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호[리뷰] 학교 안에는 어떤 노동이 있는가 | 박정호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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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학교 안에는 

어떤 노동이 있는가


박정호  parkjh66@gmail.com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교육선전국장,

교육노동자현장실천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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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 씀, 김희지 사진,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 북트리거, 2025




책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의 부제는 ‘학교를 지탱하는 노동의 흔적’이다. 기록 노동자 희정은 이 책에 학교 안의 13개 노동(사서, 돌봄, 영양, 방과후수업, 보건, 학교 보안, 교무, 조리, 시설 보수, 학교사회복지, 미술 치료, 특수교육(2편))을 하는 노동자, 하는 일, 보람, 어려움, 당부 등을 담아내고 있다. 


13개의 노동을 다룬 글들은 각각 짧다면 짧은 글이지만, 그 각각의 노동이 학교에 들어온 이유, 노동자가 학교를 바라보는 방식, 학교가 그 노동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등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으며, 책의 두께를 보고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을 바로 후회하였다. 앞쪽부터 읽어 나가다 보니 후반부를 읽을 때쯤에는 앞에 나온 노동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각각의 노동이 그만큼 무게가 있고, 다양한 노동자의 인생이 있어서 그랬다. 기회가 된다면 13개 노동과 노동자의 이야기를 13권의 책으로 엮어도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이 책을 짧은 글 속에서 어떻게 소개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가슴을 울린 13편의 대목을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러나 13편의 짧은 글로는 절대로 각각의 깊이와 삶을 충분히 이해할 수가 없다. 13권의 책을 기대해 보는 이유이다.


모두 학교 그리고 학생에게 필요한 노동


1

“내가 만든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평등한 세상을 알아 간다면, 그렇게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게 아닐까. 민들레 홀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너희들이 세상을 바꿔 줘.’ 하고 바라는 거죠. 그 씨앗이 언제 싹을 틔울진 몰라도” 

- 〈누구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사서), 본문 32쪽 


2

누구는 교육이 아닌 보육의 영역이라고 하는 돌봄교실이지만, 돌봄은 돌봄받는 이와 돌보는 이가 서로 끊임없이 배우고 가르치는 순간으로 채워진다. 돌봄교실을 ‘생활교육의 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방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돌봄이란 누군가에게 자꾸 미뤄지는 노동이기도 하다.

- 〈돌봄이라는 이름의 수업〉(돌봄), 본문 47~48쪽 


3

“식생활 습관을 지도하는 것도 영양사의 역할인데, 그게 수업에서만 이뤄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먹기 싫은 반찬을 조금씩 먹도록 권유하고, 낯선 음식을 접해 보도록 만드는 일도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적정량을 먹는 거, 내가 먹은 음식은 책임지고 치우는 거, 이런 게 식생활 예절인 거죠.” 

- 〈식단표가 식판에 담기기까지〉(영양), 본문 71쪽


4

“아이들이 지나는 이 시간을 마음껏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어서 이 학교에서 일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아이들이 더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어린 시절의 저를 위로해 주기도 하는데, 이게 말로는 설명이 잘 안되네요.” 

- 〈학교가 끝나고 난 뒤〉(방과후수업), 본문 96쪽

5

“왜냐하면 아이들이 그저 아파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아이들은 ‘모기 물려서 아팠어요’ 말하고, ‘가려웠겠다’ 하며 관심을 받는 그 따뜻한 손길이 좋은 거예요. 어제는 모기 물려서 오고, 오늘은 멍들었다고 또 와요. 진짜 아파서 올까요. 그 아이는 사랑을 받고 싶어서 오는 거예요. 그럼 사랑을 줘야죠.” 

- 〈우리 그린 히어로, 선생님〉(보건), 본문 104~105쪽


6

“애들 노는 시간에 한 바퀴 돌아보는 거죠. 혹시 위험한 요소는 없나 보는 거예요. 이른 출근을 하는 날에는 점심시간에 교내를 돌 여유가 좀 있어요.” 

- 〈성실로 타인을 지키는 사람〉(학교 보안), 본문 138쪽


7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성장하는 걸 지켜보고 이를 도우면서 커다란 보람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또 학교교육이 지식 학습에 국한되지 않고,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의 시간에서 학생들이 일하는 사람들을 향한 존중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 〈쉬워 보인다면 잘하고 있는 겁니다〉(교무), 본문 162쪽


8

“자기는 너무 좋았대요. 학교에서 아이들 밥 챙겨 준 시간이, 이 일을 한 지 10년, 20년 된 사람들 마음이 다 그래요. 너무 골병들고 아픈데 못 그만둬요. ‘애들 밥해 줘야 돼.’ 만날 이 소리를 해요. 그러면 제가 막 뭐라고 하죠. 밥 하루 안 나가면 큰일 나냐고.” 

- 〈K-급식의 동상이몽〉(조리), 본문 181쪽


9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우리는 학교를 안전한 공간이라고 믿잖아요. 안심하잖아요. ‘그 공간이 더 안전할 수 있도록 우리는 시설 측면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하고 뛰놀게 하는 한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이건 아주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 자부심이 있죠.” 

- 〈저절로 고쳐지는 건 없다〉(시설 보수), 본문 201~202쪽


10

“하와이에서 30년 동안 추적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저소득층, 취약 계층 자녀들 가운데 사회에 잘 적응한 이들을 역추적해서 그들이 성장한 배경을 분석한 거예요. 연구 결과는 ‘딱 한 사람’을 가리켰어요. ‘나한텐 나를 무조건 믿어 주고 응원해 주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그 한 사람이 되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그게 제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안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한 사람이 되어 줄게〉(학교사회복지), 본문 228쪽


11

“그림은 마음의 심상이라고 하거든요. 내 마음이 표현되는 거예요. 뒷모습을 더 많이 그린다거나, 숨는 그림을 그린다거나, 선을 너무 약하게 그린다거나, 구석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게 그린다거나, 그런 그림의 미묘한 상태를 보면서 이 아이의 마음을 파악하거든요.” 

- 〈아이들은 밉지 않은 색이다〉(미술 치료), 본문 246쪽


12

“이 일 자체가 사람을 만나는 일이어서, 애를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일을 안 하면 안 했지, 애를 쓰지 않을 순 없는 물론 부족한 부분이 있고, 여전히 많이 공부해야 하고, 마음과 실천에 간극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렇습니다. 늘 애를 쓰고 있어요.” 

- 〈도전하는 일을 23년째〉(특수교육), 본문 260쪽


13

“눈빛만 봐도 알아요.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저는 아이들에게 항상 반복적으로 말해요. 사랑하는 누구야. 늘 이름으로 불러 줘요. 마음이 전해지면 아이들도 표현해요. 한 날은 주변에 전혀 관심이 없던 아이가 멀리서 저를 보더니 달려와서 폭 안기더라고요. 부모님도 옆에 계시는데. 뭉클했죠. 나랑 보내는 이 시간이 얼마나 즐거운지, 아이들은 다 표현해요. 나랑 보내는 이 시간이 얼마나 즐거운지, 아이들은 다 표현해요. 그 눈빛에 제가 매력을 느끼는 듯해요. 그래서 계속하는 거 같아요.” 

-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연습〉(특수교육), 본문 284쪽


독자들은 눈치를 채셨겠지만, 13개의 노동을 하는 학교 안 노동자가 교원인지 교육공무직인지 강사인지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은 너무나 제도로서 굳어져서 당연히 구분된다고 생각하는 ‘비정규직/정규직’ 여부 등을 알기 어렵게 하려는 의도이다. 학교를 잘 아는 독자라면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금세 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들이 더 많았으면 한다.


짧은 글 속에서도 이 노동이 학교에 필요한 노동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학생에게 꼭 필요한 노동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학교에는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에 소개된 13개 노동 이외에도 수많은 노동이 있다. 그 노동 중에 빛나지 않은 것은 없다. 다만 소개되지 않으면 빛나지 않을 뿐이다.


따로따로인 노동이 연결될 수 있게


글을 마무리하면서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내가 속한 노동조합에서는 작년 말과 올해 초, 교육감 예비 후보들에게 정책을 제안한 적이 있다. 그 제안 중 크게 애착이 가는 내용이 있다.  


첫째, “교육감 후보, 교육감, 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의 국장·과장·사무관·장학관·장학사, 학교의 교장·교감 등은 꼭, 필히 학교 안 노동을 의무적으로 체험할 것, 체험하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도록 할 것”이다. 너무나 다양해진 학교 안 노동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교육 행정을 하기 어렵다. 더구나 갈등 조정은 더더욱 어렵다. 


둘째, ‘학교기본법’(가칭)을 제정하여 학생, 양육자, 교육공무직, 교육 행정 공무원, 교원을 하나의 법률 안에 두자. 그리고 학교 안 노동과 노동자 모두 여기에 포함시켜서 각각의 역할과 서로의 연관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에 소개된 13개의 노동만 살펴봐도 그렇다. 학교 안 모든 노동이 그 근거(법률, 조례, 고시 등)가 따로따로다. 애써서 찾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예를 들면 학생, 양육자, 공무원, 교원의 지위 등은 법률에 근거하고 있지만, 교육공무직은 여전히 법률이 없고 17개 시·도별 조례에 근거한다. 이러니 이런 노동이 통합적일 수 없고, 교육 주체 각각이 서로를 이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 안의 숨은 노동과 노동자 모두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하며 리뷰를 마친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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