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민주 진보 교육감은 지속가능한가
‘민주 진보 교육감’ 기획은 퇴보 중인가
서울 선거에서의 경험과 문제의식 취재
공현 gonghyun@gmail.com
본지 기자
“민주 진보 단일 후보”, “민주 진보 시민 후보”, “진짜 민주 진보 유일 후보”. 2026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벽보들을 보면, 후보 3명이 이런 홍보 문구를 달고 있었다. (총 8명의 후보 중엔 “보수 단일 후보”, “중도 보수 단일 후보” 등의 문구를 단 후보들도 보였다.) 아무래도 단일이나 유일이라는 말을 좀 우스워 보이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서울 민주 진보 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추진위)의 단일화 과정 중 벌어진 논란, 홍제남 후보의 단일화 불참과 한만중 후보의 단일화 결과 불복(다른 후보들도 불복하진 않았지만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이어진 고소·고발, 결국 재선에 성공한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운동 사회 내의 비판과 평가 등 이번 선거는 민주 진보 교육감이라는 기획에 대한 의문과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번에 서울의 난맥상이 눈에 띄게 화려했을 뿐, 유사한 문제는 다른 지역 교육감 선거에서도 이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중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으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다음 교육감 선거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이번에 서울 민주 진보 교육감 선거 과정에 직접 참여했거나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문제의식을 가진 운동 주체들을 취재해 보았다.
추진위에 대한 포괄적인 회의감
취재에 응한 이들 중에는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기획에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서울 지역에서 교육운동을 하는 A 활동가는 단체 내부에서도 “옛날에는 (단일 후보) 추진위라는 기구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독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더라”라고 전하며, “다음에 추진위를 또 만든다고 그러면 결사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단일화 과정과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교육청에서 한자리하는 등의 모습이, 그런 자리와 이익을 위해서 추진위를 하나 회의감을 느끼게 했다고 꼬집었다.
역시 서울에서 활동해 온 B 활동가는 출마하려는 후보들에게 추진위에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권한 적도 있다고 했다.
B
시민단체가 어디에 집중해야 되는지를 고민했다. 추진위에서는 오히려 교육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가 없는 것 같다. ‘어떻게 교육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내용 없이, 단일화 프로세스에만 집중하고 있는 건가? 그러면서 우리조차 ‘정치적 중립’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후보에 대한 평가나 정책 비교 분석을 할 수가 없게 됐다. 그래서 그런 단일화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게 시민단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B 활동가 본인도 예전에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 및 선거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 추진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공약 평가라든가, 지금 교육감 후보가 가져야 하는 정책은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띄운다든가, 선거 기간에 여러 가지 활동과 과정이 더 있으면 좋겠다”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 과정에 여러 차례 참여해 본 경험이 있고 이번 추진위에서도 활동한 C 활동가는, “교육감 선거 방식을 바꾸고 법을 개정하는 것도 오래 걸릴 테고, 4년 후에 과연 이루어질까도 알 수 없다. 아직까진 단체들에 의한 단일화는 숙제인 것 같다. 교육운동 진영이 갖고 있는 힘, 이번엔 미약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갖고 있는 힘을 놓아 버리면 안 된다”라고 하면서도, 단일화와 선거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짚으며 “처절한 반성과 평가”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과연 누구와, 어떻게 함께하고 있는가
구체적인 문제가 불거진 것은 추진위 참여 단체를 늘리고 선거인단을 가입시키는 과정에서였다. 이번 추진위에 참여한 D 활동가는 가입 단체 가운데 교육운동과의 관련성이나 활동 목적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모임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역 연고 모임이나 친목 성격의 모임, 스포츠 동호회 등도 교육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추진위에 가입했으며, 이들의 참여가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절차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추진위는 몇 개월에 걸쳐 가입 단체를 확대했다. 문제는 교육운동을 함께해 온 단체라고 보기 어려운 곳들, 때로는 가치 지향이나 정체가 불분명해 보이는 단체들도 가입했고, 이를 걸러낼 수 있는 기준이나 규정은 부재했던 것이다. 추진위 내에서도 단체를 검증하고, 교육운동과 무관하거나 영리 목적의 단체는 배제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검증 결과 부적절한 단체라고 판단되어도, 단체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추진위에서 내보내지 못했다. 사전에 합의된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선거를 앞두고 임시로 구성되는 추진위의 성격상 소속 단체를 심사하거나 선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한번 명시적인 규정을 떠올리려고 해 봐도 뾰족한 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최대한 많은 조직과 사람, 돈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에 아주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교육감 직선제 초기에는 그래도 교육운동을 해 오면서 알음알음 서로 알고 기본적 신뢰를 가진 주체들이 중심이 되어 선거 준비가 이루어졌다. 이제는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났고, 그 효능을 경험하면서 교육감 선거에 참여·개입하는 곳들이 훨씬 많아졌다. 그 대신 추진위나 후보들 간의 신뢰나 연대감은 옅어졌다. 취재하면서 만난 다른 지역의 한 활동가는 평소 교육운동에서 전혀 만나 보지 못했던 대학 교수 같은 사람들이 갑자기 교육감 출마를 선언하는 사례, 지역에서 운동을 별로 하지 않던 민주당에 가까운 조직·모임 등이 교육감 선거 추진위에 참여하는 문제를 토로했다.
단일화 경선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킨 가장 큰 문제는 선거인단 조직적 가입에 대한 의심이었다. 현 교육감인 정근식 후보가 추진위에 참여한 뒤에 선거인단 가입이 급증했다는 등의 정황이 있었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가 정근식 예비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❶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거인단 중 참여비 타인 납부가 확인되거나 본인이 가입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삭제 요청을 하여 명단에서 뺀 경우가 1,000여 명으로 알려졌다.❷ 그 때문에 이 선거인단으로 경선을 치르는 것이 공정하고 적절한지 우려와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직접적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은 선거인단 문제였지만, 취재하면서는 근본적으로 추진위 내에서 이미 불신과 반목의 골이 깊었다는 점도 문제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진위에 참여했던 인터뷰이들은 후보들 사이에서 이전 선거보다도 더 갈등이 심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추진위에 참가했던 인터뷰이 다수가 ‘이 사람은 누구 후보 측 사람, 저 사람은 누구 측’ 하는 갈라치기와 갈등이 심했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회의 때 반대 측(이라고 믿는) 사람이 발언하면 소리를 지르고 조롱과 야유를 보내는 등 함께 더 나은 교육과 정치, 운동을 만들어 가려는 태도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도 벌어졌다. C 활동가는 당시를 떠올리며 “누가 발언하면 박수치고, 누가 발언하면 야유와 아우성…… 또 어떤 누군가가 하면 쟤는 어느 후보에 유리하게 말하는 사람이라고 분류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게 추진위일 수가 있나”라고 한탄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추진위의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진보교육’에 대한 목적과 비전을 공유한 운동·정치 주체들이 모여 더 나은 교육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될 수 없었다. 서로를 의심하고 불신하는 이들이 모여서 누가 교육감이 될 기회를 잡을지 다투는 자리에 가까웠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선거인단 모집이나 경선 중의 미흡한 점이나 석연치 않은 부분 등이 모두 불복과 소송의 이유가 될 수밖에 없었다.
기초부터 부실했던 운영
C
단체들이 책임감을 갖고 들어와 있었나? 그런 반성도 절실하게 한다. 찍을 만한 후보가 없었다는 데 절망했다. 이 정도까지 우리가 실력이 없나. 진보적인 후보를 내세울 만한 토양을 못 만들고 운동을 해 오지 않았나. 저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굉장히 부끄러웠다.
A
지금의 추진위에는, 이들이 대표성이 있냐는 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투명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 그리고 체계가 없는 것, 능력 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그래서 홍제남 후보도 불신하여 참여하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추진위 운영은 가입 단체나 선거인단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정교하지 못했다. 110여 개의 단체가 추진위에 가입했지만 회의 출석률은 높지 않았다. 심지어 상임 대표들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일이 잦았다. 운영 과정에서도 결정 사항을 정리한 회의록이 공유되지 않아 혼선이 생기는 등 문제가 있었다.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과 소수의 주도층 이외에 추진위 참여 단체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점, 양방향에서의 문제를 보여 준다.
추진위에 참여했던 인터뷰이들은 추진위에서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충분히 지켜지지 못한 것을 중요한 평가 지점으로 이야기했다. 이전 선거에서도 해 봤던 방식이고 관련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단일화 절차나 법적 대응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주경복 후보 때부터 따지면 18년, 2010년부터 따지면 16년이 흘렀고, 재보궐 선거 등까지 더해 민주 진보 단일 후보가 도합 8번 정해졌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을 책임지고 운영해 온 주체들의 선의나 열정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반복하여 비슷한 절차를 밟으면서,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를 만들어 내는 단위가 소위 ‘고인 물’이 된 것은 아닐까. 어려운 일을 해 봤고 해냈다는 자신감과 관록이, 이전의 방식을 답습하게 할 위험성을 돌아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실제로 내부에서도 공식적 평가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B 활동가는 2024년 보궐 선거 때 문제가 있다고 느꼈고, 당시에는 급박한 일정에 여유가 없어 사후에라도 평가하자고 이야기했지만 평가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1년 반 뒤인 2026년에 다시 교육감 선거가 예정된 상황이었기에 더욱 평가가 필요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민주 진보 교육감이라는 기획에 대한 평가와 성찰, 토론은 서울만의 과제가 아닐 것이다. 전국적으로 벌어진 여러 사건과 사례를 종합하고, 민주 진보 교육감의 성과와 한계, 단일화 과정의 적절성과 지속가능성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를 주도했던 이들이든, 더 넓은 의미에서의 교육운동이든 이런 주제들을 이야기하고 앞으로를 기획하는 것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정치·사회적 상황도 바뀌었고, 시민사회운동의 여건도 바뀌었다. 단적으로 추진위를 구성하는 단위들도 바뀌었고, 정당들의 구도도 바뀌었다. 교육 현실은 물론, 교육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인식과 담론도 변화해 왔다. 그런데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몇 번 해 봤는데 그냥 이렇게 하면 된다’며 일이 이루어진다. 아니, 오히려 내부에서의 논의와 합의의 과정을 건너뛰고 소홀히 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 진보 교육감’ 기획이 잘 돌아가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공식적인 평가와 접근 방식의 개혁, 소위 ‘민주 진보 교육감’에 대한 근본적 물음, 원칙의 재정립을 해야 할 때다.
반복되는 그리고 새로운 문제점들
서울의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인터뷰에서 나온 문제의식 중에는 여러 지역에 공히 적용될 만한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소위 ‘현직 프리미엄’ 문제가 있다. 재선에 나서는 현직 교육감이 앞선 인지도와 이미 ‘민주 진보 교육감’인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단일화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시작된 것도 정근식 후보의 등록을 위해 일정을 계속 변경한 것이었다.
그나마 서울은 현직 교육감이 단일화 과정 자체에 불참한 예는 아직 없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현직 교육감이 시민사회운동의 단일화 과정 자체를 거부한 채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선출한 민주 진보 단일 후보를 제치고 재선하는 경우도 잦았다. 2018년에는 경기도에서 이재정 교육감이, 광주에서 장휘국 교육감이 단일화 과정을 거부했고, 시민사회운동이 내세운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를 낙선시켰다. 2026년 선거에서도 인천, 전남광주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시민사회운동·교육운동을 무시하고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를 낙선시키고 당선된 교육감들을 자타가 ‘민주 진보 교육감’이라고 불러 주는 이상한 모양새다. 시민사회단체 주도 단일 후보 추진 절차의 권위와 영향력이 점점 약해진 결과일 수도 있고, 교육감들의 이런 행보가 그 권위를 실추시킨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선거에서였다면 탈당하여 무소속 출마한 거나 다름없는 일인데, 정당 개입을 금지한 교육감 선거가 오히려 후보 개인의 권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평가할 대목이다.
교육운동의 조건과 구성도 바뀌었다. 취재하며 전해 들은 한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막바지 회의 때 전교조에서 발언하려고 하자 다른 단체 사람이 “발언권 있냐”라고 했으며, 교원단체는 참관자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인터뷰이 다수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다른 노동조합들과 대중 조직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A
서울에서도 여러 노조들이 교육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번 추진위에도 많이 들어왔다. 전국적으로도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노조들이 추진위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내부 경선에서 민주노총에 표를 배정하기도 한다. 이 점을 짚어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노동운동이나 노동조합들의 참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교육청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조직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조건은 교육 정책이나 교육운동의 의제가 교육감 후보 결정 과정에서 중심 쟁점이 되지 못하는 데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정당의 영향력도 간과할 수 없다. 노조도 그렇고 큰 조직들의 ‘조직 표’ 문제는 그간 경선 과정의 공정성 시비를 초래하곤 했다. 그런데 조직 표 동원의 문제는 노조만이 아니라 정당도 해당된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를 여러 번 지켜봤고 또 이번에 취재하면서 든 생각은, 교육감 직선제 초창기에는 정당들이 어떻게 개입할지 몰랐고 조심스러웠지만, 직선제가 정착되면서 이제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개입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정당 세력들도 많이 찾은 것 같다는 추측이었다. 실제로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도 민주당에서 활동해 온 사람이나 (비공식적이지만) 민주당에 가까운 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친민주당 네트워크를 통해 선거운동이 이루어지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교육감 후보들이 김어준 방송에 나가서 후원금과 지지를 모으거나 민주당 측의 행사에서 유세하는 모습도 있었다.
C
이번 선거에서 정말 충격받은 것 중 하나가 후보들이 파란색 옷을 입고 다녔다는 것이다. 정당 후보들하고 사진 찍고, 홍보하고 다니고. 후보들도 민주당 누가 자기를 지지한다고 홍보하고. 이미 정당이 선거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당과 연결되는 것은 단일화 과정만이 아닌 본선거에도 해당되는 문제다. 어차피 선거는 정치적인 과정이고, 양당제 구도에서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는 선거권자들에게 민주당 쪽 후보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예전부터 지적해 왔지만 오히려 정당을 배제한 채 ‘민주 진보’, ‘보수’, ‘중도’ 하는 식으로 교육감 후보들의 성향을 나누는 것이 교육에서 정치적 다양성을 가로막고 양당제적 관념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아닐까.❸ ‘민주 진보’라는 수식어의 의미와 실질은 무엇일까.
이런 현실 속에서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의 방식에 대해, A, B 활동가는 역할의 측면에서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보를 검증하고, 선출하고, 선거를 하는 것은 정당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며, 시민사회운동에서는 정책을 평가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등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B 활동가는 정당들은 국가로부터 지원금도 많이 받는데, 시민사회운동에선 지원금도 없이 교육감 선거를 하고 있다며, 국가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D 활동가는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항상 선거법 위반 여부가 문제가 되곤 했기에 선거법을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고, 정당이 교육감 선거도 책임지게 한다면 교사의 정치기본권, 청소년의 참정권 등이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소속 단체들과 선거인단에 관한 문제와 불신도 선거를 앞두고 임시로 모여서 만들어지는 추진위 구조 자체에 내정된 측면이 있다. 교육감 선거를 치르면서 시민사회운동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 역시 고민스러운 문제다. 대전 지역에서 교육운동을 하는 한 활동가는 교육감 선거 때문에 단체들 간의 연대와 관계가 악화되었던 경험을 들려줬다. 다른 지역에서도 교육감 선거 단일화를 이루어 내느라, 소위 ‘민주 진보 교육감’을 지원하느라 운동의 역량이 소진되는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선거 때문에 운동이 약화된다면, 교육운동의 입장에선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취재 과정에서 듣게 된 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나 고민들을 지면의 한계상 다 담지 못하여 아쉽다.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은 단일화 과정 그리고 민주 진보 교육감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평가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온 이유는, 그간 교육운동 안에서 제대로 된 평가도 토론도 없었던 것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부디 치열한 비판과 평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➊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정근식 예비 후보 지지 선언”, 〈핀포인트뉴스〉, 2026년 4월 16일.
➋ “‘한만중 지지’ 참여단 6000명 도둑맞았다? 제외 원인 살펴보니”, 〈오마이뉴스〉, 2026년 4월 27일.
➌ 공현(2023), 〈진보 교육감 진보 교육감 기획은 계속 운동일 수 있는가〉, 《한국 교육의 오늘을 읽다》, 교육공동체 벗.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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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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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진보 교육감’ 기획은 퇴보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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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기자
“민주 진보 단일 후보”, “민주 진보 시민 후보”, “진짜 민주 진보 유일 후보”. 2026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벽보들을 보면, 후보 3명이 이런 홍보 문구를 달고 있었다. (총 8명의 후보 중엔 “보수 단일 후보”, “중도 보수 단일 후보” 등의 문구를 단 후보들도 보였다.) 아무래도 단일이나 유일이라는 말을 좀 우스워 보이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서울 민주 진보 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추진위)의 단일화 과정 중 벌어진 논란, 홍제남 후보의 단일화 불참과 한만중 후보의 단일화 결과 불복(다른 후보들도 불복하진 않았지만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이어진 고소·고발, 결국 재선에 성공한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운동 사회 내의 비판과 평가 등 이번 선거는 민주 진보 교육감이라는 기획에 대한 의문과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번에 서울의 난맥상이 눈에 띄게 화려했을 뿐, 유사한 문제는 다른 지역 교육감 선거에서도 이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중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으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다음 교육감 선거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이번에 서울 민주 진보 교육감 선거 과정에 직접 참여했거나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문제의식을 가진 운동 주체들을 취재해 보았다.
추진위에 대한 포괄적인 회의감
취재에 응한 이들 중에는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기획에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서울 지역에서 교육운동을 하는 A 활동가는 단체 내부에서도 “옛날에는 (단일 후보) 추진위라는 기구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독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더라”라고 전하며, “다음에 추진위를 또 만든다고 그러면 결사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단일화 과정과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교육청에서 한자리하는 등의 모습이, 그런 자리와 이익을 위해서 추진위를 하나 회의감을 느끼게 했다고 꼬집었다.
역시 서울에서 활동해 온 B 활동가는 출마하려는 후보들에게 추진위에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권한 적도 있다고 했다.
B 활동가 본인도 예전에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 및 선거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 추진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공약 평가라든가, 지금 교육감 후보가 가져야 하는 정책은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띄운다든가, 선거 기간에 여러 가지 활동과 과정이 더 있으면 좋겠다”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 과정에 여러 차례 참여해 본 경험이 있고 이번 추진위에서도 활동한 C 활동가는, “교육감 선거 방식을 바꾸고 법을 개정하는 것도 오래 걸릴 테고, 4년 후에 과연 이루어질까도 알 수 없다. 아직까진 단체들에 의한 단일화는 숙제인 것 같다. 교육운동 진영이 갖고 있는 힘, 이번엔 미약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갖고 있는 힘을 놓아 버리면 안 된다”라고 하면서도, 단일화와 선거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짚으며 “처절한 반성과 평가”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과연 누구와, 어떻게 함께하고 있는가
구체적인 문제가 불거진 것은 추진위 참여 단체를 늘리고 선거인단을 가입시키는 과정에서였다. 이번 추진위에 참여한 D 활동가는 가입 단체 가운데 교육운동과의 관련성이나 활동 목적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모임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역 연고 모임이나 친목 성격의 모임, 스포츠 동호회 등도 교육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추진위에 가입했으며, 이들의 참여가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절차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추진위는 몇 개월에 걸쳐 가입 단체를 확대했다. 문제는 교육운동을 함께해 온 단체라고 보기 어려운 곳들, 때로는 가치 지향이나 정체가 불분명해 보이는 단체들도 가입했고, 이를 걸러낼 수 있는 기준이나 규정은 부재했던 것이다. 추진위 내에서도 단체를 검증하고, 교육운동과 무관하거나 영리 목적의 단체는 배제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검증 결과 부적절한 단체라고 판단되어도, 단체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추진위에서 내보내지 못했다. 사전에 합의된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선거를 앞두고 임시로 구성되는 추진위의 성격상 소속 단체를 심사하거나 선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한번 명시적인 규정을 떠올리려고 해 봐도 뾰족한 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최대한 많은 조직과 사람, 돈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에 아주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교육감 직선제 초기에는 그래도 교육운동을 해 오면서 알음알음 서로 알고 기본적 신뢰를 가진 주체들이 중심이 되어 선거 준비가 이루어졌다. 이제는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났고, 그 효능을 경험하면서 교육감 선거에 참여·개입하는 곳들이 훨씬 많아졌다. 그 대신 추진위나 후보들 간의 신뢰나 연대감은 옅어졌다. 취재하면서 만난 다른 지역의 한 활동가는 평소 교육운동에서 전혀 만나 보지 못했던 대학 교수 같은 사람들이 갑자기 교육감 출마를 선언하는 사례, 지역에서 운동을 별로 하지 않던 민주당에 가까운 조직·모임 등이 교육감 선거 추진위에 참여하는 문제를 토로했다.
단일화 경선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킨 가장 큰 문제는 선거인단 조직적 가입에 대한 의심이었다. 현 교육감인 정근식 후보가 추진위에 참여한 뒤에 선거인단 가입이 급증했다는 등의 정황이 있었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가 정근식 예비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❶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거인단 중 참여비 타인 납부가 확인되거나 본인이 가입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삭제 요청을 하여 명단에서 뺀 경우가 1,000여 명으로 알려졌다.❷ 그 때문에 이 선거인단으로 경선을 치르는 것이 공정하고 적절한지 우려와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직접적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은 선거인단 문제였지만, 취재하면서는 근본적으로 추진위 내에서 이미 불신과 반목의 골이 깊었다는 점도 문제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진위에 참여했던 인터뷰이들은 후보들 사이에서 이전 선거보다도 더 갈등이 심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추진위에 참가했던 인터뷰이 다수가 ‘이 사람은 누구 후보 측 사람, 저 사람은 누구 측’ 하는 갈라치기와 갈등이 심했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회의 때 반대 측(이라고 믿는) 사람이 발언하면 소리를 지르고 조롱과 야유를 보내는 등 함께 더 나은 교육과 정치, 운동을 만들어 가려는 태도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도 벌어졌다. C 활동가는 당시를 떠올리며 “누가 발언하면 박수치고, 누가 발언하면 야유와 아우성…… 또 어떤 누군가가 하면 쟤는 어느 후보에 유리하게 말하는 사람이라고 분류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게 추진위일 수가 있나”라고 한탄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추진위의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진보교육’에 대한 목적과 비전을 공유한 운동·정치 주체들이 모여 더 나은 교육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될 수 없었다. 서로를 의심하고 불신하는 이들이 모여서 누가 교육감이 될 기회를 잡을지 다투는 자리에 가까웠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선거인단 모집이나 경선 중의 미흡한 점이나 석연치 않은 부분 등이 모두 불복과 소송의 이유가 될 수밖에 없었다.
기초부터 부실했던 운영
추진위 운영은 가입 단체나 선거인단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정교하지 못했다. 110여 개의 단체가 추진위에 가입했지만 회의 출석률은 높지 않았다. 심지어 상임 대표들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일이 잦았다. 운영 과정에서도 결정 사항을 정리한 회의록이 공유되지 않아 혼선이 생기는 등 문제가 있었다.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과 소수의 주도층 이외에 추진위 참여 단체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점, 양방향에서의 문제를 보여 준다.
추진위에 참여했던 인터뷰이들은 추진위에서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충분히 지켜지지 못한 것을 중요한 평가 지점으로 이야기했다. 이전 선거에서도 해 봤던 방식이고 관련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단일화 절차나 법적 대응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주경복 후보 때부터 따지면 18년, 2010년부터 따지면 16년이 흘렀고, 재보궐 선거 등까지 더해 민주 진보 단일 후보가 도합 8번 정해졌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을 책임지고 운영해 온 주체들의 선의나 열정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반복하여 비슷한 절차를 밟으면서,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를 만들어 내는 단위가 소위 ‘고인 물’이 된 것은 아닐까. 어려운 일을 해 봤고 해냈다는 자신감과 관록이, 이전의 방식을 답습하게 할 위험성을 돌아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실제로 내부에서도 공식적 평가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B 활동가는 2024년 보궐 선거 때 문제가 있다고 느꼈고, 당시에는 급박한 일정에 여유가 없어 사후에라도 평가하자고 이야기했지만 평가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1년 반 뒤인 2026년에 다시 교육감 선거가 예정된 상황이었기에 더욱 평가가 필요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민주 진보 교육감이라는 기획에 대한 평가와 성찰, 토론은 서울만의 과제가 아닐 것이다. 전국적으로 벌어진 여러 사건과 사례를 종합하고, 민주 진보 교육감의 성과와 한계, 단일화 과정의 적절성과 지속가능성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를 주도했던 이들이든, 더 넓은 의미에서의 교육운동이든 이런 주제들을 이야기하고 앞으로를 기획하는 것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정치·사회적 상황도 바뀌었고, 시민사회운동의 여건도 바뀌었다. 단적으로 추진위를 구성하는 단위들도 바뀌었고, 정당들의 구도도 바뀌었다. 교육 현실은 물론, 교육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인식과 담론도 변화해 왔다. 그런데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몇 번 해 봤는데 그냥 이렇게 하면 된다’며 일이 이루어진다. 아니, 오히려 내부에서의 논의와 합의의 과정을 건너뛰고 소홀히 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 진보 교육감’ 기획이 잘 돌아가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공식적인 평가와 접근 방식의 개혁, 소위 ‘민주 진보 교육감’에 대한 근본적 물음, 원칙의 재정립을 해야 할 때다.
반복되는 그리고 새로운 문제점들
서울의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인터뷰에서 나온 문제의식 중에는 여러 지역에 공히 적용될 만한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소위 ‘현직 프리미엄’ 문제가 있다. 재선에 나서는 현직 교육감이 앞선 인지도와 이미 ‘민주 진보 교육감’인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단일화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시작된 것도 정근식 후보의 등록을 위해 일정을 계속 변경한 것이었다.
그나마 서울은 현직 교육감이 단일화 과정 자체에 불참한 예는 아직 없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현직 교육감이 시민사회운동의 단일화 과정 자체를 거부한 채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선출한 민주 진보 단일 후보를 제치고 재선하는 경우도 잦았다. 2018년에는 경기도에서 이재정 교육감이, 광주에서 장휘국 교육감이 단일화 과정을 거부했고, 시민사회운동이 내세운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를 낙선시켰다. 2026년 선거에서도 인천, 전남광주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시민사회운동·교육운동을 무시하고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를 낙선시키고 당선된 교육감들을 자타가 ‘민주 진보 교육감’이라고 불러 주는 이상한 모양새다. 시민사회단체 주도 단일 후보 추진 절차의 권위와 영향력이 점점 약해진 결과일 수도 있고, 교육감들의 이런 행보가 그 권위를 실추시킨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선거에서였다면 탈당하여 무소속 출마한 거나 다름없는 일인데, 정당 개입을 금지한 교육감 선거가 오히려 후보 개인의 권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평가할 대목이다.
교육운동의 조건과 구성도 바뀌었다. 취재하며 전해 들은 한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막바지 회의 때 전교조에서 발언하려고 하자 다른 단체 사람이 “발언권 있냐”라고 했으며, 교원단체는 참관자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인터뷰이 다수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다른 노동조합들과 대중 조직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노동운동이나 노동조합들의 참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교육청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조직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조건은 교육 정책이나 교육운동의 의제가 교육감 후보 결정 과정에서 중심 쟁점이 되지 못하는 데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정당의 영향력도 간과할 수 없다. 노조도 그렇고 큰 조직들의 ‘조직 표’ 문제는 그간 경선 과정의 공정성 시비를 초래하곤 했다. 그런데 조직 표 동원의 문제는 노조만이 아니라 정당도 해당된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를 여러 번 지켜봤고 또 이번에 취재하면서 든 생각은, 교육감 직선제 초창기에는 정당들이 어떻게 개입할지 몰랐고 조심스러웠지만, 직선제가 정착되면서 이제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개입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정당 세력들도 많이 찾은 것 같다는 추측이었다. 실제로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도 민주당에서 활동해 온 사람이나 (비공식적이지만) 민주당에 가까운 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친민주당 네트워크를 통해 선거운동이 이루어지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교육감 후보들이 김어준 방송에 나가서 후원금과 지지를 모으거나 민주당 측의 행사에서 유세하는 모습도 있었다.
정당과 연결되는 것은 단일화 과정만이 아닌 본선거에도 해당되는 문제다. 어차피 선거는 정치적인 과정이고, 양당제 구도에서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는 선거권자들에게 민주당 쪽 후보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예전부터 지적해 왔지만 오히려 정당을 배제한 채 ‘민주 진보’, ‘보수’, ‘중도’ 하는 식으로 교육감 후보들의 성향을 나누는 것이 교육에서 정치적 다양성을 가로막고 양당제적 관념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아닐까.❸ ‘민주 진보’라는 수식어의 의미와 실질은 무엇일까.
이런 현실 속에서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의 방식에 대해, A, B 활동가는 역할의 측면에서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보를 검증하고, 선출하고, 선거를 하는 것은 정당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며, 시민사회운동에서는 정책을 평가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등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B 활동가는 정당들은 국가로부터 지원금도 많이 받는데, 시민사회운동에선 지원금도 없이 교육감 선거를 하고 있다며, 국가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D 활동가는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항상 선거법 위반 여부가 문제가 되곤 했기에 선거법을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고, 정당이 교육감 선거도 책임지게 한다면 교사의 정치기본권, 청소년의 참정권 등이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소속 단체들과 선거인단에 관한 문제와 불신도 선거를 앞두고 임시로 모여서 만들어지는 추진위 구조 자체에 내정된 측면이 있다. 교육감 선거를 치르면서 시민사회운동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 역시 고민스러운 문제다. 대전 지역에서 교육운동을 하는 한 활동가는 교육감 선거 때문에 단체들 간의 연대와 관계가 악화되었던 경험을 들려줬다. 다른 지역에서도 교육감 선거 단일화를 이루어 내느라, 소위 ‘민주 진보 교육감’을 지원하느라 운동의 역량이 소진되는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선거 때문에 운동이 약화된다면, 교육운동의 입장에선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취재 과정에서 듣게 된 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나 고민들을 지면의 한계상 다 담지 못하여 아쉽다.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은 단일화 과정 그리고 민주 진보 교육감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평가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온 이유는, 그간 교육운동 안에서 제대로 된 평가도 토론도 없었던 것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부디 치열한 비판과 평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➊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정근식 예비 후보 지지 선언”, 〈핀포인트뉴스〉, 2026년 4월 16일.
➋ “‘한만중 지지’ 참여단 6000명 도둑맞았다? 제외 원인 살펴보니”, 〈오마이뉴스〉, 2026년 4월 27일.
➌ 공현(2023), 〈진보 교육감 진보 교육감 기획은 계속 운동일 수 있는가〉, 《한국 교육의 오늘을 읽다》, 교육공동체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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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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