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선거와 교육 사이 ❷
선거 전에 모여
정치 이야기 좀 해 보자
- 투명가방끈 ‘이름 없는 학교’의 선거교육
난다 n23podo@gmail.com
투명가방끈 활동가
투명가방끈의 올해 주요 활동 중 하나는 ‘이름 없는 학교’다. ‘이름 없는 학교’는 투명가방끈 회원 및 희망자들과 함께하는 교육 활동으로, 학교 간판(이름)이 교육의 전부인 양 여겨지는 현실에 맞서 지은 이름이다. 교육 이력(학력)을 내세우거나 평가받기 위한 교육이 아닌, 서로가 배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를 꿈꾸고 있다. 이름 없는 학교는 2022년 우리동네나무그늘, 투명가방끈, 가족구성권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가족구성권, 교육과 불평등, 기후 위기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고, 이번에는 더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확장해 보기로 했다. 일상 속의 소리를 기록하고 작곡하는 ‘소리 채집’, 제철 식재료로 요리하고 같이 밥 먹는 ‘함께 돌보는 식탁’ 등이 진행 중이다.
이름 없는 학교에서 2026년 상반기에 기획한 또 다른 주제는 ‘선거와 민주주의’였다. 6월에 전국 지방 선거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선거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는 회원들이 있을 것 같았다. 홍보를 시작하니 서울에서 먼 지역에 사는 회원 중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 온라인 원격 참여를 병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5월 초부터, 강사/진행자 역할을 맡은 활동가를 포함해 6명이 참여하여 4회의 작은 수업이 이루어졌다.
자신의 가치관과 정당들의 역사를 알아보기
교육 계획의 큰 틀은 투명가방끈이기도 한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들이 몇 년 전 성미산학교에서 했던 선거교육을 참고했다.❶ 교육 참여자가 청소년이 아닌 20대가 많은 것을 감안하여 청소년 참정권 관련 내용은 줄이고, 새롭게 준비한 주제도 있다.
1강에서는 참여자들이 인사와 자기소개를 한 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 선거를 앞두고 어떤 생각이나 고민을 갖고 있는지를 공유했다. 이어서 민주주의의 원리와 원칙, 최근 선거 제도를 둘러싼 쟁점들을 다루었다. 사람들의 정치적 의사가 같더라도 선거 제도가 어떤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떻게 사람들의 뜻을 정치에 잘 반영할까 하는 고민 속에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여러 선거 제도가 존재함을 살펴보았다. 나아가 지방 선거에서 많이 나타나는 무투표 당선(출마한 후보자 수가 해당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수 이하면 후보 모두가 투표 없이 당선된다), 결선 투표제 및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요구 등의 문제를 짚어 보았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없이 치르게 되어 있는데, 그 장단점은 무엇일지도 이야기했다. 의외로 복잡한 선거 제도에 대한 여러 정보를 전달하는 자리인 동시에, 선거 제도 자체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공유하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였다.
2강부터는 참여자들이 좀 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2강의 주제는 ‘우리는 어떤 기준과 이유로 투표를 할까?’였고, 먼저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기준을 생각해 보거나 주변 사람들의 기준을 묻고 들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2강의 앞부분에선 우리가 정치적 대표자를 선택할 때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를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투명가방끈의 문제의식으로 고학력자, 대졸자, 특정 대학 졸업자들이 국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상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혹은 그렇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대표를 하길 원하나?’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리고 선거에서 사람들이 보통 중시하는 사항들을 ‘정당’, ‘인물(도덕성, 능력, 정체성 등)’, ‘정책(공약 등)’이라는 큰 갈래로 분류해 각각 어떤 효용이 있고 어떤 함정이 있는지도 따져 보았다.
다음으로는 본격적으로 우리 자신이 선거에서 중시하는 것,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정리해 보고 발표해 보았다. ‘정당’, ‘인물’, ‘정책’이라는 요소만이 아니라, 그밖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남들은 중시하는 것 같지만 나는 관심 없는 점 등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선거를 앞두고 ‘나는 누구/어디를 찍을까?’가 아니라, 기준을 돌아보고 정리해 보자고 한 것은 그것이 좀 더 ‘나다운’ 정치적 선택을 내리는 데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에서 사람들은 정치인의 단편적인 인상, 선거 마케팅이나 언론이 만든 프레임 등에 영향을 받기 쉽다. 호감이나 부정적 감정, 선입견을 가지게 되고 그 이후에야 자기 선택에 이유를 덧붙이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적 상황에 휩쓸리거나 선거 마케팅/브랜딩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의 가치관과 기준을 명확히 해 보고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과 이유를 경청하고 서로의 가치관에 대해 대화하는 것도 좋은 기회 아닐까.
같은 단체의 회원들인 만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할 법도 하지만, 교육 참여자들의 기준과 포인트는 다채로웠다. 어떤 사람은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개인이 아닌 정당을 본다’고 한 반면, 어떤 사람은 ‘정당보다는 후보가 살아온 삶과 경험을 더 알아본다’고 했다. 후보가 여성인지 아닌지를 본다는 사람, ‘기업 자본과 결탁하여 개발에 방점을 두는 경우’는 피하려고 한다는 사람 등 다양한 가치관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렇게 자신의 기준을 말로 정리해 보고, 서로의 기준에 대해 질문하거나 간단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 참여자의 “후보의 정책이나 메시지가 주로 어느 집단이나 세대를 타깃으로 삼는지” 본다는 말에, 다른 사람들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우리도 그런 걸 생각해 봐야겠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3강은 ‘정당’을 주제로 했다. 2강 마지막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관심이 가는 정당을 하나씩 정해서, 5~10분씩 발표할 수 있게 정보를 조사해 오는 숙제가 있었다.

▲이름 없는 학교 선거교육 중. ‘선거에서 누구를 뽑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로 바꿔 묻자는 내용

▲우리 자신의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슬라이드. 영상은 부산 북구갑 선거에 관해서 무소속 한동훈 후보 지지자가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는 북구 구포 출신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한동훈 후보는 연고가 없는데?’라고 질문받자 ‘연고가 없어도 부산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라고 답하는 내용이다.(〈부산 연고 따지던 한동훈 지지자, 순간 ‘말문’ 막힌 이유〉, 부산MBC, 2026년 4월 26일)
정당은 왜 존재하는지, 민주주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간단히 살펴본 뒤, 각자가 조사해 온 정당에 대한 역사와 정보를 발표했다. 사전 조사에 따라 국민의힘, 여성의당, 더불어민주당의 역사, 이념, 평가 등을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했다.❷ 처음 시작, 합당과 분당, 정당명 변천 등 각 정당의 역사에 초점을 두고 조사한 사람도 있었고, 이번 선거에 출마한 대표적인 후보자나 주장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춘 사람도 있었다. 이야기하다 보니 특정 정당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라 현재의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되기도 한 것 같았다. 이날 갑작스런 사정으로 불참하게 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아쉬웠다. 정당별 이야기를 나눈 뒤엔 정당이라는 정치적 결사체 자체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그 당이 누구를 주로 대변하는가, 어떤 집단을 기반으로 하는가’, ‘그 당과 지지자들은 주로 어떤 서사(스토리)를 공유하는가’ 등의 질문을 염두에 두고 분석해 보자고 제안했다. 지역 정당이나 연합 정당, 청소년 정당 참여와 같은 제도적 쟁점이나 사회운동의 입장에서 정당, 제도 정치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 등을 제기하며 마무리했다.
성찰과 대화의 기회가 되는 것
마지막 시간은 선거보다 더 넓은 차원에서 정치와 삶, 운동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사회운동이 변화를 만든 사례, 선거나 제도만이 아닌 정치를 하는 다양한 방식 등을 살펴보며 사회 변화를 만드는 여러 활동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선거 때에는 당락만이 중요해지고 사회 문제나 정책, 정치 자체에 대한 토론은 어려워지는 역설, 우리의 인권 문제나 삶의 문제는 외면받는 현상과 경험을 나누었다. 참여자들에게 ‘누구/어디를 찍을까’보다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를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전했고, 선거 이후에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고 했다. 마지막 4강을 진행하던 날이 사전 투표일 바로 전날이자 본 투표일 6일 전이었기에, 각자 이번 선거에서 기대하는 점이나 고민 등을 말하면서 4회의 교육을 마쳤다.
집에 온 두툼한 공보물을 보며 여러 정당과 후보, 정책 등에 질리는 마음,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 나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마음이나 바람, 책임감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자신의 기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모순이나 고민을 돌아보는 성찰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정치란 결국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다양한 정치적 관점과 생각을 알아 가는 것이 필요하다.
투명가방끈만의 ‘지방 선거 준비’, 선거와 민주주의 교육을 마치고 나니 교육의 역할은 어쩌면 별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를 주제로 대화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 가고 있는 요즘, 싸움이 나거나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받을 걱정 없이 정치에 대해서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토론과 고민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➊ 당시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오늘의 교육》에 싣기도 했다. 공현(2022), 〈‘공약을 살펴보는 합리적 유권자 되기’를 넘어〉, 《오늘의 교육》, 68호(2022년 5·6월).
➋ 이번 이름 없는 학교는 소규모로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지만, 많은 참여자들과 수업한다면 미리 서로의 정치 성향을 존중하고 상대를 비하하는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규칙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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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선거와 교육 사이 ❷
선거 전에 모여
정치 이야기 좀 해 보자
- 투명가방끈 ‘이름 없는 학교’의 선거교육
난다 n23podo@gmail.com
투명가방끈 활동가
투명가방끈의 올해 주요 활동 중 하나는 ‘이름 없는 학교’다. ‘이름 없는 학교’는 투명가방끈 회원 및 희망자들과 함께하는 교육 활동으로, 학교 간판(이름)이 교육의 전부인 양 여겨지는 현실에 맞서 지은 이름이다. 교육 이력(학력)을 내세우거나 평가받기 위한 교육이 아닌, 서로가 배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를 꿈꾸고 있다. 이름 없는 학교는 2022년 우리동네나무그늘, 투명가방끈, 가족구성권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가족구성권, 교육과 불평등, 기후 위기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고, 이번에는 더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확장해 보기로 했다. 일상 속의 소리를 기록하고 작곡하는 ‘소리 채집’, 제철 식재료로 요리하고 같이 밥 먹는 ‘함께 돌보는 식탁’ 등이 진행 중이다.
이름 없는 학교에서 2026년 상반기에 기획한 또 다른 주제는 ‘선거와 민주주의’였다. 6월에 전국 지방 선거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선거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는 회원들이 있을 것 같았다. 홍보를 시작하니 서울에서 먼 지역에 사는 회원 중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 온라인 원격 참여를 병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5월 초부터, 강사/진행자 역할을 맡은 활동가를 포함해 6명이 참여하여 4회의 작은 수업이 이루어졌다.
자신의 가치관과 정당들의 역사를 알아보기
교육 계획의 큰 틀은 투명가방끈이기도 한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들이 몇 년 전 성미산학교에서 했던 선거교육을 참고했다.❶ 교육 참여자가 청소년이 아닌 20대가 많은 것을 감안하여 청소년 참정권 관련 내용은 줄이고, 새롭게 준비한 주제도 있다.
1강에서는 참여자들이 인사와 자기소개를 한 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 선거를 앞두고 어떤 생각이나 고민을 갖고 있는지를 공유했다. 이어서 민주주의의 원리와 원칙, 최근 선거 제도를 둘러싼 쟁점들을 다루었다. 사람들의 정치적 의사가 같더라도 선거 제도가 어떤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떻게 사람들의 뜻을 정치에 잘 반영할까 하는 고민 속에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여러 선거 제도가 존재함을 살펴보았다. 나아가 지방 선거에서 많이 나타나는 무투표 당선(출마한 후보자 수가 해당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수 이하면 후보 모두가 투표 없이 당선된다), 결선 투표제 및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요구 등의 문제를 짚어 보았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없이 치르게 되어 있는데, 그 장단점은 무엇일지도 이야기했다. 의외로 복잡한 선거 제도에 대한 여러 정보를 전달하는 자리인 동시에, 선거 제도 자체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공유하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였다.
2강부터는 참여자들이 좀 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2강의 주제는 ‘우리는 어떤 기준과 이유로 투표를 할까?’였고, 먼저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기준을 생각해 보거나 주변 사람들의 기준을 묻고 들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2강의 앞부분에선 우리가 정치적 대표자를 선택할 때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를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투명가방끈의 문제의식으로 고학력자, 대졸자, 특정 대학 졸업자들이 국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상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혹은 그렇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대표를 하길 원하나?’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리고 선거에서 사람들이 보통 중시하는 사항들을 ‘정당’, ‘인물(도덕성, 능력, 정체성 등)’, ‘정책(공약 등)’이라는 큰 갈래로 분류해 각각 어떤 효용이 있고 어떤 함정이 있는지도 따져 보았다.
다음으로는 본격적으로 우리 자신이 선거에서 중시하는 것,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정리해 보고 발표해 보았다. ‘정당’, ‘인물’, ‘정책’이라는 요소만이 아니라, 그밖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남들은 중시하는 것 같지만 나는 관심 없는 점 등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선거를 앞두고 ‘나는 누구/어디를 찍을까?’가 아니라, 기준을 돌아보고 정리해 보자고 한 것은 그것이 좀 더 ‘나다운’ 정치적 선택을 내리는 데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에서 사람들은 정치인의 단편적인 인상, 선거 마케팅이나 언론이 만든 프레임 등에 영향을 받기 쉽다. 호감이나 부정적 감정, 선입견을 가지게 되고 그 이후에야 자기 선택에 이유를 덧붙이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적 상황에 휩쓸리거나 선거 마케팅/브랜딩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의 가치관과 기준을 명확히 해 보고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과 이유를 경청하고 서로의 가치관에 대해 대화하는 것도 좋은 기회 아닐까.
같은 단체의 회원들인 만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할 법도 하지만, 교육 참여자들의 기준과 포인트는 다채로웠다. 어떤 사람은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개인이 아닌 정당을 본다’고 한 반면, 어떤 사람은 ‘정당보다는 후보가 살아온 삶과 경험을 더 알아본다’고 했다. 후보가 여성인지 아닌지를 본다는 사람, ‘기업 자본과 결탁하여 개발에 방점을 두는 경우’는 피하려고 한다는 사람 등 다양한 가치관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렇게 자신의 기준을 말로 정리해 보고, 서로의 기준에 대해 질문하거나 간단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 참여자의 “후보의 정책이나 메시지가 주로 어느 집단이나 세대를 타깃으로 삼는지” 본다는 말에, 다른 사람들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우리도 그런 걸 생각해 봐야겠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3강은 ‘정당’을 주제로 했다. 2강 마지막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관심이 가는 정당을 하나씩 정해서, 5~10분씩 발표할 수 있게 정보를 조사해 오는 숙제가 있었다.
▲이름 없는 학교 선거교육 중. ‘선거에서 누구를 뽑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로 바꿔 묻자는 내용
▲우리 자신의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슬라이드. 영상은 부산 북구갑 선거에 관해서 무소속 한동훈 후보 지지자가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는 북구 구포 출신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한동훈 후보는 연고가 없는데?’라고 질문받자 ‘연고가 없어도 부산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라고 답하는 내용이다.(〈부산 연고 따지던 한동훈 지지자, 순간 ‘말문’ 막힌 이유〉, 부산MBC, 2026년 4월 26일)
정당은 왜 존재하는지, 민주주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간단히 살펴본 뒤, 각자가 조사해 온 정당에 대한 역사와 정보를 발표했다. 사전 조사에 따라 국민의힘, 여성의당, 더불어민주당의 역사, 이념, 평가 등을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했다.❷ 처음 시작, 합당과 분당, 정당명 변천 등 각 정당의 역사에 초점을 두고 조사한 사람도 있었고, 이번 선거에 출마한 대표적인 후보자나 주장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춘 사람도 있었다. 이야기하다 보니 특정 정당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라 현재의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되기도 한 것 같았다. 이날 갑작스런 사정으로 불참하게 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아쉬웠다. 정당별 이야기를 나눈 뒤엔 정당이라는 정치적 결사체 자체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그 당이 누구를 주로 대변하는가, 어떤 집단을 기반으로 하는가’, ‘그 당과 지지자들은 주로 어떤 서사(스토리)를 공유하는가’ 등의 질문을 염두에 두고 분석해 보자고 제안했다. 지역 정당이나 연합 정당, 청소년 정당 참여와 같은 제도적 쟁점이나 사회운동의 입장에서 정당, 제도 정치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 등을 제기하며 마무리했다.
성찰과 대화의 기회가 되는 것
마지막 시간은 선거보다 더 넓은 차원에서 정치와 삶, 운동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사회운동이 변화를 만든 사례, 선거나 제도만이 아닌 정치를 하는 다양한 방식 등을 살펴보며 사회 변화를 만드는 여러 활동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선거 때에는 당락만이 중요해지고 사회 문제나 정책, 정치 자체에 대한 토론은 어려워지는 역설, 우리의 인권 문제나 삶의 문제는 외면받는 현상과 경험을 나누었다. 참여자들에게 ‘누구/어디를 찍을까’보다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를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전했고, 선거 이후에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고 했다. 마지막 4강을 진행하던 날이 사전 투표일 바로 전날이자 본 투표일 6일 전이었기에, 각자 이번 선거에서 기대하는 점이나 고민 등을 말하면서 4회의 교육을 마쳤다.
집에 온 두툼한 공보물을 보며 여러 정당과 후보, 정책 등에 질리는 마음,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 나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마음이나 바람, 책임감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자신의 기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모순이나 고민을 돌아보는 성찰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정치란 결국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다양한 정치적 관점과 생각을 알아 가는 것이 필요하다.
투명가방끈만의 ‘지방 선거 준비’, 선거와 민주주의 교육을 마치고 나니 교육의 역할은 어쩌면 별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를 주제로 대화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 가고 있는 요즘, 싸움이 나거나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받을 걱정 없이 정치에 대해서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토론과 고민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➊ 당시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오늘의 교육》에 싣기도 했다. 공현(2022), 〈‘공약을 살펴보는 합리적 유권자 되기’를 넘어〉, 《오늘의 교육》, 68호(2022년 5·6월).
➋ 이번 이름 없는 학교는 소규모로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지만, 많은 참여자들과 수업한다면 미리 서로의 정치 성향을 존중하고 상대를 비하하는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규칙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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