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한계와 과제 ❹
학교생활 적응에 초점을 둔 청소년 지원
박은주 president@adongpr.com
서울특별시립 아동푸른센터 센터장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공간, 학교
서울특별시립 아동푸른센터와 같은 학대 피해 아동 일시보호시설에는 다양한 이유로 가정에서 분리된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단순히 잠시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다. 반복된 학대와 방임, 부모의 중독 문제, 가정 해체, 경제적 빈곤, 정서적 불안, 학교폭력 경험 등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살아온 아이들이다. 어떤 아이는 밤마다 불안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떤 아이는 타인을 믿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또 어떤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와 관계 형성, 학습 태도, 자존감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흔히 학교를 공부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기 상황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학교는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며, 또래와 관계를 맺고 사회적 경험을 배우는 장소이다. 동시에 누군가 자신을 지켜봐 주고, 기다려 주고, 존중해 주는 경험을 처음으로 만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학교생활 적응은 단순히 출석률이나 성적 향상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다시 삶의 안전을 경험하고 사회와 연결되는 과정이며, 자신도 공동체 안에서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가장 어려운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밀려나는 구조
그러나 현실 속 학교는 여전히 이러한 아이들을 충분히 품어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강조되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역시 본래의 취지와 달리 행정적 체계나 위기 학생 관리 시스템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원래 학생 한 명 한 명의 삶과 환경을 이해하고 학교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문제 학생 관리’, ‘외부 기관 연계’, ‘사례 관리 업무’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교사들은 행정 부담을 걱정하고, 학교는 복지 기관과의 역할 구분을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사라진다. 바로 “학생이 왜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가”, “학교는 이 학생 곁에 얼마나 머물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특히 학대 피해 아동과 위기 청소년들에게 학교 부적응은 단순히 학업 능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은 이미 삶 자체가 무너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집에서 안전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쉽게 긴장하고 불안해한다. 누군가 자신을 혼낼 것 같은 두려움, 또래에게 상처받을 것 같은 불안, 실패에 대한 공포는 아이들을 위축시키고 결국 학교생활 전체를 어렵게 만든다. 교실에서 엎드려 잠을 자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행동 뒤에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깊은 피로와 불안, 무기력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시보호시설에 생활하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학업의 연속성이 이미 여러 차례 끊어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잦은 전학과 결석, 보호자 변경, 가정 문제 등으로 인해 기초학습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학교는 학습 공백의 원인을 아이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아이들은 “나는 원래 공부를 못하는 아이”, “나는 학교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자기 인식을 갖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 자기 인식은 단순히 학습 의욕 저하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이들은 점차 학교생활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자신을 사회에서 필요 없는 존재라고 여기기도 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한 학생들은 새로운 도전 자체를 두려워한다. 숙제를 하지 못했을 때 혼날까 봐 학교를 결석하고, 시험 성적이 낮을 것 같아 아예 시험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 행동처럼 보이는 이런 행동들 뒤에는 사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정서적 어려움 역시 매우 심각하다. 학대 경험은 아이들의 뇌 발달과 정서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작은 자극에도 과도하게 화를 내거나, 반대로 아무 반응 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학생은 친구가 장난처럼 던진 말에도 극단적인 불안을 느끼고, 어떤 학생은 교사의 지적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트라우마의 결과이다. 그러나 학교는 이러한 행동의 배경을 이해하기보다 생활지도와 처벌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반복적으로 자리를 이탈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학교는 이를 규칙 위반으로 보고 훈계를 반복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폐쇄된 공간에 대한 불안이나 과거의 폭력 경험 때문에 교실 안에 오래 머무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 어떤 학생은 작은 갈등에도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한 통제와 처벌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학생을 더욱 위축시키고 고립시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학교가 이러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점점 더 배제하고 있는 점이다. 학교는 모든 학생을 위한 공간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학교 분위기와 학업 성취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지도하기 어려운 학생’, ‘민원이 발생하는 학생’, ‘학교 이미지를 해치는 학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결국 학교는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에게 전학이나 대안교육을 권유하게 된다. 공식적으로는 학생을 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을 밖으로 내보내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아이들이 대안학교로 향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안학교에는 공교육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 학대 피해 경험, 자해와 자살 위험, 정신 건강 문제, 경제적 빈곤, 가족 해체, 학교폭력 피해 등 복합적 위기를 가진 아이들이 적지 않다. 즉, 가장 많은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학생들이 오히려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교육받고 있는 것이다.
학생의 삶을 통합적으로 살펴야
꿈나무학교(아동푸른센터 부설 대안학교)와 같은 대안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단순히 성적이나 규칙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왜 힘들어하는지, 무엇 때문에 학교에 오기 어려운지,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아왔는지를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학생은 아침에 학교에 오는 것 자체가 큰 용기일 수 있다. 또 어떤 학생에게는 하루 동안 수업에 끝까지 앉아 있는 것이 엄청난 성취일 수 있다. 대안학교 교사들은 이러한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으며 학생들을 기다려 준다.
실제로 위기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잘해야만 인정받는 경험”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오랫동안 비난과 평가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경험 자체를 낯설어한다. 하지만 관계 안에서 신뢰를 경험하기 시작하면 아이들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학생이 인사를 건네기 시작하고, 수업을 거부하던 학생이 짧은 시간이라도 교실에 머무르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작아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안학교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매우 크다. 공교육 학교에는 상담 교사, 전문상담사, 교육복지사, 위(Wee) 클래스, 특수 교사 등 다양한 지원 체계가 존재한다. 반면 대안학교는 적은 예산과 인력 속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 한 명이 상담과 생활지도, 학습지도, 사례 관리까지 모두 담당해야 하는 상황도 흔하다. 학생들의 어려움은 훨씬 더 복합적이지만 지원 체계는 오히려 더 부족한 역설적인 현실이 존재한다.
특히 학대 피해 아동의 경우 단순한 교육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심리치료와 상담, 안정적인 돌봄, 의료 지원,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지원 체계는 기관별로 분절되어 있고 연속성도 부족하다. 학교는 학교의 역할만, 복지기관은 복지의 역할만, 치료 기관은 치료의 영역만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삶은 그렇게 나뉘어 있지 않다. 학습의 어려움과 정서적 불안, 관계 문제와 생활 환경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불안 증상이 심한 학생이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 경우, 학교는 학습 문제로 접근하고 치료 기관은 정신 건강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의 실제 삶에서는 학습과 정서가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면 학습은 이루어지기 어렵고, 반대로 학습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하면 정서적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생 지원은 단편적인 접근이 아니라 삶 전체를 이해하는 통합적 접근이어야 한다.
관리가 아닌 관계를 위한 지원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단순히 위기 학생을 찾아내고 외부 기관에 연결하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핵심은 학생이 학교 안에서 관계와 배움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어야 한다. 즉, 문제 해결 중심이 아니라 학교생활 적응과 관계 회복 중심의 지원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생을 ‘관리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반복적인 결석이나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면 학생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접근이 우선된다. 물론 학교의 질서와 안전은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 행동의 원인에 대한 이해 없이 이루어지는 통제는 결국 학생을 더욱 고립시킬 뿐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학교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결국 학교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우리는 이제 교육의 의미를 다시 질문해야 한다. 교육은 단순히 성적을 높이고 대학 진학률을 관리하는 과정이 아니다. 교육은 한 사람의 삶을 회복시키고,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힘을 길러 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오히려 가장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다.
학대 피해 아동과 위기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성적이 아니라 ‘나는 포기되지 않았다’는 경험이다. 누군가 자신을 기다려 주고, 실수해도 다시 기회를 주며, 어려움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속도가 느린 아이들을 충분히 기다려 주지 못한다. 빠르게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느리고 가장 아픈 아이들이 가장 먼저 학교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대안학교를 ‘문제 학생들이 가는 곳’,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의 공간’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대안학교는 공교육이 품어 내지 못한 아이들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는 곳인 경우가 많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폭언과 분노, 눈물과 불안을 견디며 관계를 이어 간다. 학생 한 명이 다시 웃기 시작하고, 스스로 미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린다. 이는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삶을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반드시 공교육과 대안교육, 복지 기관과 보호시설, 정신 건강 지원 체계가 함께 연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교는 학생을 외부 기관으로 보내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학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 학교와 보호시설, 상담 기관, 지역 사회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학생의 상황을 함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공문을 주고받는 수준이 아니라 학생의 변화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생이 한 기관에서 다른 기관으로 이동할 때마다 관계와 지원이 끊어진다면 그들은 또다시 버려졌다고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교사들에게도 학생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의 교사들은 과도한 행정과 민원 속에서 심리적 소진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 학생 지원까지 모두 개인의 헌신으로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학교 문화의 변화와 충분한 인력·예산 지원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트라우마 이해 교육과 관계 중심 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위기 학생을 만나는 교사들에게는 단순한 생활지도 기술보다 학생의 행동 뒤에 있는 상처와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위기 학생을 처벌의 대상이 아닌 지원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니?”라고 묻기 전에 “너는 왜 이렇게 힘들었니?”라고 물어야 한다. 학생의 행동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행동 뒤에 숨겨진 삶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대와 상처 속에서 살아온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보다 이해와 기다림이다.
결국 학생맞춤통합지원은 특정 부서나 담당자만의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 전체가 학생의 삶을 함께 이해하려는 문화와 철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의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학생이 처한 환경과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이 제도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실제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학교의 역할을 생각한다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에 머물러선 안 된다. 학생들이 관계를 배우고, 자신을 이해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삶의 공간이다. 그렇기에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은 단순한 출결 관리나 학업 유지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삶 전체와 연결된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우리는 학교 적응을 지나치게 획일적인 기준으로 판단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용히 앉아 수업을 듣고, 규칙을 잘 지키며,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만을 ‘적응한 학생’으로 바라본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위기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하루를 무사히 보내며, 한 사람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성장 과정이다. 학교는 이러한 다양한 성장의 모습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결국 학생을 학교에 붙잡아 두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학생이 학교 안에서 존중받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실효성은 제도의 명칭이나 행정 체계가 아니라 학생을 바라보는 학교의 관점 변화에서 시작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이 교육인가 복지인가”를 따지는 일이 아니다. 학생의 삶을 중심에 두고, 학교가 어디까지 학생 곁에 있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되어야 한다.
아동푸른센터와 꿈나무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학교는 과연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우리는 가장 어려운 아이들 곁에 얼마나 남아 있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제는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간이다. 가장 상처받은 아이들까지 배움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며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일 것이다.
결국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핵심은 학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데 있다. 학생 한 명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한 사람의 관심과 기다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실패와 상처 속에서도 다시 학교를 믿고 사람을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교육이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가치이다. 그리고 그 가치가 실현될 때 비로소 학교는 모든 학생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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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한계와 과제 ❹
학교생활 적응에 초점을 둔 청소년 지원
박은주 president@adongpr.com
서울특별시립 아동푸른센터 센터장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공간, 학교
서울특별시립 아동푸른센터와 같은 학대 피해 아동 일시보호시설에는 다양한 이유로 가정에서 분리된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단순히 잠시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다. 반복된 학대와 방임, 부모의 중독 문제, 가정 해체, 경제적 빈곤, 정서적 불안, 학교폭력 경험 등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살아온 아이들이다. 어떤 아이는 밤마다 불안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떤 아이는 타인을 믿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또 어떤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와 관계 형성, 학습 태도, 자존감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흔히 학교를 공부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기 상황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학교는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며, 또래와 관계를 맺고 사회적 경험을 배우는 장소이다. 동시에 누군가 자신을 지켜봐 주고, 기다려 주고, 존중해 주는 경험을 처음으로 만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학교생활 적응은 단순히 출석률이나 성적 향상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다시 삶의 안전을 경험하고 사회와 연결되는 과정이며, 자신도 공동체 안에서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가장 어려운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밀려나는 구조
그러나 현실 속 학교는 여전히 이러한 아이들을 충분히 품어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강조되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역시 본래의 취지와 달리 행정적 체계나 위기 학생 관리 시스템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원래 학생 한 명 한 명의 삶과 환경을 이해하고 학교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문제 학생 관리’, ‘외부 기관 연계’, ‘사례 관리 업무’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교사들은 행정 부담을 걱정하고, 학교는 복지 기관과의 역할 구분을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사라진다. 바로 “학생이 왜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가”, “학교는 이 학생 곁에 얼마나 머물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특히 학대 피해 아동과 위기 청소년들에게 학교 부적응은 단순히 학업 능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은 이미 삶 자체가 무너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집에서 안전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쉽게 긴장하고 불안해한다. 누군가 자신을 혼낼 것 같은 두려움, 또래에게 상처받을 것 같은 불안, 실패에 대한 공포는 아이들을 위축시키고 결국 학교생활 전체를 어렵게 만든다. 교실에서 엎드려 잠을 자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행동 뒤에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깊은 피로와 불안, 무기력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시보호시설에 생활하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학업의 연속성이 이미 여러 차례 끊어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잦은 전학과 결석, 보호자 변경, 가정 문제 등으로 인해 기초학습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학교는 학습 공백의 원인을 아이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아이들은 “나는 원래 공부를 못하는 아이”, “나는 학교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자기 인식을 갖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 자기 인식은 단순히 학습 의욕 저하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이들은 점차 학교생활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자신을 사회에서 필요 없는 존재라고 여기기도 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한 학생들은 새로운 도전 자체를 두려워한다. 숙제를 하지 못했을 때 혼날까 봐 학교를 결석하고, 시험 성적이 낮을 것 같아 아예 시험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 행동처럼 보이는 이런 행동들 뒤에는 사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정서적 어려움 역시 매우 심각하다. 학대 경험은 아이들의 뇌 발달과 정서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작은 자극에도 과도하게 화를 내거나, 반대로 아무 반응 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학생은 친구가 장난처럼 던진 말에도 극단적인 불안을 느끼고, 어떤 학생은 교사의 지적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트라우마의 결과이다. 그러나 학교는 이러한 행동의 배경을 이해하기보다 생활지도와 처벌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반복적으로 자리를 이탈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학교는 이를 규칙 위반으로 보고 훈계를 반복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폐쇄된 공간에 대한 불안이나 과거의 폭력 경험 때문에 교실 안에 오래 머무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 어떤 학생은 작은 갈등에도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한 통제와 처벌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학생을 더욱 위축시키고 고립시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학교가 이러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점점 더 배제하고 있는 점이다. 학교는 모든 학생을 위한 공간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학교 분위기와 학업 성취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지도하기 어려운 학생’, ‘민원이 발생하는 학생’, ‘학교 이미지를 해치는 학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결국 학교는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에게 전학이나 대안교육을 권유하게 된다. 공식적으로는 학생을 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을 밖으로 내보내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아이들이 대안학교로 향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안학교에는 공교육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 학대 피해 경험, 자해와 자살 위험, 정신 건강 문제, 경제적 빈곤, 가족 해체, 학교폭력 피해 등 복합적 위기를 가진 아이들이 적지 않다. 즉, 가장 많은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학생들이 오히려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교육받고 있는 것이다.
학생의 삶을 통합적으로 살펴야
꿈나무학교(아동푸른센터 부설 대안학교)와 같은 대안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단순히 성적이나 규칙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왜 힘들어하는지, 무엇 때문에 학교에 오기 어려운지,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아왔는지를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학생은 아침에 학교에 오는 것 자체가 큰 용기일 수 있다. 또 어떤 학생에게는 하루 동안 수업에 끝까지 앉아 있는 것이 엄청난 성취일 수 있다. 대안학교 교사들은 이러한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으며 학생들을 기다려 준다.
실제로 위기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잘해야만 인정받는 경험”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오랫동안 비난과 평가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경험 자체를 낯설어한다. 하지만 관계 안에서 신뢰를 경험하기 시작하면 아이들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학생이 인사를 건네기 시작하고, 수업을 거부하던 학생이 짧은 시간이라도 교실에 머무르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작아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안학교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매우 크다. 공교육 학교에는 상담 교사, 전문상담사, 교육복지사, 위(Wee) 클래스, 특수 교사 등 다양한 지원 체계가 존재한다. 반면 대안학교는 적은 예산과 인력 속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 한 명이 상담과 생활지도, 학습지도, 사례 관리까지 모두 담당해야 하는 상황도 흔하다. 학생들의 어려움은 훨씬 더 복합적이지만 지원 체계는 오히려 더 부족한 역설적인 현실이 존재한다.
특히 학대 피해 아동의 경우 단순한 교육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심리치료와 상담, 안정적인 돌봄, 의료 지원,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지원 체계는 기관별로 분절되어 있고 연속성도 부족하다. 학교는 학교의 역할만, 복지기관은 복지의 역할만, 치료 기관은 치료의 영역만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삶은 그렇게 나뉘어 있지 않다. 학습의 어려움과 정서적 불안, 관계 문제와 생활 환경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불안 증상이 심한 학생이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 경우, 학교는 학습 문제로 접근하고 치료 기관은 정신 건강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의 실제 삶에서는 학습과 정서가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면 학습은 이루어지기 어렵고, 반대로 학습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하면 정서적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생 지원은 단편적인 접근이 아니라 삶 전체를 이해하는 통합적 접근이어야 한다.
관리가 아닌 관계를 위한 지원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단순히 위기 학생을 찾아내고 외부 기관에 연결하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핵심은 학생이 학교 안에서 관계와 배움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어야 한다. 즉, 문제 해결 중심이 아니라 학교생활 적응과 관계 회복 중심의 지원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생을 ‘관리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반복적인 결석이나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면 학생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접근이 우선된다. 물론 학교의 질서와 안전은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 행동의 원인에 대한 이해 없이 이루어지는 통제는 결국 학생을 더욱 고립시킬 뿐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학교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결국 학교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우리는 이제 교육의 의미를 다시 질문해야 한다. 교육은 단순히 성적을 높이고 대학 진학률을 관리하는 과정이 아니다. 교육은 한 사람의 삶을 회복시키고,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힘을 길러 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오히려 가장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다.
학대 피해 아동과 위기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성적이 아니라 ‘나는 포기되지 않았다’는 경험이다. 누군가 자신을 기다려 주고, 실수해도 다시 기회를 주며, 어려움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속도가 느린 아이들을 충분히 기다려 주지 못한다. 빠르게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느리고 가장 아픈 아이들이 가장 먼저 학교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대안학교를 ‘문제 학생들이 가는 곳’,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의 공간’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대안학교는 공교육이 품어 내지 못한 아이들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는 곳인 경우가 많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폭언과 분노, 눈물과 불안을 견디며 관계를 이어 간다. 학생 한 명이 다시 웃기 시작하고, 스스로 미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린다. 이는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삶을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반드시 공교육과 대안교육, 복지 기관과 보호시설, 정신 건강 지원 체계가 함께 연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교는 학생을 외부 기관으로 보내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학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 학교와 보호시설, 상담 기관, 지역 사회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학생의 상황을 함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공문을 주고받는 수준이 아니라 학생의 변화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생이 한 기관에서 다른 기관으로 이동할 때마다 관계와 지원이 끊어진다면 그들은 또다시 버려졌다고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교사들에게도 학생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의 교사들은 과도한 행정과 민원 속에서 심리적 소진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 학생 지원까지 모두 개인의 헌신으로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학교 문화의 변화와 충분한 인력·예산 지원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트라우마 이해 교육과 관계 중심 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위기 학생을 만나는 교사들에게는 단순한 생활지도 기술보다 학생의 행동 뒤에 있는 상처와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위기 학생을 처벌의 대상이 아닌 지원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니?”라고 묻기 전에 “너는 왜 이렇게 힘들었니?”라고 물어야 한다. 학생의 행동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행동 뒤에 숨겨진 삶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대와 상처 속에서 살아온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보다 이해와 기다림이다.
결국 학생맞춤통합지원은 특정 부서나 담당자만의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 전체가 학생의 삶을 함께 이해하려는 문화와 철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의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학생이 처한 환경과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이 제도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실제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학교의 역할을 생각한다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에 머물러선 안 된다. 학생들이 관계를 배우고, 자신을 이해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삶의 공간이다. 그렇기에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은 단순한 출결 관리나 학업 유지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삶 전체와 연결된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우리는 학교 적응을 지나치게 획일적인 기준으로 판단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용히 앉아 수업을 듣고, 규칙을 잘 지키며,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만을 ‘적응한 학생’으로 바라본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위기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하루를 무사히 보내며, 한 사람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성장 과정이다. 학교는 이러한 다양한 성장의 모습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결국 학생을 학교에 붙잡아 두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학생이 학교 안에서 존중받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실효성은 제도의 명칭이나 행정 체계가 아니라 학생을 바라보는 학교의 관점 변화에서 시작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이 교육인가 복지인가”를 따지는 일이 아니다. 학생의 삶을 중심에 두고, 학교가 어디까지 학생 곁에 있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되어야 한다.
아동푸른센터와 꿈나무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학교는 과연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우리는 가장 어려운 아이들 곁에 얼마나 남아 있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제는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간이다. 가장 상처받은 아이들까지 배움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며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일 것이다.
결국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핵심은 학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데 있다. 학생 한 명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한 사람의 관심과 기다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실패와 상처 속에서도 다시 학교를 믿고 사람을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교육이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가치이다. 그리고 그 가치가 실현될 때 비로소 학교는 모든 학생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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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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