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만드는 일
- 《모여라! 퀴어 청소년》

도터 dotr813@ddingdong.kr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상담지원팀
상담실에서 마주한 얼굴들
《모여라! 퀴어 청소년》은 국내에서 찾기 힘든 ‘퀴어 청소년’들이 직접 쓴 책이다. 2017년 한 대안학교에서 결성된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의 다섯 사람 꼬꼬, 구구, 풀, 소망, 그리고 유랑이 정체성을 고민하고, 커밍아웃을 시도하고, 학교에 성 중립 화장실을 만들어 보고, 교내 퀴어 문화 축제인 ‘무아지경’을 개최해 온 몇 년의 기록이 담겨 있다. 저자 중 한 명인 꼬꼬는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퀴어 청소년’에 대한 책은 찾기 어렵습니다. 특히 당사자가 이야기하는 책은 거의 없지요. (……) ‘퀴어’라는 정체성과 ‘청소년’이라는 정체성을 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두 가지가 연결됐을 때 겪는 일들도 무척 다양하거든요.
- 본문 6쪽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은 매달 30건에서 50건가량의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을 하고 있다. 2025년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총 184명의 청소년을 만나 총 599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어떤 독자에겐 이 책에 등장하는 ‘퀴어 청소년’ 자체가 무척 낯설 수 있겠다. 하지만 띵동으로서는 그간 상담실에서 마주한 많은 얼굴을 다시 확인하는 독서라 할 만큼 무척 낯익은 이야기들이었다.
꼬꼬는 “대안학교에서의 경험은 매우 특이하고 개인적인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 대안학교라서 가능했던 일도, 대안학교라서 더 어려웠던 일도 있었습니다.”(본문 6~7쪽)라고 말한다. 사실 어느 학교를 다니고 있든, 띵동을 찾아오는 ‘학교 안 청소년’들은 매우 힘겹고 가파른 학교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책에 대한 리뷰인 동시에 책 속 이야기들이 상담실에서 어떤 얼굴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보고이기도 하다.
‘정체성을 고민하는 나’도 하나의 정체성
띵동 상담실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은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고 이름 붙이기 위해 수년에 걸쳐 홀로 고민을 이어 온 경우가 많다. 소설이나 만화를 통해, 영화를 통해, 그리고 인터넷을 경유하며 끝없이 자기 자신을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는지 탐색해 온 청소년들. 그들은 띵동 상담실 안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 내기 시작한다. 어떨 때는 상담실 맞은편에 앉아 이를 보고 들으며, 그들의 떨림과 긴장감에 압도되어 버릴 것만 같은 순간도 있다. 같은 당사자로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인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생략되는 말의 행간을 감히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서야 청소년은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말로 처음 해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기분이 드느냐고 물으면 “드디어 솔직하게 말하는 것 같아요”, “해방감이 들어요”라고 답한다. 오랫동안 혼자 품어 온 이야기가 처음으로 누군가의 귀에 닿는 순간인 것이다.
우리 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의 고민은 ‘한 때의 고민’으로 치부될 때가 많다. 특히 청소년들의 성 정체성, 그리고 성 지향성과 관련된 고민은 ‘일시적’이고, ‘단편적’이며, 그렇기에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문제’로 정의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기 탐색은 학업에 방해되고 ‘올바른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여겨져 아주 쉽게 ‘교정해야 할 문제’가 된다. 그런 점에서 《모여라! 퀴어 청소년》에서 스스로를 ‘퀘스쳐너리’, 곧 아직 정체성을 탐색 중인 사람으로 소개하는 구구의 문장은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에게 건네는 첫 번째 선물이라 할 만하다.
정체성을 고민하는 동안에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나’가 정체성이며, 이 역시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정체성이다. ‘한참 고민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더더욱 불완전함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면 좋겠다.
- 본문 52쪽
트랜지션을 두고 부모와 갈등을 경험하던 한 청소년은 띵동 상담실 안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설사 제 자신이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하더라도, 제가 재정체화한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이 말은 구구의 문장과 정확히 포개어진다. 우리 사회의 비청소년들은 청소년의 정체성 고민을 ‘일시적 혼란’이라 부르며 ‘어른’이 될 때까지 판단을 미루라 하곤 하지만 고민은 혼란일 수 없다. 그것은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 내려는 한 사람의 진지한 사유이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시간이다.
커밍아웃, 끝나지 않는 설명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자신에 대한 고민을, 그러니까 자기 탐색을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한다. 커밍아웃을 고민한다는 의미다. 띵동 상담실을 찾아온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교실 안에서 더 이상 혐오 발언을 듣고 싶지 않아서” 혹은 자기 자신을 ‘틀린 성별 호칭’으로 그만 불러 주었으면 해서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성소수자가 지워진 공간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는 뜻이다. 한편 어떤 청소년은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 살아갈 것 같아서”, 그러니까 “사랑해서” 커밍아웃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띵동은 커밍아웃을 자기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와 나 사이에 관계를 재조정하는 일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는 이를 위해 사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책 속에서 꼬꼬는 자신의 커밍아웃 경험을 이렇게 쓰고 있다.
나의 정체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세상 모든 사람이 남성과 여성으로만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부터 설명해야 했다. (……) 커밍아웃할 때마다 상대를 납득시켜야 할 것 같았다.
- 본문 108쪽
자신의 존재를 말하는 일이 곧 세계관 하나를 통째로 강의해 버려야 할 것만 같은 일이 되는 것. 그리고 “무언가 실수를 하면 ‘퀴어들은 다 그렇구나’ 하고 생각할까 봐”(본문 37쪽) 두려워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이 성소수자를 대표하게 될까 봐 긴장하게 되는 것. 꼬꼬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커밍아웃이라는 말 뒤에 숨은 힘겨움을 설명한다.
띵동 상담실에서의 경험상 이 설명이 가장 혹독해지는 자리는 당연히 가족이다. 띵동 상담에서 ‘가족과의 갈등’은 매달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상담 이슈로 2025년 작년 한 해만 해도 총 228건의 상담에서 다루어졌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부모를 믿고 의지하는 만큼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결정을 마땅히 지지해 줄 것이라 기대하기에 용기를 내어 커밍아웃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부모에 대한 배신”이라는 일갈, “다들 나중에 후회한다”는 단정, 더 심각하게는 “(호르몬을 멋대로 하다가) 걸리면 등록금을 내주지 않겠다”는 협박을 마주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청소년 성소수자는 그런 말 앞에서 위축되고 낙담하며 좌절을 경험한다.
하지만 어떤 청소년들은 그런 무력감 앞에서도 ‘성소수자부모모임’에 함께 가 보자고, 그렇게 걱정된다면 자신과 함께 전문의를 만나 보자고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한다. 계속해서 커밍아웃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다. 자기 선언이라는 그 행동이,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 갈 그 사람과의 관계가 자신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띵동 상담실을 찾아온 한 청소년은 한때의 고민이라는 부모의 일갈에 이렇게 답했다고 말했다. “저를 그렇게 단정 짓지 마세요.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 청소년의 말이야말로 《모여라! 퀴어 청소년》 전체와 공명하는 띵동 상담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물을 마시지 않는 청소년, 학교라는 공간
《모여라! 퀴어 청소년》에서 다뤄지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성 중립 화장실’이다. 이 책은 ‘짱똘’ 멤버들이 대안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성 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기/되기까지의 과정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담고 있다.
저자 중 한 명인 꼬꼬는 이 학교 안에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시도한다. 그러면서 성별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시설 이용에 대한 불편함을 지적한다. 하지만 꼬꼬는 일견 이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커밍아웃을 하며 이런 시설을 사용할 때 불편하다는 점을 짚긴 했지만, 그렇다고 단번에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다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고, 나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 본문 110쪽
꼬꼬의 환경 안에서 성별 이분법적인 화장실과 기숙사는 지지만으로는 바뀌지 않는, 돈과 시간, 그리고 학교 구성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였다. 그럼에도 꼬꼬는 계속 이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차별은 다른 것보다 덜 급하다는 이유로 쉽게 후순위가 되었고,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는 말로 덮어 두고 해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본문 200쪽)
이 책은 대안학교에서의 경험을 미담으로 봉합하지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저자들은 서문에서 “대안학교라서 가능했던 일도, 대안학교라서 더 어려웠던 일도 있었습니다”(본문 7쪽)라고 쓰고 있다. 실제로 ‘성 중립 화장실’은 학생이 필요를 호소했을 때는 몇 년째 미뤄지다가 교사회가 자신들의 교육철학과 다른 안건을 관철하기 위한 카드로 꺼내 들었을 때에야 설치 방향과 계획이 잡혔다. 이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성소수자 교사 유랑은 “공동체의 이런 특성을 알고 성 중립 화장실을 수단으로 삼다니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본문 138쪽)라고 기록한다.
또한 유랑은 ‘꼬꼬’와 함께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교사들은 퀴어와 함께하는 삶을 상상하지 못했다”(본문 139쪽)라고 지적하며, 학생들이 학교의 차별적인 구조를 비판하고 변화를 요구했을 땐 상당수의 교사가 “우리 학교는 이미 모두의 존재를 충분히 수용하고 있고,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본문 198쪽)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폭로한다.
사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경험은 대안학교와 제도권 내 학교 사이의 차이가 무색할 정도다. 띵동 상담실 안에서 만난 한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는 문제로 디스포리아(성별 불쾌감)을 겪고 있었다. 그 청소년은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등교할 때부터 하교할 때까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화장실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급할 때는 담임 교사의 허락을 맡고 외출증을 끊어 점심시간에 집을 다녀오는데, 그러고 나면 그날은 몇 시간 동안 제대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학교생활을 이어 나가야 했다. 그 과정 안에서 겪는 모멸감과 고통을 다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페이지가 필요할 정도다.
그래도 이 경우는 담임 교사의 도움이 있기에 다행인 일이었다. 남학교에 다니고 있는 또 다른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고립된 채 학급 안에서 트랜스젠더라는 표현이 욕설처럼 사용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위기감과 불안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청소년 성소수자는 성별 이분법적이고 성소수자 혐오적인 학교 공간 안에서 그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하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개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차별에 따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 응답자 457명 중 72.9%가 학교 등 교육 기관이 향후 5년간 성소수자에게 더 나빠지거나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모여라! 퀴어 청소년》의 저자가 “분명 나에게 학교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본문 169쪽)라고 쓸 때, 이 문장은 과거형이지만 여전히 현재형이기도 한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버티게 하는 것일까. 이 책은 분명하게 답한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인 것이 대체로 좋았지만, 세상에는 분명 ‘함께’가 필요한 일도 있었다. 망망대해 같던 학교에서 내가 유일한 퀴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때가 바로 ‘함께’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걸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 그 무렵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내게 정말 필요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본문 186쪽
홀로 고민을 이어 온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에서는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고, 가정에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어 가족에게조차 낯선 거리감을 느끼며 고립되어 간다. “나를 받아 줄 사람이 별로 없다”라는 말은 띵동 상담실 안에서도 드물지 않게 들리는 말이다.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누군가와 관계 맺는 일은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는 큰 용기를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으로서 친구 한 명을 사귀는 것부터가 버거운 과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함께’ 있을 때 학교의 시설을 바꾸고자 하고, 축제를 열고, 책을 쓰기도 한다. ‘짱똘’은 자신들의 그 동력이 비장한 사명감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 모든 일을 우리는 증오와 책임 때문이 아니라 애정으로 했다. (……) 나는 이 일이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본문 191쪽)
우리는 이 지점에서 ‘무엇이 이들을 버티게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무엇이 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띵동 상담실에서 마주한 두 교실을 이 질문 끝에 나란히 놓아 보고 싶다.
한 교실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는 교사가 ‘농담’처럼 꺼낸 ‘동성애자 치료’ 이야기를 듣는다. 그 청소년은 “몸이 굳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짧다면 짧은 순간, 길다면 무한히 긴 순간 속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자연스러운’ 것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실에서 한 청소년 성소수자는 오랜 고민 끝에 믿을 수 있다고 느낀 교사에게 커밍아웃했다. 그 교사는 그 이야기를 잘 받아 주며 그 청소년을 환대했다고 했다. 그 청소년은 “학교 안에서 굉장히 큰 지지를 얻은 느낌”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학교 안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공간에 대한 경험을 다르게 정의하게 된다. 학교 안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한 사람의 존재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겪을 수 있는 많은 위기를 예방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모여라! 퀴어 청소년》의 저자들도 마지막에 같은 이야기를 한다.
나는 더 이상 퀴어 청소년이, 혹은 다른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오로지 자신들의 힘만으로 학교를 변화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든 차별적인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거기에 함께 대응해 줄 친구와 동료, 즉 앨라이가 필요하다.
- 본문 145쪽
‘짱똘’의 학교에는 그나마 성소수자 학생에서 성소수자 교사로 돌아온 ‘유랑’이 있었다. 그런데도 변화는 그토록 더디고 굴곡졌다. 하물며 교실 안에서 지지자가 한 명도 보이지 않는 학교에서라면 어떠할까. 매월 집계, 공개되는 띵동의 상담 통계가 말해 주듯 퀴어 청소년은 어디에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드러내도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어서다. 어느 누군가의 무심코 던지는 ‘농담’ 하나, 학교 공간 속 당연히 자리한 ‘성별 이분법’ 하나가 어떤 청소년에게는 ‘이곳에서 나를 지워야 한다’라는 신호가 된다.
‘짱똘’의 멤버들은 ‘성 중립 화장실’이 처음 제안대로 관철되지 못했을 때 서로를 이렇게 위로했다고 한다. “원래 변화는 이렇게 시작되는 거야.”(본문 118쪽) 이 책의 제목 《모여라! 퀴어 청소년》은 1차적으로는 어디선가 혼자 고민하고 있을 청소년 성소수자를 향한 인사이겠지만, 동시에 이것은 우리 모두를 향한 초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초대는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함께 해 달라는 요청이자, 그리하여 그 어느 누구도 지워지지 않고 소외되지 않은 채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함께 만들어 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띵동은 매달의 상담을 정리하며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맺는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가장 곁에 서 있겠습니다.” 《모여라! 퀴어 청소년》을 덮으며 ‘짱똘’의 멤버들 역시 결국 이를 요청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 글 역시 그렇게 끝맺고 싶다. 이 세상 모든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하여, 마땅히 ‘영원’이 될 ‘한때’를 위하여,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나답게 있을 수 있는 용기를 ‘함께’ 붙들자고. 이제 그 누구도 홀로 외로워서는 안 된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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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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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퀴어 청소년》은 국내에서 찾기 힘든 ‘퀴어 청소년’들이 직접 쓴 책이다. 2017년 한 대안학교에서 결성된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의 다섯 사람 꼬꼬, 구구, 풀, 소망, 그리고 유랑이 정체성을 고민하고, 커밍아웃을 시도하고, 학교에 성 중립 화장실을 만들어 보고, 교내 퀴어 문화 축제인 ‘무아지경’을 개최해 온 몇 년의 기록이 담겨 있다. 저자 중 한 명인 꼬꼬는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은 매달 30건에서 50건가량의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을 하고 있다. 2025년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총 184명의 청소년을 만나 총 599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어떤 독자에겐 이 책에 등장하는 ‘퀴어 청소년’ 자체가 무척 낯설 수 있겠다. 하지만 띵동으로서는 그간 상담실에서 마주한 많은 얼굴을 다시 확인하는 독서라 할 만큼 무척 낯익은 이야기들이었다.
꼬꼬는 “대안학교에서의 경험은 매우 특이하고 개인적인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 대안학교라서 가능했던 일도, 대안학교라서 더 어려웠던 일도 있었습니다.”(본문 6~7쪽)라고 말한다. 사실 어느 학교를 다니고 있든, 띵동을 찾아오는 ‘학교 안 청소년’들은 매우 힘겹고 가파른 학교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책에 대한 리뷰인 동시에 책 속 이야기들이 상담실에서 어떤 얼굴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보고이기도 하다.
‘정체성을 고민하는 나’도 하나의 정체성
띵동 상담실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은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고 이름 붙이기 위해 수년에 걸쳐 홀로 고민을 이어 온 경우가 많다. 소설이나 만화를 통해, 영화를 통해, 그리고 인터넷을 경유하며 끝없이 자기 자신을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는지 탐색해 온 청소년들. 그들은 띵동 상담실 안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 내기 시작한다. 어떨 때는 상담실 맞은편에 앉아 이를 보고 들으며, 그들의 떨림과 긴장감에 압도되어 버릴 것만 같은 순간도 있다. 같은 당사자로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인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생략되는 말의 행간을 감히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서야 청소년은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말로 처음 해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기분이 드느냐고 물으면 “드디어 솔직하게 말하는 것 같아요”, “해방감이 들어요”라고 답한다. 오랫동안 혼자 품어 온 이야기가 처음으로 누군가의 귀에 닿는 순간인 것이다.
우리 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의 고민은 ‘한 때의 고민’으로 치부될 때가 많다. 특히 청소년들의 성 정체성, 그리고 성 지향성과 관련된 고민은 ‘일시적’이고, ‘단편적’이며, 그렇기에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문제’로 정의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기 탐색은 학업에 방해되고 ‘올바른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여겨져 아주 쉽게 ‘교정해야 할 문제’가 된다. 그런 점에서 《모여라! 퀴어 청소년》에서 스스로를 ‘퀘스쳐너리’, 곧 아직 정체성을 탐색 중인 사람으로 소개하는 구구의 문장은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에게 건네는 첫 번째 선물이라 할 만하다.
트랜지션을 두고 부모와 갈등을 경험하던 한 청소년은 띵동 상담실 안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설사 제 자신이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하더라도, 제가 재정체화한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이 말은 구구의 문장과 정확히 포개어진다. 우리 사회의 비청소년들은 청소년의 정체성 고민을 ‘일시적 혼란’이라 부르며 ‘어른’이 될 때까지 판단을 미루라 하곤 하지만 고민은 혼란일 수 없다. 그것은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 내려는 한 사람의 진지한 사유이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시간이다.
커밍아웃, 끝나지 않는 설명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자신에 대한 고민을, 그러니까 자기 탐색을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한다. 커밍아웃을 고민한다는 의미다. 띵동 상담실을 찾아온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교실 안에서 더 이상 혐오 발언을 듣고 싶지 않아서” 혹은 자기 자신을 ‘틀린 성별 호칭’으로 그만 불러 주었으면 해서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성소수자가 지워진 공간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는 뜻이다. 한편 어떤 청소년은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 살아갈 것 같아서”, 그러니까 “사랑해서” 커밍아웃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띵동은 커밍아웃을 자기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와 나 사이에 관계를 재조정하는 일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는 이를 위해 사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책 속에서 꼬꼬는 자신의 커밍아웃 경험을 이렇게 쓰고 있다.
자신의 존재를 말하는 일이 곧 세계관 하나를 통째로 강의해 버려야 할 것만 같은 일이 되는 것. 그리고 “무언가 실수를 하면 ‘퀴어들은 다 그렇구나’ 하고 생각할까 봐”(본문 37쪽) 두려워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이 성소수자를 대표하게 될까 봐 긴장하게 되는 것. 꼬꼬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커밍아웃이라는 말 뒤에 숨은 힘겨움을 설명한다.
띵동 상담실에서의 경험상 이 설명이 가장 혹독해지는 자리는 당연히 가족이다. 띵동 상담에서 ‘가족과의 갈등’은 매달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상담 이슈로 2025년 작년 한 해만 해도 총 228건의 상담에서 다루어졌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부모를 믿고 의지하는 만큼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결정을 마땅히 지지해 줄 것이라 기대하기에 용기를 내어 커밍아웃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부모에 대한 배신”이라는 일갈, “다들 나중에 후회한다”는 단정, 더 심각하게는 “(호르몬을 멋대로 하다가) 걸리면 등록금을 내주지 않겠다”는 협박을 마주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청소년 성소수자는 그런 말 앞에서 위축되고 낙담하며 좌절을 경험한다.
하지만 어떤 청소년들은 그런 무력감 앞에서도 ‘성소수자부모모임’에 함께 가 보자고, 그렇게 걱정된다면 자신과 함께 전문의를 만나 보자고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한다. 계속해서 커밍아웃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다. 자기 선언이라는 그 행동이,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 갈 그 사람과의 관계가 자신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띵동 상담실을 찾아온 한 청소년은 한때의 고민이라는 부모의 일갈에 이렇게 답했다고 말했다. “저를 그렇게 단정 짓지 마세요.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 청소년의 말이야말로 《모여라! 퀴어 청소년》 전체와 공명하는 띵동 상담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물을 마시지 않는 청소년, 학교라는 공간
《모여라! 퀴어 청소년》에서 다뤄지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성 중립 화장실’이다. 이 책은 ‘짱똘’ 멤버들이 대안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성 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기/되기까지의 과정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담고 있다.
저자 중 한 명인 꼬꼬는 이 학교 안에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시도한다. 그러면서 성별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시설 이용에 대한 불편함을 지적한다. 하지만 꼬꼬는 일견 이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꼬꼬의 환경 안에서 성별 이분법적인 화장실과 기숙사는 지지만으로는 바뀌지 않는, 돈과 시간, 그리고 학교 구성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였다. 그럼에도 꼬꼬는 계속 이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차별은 다른 것보다 덜 급하다는 이유로 쉽게 후순위가 되었고,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는 말로 덮어 두고 해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본문 200쪽)
이 책은 대안학교에서의 경험을 미담으로 봉합하지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저자들은 서문에서 “대안학교라서 가능했던 일도, 대안학교라서 더 어려웠던 일도 있었습니다”(본문 7쪽)라고 쓰고 있다. 실제로 ‘성 중립 화장실’은 학생이 필요를 호소했을 때는 몇 년째 미뤄지다가 교사회가 자신들의 교육철학과 다른 안건을 관철하기 위한 카드로 꺼내 들었을 때에야 설치 방향과 계획이 잡혔다. 이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성소수자 교사 유랑은 “공동체의 이런 특성을 알고 성 중립 화장실을 수단으로 삼다니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본문 138쪽)라고 기록한다.
또한 유랑은 ‘꼬꼬’와 함께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교사들은 퀴어와 함께하는 삶을 상상하지 못했다”(본문 139쪽)라고 지적하며, 학생들이 학교의 차별적인 구조를 비판하고 변화를 요구했을 땐 상당수의 교사가 “우리 학교는 이미 모두의 존재를 충분히 수용하고 있고,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본문 198쪽)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폭로한다.
사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경험은 대안학교와 제도권 내 학교 사이의 차이가 무색할 정도다. 띵동 상담실 안에서 만난 한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는 문제로 디스포리아(성별 불쾌감)을 겪고 있었다. 그 청소년은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등교할 때부터 하교할 때까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화장실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급할 때는 담임 교사의 허락을 맡고 외출증을 끊어 점심시간에 집을 다녀오는데, 그러고 나면 그날은 몇 시간 동안 제대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학교생활을 이어 나가야 했다. 그 과정 안에서 겪는 모멸감과 고통을 다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페이지가 필요할 정도다.
그래도 이 경우는 담임 교사의 도움이 있기에 다행인 일이었다. 남학교에 다니고 있는 또 다른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고립된 채 학급 안에서 트랜스젠더라는 표현이 욕설처럼 사용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위기감과 불안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청소년 성소수자는 성별 이분법적이고 성소수자 혐오적인 학교 공간 안에서 그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하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개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차별에 따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 응답자 457명 중 72.9%가 학교 등 교육 기관이 향후 5년간 성소수자에게 더 나빠지거나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모여라! 퀴어 청소년》의 저자가 “분명 나에게 학교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본문 169쪽)라고 쓸 때, 이 문장은 과거형이지만 여전히 현재형이기도 한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버티게 하는 것일까. 이 책은 분명하게 답한다.
홀로 고민을 이어 온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에서는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고, 가정에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어 가족에게조차 낯선 거리감을 느끼며 고립되어 간다. “나를 받아 줄 사람이 별로 없다”라는 말은 띵동 상담실 안에서도 드물지 않게 들리는 말이다.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누군가와 관계 맺는 일은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는 큰 용기를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으로서 친구 한 명을 사귀는 것부터가 버거운 과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함께’ 있을 때 학교의 시설을 바꾸고자 하고, 축제를 열고, 책을 쓰기도 한다. ‘짱똘’은 자신들의 그 동력이 비장한 사명감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 모든 일을 우리는 증오와 책임 때문이 아니라 애정으로 했다. (……) 나는 이 일이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본문 191쪽)
우리는 이 지점에서 ‘무엇이 이들을 버티게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무엇이 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띵동 상담실에서 마주한 두 교실을 이 질문 끝에 나란히 놓아 보고 싶다.
한 교실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는 교사가 ‘농담’처럼 꺼낸 ‘동성애자 치료’ 이야기를 듣는다. 그 청소년은 “몸이 굳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짧다면 짧은 순간, 길다면 무한히 긴 순간 속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자연스러운’ 것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실에서 한 청소년 성소수자는 오랜 고민 끝에 믿을 수 있다고 느낀 교사에게 커밍아웃했다. 그 교사는 그 이야기를 잘 받아 주며 그 청소년을 환대했다고 했다. 그 청소년은 “학교 안에서 굉장히 큰 지지를 얻은 느낌”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학교 안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공간에 대한 경험을 다르게 정의하게 된다. 학교 안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한 사람의 존재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겪을 수 있는 많은 위기를 예방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모여라! 퀴어 청소년》의 저자들도 마지막에 같은 이야기를 한다.
‘짱똘’의 학교에는 그나마 성소수자 학생에서 성소수자 교사로 돌아온 ‘유랑’이 있었다. 그런데도 변화는 그토록 더디고 굴곡졌다. 하물며 교실 안에서 지지자가 한 명도 보이지 않는 학교에서라면 어떠할까. 매월 집계, 공개되는 띵동의 상담 통계가 말해 주듯 퀴어 청소년은 어디에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드러내도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어서다. 어느 누군가의 무심코 던지는 ‘농담’ 하나, 학교 공간 속 당연히 자리한 ‘성별 이분법’ 하나가 어떤 청소년에게는 ‘이곳에서 나를 지워야 한다’라는 신호가 된다.
‘짱똘’의 멤버들은 ‘성 중립 화장실’이 처음 제안대로 관철되지 못했을 때 서로를 이렇게 위로했다고 한다. “원래 변화는 이렇게 시작되는 거야.”(본문 118쪽) 이 책의 제목 《모여라! 퀴어 청소년》은 1차적으로는 어디선가 혼자 고민하고 있을 청소년 성소수자를 향한 인사이겠지만, 동시에 이것은 우리 모두를 향한 초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초대는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함께 해 달라는 요청이자, 그리하여 그 어느 누구도 지워지지 않고 소외되지 않은 채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함께 만들어 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띵동은 매달의 상담을 정리하며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맺는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가장 곁에 서 있겠습니다.” 《모여라! 퀴어 청소년》을 덮으며 ‘짱똘’의 멤버들 역시 결국 이를 요청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 글 역시 그렇게 끝맺고 싶다. 이 세상 모든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하여, 마땅히 ‘영원’이 될 ‘한때’를 위하여,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나답게 있을 수 있는 용기를 ‘함께’ 붙들자고. 이제 그 누구도 홀로 외로워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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