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특집]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서용선)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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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마을교육공동체 만들기의 두 얼굴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서용선
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기획단 장학사
seoos@goe.go.kr
교육을 가장 민주적이고 창조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교육자이자 교육운동가이다.

혁신학교 - 혁신교육 지구 - 마을교육공동체를 잇는 실질적인 교육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기획단 장학사로,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외래교수로

관련 정책과 이론과 실천을 검토하고 실천하고 나누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 그 느낌과 공감

 

요즘 들어 마을교육공동체 논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학교든 마을이든 실천하는 곳이 조금씩 생기고, 교육청과 지자체의 관심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대학 강의도 열리고, 책도 나오고, 여러 갈래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좀 더 새로운 점은 교사, 학부모, 주민들의 관심이 함께 커 가고 서로 연결하려는 흐름에 있다. 이런 관심과 흐름이 운동과 만나 의미 부여되면서 더 따뜻하고 기분 좋은 예감을 준다. 사업이나 정책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배가시키는 실천의 느낌이 감지된다.


물론 느낌을 그대로 공감으로 볼 수는 없다. 진짜로 공감하려면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실천에서, 정책에서, 담론에서 다양하면서 역동적인 방식의 노력이 꾸준히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그 실제는 녹록하지 않다. 학교에서는 “그게 뭐에요?”, “그걸 우리 보고 하라고요?”라는 말이 서슴없이 쏟아진다. 마을에서는 “아휴, 학교는 정말 답답해!”, “공동체를 이루는 게 아니라 사업만 하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물론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학교에서 마을 수업은 물론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마을 체험이나 마을 조사를 해본 학교나 중간 규모의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룬 곳에서 들리는 소리는 다르다. “이건 우리 교육에 아주 중요한 흐름이 될 수 있어.” 교육청도 지자체도 이런저런 소리들이 돌고 돈다. 사실 시끄러운 소리들이 나오기에는, 대부분은 아예 모르거나 알아도 무관심한 게 현실이다. 많은 곳들이 이게 마을교육공동체라고 확정짓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 이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초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을교육공동체 자체가 느슨하게 열린 개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을공동체 이야기는 사람 사는 이야기

 

마을교육공동체의 출발에는 ‘마을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다. 교육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마을교육공동체 실천과 담론 이면에 ‘마을 만들기 운동’, ‘생태 마을 운동’, ‘마을공동체 운동’ 등이 있다. 


마을 만들기 운동은 ‘지역 공간을 주민 스스로 디자인해 나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지며, 마을 만들기, 마을 디자인, 마을 가꾸기, 마을 진흥 사업, 생태마을운동, 공동체운동, 주민자치운동, 마을의제운동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그 내용도 정치, 문화, 예술, 건축, 농업, 관광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물리적으로 한정된 작은 공간 속에서 환경과 생태를 생각하며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 정서적으로 마을에 대한 공동체적인 관심과 애착을 가지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농촌에서는 긴 호흡의 마을 만들기가 진행되었다. 녹색연합이 주도한 금산 건천리 생태 마을이나 홍성 문당리의 농촌만들기운동은 교육적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게 되었다. 도시에서도 서울 인사동(전통)이나 성미산(육아), 대구 삼덕동(골목) 같은 마을만들기운동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공동체와 생태를 중심에 놓은 경남 산청의 간디 마을 같은 생태공동체 마을도 탄생하였다. 이곳에 만들어진 간디학교는 마을공동체이자 마을교육공동체의 의미 있는 모델로 제시되었다.


1970년대 우리나라는 농촌마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새마을 운동이 있었다. 농촌 재건을 목적으로 한 이 운동은 도시로 확산되었고, 전 국민 의식개혁 운동으로까지 발전하였다. 문제는 전국의 3만여 개의 마을에 시멘트 335포를 균일하게 무상 지원하고 경쟁적·선별적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개발은 있되 관계와 공동체는 사라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이와는 대비되는 새로운 마을공동체운동도 진행되었던 바 있다.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시민 주도의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대안 경제 운동과 맞물려 다양한 창의성이 발휘된 ‘지역공동체 운동’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해체된 마을을 복원하고자 하였다. ‘외형’이 아니라 ‘내용’ 만들기,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관계와 가치’의 공간 만들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실천 활동으로 주민의 자발적인 활동이 진행된 것이다.

 

현재도 서울 마포구 성미산 지역, 성북구 삼각산 지역, 남원 실상사 지역, 전북 진안과 완주, 그리고 크게는 서울시와 경기도, 광주시 등에서 마을공동체 등에서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마을 만들기와 사회적 경제가 만나면서, 도시 주민들은 삶의 질을 높이고 농촌은 지속 가능한 소득 창출이라는 과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의미 있게 진행된 이런 마을공동체 운동의 속살에는 ‘사람’이 있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 우리 학교에서, 우리 마을에서 ‘우리 아이 키우기’가 그 본질에 함축되어 있다. 이 지점이 바로 마을공동체와 마을교육공동체가 접합되는 부분이다.

 

 

마을교육공동체의 탄생

 

마을 안에서 공동육아와 보육을 하는 움직임에 더해 심화된 혁신학교의 움직임 속에 마을학교와 마을교육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마을교육공동체’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아래 그림은 지금까지 실천해 온 우리 주위 마을교육공동체들의 모습을 마인드맵으로 그려본 것이다.


 

   

여기에서 학교와 아이, 어른들이 만나는 사례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공업도시 안산의 와동과 선부동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지역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먼저 마을 어른들에게 손을 내밀면서 인정도 받고 자긍심도 느끼고 있다. 아이들은 동네 정원을 대신 가꾸어 주기도 하고, 공원을 찾는 어른들에게 차를 대접하면서 먼저 소통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본받을 만한 어른들과 지역의 문화재를 찾아서 ‘동네 문화재’로 선정해 책자로 만들고 있는데 그 결과 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서울의 마포 성미산 마을, 우이동의 삼각산 재미난 마을, 상도동의 성대골 마을 같이 대도시에서도 아이들을 매개로 마을이 살아나는 곳들이 적지 않다. 상도동의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은 주민들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민간 도서관이다. 동작구의 풀뿌리 단체인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와 상도동 주민들이 2년 넘게 모금 활동을 벌여 2010년 10월에 개관했다. 도서관을 만든 주축 멤버들은 이제 대안적인 방과후학교인 성대골 마을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마을 카페 ‘사이시옷’도 비슷한 시기인 2010년 겨울, 지역주민 20명이 3백만원씩 출자해 만들었다. 목수는 탁자, 실내장식업자는 블라인드를 기증하고, 미술 학원 교사는 벽화를 그리고 꽃집 가게에서는 화분을 지원했다. 카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목공방 ‘성대골별난공작소’ 역시 주민참여로 만들어진 협동조합으로, 목공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위 사례들을 보면, 학교나 학교 밖 배움터가 교육의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마을 속에서 풀어 가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마을교육공동체의 사례는 교육을 통해서 마을이 함께 꿈을 꾸면서 서로 연결되어 가는 흐름을 보인다. 마을교육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학교, 지역 사회, 센터 등을 탐방하면 이를 유형화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마을교육공동체의 규모와 이를 주도하는 중심 주체이다. 규모는 작은 마을(동·리), 중간 마을(읍·면·구), 큰 마을(시·군)로, 주체는 학교 주도형, 마을 주도형, 센터 주도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 사례에 해당하는 곳을 표시해 보면 아래와 같다.

 

 


실천 속에 담긴 마을교육공동체의 가치

 

실제로 이루어진 마을교육공동체는 적잖게 존재한다. 학교에서 마을에서, 혹은 센터‧교육청‧지자체에도 마을교육공동체가 있다. 일시적인 마을교육공동체가 있는가 하면, 지속가능한 모습을 품은 오래된 마을교육공동체도 있다.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뤄진 곳도 있고, 의도된 정책으로 형성된 곳도 있다. 이런 모든 곳의 특징과 장점은 마을교육공동체의 주춧돌이 되고 거름이 된다. 이곳에서의 약점과 한계들은 더 많은 고민과 문제 해결의 과제를 부여한다. 여기서는 몇 개의 사례를 유형으로 나눠 제시해 보고자 한다. 

  

 

실제 실천 사례에 나타난 공통점은 센터형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례는 특별한 재원 없이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특정한 재원 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에 더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센터형의 경우에도 특정한 사업비가 아니라 인건비를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확산 방향은 다양하나 동원할 수 있는 자원에 따라 지역 특성에 맞게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함도 알 수 있다. 핵심적인 공통점 가운데 또 다른 하나는 키맨 역할을 하고 초기 방아쇠를 당길 리더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 학부모, 지역 사회 어디든 지역에 맞는 리더 발굴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규모의 측면에서 학교가 중심이 된 사례는 작은 마을 규모에서 활동하고, 지역이나 센터가 중심이 된 사례는 작은 마을보다는 큰 지역 단위에서 활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을교육공동체를 혁신교육 지구 사업과 연계하는 것이 큰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은 학교 단위, 마을 단위에서 시작하는 것이 성공적이다. 물론 큰 지역 단위에서 지원하더라도 상향식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지원 주체와 그 단위, 사업 주체와 그 단위가 구별되어야 좋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미 취약 아동 돌봄, 학교 밖 청소년 문제 등의 문제는 교육이 학교만의 영역이 아님을 증명해 주고 있다. 실제 사례에서 드러난 마을교육공동체의 필요성을 다음과 정리해볼 수 있다.

 

1) 폐교 위기, 학교 자체의 생존, 생활지도(돌봄), 아동 복지 등 현재 교육 시스템의 문제 해결 능력 부재

2) 산업화와 경제성장 시대 인재 양성에서, 다양성을 가진 개인과 공동체적 인재 양성으로의 교육 패러다임 변화

3) 학부모들에 의한 기존 교육 체제와 내용에 대한 변화 요구

4) 마을 만들기, 지역 만들기 활동의 확산으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에 학교 참여 요구

5) 학교와 연관된 일자리에 대한 지역 주민의 참여 보장

6) 정치인들의 정치적 요구 증대

7) 큰 틀에서 지역 발전에 대한 요구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상의 특징은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학교, 지역, 행정기관 등이 결합한 거버넌스 형태를 띤다는 점이다. 그 속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구체적인 삶과 진로와 연관

2) 역동적, 참여적, 개방적 성격

3) 지식 전달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역량을 키우는 방식

4) 사교육, 대안학교 중심이 아니라 공교육의 변화 도모

5) 일부 공부 잘하는 학생 중심에서 학생 모두를 한 개인으로 중시하는 시각

 

결국 마을교육공동체는 ‘느슨한 네트워크형의 지역공동체 구축’에서 ‘지역 주민이 지역 사회의 주인이 되는 본질적 민주주의 실현’을 하면서 ‘교육 본질에 접근’하고 ‘내용과 범위에 대한 무궁무진한 확산 가능성’을 확보한다. 마을이 학교를 발전시키고 학교가 마을을 발전시키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지역적인 대응 수단이 마련되고, 교육주체가 발굴되고 성장하며, 현장 중심의 추진 기반이 마련된다. 물론 이에 못지않게 고민과 한계 또한 많다.

 

1) 모든 경우에 대해 리더(키맨)를 만들 수 있는가?

2) 시스템의 구축과 지원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3) 초기에 작동하도록 만드는 방아쇠 역할은 무엇인가?

4) 역할, 처우, 가치관 등을 고려할 때, 이런 활동이 교사들에게 가능한 일인가?

5) 학교 간 연계는 가능한 일인가?

6) 교육청/교육지원청의 역할을 어떤 것이고 기존의 지원방식을 바꿀 수 있는가?

7)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추진할 공간은 마련할 수 있는가?
   학교가 제공할 수 있는가? 학교의 공간은 충분한가?

8) 학교와 지역이 가지고 있는 소통 불능 요소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

9) 여러 기관·단체들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풀 수 있는가?

 

마을 자원을 연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촉매가 필요하다. 그 촉매는 사람, 공간, 센터 등이 될 수 있다. 더불어 학부모나 주민이 자발적으로 자생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잠정적 정의

 

사실 개념 정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앞서 살펴 본 실천들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다. 마을교육공동체가 특히 더 그러하다. 다만 인식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상식적으로 잠정적인 정의를 내리자면, 마을교육공동체는 “함께 키우고, 배움터가 되고, 주인이 되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김용련, 2014).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라는 말은 사람들의 참여와 실천(기부, 협력, 의사결정 등)으로 교육에 대해 공동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일로 실현된다. 마을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관심과 배려를 실천하는 소극적 협력에서부터, 교육협동조합을 만들어 아이들의 교육, 복지, 생활 등에 관해 참여하는 적극적인 협력을 실천할 수 있다.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것’은 마을이 가지고 있는 교육 자원과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아이들이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의 자연, 사회, 삶 속에서 살아있는 배움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와 공간을 제공 받는 일이다.

 

‘아이들이 마을의 주인이 되는 것’은 진정한 교육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교육적인 신념과 실천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른 공동체에 확산함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일이다. 지속 가능성이란 그 안에서 교육 받은 아이들의 학습 결과로 검증 받을 수 있으며, 그 학습의 결과는 아이들이 그 지역 사회에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정주하는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상식적인 이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개념이 바로 ‘마을에 관한 교육’, ‘마을을 통한 교육’, ‘마을을 위한 교육’이다(김용련, 같은 글). ‘마을에 관한 교육learning about community’은 학생이 속해 있는 마을과 지역에 대하여 배우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학생들이 마을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자연적, 문화적, 산업적 특수성과 발전 양상을 배우는 일이다.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마을지도를 만들고, 마을의 다양한 역사나 문화를 학교에 소개하는 일도 마을에 관한 교육이다.

 

‘마을을 통한 교육learning through community’은 그 지역 사회의 인적·문화적·환경적·역사적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루어지는 학습 형태를 말한다. 학생들은 마을의 교육 인프라와 자원을 통해 배움을 실천한다. 재능기부자들이 학생들을 위해 직업교육을 하고, 문화·체육 시설과 기관들은 학생들을 위한 사회적 배움터가 되며, 마을의 생태계, 기업, 농장 등은 훌륭한 교육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마을을 위한 교육learning for community’은 학생들이 지역 사회 발전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도록 미래 진로 역량을 키워주는 활동이다. 그 지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환경적 기반을 근거로 하는 문화, 자원, 사회, 경제 등의 학습은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이루고 자연스러운 관심을 유발한다. 마을을 위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 이웃과 공동체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게 되고, 이러한 고민과 배움의 결과는 그 지역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된다.


마을교육공동체가 형성되려면 일정하고도 지속가능한 ‘시간’ 속에서 정해진 ‘공간’을 오가며 활동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현상’들이 벌어지는 일일 것이다. 교육주체들이 시간의 주체가 되면서 학교와 마을 사이에서 교육공동체가 되고, 나의 공간과 너의 공간이 연결되면 우리의 공간이 되고 마을이 된다. 이들이 마을에서 교육주체로서 대화를 통해 공동의 지향점을 갖고 함께할 때 비로소 마을이 만들어진다. 학교가 마을학교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학교가 하나의 작은 사회이기 때문이고, 이들이 시민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마을이 사회이기 때문이다.

 

 

‘마을, 교육, 공동체’는 학교+마을 교육희망 만들기

 

사실 마을, 교육, 공동체라는 말에 우리가 담고 싶은 교육희망이 들어 있다. 마을교육공동체에서 말하는 ‘마을’은 학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학교와 마을, 이 양자는 서로 교류하면서 함께 변화한다. ‘학교가 마을이다’, ‘학교 밖 학교’ 같은 말들이 그런 차원에서 생겨난 말들이다. ‘마을’이라는 말 속에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과 지속 가능한 시간, 그리고 다양하고 독특한 마을의 현상이 들어 있다. 마을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현상은 수업, 교실, 교육과정, 학교, 축제 등과 잘 만난다.


마을교육공동체에서 말하는 ‘교육’은 ‘욕망’이 아닌 ‘희망’의 교육이다. 입시와 수능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우리 교육의 체질을 바꿔 나가려면 보다 큰 시야와 전략이 요구된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진로 진학의 문제, 사교육의 문제, 학교 주체성의 문제 등 난마 같이 얽힌 문제들의 실마리이고 해결의 출발점일 수 있다. 

 

마을교육공동체에서 말하는 ‘공동체’는 학교와 마을의 분리, 학교와 교육청의 분리, 교육청과 지자체의 분리, 교사와 교사의 분리, 학생과 교사의 분리, 학생과 학부모의 분리 등을 넘어서서 이를 통합적으로 연결시키고자 한다. 공동체community에서는 상식common sense과 소통communication을 기반으로 구성원들의 진정한 독립성과 공동체성이 상정된다. 따라서 마을교육공동체는 민주주의의 학교이자 지역 사회 학교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미래의 학교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풀무학교 홍순명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학교는 지역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교육은 학부모와 교사와 학생의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학교는 공동체의 가치 기반인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런 것은 모두 교육의 기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홍순명(2006), 《풀무학교 이야기》, 267쪽

 

마을교육공동체의 목표가 학교 자체의 개혁이 아닌 지역 사회 교육개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목표와 노력, 투자(자원) 등 많은 활동과 내용이 학교에 집중되어 있지만, 앞으로 이 사업의 확대 발전된 모습은 학교가 아니라 지역 사회 교육개혁으로 집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존 ‘혁신교육 지구 사업’을 마을교육공동체 구축으로 전환해야 하며, 사업의 초점도 학교개혁이 아니라 지역 사회 교육자원과 인프라 발굴과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혁신교육 지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교의 각종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에 대한 부담과 책임이 학교에서 지역 사회 또는 지원센터의 역할로 이전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마을에서 학생들을 키워낼 수 있다.


협력적인 교육 거버넌스 체제 구축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명목상으로만 구축되어 있는 교육 거버넌스 체계를 새롭게 살피고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 학생들에게 마을을 위한 교육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과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교육청의 전문성과 지자체의 자원과 행정력, 지역 사회의 참여, 학교 개혁 등을 함께 아우르는 협력적 관계 형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마을교육공동체의 기획과 실행을 위해 중간지원조직 등을 만들어 학교공동체와 지역 사회 교육공동체를 지원하고 구축하려는 일도 마을을 위한 교육에 속한다.

  이제 우리에겐 희망교육의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어떤 가치로 접근할 것인가? 누가 할 것인가? 어떤 것으로 할 것인가? 이 세 가지는 마을교육공동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주요 질문이다. 학교와 마을이 만나는 이유와 가치, 만나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와 주민, 만나는 내용과 방법은 지금 우리 안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참고자료

김용련(2014), ‘경기 마을교육공동체 구축을 위한 지원 방안’, 마을교육공동체 토론회자료집, 새로운학교경기네트워크.
김영선·이경란(2014), 《마을로 간 인문학: 도시마을 배움의 공동체를 꿈꾸다》, 당대.
박원순(2011), 《마을, 생태가 답이다》, 검둥소.
______(2010), 《마을이 학교다》, 검둥소.
서용선 외(2016),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탄생, 뿌리 그리고 나침반》, 살림터.
______외(2015), 《혁신학교의 거의 모든 것》, 맘에드림.
엔도 야스히로., 김찬호역(1997),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마을만 들기》, 황금가지.
홍순명(2006), 《풀무학교 이야기》,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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