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불평등이 부와 권력의 격차로만 측정되는 것은 아니다.
불평등을 실어 나르는 도로와 항로와 네트워크는 이야기다. ‘입들’이 생산할수 없는 수준으로 흘러넘치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말하는 입을 빼앗긴 것처럼 아예 들리지 않는 이야기들도 있다. 이 세계의 서사는 부와 권력을 향해 쏠려 있고, 부와 권력이 세계의 눈과 귀를 장악하는 까닭엔 서사의 불평등 탓이 크다. 이야기의 양에서 압도할수록 ‘역사’를 제 편으로 만들고, 역사의 반열에 오른 이야기는 대대손손 영생한다.
이야기의 양이 인구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야기를 얻기 위해 극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일수록 절감하는 진실이다. 사람은 생명이 멈출 때가 아니라 이야기가 멈출 때 소멸한다.
그 이야기의 격차는 미디어가 넓힌다. 어떤 말은 언로에 태워 이야기를 증폭 시키고 어떤 말은 언로에서 떨어뜨려 이야기가 될 기회를 빼앗는다. 어떤 경우 미디어는 말을 감춘 사람의 마음까지 읽어 주며 이야기를 양산하지만, 어떤 경우 목숨을 걸고 외쳐도 그 말 한마디를 이야기로 전하지 않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타기 행동은 이 세계가 은폐해 왔던 이야기들을 드러냈다.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출근길에 나타나자 세상이 멈춘 것처럼 이야기가 만발했다. 장애인들이 왜 출근길 지하철을 타려 하는지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타려 해서 출근길이 막혔다는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없는 사람’이 되기 보다 욕을 먹더라도,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되더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이야기가 되니 오히려 기쁘다는 사람들의 말이 불평등한 세계에 끼어들었다. 따갑지 않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세상이 아니었다. ‘선량한 시민을 볼모로 삼은 나쁜 장애인’으로 낙인찍혀서라도 각자가 고유한 이야기를 가진 존재란 사실을 그들은 바늘 같은 시선들을 몸에 꽂은 고슴도치처럼 기며 상기시켰다.
이 세계의 고막을 찌르는 뾰족하고, 불편하고, 경이로운 그 이야기들은 작지만 강력한 언론 〈비마이너〉를 통해 알려지고, 전파되고, 따가운 의제가 됐다.
나 역시 한 사람의 언론인으로 〈비마이너〉에게 빚지고 있다. 내가 생략한 이야기들과 모르는 체했던 이야기들이 〈비마이너〉 덕분에 사라지지 않고 살아 숨 쉬고 있다. 한 명의 기자가 열 사람의 일을 하는 언론사. 시스템의 공백을 몸으로 떠받치며 이야기의 실종을 막아선 ‘활동가 기자들’의 언론사.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가 존립 걱정 없이 그 이야기들을 전할 수 있도록 후원을 요청드린다.
비마이너 기자 한 명이 늘어나면 그만큼 이 세계가 누락해 온 이야 기가 복원되고, 한 존재의 누락된 이야기가 살아나면 한 세계가 되살아난다고 나는 믿는다. ‘서사의 불평등’에 균열이 일 때 세계는 비로소 재편될 것이다.
- 이문영(〈한겨레〉 기자,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밀어 주는 방법
후원 페이지 www.beminor.com/support
이메일 newsbeminor@naver.com
전화 02-743-0420
비마이너
불평등이 부와 권력의 격차로만 측정되는 것은 아니다.
불평등을 실어 나르는 도로와 항로와 네트워크는 이야기다. ‘입들’이 생산할수 없는 수준으로 흘러넘치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말하는 입을 빼앗긴 것처럼 아예 들리지 않는 이야기들도 있다. 이 세계의 서사는 부와 권력을 향해 쏠려 있고, 부와 권력이 세계의 눈과 귀를 장악하는 까닭엔 서사의 불평등 탓이 크다. 이야기의 양에서 압도할수록 ‘역사’를 제 편으로 만들고, 역사의 반열에 오른 이야기는 대대손손 영생한다.
이야기의 양이 인구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야기를 얻기 위해 극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일수록 절감하는 진실이다. 사람은 생명이 멈출 때가 아니라 이야기가 멈출 때 소멸한다.
그 이야기의 격차는 미디어가 넓힌다. 어떤 말은 언로에 태워 이야기를 증폭 시키고 어떤 말은 언로에서 떨어뜨려 이야기가 될 기회를 빼앗는다. 어떤 경우 미디어는 말을 감춘 사람의 마음까지 읽어 주며 이야기를 양산하지만, 어떤 경우 목숨을 걸고 외쳐도 그 말 한마디를 이야기로 전하지 않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타기 행동은 이 세계가 은폐해 왔던 이야기들을 드러냈다.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출근길에 나타나자 세상이 멈춘 것처럼 이야기가 만발했다. 장애인들이 왜 출근길 지하철을 타려 하는지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타려 해서 출근길이 막혔다는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없는 사람’이 되기 보다 욕을 먹더라도,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되더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이야기가 되니 오히려 기쁘다는 사람들의 말이 불평등한 세계에 끼어들었다. 따갑지 않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세상이 아니었다. ‘선량한 시민을 볼모로 삼은 나쁜 장애인’으로 낙인찍혀서라도 각자가 고유한 이야기를 가진 존재란 사실을 그들은 바늘 같은 시선들을 몸에 꽂은 고슴도치처럼 기며 상기시켰다.
이 세계의 고막을 찌르는 뾰족하고, 불편하고, 경이로운 그 이야기들은 작지만 강력한 언론 〈비마이너〉를 통해 알려지고, 전파되고, 따가운 의제가 됐다.
나 역시 한 사람의 언론인으로 〈비마이너〉에게 빚지고 있다. 내가 생략한 이야기들과 모르는 체했던 이야기들이 〈비마이너〉 덕분에 사라지지 않고 살아 숨 쉬고 있다. 한 명의 기자가 열 사람의 일을 하는 언론사. 시스템의 공백을 몸으로 떠받치며 이야기의 실종을 막아선 ‘활동가 기자들’의 언론사.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가 존립 걱정 없이 그 이야기들을 전할 수 있도록 후원을 요청드린다.
비마이너 기자 한 명이 늘어나면 그만큼 이 세계가 누락해 온 이야 기가 복원되고, 한 존재의 누락된 이야기가 살아나면 한 세계가 되살아난다고 나는 믿는다. ‘서사의 불평등’에 균열이 일 때 세계는 비로소 재편될 것이다.
- 이문영(〈한겨레〉 기자,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밀어 주는 방법
후원 페이지 www.beminor.com/support
이메일 newsbeminor@naver.com
전화 02-743-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