언을 통해 교육 불가능을 이야기하자고 하는 취지였지만 사회적 힘을 가지려면 증언의 다음 단계로 나아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교육 불가능의 언어는 그 안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잊힌 채로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자(그러기 위해 교사 업무를 줄이자, 교권을 강화하자)’는 식의 얄팍한 긍정의 언어로 번안되었다. 비판적 언어의 오독이나 속류화·보수화는 필연이라지만, “이건 원래는 이런 말이었다” 하고 내세울 자료마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반성할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교육 불가능 개념을 재정리하는 구상을 떠올려 보곤 한다. 분류하고 도표 같은 것을 만들기 좋아하는 성미라서 더 그렇다. 가령 원인을 분류한다면 사회(공동체)의 해체나 불평등 확대의 차원, 교육의 근간 차원에서 교육 목적과 내용에 대한 합의가 약화된 것, 교육 내적인 차원에서 교육적 관계나 학습 동기의 경제화 등으로 중층적인 그림을 그려 볼 수 있겠다. 어떤 주체의 입으로든, 어떤 형식으로든 교육 불가능을 다시 한번 소환하여 제대로 이야기해야 할 때이다. 그것이 학생인권이 너무 신장되어서라느니, 아동학대 관련 법 때문이라느니, 스마트폰 때문이라느니 하는 말들보다는 훨씬 필요한 논의다.


 

사회와 교육을 연결하고 아우르는 담론의 장

 

물론 그간 《오늘의 교육》이 다루어 온 이야기 중 상당수는 교육 불가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민주주의도, 차별과 불평등도, 경쟁과 기후 위기도 모두 교육 불가능의 현실을 구성하며 일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새삼 교육 불가능을 다시 떠올리게 된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흔들리며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와 전쟁·학살, 국제 경제 질서의 재편, 국제 기구의 무력화 등으로, 20세기에 공공의 교육이라는 것이 가능했던 물질적·이론적 토대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 사회적 혐오나 극우화 등은 그 증상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말하고 경청받기 어려운 시대, 교육은 가능한가. 그런 무력감 위에서 안이한(그리고 교육 주체들을 쉽게 대상화하는) 해법을 말하기보다는 더 철저하게 성찰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 불가능의 문제의식일 것이다.


매체로서 《오늘의 교육》의 특징이자 장점은 바로 교육을 사회와 연결시키고 아우르는 논의를 만들어 온 점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을 학교 또는 교실 안의 장면이나 교수-학습의 기술에 한정하지 않고 우리의 삶과 사회 속에서 교육이 어떤 것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 어떤 공부와 변화가 필요한지를 꾸준히 물어 왔다. 따라서 세계의 모순과 문제점이 임계에 이르러 기성 질서와 가치가 붕괴해 가는 상황에서, 《오늘의 교육》과 교육공동체 벗은 더 나빠지지 않고 더 좋아지기 위한 교육 영역의 고민을 풀어내기에 적합한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 교육공동체 벗 사무국장이 되어 어제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힐 겸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및 《오늘의 교육》 독자들께, 앞으로 부디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드린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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