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호[읽은 이야기] 오늘의 교육 89호 | 최은숙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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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이야기

 

오늘의 교육

2025 11·12 vol.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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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어느 날, 영화 〈3학년 2학기〉를 보러 갔었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정도의 정보만 갖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다음 소희〉를 보고 난 후의 인식이었는지, 트라우마였는지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 중 누군가가 크게 다치거나 죽거나 하는 장면이 나오는 건 아닌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한 채로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예상했던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고 영화는 끝났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근무했던 공고의 학생들이 스쳐 지나갔다. 때로는 위축되어 보이고, 때로는 화가 가득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 다 산 듯, 흔히 하는 말로 죽을 날 받아 놓은 것처럼 구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지 않은 아이도 있었지만, 지역에서도 가족들에게서도 따뜻한 시선을 별로 받아 보지 못한 학생들이 안타까우면서도 그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 힘들었다. 그때 학생들이나 지금 직업계고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어른으로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가오는 11월, 수능 시기에 수능을 보지 않는 청소년들에게도 응원을 보내자고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에게? 내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전북녹색당에. 그래서 수능을 보지 않는 청소년들의 삶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걸자는 제안을 했다. 마침 서울에서도 수능을 보지 않는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거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전국당에서 제안한 문구를 가져와 현수막을 만들었다. 현수막을 맡긴 광고사에서 우리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며 주문한 것보다 2개를 더 만들어 주어, 우리가 지정한 곳에 현수막을 걸어 주었다. 많이 걸지는 못 했지만 수능을 보지 않는 누구라도 그 현수막을 보면서 자기들이 잊히지 않았다는 걸 알기를 바랐다. 그들과 내가 가입한 녹색당의 처지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89호의 기획 〈3학년 2학기, 공백과 비틀거림의 시간〉의 글들이 그런저런 일들을 생각나게 했다. 누군가가 죽거나 크게 다치거나 해야 뉴스에 나오고 사회의 주목을 받는 아이들. 가정 형편, 성적, 직업 등 각기 다른 진학 사유를 헤아리지 않고 단순 인문계고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낙오자 취급을 받고 문제아일 거라는 편견 앞에 상처받는 아이들. 수능 보는 날, 영어 듣기평가를 하는 시간에 비행기조차 이착륙하지 않을 만큼 대학에 가는 것이 지상 과제처럼 돼 버린 이 나라에서 그 아이들은 소외되고 알게 모르게 상처받으며 살아왔을 것이다.


현직에 있을 때도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참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일 때, 산학일체형 도제교육이라는 게 생겼다. 3학년 2학기가 아닌 2학년부터 몇몇 학과 학생들 전체가 일주일에 하루씩 공장에 가서 일을 했다. 물론 수업으로 인정되었고 실습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수고비도 지급됐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당시 최저임금을 넘지 않는 금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수의 학생들은 교실을 벗어날 수 있고, 일을 하고 나면 돈도 들어오니 그다지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내 전공이 전문 교과가 아니라 그 일을 잘 알지 못했지만 ‘도제교육’이라는 게 값싸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직업계고 학생들은 그렇게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소외된 채 현장실습이니, 도제교육이니 하는 허울 아래, 싼 임금에 부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획을 읽다 보니 2편의 글에서 차이점이 보였다. 로봇고 교장의 글에서는 교육부에서 발표한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에 대해 ‘2025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직업계고 졸업생 중 실제 취업자 비율은 25.6%에 불과하지만 진학자를 제외한 취업률은 55.2%’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의 글에서는 이에 대해 ‘통계를 내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고 하면서 진학자와 군 입대자를 제외한 분모를 사용하여 ‘취업률이 50%대라고 발표했지만, 전체 졸업생을 기준으로 하면 실제 취업률은 25.6%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의 관점이 옳고 그른지를 이야기하기엔 내가 아는 게 너무 부족하다. 선 자리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도 다른 법이지만, 이 두 시각의 차이만큼 직업계고의 문제에 대한 인식도 다른 게 아닌가 싶다.


- 최은숙(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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