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호[내가 밀고 있는 단체] 살처분 폐지연대 | 김선철

2024-04-02
조회수 713

내가 밀고 있는 단체


살처분 폐지연대


사진 설명. 2023년 11월 11일에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했던 ‘삶은 처분될 수 없다’ 살처분 반대 액션.

 


작년 10월 충북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 축산 농가의 소들 사이에서 럼피스킨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축산업 유지를 위해 행정 당국은 살처분을 명했고, 이후 수많은 소들이 사형 선고를 받고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했다.

병에 걸리면 낫게 해 줘야지 왜 죽이나? 안타까움과 분노가 엇갈리는 마음 안고 계속되는 살육 소식을 지켜보던 차에 SNS를 통해 ‘삶은 처분될 수 없다’라는 제목의 액션이 준비되고 있으며 여기 참여할 사람들을 찾는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개인 정보를 기입했다.

11월 11일 서울역 앞에서는 50여 명이 모여 살처분 현장을 재연했고, 살처분 반대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인간이 아니라서, 약하다고, 아프다고, 병에 걸렸다고, 장애가 있다고 죽였다고. 또한 생명을 도구화하는 시스템이, 죽음이 이윤이 되는 구조가, 살해를 비국민과 용역에게 외주화하면서 죽였다고. 그러면서 우리가 살아갈 땅도 죽였다고.

이날 낭독된 성명서는 이들의 차별화된 노선을 명징하게 보여 준다. 주류 동물권 단체들은 ‘예방적 살처분’이 ‘과도’하기에 반대를 표명하지만, 이들은 “건강하지 않은 존재도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한다. 그러면서 어떤 기준을 세우고 “기준에 부합하는 존재는 ‘보호’하고, 부합하지 않는 존재는 배제하는 권력을 경계”할 것을 제안한다. 동시에 “자본 축적을 위해 마음대로 죽여도 된다는 전제 아래에서의 ‘대안’”인 ‘동물복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몸을 소유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구조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이날의 액션을 계기로 ‘살처분 반대’에 공감하던 몇몇의 공부 모임이 ‘살처분 폐지’를 목표로 삼는 작은 단체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들은 주류 동물권 단체들이 백화점식으로 여러 이슈를 나열하여 다루는 것과는 달리 아주 구체적인 ‘살처분 폐지’를 목적으로 삼기로 했다. 이는 운동의 ‘협소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단일 이슈를 통해 “동물 착취가 자본주의 내에서 산업으로 번역되는 한 살처분은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생명을 도구화하고 피해자의 피해가 가해자에게 이득이 되는 ‘더 큰’ 구조”에 저항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날 온갖 위계와 차별, 착취, 죽임까지 ‘경쟁’ ‘효율성’ ‘능력’ 따위로 포장해 ‘정상화’시키는 시대가 가져온 복합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칸막이’ 안에서 진행되는 개별 운동으로 이런 현실에 파열구를 내기 어렵다는 공감이 커지면서 다양한 의제가 하나로 연결된 ‘체제 전환 운동’의 설득력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운동조차 인간 중심적 인식 틀 안에 갇히게 된다면 지금의 기후 생태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살처분 폐지연대’를 주목하는 이유다.

-김선철(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기후정의운동가)

 

밀어 주는 방법

 

이메일 nomoreculling@gmail.com

인스타그램 @nomoreculling

엑스(트위터) @nomoreculling

후원 계좌 국민은행 031602-04-263072 ㅅㅇㅈ


0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