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호[연재] 공교육 속에 동물권교육의 씨앗을 심다 | 김은지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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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한 교육 ④

공교육 속에 동물권교육의 씨앗을 심다

학교에서의 동물권교육과 실천


김은지 kimuj2113@korea.kr
경기 하남 위례초 교사


저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17년 차 초등 교사입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동물을 키우자며 졸라 대지요. 저 또한 어렸을 적에 반려동물을 키워 본 적이 있고 동물을 좋아하기에 잠시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 맙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거기에 제가 좋아하는 세계시민교육을 연구·실천하고 있기에 또 다른 생명을 책임지는 일까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 10년 넘게 ‘갈빗집 딸’로 살아왔고,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채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건은 아닙니다. 이런 제가 어떻게 ‘동물권교육’과 ‘동물복지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요? 그 시작은 ‘세계시민교육’이었습니다. 첫 발령을 기다리며 읽은 책에서 본 ‘수입의 1%를 기부하는 삶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삶’이라는 문구에 감명을 받아 첫 월급부터 해외 아동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어려워졌지만 이는 세계시민교육에 있어서는 새로운 전환점이었습니다. 감염병으로 인한 혐오와 차별 문제, 생태계 복원 현상,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에 대한 생태학적 고찰로 ‘원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이 중요해진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원헬스는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이 서로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으로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이 시기에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인수 공통 감염병과 관련한 야생 동물 착취, 동물 실험의 현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많은 반려동물이 유기되고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기사에 마음이 아파 왔습니다. 지금까지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교육받고 생각해 왔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인간 또한 동물이고 생태계에서 하나의 종에 지나지 않지만, 다른 동물 위에 군림하며 인수 공통 감염병 및 기후 위기,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는 생각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제가 세계시민교육 속에서 ‘공존’의 가치를 추구하며 ‘동물사랑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동물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동물의 아픔에 안타까워하고, 동물 실험 관련 기사를 읽고 원격 수업으로 진행된 신호등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동물권이 무엇인지 점차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를 만나다


2020년 3월 21일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미성년자 동물 해부 실습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다양한 기사와 공문이 쏟아졌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개구리 해부 AR 실감형 콘텐츠’와 함께 동물권행동 카라의 ‘동물 해부 모형 대여 사업’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당시,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으로 동물권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였기에 해부 모형 대여를 신청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동물권 관련 시민단체의 존재도 알게 되었습니다. 2021년부터는 카라가 현직 교사와 함께 개발한 동물권교육 학습 지도안을 활용하며 본격적으로 동물권교육을 시작했습니다.

2022년에는 경기도 세계시민교육 연구회 등에서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동물권교육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2022년에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동물사랑배움학교’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였고, 근무하는 학교 또한 동물사랑배움학교로 선정되어 4월 대면 연수에서 다시 한 번 동물권행동 카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교육아카이브팀 박선미 활동가의 강연을 들으며 학년 교육과정 속에서 펼쳐 나갈 동물권교육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6월에는 카라의 ‘접속하는 동물권교육’을 신청하여 5학년 11학급 약 300명의 학생들이 동물 보호 시민단체의 활동을 이해하고 반려동물과 관련한 동물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아름품 입양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반려동물들의 정보를 보내 주셔서 이를 바탕으로 ‘입양 홍보 웹포스터’를 만든 것은 정말 의미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경기도 내 관심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세계시민교육 역량 강화 전문가 초청 강연’에서도 동물권을 주제로 카라의 활동가들을 모시게 되었고, 연구회의 선생님들과도 아름품과 킁킁도서관에 직접 방문하여 다양한 동물 친구들을 만나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에도 카라가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교육 자료를 활용하면서 전국에 있는 34개교의 동물사랑배움학교 중 최우수 학교로 선정되었고, 감사하게도 제4회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 교육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에는 카라가 경기도교육청 및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특수 분야 연수 기관으로 지정받아 ‘선생님, 동물권이 뭐예요? - 교사들을 위한 동물권교육’ 연수를 운영했고, 저는 이 중 ‘현직 교사의 동물권교육’ 강의를 진행하였습니다.

학생과 교사 모두가 성장하는 동물권교육

저는 처음부터 거창한 의미를 가지고 동물권교육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는 소중하다는 ‘생명 존중’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만 생각했던 제가 생태학적 관점에서 삶을 바라봤을 때 느꼈던 부끄러움을 우리 아이들에게는 좀 더 일찍 일깨워 주고 싶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존’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최재천 교수는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전환은 ‘생태적 전환(ecological turn)’이며, 약육강식의 경쟁에서 승리한 호모 사피엔스의 자만을 털어 내고 다양한 생명체와 공생하는 인간인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 거듭나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무분별한 발전은 다양한 문제를 초래하였고 이는 멸종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공멸’이 아닌 ‘공존’을 위해 ‘비인간 동물’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물권교육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의 증가와 비례하여 동물 학대 및 유기 문제가 증가하고 있으며, SNS의 발달로 미디어를 통한 동물 범죄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동물권교육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본성을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동물이 학대로 고통받는 사진과 영상을 공유한 ‘동물판 N번방’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3인 중 1인이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에서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지 않을 때 유기와 학대와 같은 문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명 감수성을 키우며 동물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2022년, 학교에선 5학년 부장을 맡게 되면서 학교자율과정 주제를 ‘공존하는 세계 시민’으로 설정하고 인권과 동물권, 생태환경교육으로 내용을 구성하였습니다. 4월 ‘존중이 빛나는 인권교육’에 이어 5월 ‘공존이 빛나는 동물권교육’을 계획했고, 마침 5월이 동료 장학 시기였던지라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공동 수업안을 개발하여 동물권교육으로 공개 수업을 하는 무모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국어, 미술, 실과, 창체를 재구성하여 20차시를 확보했으나, 동물권교육과 관련하여 전문성이 부족했기에 제가 동물사랑배움학교 연수에서 알게 된 내용을 공유하였습니다. 또한 동물권과 관련된 책을 구입하여 함께 읽으며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동료 장학은 《멋진 하루》(안신애)라는 그림책을 읽고 동물의 아픔에 공감한 후,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멋진 하루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둠별로 발표하는 수업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실험 동물(토끼)을 선택한 모둠은 〈랄프를 구해 줘(Save Ralph)〉(스펜서 서저 감독)라는 영상을 찾아 발표하며 많은 친구들이 실험 동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농장 동물(닭)을 선택한 모둠은 역할극으로 공장식 축산으로 힘들어하는 닭의 감정을 표현하며 동물 복지 인증 농장의 현실적인 어려움까지 담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프로젝트 활동은 영화 〈언더독〉(오성윤·이춘백 감독) 관람 및 감독님과의 온라인 만남, 카라의 접속하는 교육 및 입양 홍보 포스터 만들기 활동, 비건 샌드위치 만들기, 비글 돕기 이불 모으기 캠페인까지 이어졌습니다. 주도적으로 참여하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동물권 수업의 마무리 시간에는 식물도 ‘식물권’이 있지 않냐며 생명 감수성이 신장된 아이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세 명의 학생이 칠판 앞으로 나와 역할극을 하고 있다. 한 명은 가면을 쓰고, 두 명은 동물복지 인증 마크 확인 후 제품을 구매합시다, 공장식 축산을 반대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동료 장학 공개 수업에서 동물 복지 인증 양계장을 주제로 한 역할극


프로젝트 수업에 함께 참여한 동학년 선생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어려웠지만, 아이들이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해 보는 활동 자체가 정말 의미 있었어요. 저 또한 선생님들과 함께 동물권교육을 연구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좀 더 확장된 것 같아요.” “동물이 행복한 것이 결국 사람도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임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과 저 모두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세계시민교육 동물권 분과에서 함께 연구한 선생님께서도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올해 1학년 담임을 처음 맡아서 세계시민교육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인권’은 몰라도 동물에 대한 관심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동물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이 한가득 느껴졌어요. 추천해 주신 책들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서로 빌려 갈 정도로 정말 좋아했어요!”


공교육 안에서 동물권교육 시작하기


저자가 강단에서 수업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최근 세계시민교육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동물권교육


최근 몇 년간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 연수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주제가 바로 ‘동물권교육’입니다. 새로운 주제에 대한 관심은 곧 그 사회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교육의 필요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물권교육은 ‘생명 존중 교육’이라는 점에서 이미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동물에 큰 관심과 흥미를 보인다는 점, 여러 교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먼저 도덕 및 윤리 교과, 창의적 체험 활동 등으로 생명 존중과 관련하여 생명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어 교과와 연계하여 동화책을 활용한 온책읽기 수업, 역할극을 활용한 수업, 영화 활용 수업, 토론 수업 등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사회 교과에서는 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사회 문제(유기, 학대, 「동물보호법」 등)를 알아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까지 연결할 수 있습니다. 미술 교과에서는 펫티켓 및 입양 홍보 포스터 만들기, 동물 보호 캠페인 홍보 영상 만들기 등이 가능합니다. 실과 및 가정 교과에서는 동물 관련 의생활 및 식생활 수업으로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식물성 참치, 식물성 햄 등을 활용하여 비건 카나페 또는 비건 샌드위치를 만들 수도 있고, 학교 급식에 채식 식단을 건의할 수도 있습니다. 동물 복지 인증 또는 크루얼티 프리 제품 선택하기 등의 윤리적 소비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 방법을 알아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학생 주도 캠페인의 경우에는 창의적 체험 활동의 자율 활동, 동아리, 봉사 활동으로도 연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4월 24일 세계 실험동물의 날, 10월 2일 세계 농장동물의 날,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 10월 15일 세계 동물권 선언의 날 등의 국제 기념일을 활용한 계기 교육으로도 동물권교육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사 교육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동물과 관련한 선생님의 경험을 녹여 낸다면 그 무엇보다 효과적인 동물권교육이 되지 않을까요?

이처럼 동물권교육은 교육과정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생태적 관점에서 공감의 대상을 ‘비인간 동물’까지 넓혀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 또한 동물이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고, 교사가 먼저 ‘애완동물’이나 ‘주인’과 같은 종 차별적 언어보다는 ‘반려동물’, ‘반려인’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 좋습니다. 또한, 감정적인 호소나 죄책감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대안 모색’ 및 ‘실천’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며, 농장 동물의 경우에는 동물이 ‘살아 있는 동안’ 행복할 권리의 측면에서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학생에 따라 사진 및 동영상이 충격적일 수 있으므로 교육적 관점에서 사전 점검할 필요도 있습니다. 동물을 선택할 때에는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반려동물부터 시작하여, 동물원 동물-길고양이-농장 동물-야생 동물-윤리적 소비에 이르기까지 학생의 발달 단계 및 수준에 맞추어 주제를 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런 내용은 카라 연수 및 동학년 선생님들과의 공동 연구 과정에서 알게 된 것으로, 동물권교육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실천으로 연결하는 교육

세계시민교육 연수 때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감수성’을 길러서 ‘실천’까지 연결하라는 것입니다. 세계시민교육을 9년째, 동물권교육을 4년째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실천을 통해 학생들과 제가 변화하고 성장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엄마에게 말해서 동물 복지 인증 달걀을 구입했다며 인증 사진을 보내 주던 아이, 강아지를 사 달라고 졸라 대던 아이가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엄청난 책임감과 준비가 필요하다며 180° 달려졌다는 학부모님의 연락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문 안내판에 ‘애완동물’ 출입 금지라고 되어 있다며 ‘애완동물’ 글씨에 볼펜으로 X표를 하고 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친구의 이야기에 반 전체에 잠시 정적이 흘렀던 에피소드는 교직 생활에서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 또한 동물권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하였습니다. 재생 가죽으로 만든 워커화를 사고 지인들의 선물로 비건 화장품을 고르는 등 물건을 구입할 때 좀 더 신중해지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아무렇지 않게 입었던 동물 털이 달린 코트를 더 이상 입지 않게 되었고, ‘고기 없는 월요일’과 비건 요리 클래스에도 참여하며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실천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1년에 시작한 ‘영화로 보는 세계시민교육’ 분과 활동의 결과물로 워크북을 만들 때에도 동물원 동물들의 삶을 다룬 〈동물, 원〉(왕민철 감독)이라는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스크린에 비친 청주동물원 동물들의 눈빛……. 그리고 동물들의 이름이 출연진 목록으로 당당히 올라오던 엔딩 크레딧 장면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22년에서 2023년에 걸친 두근두근 영화학교 교사 자문단 활동에서는 영화 〈언더독〉으로 교육 자료를 개발했습니다. 2년 연속으로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영화를 활용하여 수업을 했는데, 반려동물 유기 문제, 로드킬, 개 공장 등의 문제를 애니메이션으로 흥미롭게 다루고 있어서 더욱 효과적인 동물권 수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로 보는 세계시민교육’ 워크북은 2년간 노력 끝에 《선생님, 우리 영화로 세계시민 만나요!》(변지은·김은지 외, 살림터)라는 책으로 정식 출간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과의 공존, 지속 가능한 지구를 꿈꾸며’라는 챕터에 생물 다양성과 동물권에 대해 집필하며 더욱 깊게 공부할 수 있었고, 12명의 저자가 한마음으로 인세를 전액 기부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근에는 동물권행동 카라와 비글구조네트워크에 기부하였습니다.

제가 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족과 함께한 실천입니다. 2022년, 2023년 딸들과 함께 서울동물영화제에 참석하여 영화를 관람하였고, 카라의 아름품과 킁킁도서관은 저희 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들이 장소가 되었습니다. 아직 어려서 용돈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힘들어하는 동물들을 위해 써 달라며 주머니에 있던 동전과 꼬깃꼬깃 접힌 지폐를 꺼내어 모금함에 넣는 딸들의 모습에 콧잔등이 시큰해져 왔습니다. 시민단체에 후원을 시작하며 해양 플로깅 행사와 버드 세이버 부착 활동에도 참여하였고 이렇게 저희는 환경과 동물을 사랑하는 가족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세 명의 어린이가 여러 개와 고양이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다.

두 어린이와 함께 창문에 손톱만한 작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세 어린이와 두 어른이 해양 보호를 독려하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동물권행동 카라 아름품에서의 즐거운 시간
/ 하남시청소년수련관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 부착
/ 환경운동연합의 ‘고래를 위한 바다’ 해양 플로깅(백리포 해수욕장)


가족들과 함께 사회 참여 활동을 하며 ‘학생들과도 동물권 관련 사회 참여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비글구조네트워크에서 비글들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이불과 담요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포스터 제작팀, 웹포스터 제작팀, 홍보팀, 지원팀 등으로 나누어 희망하는 팀에서 활동하였습니다. 학생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홍보 활동’을 통해 수건, 담요, 이불 등을 기부받았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총 7개 상자의 물품을 비글구조네트워크로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캠페인 내내 진지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준비하고 비건 젤리를 들고 신나게 홍보 활동을 나가던 반짝이는 모습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캠페인을 해서 동물들을 도울 수 있어서 너무 뜻깊었어요!”라는 학생의 소감부터, “삶에서 앎을 실천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그 어떤 강의보다도 인상 깊었다”는 교사 연수 후기에 이르기까지, 학생들과 저희 가족의 ‘실천’은 학생 대상 교육 및 교사 대상 연수에서 그 어떤 자료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2022년, 5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국정)에 나온 ‘유니크펫숍’이라는 단어가 2023년에는 ‘펫아이템숍’으로 수정되어 출간된 것, 2023년 10월 ‘반려견’ 및 ‘반려묘’가 표준어에 추가된 소식, 2024년 1월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변화를 위한 실천과 참여의 힘을 느끼게 해 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반의 학생들이 캠페인 포스터와 동물복지 인증 마크를 들고 모여 서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물품을 모아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보내는 활동을 학생들이 주도하여 했습니다.


동물권교육의 씨앗이 멀리 퍼져 나가길


늘첨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전 늘첨 12기 ○○○이에요!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5학년이 되고 정말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었어요! 전 오늘 졸업을 해요 ㅠㅠ. 기분이 이상한데요……. 그런데 선생님이 생각이 나더라구요……!
선생님께서 알려 주시고 보여 주신 대로 중학교에 가서도 바른 인성으로 공부도 열심히 해서 꼭 선생님처럼 누구에게나 존경받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될게요!! 선생님께서는 공부도 잘 가르쳐 주시고 재미있는 활동, 수업을 해 주셨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인권’이나 ‘동물권’ 또 ‘환경’에 관련된 활동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덕분에 6학년 때도 수업에 활용할 수 있었어요 ㅎㅎ.
전 무엇보다 선생님의 인성을 본받고 싶어요……! 항상 모두에게 친절히 대해 주시고 앞장서 나서시고 생각하는 건 실천으로 옮기시고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저는 선생님 복이 참 많은 사람 같아요 ㅎ.
중학교 가서도 열심히 할게요! 꼭 노력해서 멋진 사람이 될게요! 항상 사랑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자 ○○○ 올림



작년 제자가 얼마 전에 졸업하며 편지를 한 통 주고 갔습니다.

저의 가르침이 1년이 지난 후에도 학생들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음에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물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한 교육’의 연재를 마무리하며, 첫 번째 글의 “우리의 지구에게 어떤 아이들을 물려줄 것인가?”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피에르 라비의 말을 되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교육’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양한 생명체와 함께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그려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구에게 공존의 가치를 알고 아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아이들을 많이 물려줄 수 있도록, 공교육에 퍼뜨린 동물권교육이라는 씨앗이 더욱더 멀리 퍼져 나가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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