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호[기획] 서이초 사건 1년, 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에 대한 성찰 | 서이초 담론 프레임의 특징과 한계| 성열관 안상진 이지은

2024-07-29
조회수 199

[기획] 서이초 사건 1년, 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에 대한 성찰


서이초 담론 프레임의
특징과 한계

 

성열관

yksung@khu.ac.kr

경희대학교 교수

 

안상진

korlife@hanmail.net

경희대학교 박사과정

 

이지은

jeenplus@korea.kr

경희대학교 박사과정


 

들어가며[ref]이 글은 [성열관·안상진·이지은(2024), 〈서이초 사건 이후 형성된 담론 프레임의 특징 및 한계〉, 《한국교육》, 51(1), 69~94쪽]의 일부 내용을 수정·보완하여 작성하였다.[/ref]

 

2023년은 서이초 사건이 발생하여 한국 교육에 매우 중대한 일이 벌어진 해라고 볼 수 있다. 기실 이 사건은 하나의 우연한 사건이기보다 그 이전부터 점증되고 있었던 문제(한상희 외, 2018)가 양질전화(量質轉化)로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이 사건 이후 약 반년 이상에 걸쳐 한국 교육계에서 벌어진 담론과 교육 정책의 발전 과정을 분석하고, 그 특징과 한계를 밝히는 일은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과제로 주어졌다.

이 사건은 매우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아직 학술적인 연구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최근 예비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 참여한 경험을 내러티브 연구로 분석한 논문(이경윤, 2023)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 참석한 예비 교사들이 선배 교사의 아픔에 공감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경험에서, 교사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공감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 시위에 참여한 많은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의 죽음이 곧 나의 죽음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서 참여하였다는 사실에 있다. 이에 교원단체·교원노조는 문제의 발단이 주로 학부모의 악성 민원 때문이라 판단하고, 교육 당국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교사의 안전한 교육 활동을 위한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였다.

이처럼 서이초 교사에 대한 추모와 사건에 관한 관심은 한국 교사들에게 매우 중대한 충격과 변화를 주었다. 지난해 7월 18일 이후 서이초 사건과 관련한 담론은 어떻게 성장, 발전하였으며, 어떤 프레임을 형성하였고, 그 의의와 한계에 대해 차분히 분석해 보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담론은 한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믿고, 욕망을 갖고, 의미를 추구했는지 알게 해 준다(Gee, 1999). 담론의 생성과 운동은 또 다른 담론을 만들어 내며 새로운 현실로 발전된다(Hall, 1997). 이 과정에서 담론은 정책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는 현실을 계속해서 창조해 나간다(Fairclough, 2001). 이 연구는 특히 서이초 사건을 바라보고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간 담론 프레임에 관한 관심을 모티브로 진행되었다. 왜냐하면 프레임은 세상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틀이기 때문이다. 프레임은 언어로 구성되어 생각에 영향을 주는 것이며,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특징을 지닌다(최종술, 2016).

이 글은 정부 등 교육 당국의 문서, 교원단체·교원노조의 문서를 주요 담론 프레임 분석 데이터로 삼았다. 정부 당국은 교육부 및 주요 시도교육청 보도자료 등을 분석하였으며, 이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교사의 담론을 분석하기 위해 주요 교원단체·교원노조의 문서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였다. 연구 대상 단체들은 서이초 사건 전반에 걸쳐 공동 성명을 발표하거나 교사 집회를 주도하고, 교육부와 협상한 6개 교원단체·교원노조 중에서 5곳을 선정하였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교조,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총이다.

 

 

담론 프레임의 형성 및 변화 과정

 

이처럼 광범위하게 문서를 분석해 본 결과, 사건의 원인이 크게 보아 (1) 학생인권조례 때문, (2) 악성 민원 때문, (3)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때문이라는 원인 인식이 두드러졌다. 이와 같은 원인 인식과 그 결과로 발생한 문제들, 예를 들어 교권 침해나 교육 활동 위축 등이 한 쌍을 이루어 프레임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었다.

세 프레임은 대체로 동시에 존재하였으나 ‘학생인권 대 교권’ 프레임은 서이초 사건 이후 초기에 일시적으로 등장했다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다음에는 ‘악성 민원 대 교권 보호’ 프레임이 비교적 두드러진 시기가 있었다. 물론 악성 민원 관련 담론은 초기부터 존재했다. 아동학대처벌법 관련 프레임도 초기부터 최근까지 지속되었으나 서이초 사건 이후 특정 시점 이후에 법 개정을 중심으로 논의가 발전하면서 후기에는 다른 프레임에 비해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에 대한 담론은 명확히 구분은 어렵지만 학생인권과 대비되는 교권은 교사의 권위(authority)로서의 교권이 비교적 두드러졌으며, 악성 민원에 대비되는 교권은 교사의 권리(rights)가 비교적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사의 자살, 우울증, 심리적 충격 및 상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등 교사의 권리 측면에서의 보호가 비교적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를 간략히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서이초 담론 프레임의 한계와 시사점

 

문제 행동 학생 소외 문제

서이초 사건 관련 담론 전체를 살펴보았을 때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소외 문제가 발생하였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분리하면 교사는 수업하기 좋을 수 있으나 분리된 학생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 학생은 연령에 따라 받아야 하는 필수 교육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를 다루기에는 서이초 사건 이후 그동안 억눌리고 힘들었던 교사의 기본적 수업권과 생활 지도권 보장이 약했기에 그 불균형을 맞추는 최소한의 시기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생활지도고시 제정, 교권 보호 4법 개정,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된 지금이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정서 행동 위기 학생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지도해야 할지 고민할 때이다. 우리 연구진은 담론 프레임에서 교육부 대책이나 교원단체·교원노조의 관심이 학생 분리에 치우치다 보니 학생 문제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무시되고 있다고 보았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은 어떻게 보면 더 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학생일 수 있고 분리 조치 시 자신의 연령에서 받아야 하는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임에도 학생 문제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담론 프레임은 해당 사건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경제적으로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기 때문에 유용하나 반면에 이 틀로 볼 수 없는 문제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상당히 많은 갈등 사례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분쟁이나 심지어 소송을 일으키는 경우는 학교에서 소외되거나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학생들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있었다.

서구에서도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분쟁은 특수교육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Dunklee & Shoop, 1986). 한국에서도 특수교육 대상자뿐만 아니라 경계선 지능이나 인지장애 학생들에게 벌어진 일을 중심으로 분쟁이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훈육의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이 학생들은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에게 대드는 학생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성열관, 2021). 이 학생들이 또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학교폭력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교사들이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가 많다. 비행을 저지르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교사의 손을 떠나 경찰이나 사법 기관으로 가기 때문에 다른 국면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 또 학교에서는 다른 학생들에게 쉽게 따돌림이나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이 있다. 학업 성취도가 매우 낮거나 경계선 지능 학생들도 그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러나 악성 민원, 소송, 학부모 갑질이라는 급한 문제를 중심으로 프레임이 형성되다 보니 정작 해당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는 논의가 생략된 경향이 있다.

 

학부모 단절 문제

이번 사건에서 교사는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해서는 분리를 원하고, 해당 학부모의 민원에 대해서는 단절을 요구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제 학부모가 교원 개인 휴대전화로 민원을 제기할 수 없으며, 민원 대응팀을 통해 민원에 대해 체계적으로 응대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한 비대면 처리, 자동 응답 전화 등 학부모 악성 민원을 차단하는 조치가 시행된다. 이러한 조치는 교권 보호를 위해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교사 개인 휴대전화는 사적인 통신 수단이기 때문에 공개를 제한하는 것은 일리 있는 조치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교사는 학부모와 정기적이고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학부모-교사의 수시 상담은 물론 이메일이나 공식적인 학교 전화, 그리고 다양한 방식의 통신 방법을 통해서 미연에 오해의 소지를 줄이는 것도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 중간에서 분쟁을 중재할 수 있는 사람과 역할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면 대 면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활용해야 할 조치이다. 처음부터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소통과 면 대 면 대화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오늘날 교사의 전문성에는 학부모와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대화와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포함된다(박숙영, 2014; Nelsen, 2014). 서이초 사건 이후의 특수한 상황이긴 하나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통신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오늘날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요구와 대치된다는 점에서 재고가 필요하다. 최근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갈등이나 소송은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발전된 산업 국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학교공동체 내의 신뢰와 믿음을 강조하는 공동체주의 전략이 많은 국가에서 주목받아 왔다(Sergiovanni, 1994). 서이초 사건 이후 취해진 거의 모든 조치는 학부모로부터 교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신뢰 전략보다는 단절 기회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이 점에서 보다 정반합의 변증법적인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된다.

 

교육이 사라지고 법이 기준이 되는 학교 현장

전통적으로 교육은 관계와 지도, 그리고 화해의 영역에 놓인 것이었는데, 최근 교육은 법이라는 망 안에 놓인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목도하며, 김용(2017)은 이를 ‘법화 사회’라고 불렀다. 그에 따르면, 학교는 학교폭력법(「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아동학대처벌법, 인성교육법(「인성교육진흥법」), 공교육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그리고 각종 의무교육을 규정하는 법까지 이제는 교육이 아닌 법이 기준이 되는 학교가 되어 가고 있다. 교육적 기능이 사라지고, 법에 따라 운영되는 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러한 ‘법화 사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미 산업이 발전한 국가들에서 모두 법이 교육적 관계를 규율하는 현상이 매우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경과를 지켜보며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은, 교사들이 교사에 대한 소송이나 악성 민원 등의 문제에 대응하여 교사 자신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 마련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관계와 성장의 영역인 교육이라는 분야에서 법의 지배가 도래하였으며, 이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또다시 법적인 장치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근대화와 산업화가 훨씬 앞섰던 국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조금 더 일찍 겪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러한 국가들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갈등 해결을 위한 회복적 접근이 강조되었다(Maynard, 2020; Evans, 2022). 이러한 접근에서는 법에 따른 처벌보다 중재와 합의 그리고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고 상처를 회복하는 전략이 많이 소개되었다. 한국에서도 역시 ‘회복적 생활교육’(박숙영, 2014)과 같은 이름으로 이러한 시도들이 도입되어 전개되고 있다. 또한 학부모들을 미리부터 학교에 참가시킴으로써 상호 이해와 신뢰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소송이나 법적인 갈등을 미연에 예방하는 접근이 보다 선호되고 있다(Evans, 2022).

그런데도 한국에서 최근 벌어진 소위 교사를 괴롭히는 사건들을 보면 교사들에게 이러한 예방적 접근이나 공동체적 접근이 허울 좋은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원론적인 해결 방법은 누구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방안일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보다 이러한 문제를 먼저 겪은 국가들이 모색한 방법은 긍정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며,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교사들의 능력과 학교장의 리더십도 새로운 전문성으로 추가하고 있다(Sergiovanni, 1994).

 


나가며

 

서론에서 밝혔듯이 이 글은 서이초 사건 이후 어떤 프레임을 통해 담론이 생성되고 소비되었는가, 그리고 담론 프레임은 교육 정책과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다음 국면과 현실을 만들어 냈는가, 마지막으로 형성된 담론 프레임 속에 놓친 것은 없는가를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프레임을 식별하기 위하여 문제의 원인을 지목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이야기, 즉 담론에서 패턴을 찾아보았다. 그 결과 학생인권조례를 원인으로 지목한 이야기, 악성 민원, 특히 학부모 갑질 문제를 제기한 이야기, 그리고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중심으로 이야기 구조가 형성되었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본 연구자들은 이 세 개의 담론 프레임 속에서 연구 문제의 답을 밝혀 보고자 노력하였다.

이미 서이초 사건 이전에도 교권 침해 문제는 실제로 소송과 악성 민원을 경험한 교사들의 자문화기술지나 내러티브 연구물들이 나와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었다. 그중에서 김기홍(2019)은 오늘날 일선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법화 문화’와 학부모-교사 관계의 변화를 상세하게 보여 주었다. 이 연구에서는 민원이나 소송 문제에 대응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안으로 학교장의 역할을 포함하여 공동체적 교사 문화를 제시했다. 장세린·정윤경(2021)의 연구는 교권 침해를 경험한 초등학교 교사의 회복 과정에서 학교장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하였다. 이 두 연구 모두 공동체적 전략을 제시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정부, 국회, 교원단체·교원노조에서는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공교육 정상화라는 전국민적 뜻을 모아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한 법령과 제도를 정비했다. 교권 보호를 위한 법령과 제도는 정비되었으나, 악성 민원에 의한 교권 붕괴는 잠시 소강상태일 뿐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악성 민원이나 학부모 갑질이라 판단할 수 있는 행동은 법적 장치를 언제든지 빠져나와 다시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은 최소한의 장치이지 모든 인간사를 제어할 수 없다.

이 글에서는 프레임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문제로 (1) 소외 학생들에 관한 관심에 소홀했다는 점, (2) 교사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학부모와의 단절에 무게 중심이 있었다는 점, (3) 법이 지배하는 학교 현장을 지적하였다. 이 문제에 대해 성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추후 과제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학교에서 악성 민원과 관련될 소지가 있는 학생들은 크게 보아 소외된 학생들이거나 훈육이 어려운 학생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의 프레임 형성 과정에서 살펴보았을 때 이러한 학생들에 관한 관심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서도 이 유형의 학생들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워낙 첨예한 사회적 관심 속에서 조명된 프레임 안에서, 소외된 학생들이 다시금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도 사실이며 이에 대한 성찰 역시 필요하다. 둘째, 교사-학부모 관계를 대결 프레임으로 확대한 측면이 있다. 민원 대응 시스템도 결국 학부모의 직접적 방문과 연락을 끊어 달라는 것이다. 물론 정당한 생활 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와 같은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교육 활동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학부모와의 모든 소통을 확대 해석하여 민원으로 규정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대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에 따라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당장은 어렵더라도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학부모들과 또 모든 문제를 법으로 방어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갈등이 진정된 이후, 공동체주의 전략과 회복적 전략으로 나아가는 것이 최근 교육학 발전에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은 법과 제도의 개정이 우선되어야 하나, 결국 교사가 속해 있는 학교 내부의 문화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교권 보호를 위해서는 민원에 대한 교사 개인의 대응이 아닌 동료성에 기반한 학교라는 조직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에서 동료 교사나 관리자에 의한 침해 신고가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ref]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2023)의 〈2022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처리 건수는 총 520건으로 나타났다. 주요 교권 침해 주체는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절반에 육박하는 2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직원 127건, 학생 64건, 처분권자 59건, 제3자 29건 순으로 나타났다.[/ref] 이는 결국 동료성에 기반한 공동체적 학교 문화의 형성이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지킬 수 있는 열쇠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공동체적 학교 문화 형성에는 교사뿐만 아니라, 학교의 구성원인 학생과 학부모가 포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교권 침해나 소송을 경험한 초등 교사들의 연구, 김기홍(2019), 장세린·정윤경(2021)의 연구도 이와 유사한 방향, 즉 공동체적 전략 차원에서 제안하고 있다. 이에 악성 민원에 대응하여 교권 보호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넘어 학부모를 비롯한 학교공동체 전체의 변화를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교권 보호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공동체적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정책적 논의와 학교 내부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 교권 보호 시스템이 교권 침해 사건 발생 후의 처리에 집중되어 있고 사건 발생 전 예방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문제 인식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학교에서 생활세계를 법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현실(김용, 2017)에 대해 철학적인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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