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호[특집] 한국 대학은 어떤 점에서 공공성이 부족한가 (홍성학)

202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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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대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국 대학은 어떤 점에서 공공성이 부족한가

-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의 의미와 방안


홍성학

hmoosim@naver.com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 공동 상임 대표



공공성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을 뜻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교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 ‘기승전교육’이라는 말도 있고, 대학이 초·중등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서 ‘기승전대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런 의미에서 당연히 교육은 공공성의 영역이고 학교는 공공성을 갖추어야 한다. 고등교육 (고등직업교육을 포함한) 역시 공공성의 영역이고,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은 공공성을 갖추어야 한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을 비롯한 교육 관계 법령은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이 공공성을 갖추어야 함을 잘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헌법〉 제31조 제5항은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라고 교육의 공공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31조 제6항에서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 제도와 그 운영, 교육 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여, 〈교육기본법〉을 비롯한 교육 관계 법령을 통해 교육의 공공성을 법제화하도록 하였다.


〈교육기본법〉에서도 교육의 공공성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할수 있다. 〈교육기본법〉에서 교육의 공공성에 필요한 내용을 규정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 및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교육 제도와 그 운영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교육 이념)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학습권)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4조(교육의 기회 균등) ①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7조(교육 재정)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

제9조(학교교육) ② 학교는 공공성을 가지며, 학생의 교육 외에 학술 및 문화적 전통의 유지·발전과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국립학교 설치령〉 제20조(경비 부담 등) 제1항은 “이 영에 따라 설립된 학교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부담한다”라고 하여 특별히 국립 학교의 공공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제1조(목적)에서는 “이 법은 사립 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 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하여 사립 학교 역시 교육 기관으로서 교육의 공공성을 갖추고 앙양해야 함을 적시하고 있다.


이렇듯이 〈헌법〉과 〈교육기본법〉 그리고 여러 교육 관계 법령에서는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의 공공성은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 교육 기회의 평등성, 교육 목적의 이행성(교육 기관의 정체성)을 실현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공공성은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즉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과 평등성, 그리고 교육 목적의 이행성 측면 모두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약한 상태이다.



교육 경비의 문제


이 중에서 먼저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으로 ‘저지원·고비용·저효과’의 불안정한 정부 재정 지원을 들 수 있다. 초·중등교육의 경우는 안정적인 지방 교육 재정 교부금을 통해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고등교육의 경우는 안정적으로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7조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가 그 목적을 달성하거나, 재난 등 급격한 교육 환경 변화의 상황에서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라는 정도로 규정하여, 고등교육 경비에 대한 공적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했듯이 〈국립학교 설치령〉에서 국립 학교의 경비를 국고에서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국립 대학의 교육 경비에 대한 공적 책임마저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실태는 고등교육에 대한 GDP 대비 공교육비에서 우리나라 정부 재원은 2016년 0.7%, 2017년 0.6%로 OECD 평균 2016년 0.9%, 2017년 1.0%보다 매우 낮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정부 재원은 2016년보다 2017년에 더 낮아진 반면, OECD 는 높아졌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에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공육비는 10,633달러로 OECD 평균 16,327달러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정부의 재정 지원이 일부 대학에 집중되어 많은 대학은 평균 이하의 지원을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은 높다. 2018학년도 국·공립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4,886달러로 자료 제출 국가 중 8위로 높았으며, 사립 대학은 8,760달러로 4위였다. 더욱이 2018학년도 국·공립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2016학년도 대비 174달러, 사립 대학은 341 달러 증가했다. 전체 대학 중 사립 대학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립 대학들은 대학 재정의 50%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로 고등교육의 공공성이 부족한 까닭은 교육 경비의 평등성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 먼저 사립 대학이 전체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일반 대학의 경우 191개교 중 81.7%인 156개교가 사립 대학이고, 전문 대학의 경우 137개교 중 93.4%인 128개교가 사립이다. 그동안 국가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사립 대학에 떠넘겼던 것이다. 그리고 설립 주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 재정 지원을 국·공립 대학과 달리 차별하였다.


교육 경비의 불평등성과 관련된 또 하나의 원인으로 사립 대학 법인이 법인의 책무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 수있다. 2020년 권인숙 의원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2019년도 사립 대학 법정 부담금 법인 부담률이 사립 일반 대학은 52.8%, 사립 전문 대학은 19.4%로, 많은 사립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 법인들은 법정 부담금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11개 사립 대학 법인은 법정 부담금을 일체 부담하지 않고, 모두 학교 교비에 전가하고 있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사립 대학의 재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을 내며 차별받고 있는 셈이다.


대학에 입학하는 목적이 사적 이익과 관련된다고 하여 개개인에게 비용 부담과 책임을 돌려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헌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육의 공적 기능을 도외시한 접근이다. 그리고 사립 대학이 80%(일반 대학 81.7%, 전문 대학 93.4%) 이상인 상황에서 학생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립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사립 대학 중에서도 일반 대학과 전문 대학 간의 교육 경비 지원의 불평등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강득구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한국 일반 대학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 대비 68%이고, 전문 대학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 대비 46.6%에 불과하다. 대학교육 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2019년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현황에서 일반 대학에 대한 일반 지원은 4조 7720억 원이었고, 전문 대학에 대한 일반 지원은 4661억 원으로 일반 대학의 1/10 정도에 불과했다. 더욱이 통상적으로 일반 대학보다 전문 대학에 소득 수준이 낮은 가정의 학생들이 더 많이 입학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문제적이다.


교육 경비의 평등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설립 주체가 다르더라도 국·공립 대학과 사립 대학 간에 등록금 차등을 두지 않는 것이고, 대학 재정에서 등록금에 대한 의존도를 없애는 것이다.



대학은 본연의 교육 목적을 이행하고 있는가


세 번째로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부족하게 하는 것으로 교육 목적의 이행성(교육 기관의 정체성)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들 수있다. 일반 대학과 산업 대학, 전문 대학별로 서로 목적이 다른데, 그 목적이 안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헌법〉 제31조 제6항은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 제도와 그 운영, 교육 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여 교육 제도 법률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제도 법률주의에 따라 〈고등교육법〉을 비롯하여 관계 법령에서는 다양한 고등교육 기관의 종류를 제시하고 각각의 종류에 맞는 설립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28조는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 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 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일반 대학의 목적을 적시하고 있다. 제37조에서는 “산업 대학은 산업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학술 또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의 연구와 연마를 위한 교육을 계속하여 받으려는 사람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산업 인력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산업 대학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제47조는 “전문 대학은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 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전문 대학의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고등교육 기관 중에서 대표적인 일반 대학, 산업 대학, 전문 대학 간에는 서로 목적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대학이 〈고등교육법〉상 본래의 목적을 이행하지 않고 산업 대학이나 전문 대학의 학과를 모방하여 개설하는 등 고등직업교육 기관화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된 것은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대학 재정에서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대학들이 입학생들이 선호하는 취업 위주 인기 학과를 개설하는 것이 학생 충원률을 높여 등록금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실용 학문을 지나치게 강조한 영향도 존재한다.


여기에는 교육부의 교육 목적의 이행을 저해하는 정책과 평가가 큰 역할을 했다. 교육부는 1997년 이후 많은 전문 대학과 산업 대학을 일반 대학으로 전환시키고, 전문 대학과 일반 대학, 산업 대학과 일반 대학을 일반 대학으로 통합시켰다. 산업 대학은 2009년 이후 대거 일반 대학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일반 대학으로 전환한 대학으로 하여금 일반 대학으로서의 목적을 이행하도록 하기는 커녕,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을 강조하며 오히려 취업 기관화를 부추 겼다. 전문 대학과 산업 대학에서 일반 대학으로 전환한 대학들뿐만 아니라 기존의 일반 대학들도 마찬가지였다.


〈고등교육법〉 제60조(시정 또는 변경 명령 등) 제1항은 “교육부 장관은 학교가 시설, 설비, 수업, 학사, 그 밖의 사항에 관하여 교육 관계 법령 또는 이에 따른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하면 기간을 정하여 학교의 설립자·경영자 또는 학교의 장에게 그 시정이나 변경을 명할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에서 명시한 대학별 목적을 이행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서 시정과 변경을 명하여야 했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일반 대학이 전문 대학 학과를 모방하여 개설하는 것을 방치하고 취업률을 강조하며 취업 기관이 되어 가도록 부추기면서 〈고등교육법〉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일반 대학으로 통합·전환한 상당수의 대학은, 대학 서열화를 활용하여, 산업 대학이나 전문 대학보다 높은 ‘일반 대학’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여 학생 충원률을 높이려고 했던 것뿐으로, 사실상 ‘무늬만 일반 대학’으로 전락하였다. 대학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재정 확보가 수단이 되어야 함에도, 반대로 재정 확보가 목적이 되고 대학의 본연의 목적은 상실되었다. 생존을 위해 생존 의의를 저버린 것이다. 그리고 대학들은 이제는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고등교육 공공성 확보 방안


이렇듯 우리나라 대학의 공공성은 매우 부실하다.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과 평등성, 그리고 교육 목적의 이행성 모두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의 대학 정책은 대학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강화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턱없이 부족한 적은 재정을 대학 평가를 거쳐 지원하면서 대학의 정체성과 생존 의의를 상실시켰다. ‘저지원·고비용·저효과’ 정책이었고, ‘더 부실 대학, 부실 대학, 덜 부실 대학’으로 서열화되도록 한 대학 서열화 정책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고등교육 생태계를 부실화시켰다.


낮은 공공성에 의해 약화된 대학의 생명력은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대학교육 경쟁력 순위가 잘 보여 주고 있다. 먼저 IMD에서 발표한 대학교육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08년에는 55개국 중 53위로 최하위권이었다. 2007년, 2011년, 2015년에는 39위와 38위로 순위가 조금 상승했지만 2019년에는 다시 63개국 중 55위로 떨어졌다. 또한 WEF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경쟁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144개국 중 44위였으나 2017년에는 137개국 중 81위로 엄청나게 떨어졌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 명문 대학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들도 논문의 질로 평가하는 세계 대학 순위에서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논문의 질을 기반으로 순위를 매기는 라이덴 랭킹 2020년 발표에서 평가 대상 1,176개교 중 818위였으며, 고려대학교는 853위, 연세대학교는 910위였다. 국내 상위권 대학의 학문·연구 기능이 세계 하위권에 위치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일반 대학의 질적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제 대학 정책은 대학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강화하도록 대전환하여야 한다.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과 평등성, 그리고 교육 목적의 이행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의 생존만을 추구할 게 아니라, 생존 의의를 살려 생명력을 강화하고 고등교육 생태계를 건실화해야 한다.


먼저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 재정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과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 그리고 사립 대학에서 학교 법인의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 듯이 〈고등교육법〉 제7조(교육 재정)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가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책무성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서는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을 더 강화할 수 있다.


이제 국가와 지자체는 고등교육 재정 확보와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는 초·중등교육에 안정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지방 교육재정교부금법〉과 같이 고등교육에 안정적으로 재정을 지원할 수있도록 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시민단체가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안에 적극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고등교육 예산을 현재의 GDP 0.7% 수준에서 OECD 평균인 GDP 1.1%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일시에 모든 대학의 교육 경비를 지원하는 정부 재정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전문 대학부터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을 실현하기 위해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을 우선 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자체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 대학 육성 지원에 나서야 한다. 국가가 고등교육의 경비를 안정적으로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립 대학의 학교 법인은 국가와 지자체가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촉구하면서 동시에 사립 대학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제도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두 번째로 교육 경비의 평등성을 위해서는 국·공립 대학과 사립 대학 간 국가 재정 지원을 차별화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대학 평가와 대학 서열에 의해 지원하는 방식, 더욱이 사업 지원 방식을 중단해야 한다. 대학 평가에 따른 대학 서열을 기준으로 재정을 지원하게 되면 교육 주체인 학생들 간에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일반 대학과 전문 대학 간 차별적 지원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오히려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전문 대학부터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을 강화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OECD 국가의 경우 대부분 고등직업교육은 국가 책임하에 이루어지며 그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21년 4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전문 대학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컬리지의 무상화를 위해 2,560억 달러(약 290조 원)를 확보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 이후 언제든 필요할 때 대학에 입학하거나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생교육을 활성화하는 것도 교육 경비의 평등성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


세 번째로 교육 목적의 이행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법〉상 각 대학의 목적을 이행하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일반 대학이 전문 대학의 학과를 모방하여 개설하고 취업 기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취업 기관으로 전락한 일반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시정 명령을 내리든지 아니면 전문 대학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일반 대학을 평가할 시 취업률을 지표 삼아 평가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취업률 지표 평가는 〈고등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는 일반 대학의 목적에 부적합하다.


이상과 같이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 방안을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과 평등성, 그리고 교육 목적의 이행성이라는 3개의 측면에서 접근해 보았다. 이들 세 측면이 모두 제대로 확보되고 있지 못해 고등교육의 공공성은 매우 부실한 상태이다. 따라서 이들 세 측면에 대한 확보가 절실하다. 그리고 세 측면 중에서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이 다른 측면에 미치는 영향도로 보아 다른 측면보다 더 강조되어야 한다. 교육 경비의 평등성과 교육 목적의 이행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주된 이유로 정부 재정 지원이 적은 것을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 그리고 대학이 초·중등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 보았을 때 한국 대학의 공공성,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와 강화는 절실하다. 대학 생명력을 살리고 고등교육 생태계를 건실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한국 대학의 공공성,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와 강화는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존의 불안정한 ‘저지원·고비용·저효과’ 대학 정책을 이제는 안정적인 ‘고지원·저비용·고효과’ 대학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❶ 권인숙 의원실, “[보도 자료] 11개 사립 대학 법인 법정 부담금 통째로 학교에 전가”, 2020년 10월 7 일.

❷ 강득구 의원실, “[보도 자료] 교육부의 전문대에 대한 예산 소외 심각, OECD 평균 대비 절반에도 못미쳐”, 2020년 10월 12일.

❸ 대학교육연구소, 〈현안 보고 - 정부 대학재정지원 분석〉, 2021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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