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호[특집 ❶] 학교폭력 절차와 처벌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양서영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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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학교폭력예방법이 남긴 것

 

학교폭력 절차와 처벌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이루리 학생 인터뷰

 


양서영 paneepink@hotmail.com

본지 편집위원,

경기 중등 교사

 




학교와 폭력 2차 포럼에 발표자로 참여했던 이루리 학생은 실제로 학교폭력을 2번 당한 경험이 있는 중학생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와 중학교 1학년 때의 학교폭력 피해를 겪으면서 느꼈던 학교와 폭력에 대한 생각을 포럼에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루리 학생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하여 나누고자 합니다.

 

이루리

2번의 학교폭력을 겪으며 제가 느낀 것은 대한민국의 학교폭력 관련 법과 제도가 너무 가해자 중심의 시선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가해자가 잘못해서 처벌을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처벌이 피해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 이후 가해자는 어떻게 살아가며,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지 등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려지고 보편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이 공유된다면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많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해자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고를 했다가 다시 가해자에게 폭력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신고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신고 이후 가해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할 때에도 단순히 ‘이러면 안 된다’, ‘이러면 이 정도의 처벌을 받는다’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신고할 수 있도록 피해자 보호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역시 단순한 봉사 활동이나 전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시는 폭력을 저지르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과 처벌이 적절히 병행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학교폭력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방관하는 어른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자녀가 가해자가 되어도 돈으로 해결하려는 시대에 자기 자식이 아니라면 얼마나 더 무관심해질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어른들이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포럼에서 토론할 때, 학교에서 안전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 줄 수 있나요?

 

이루리

저는 학교에서 단 한 번도 안전하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면, 보통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윤리를 알려 주기보다는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거나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교사는 학생의 행동이 왜 문제인지 가르치기보다는 단순히 다그치기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은 자신이 한 행동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교사에게서 ‘이렇게 해’, ‘왜 그랬어’와 같은 꾸중만 반복해서 듣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교사를 ‘어른’으로 인식하기 어려워지고, 학생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불안감을 느끼게 되며, 더 나아가 학교를 ‘안전하지 않은 공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학교 안에서 제대로 된 사회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생들은 점차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작은 ‘태도’ 하나가 결국 우리 사회를 구성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교가 학교폭력, 혹은 갈등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한다고 생각하나요? 만약 아쉽게 느껴진다면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어요.

 

이루리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그것을 처리해야 하는 ‘일’로 분류합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그 ‘일’을 감추려 한다는 점입니다. 분명 처리되어야 할 ‘일’인데도 이것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꽁꽁 숨기려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이런 반론을 제기하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인데, 그게 학교의 잘못인가요?” 저는 학교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진짜 까닭 중 하나는 ‘어른들의 무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심이란, 단순히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요즘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어떤 대우를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입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혹은 내 자녀가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있어도 극소수일 것이고, 학생들이 직접 이야기를 꺼내도 ‘네가 혼날 짓을 했나 보지’라고 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학교폭력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생겨나고, 학교는 외부에 비칠 이미지 때문에 이를 감추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른들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해자든 피해자든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쉽게 입을 열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준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학교(사회)가 청소년들의 목소리(이야기)를 더 잘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이루리

제가 지금까지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담당하셨던 선생님들 중 일부는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심적으로 힘들 수 있으니 학폭위에 올리지 않는 것이 어떻겠냐”, “나중에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서로 화해하고 끝내는 것이 어떻겠냐”와 같은 말들이었습니다. 보통 학교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 ‘교권’이 많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교권’을 이야기하기 전에 학생인권에 대해 먼저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토론회에 참여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혹시 있는지 궁금해요. 또 토론회에 대한 전반적인 소감은 어떠했는지 궁금하고요.

 

이루리 

저는 사실 발표나 이런 토론회를 잘 가지 않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문득 ‘학교폭력 토론회라면 내가 좀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참가하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가 보니까 모든 분이 제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 주셨고, 따뜻하게 말씀해 주셔서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구나 하는 걸 느끼고 왔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저는 학교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지게 됐고, 앞으로의 저에게 많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언젠가는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많은 ‘관심’과 ‘따뜻함’으로 바뀔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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