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호[특집] 청소년 자살, 사회적 타살 | 있지만 없는 죽음,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 | 소라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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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청소년 자살, 사회적 타살


있지만 없는 죽음,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



소라  sora@ddingdong.kr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삶을 포기하지 않고 탐색할 기회를!” 

작년 여름,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에서 진행한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 예방 촉구 캠페인’의 슬로건 중 하나다. 또 다른 슬로건은 “성소수자의 삶도 소중합니다”였다. 캠페인 제목에 자살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쓰지 않고 돌려 말하기를 선택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은 돌려 말할 시간이 없다. 심리적 위기 상태가 이미 ‘빨간불’이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일부 심리 상담사들이 나서고 있지만 국가 수준의 자살 예방 정책이 움직여 주지 않아 매번 한계를 느끼고 있다.



‘띵동’의 시작, 어느 청소년 성소수자의 죽음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만 열여덟의 청소년 성소수자가 성소수자 인권 단체 사무실에서 자살했다. 그의 이름은 육우당(필명)이다. 2000년, 일상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이 소통의 장으로 이용하던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청소년 보호법」을 명분으로 ‘유해 매체’로 지정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동성애는 수간, 근친상간 등과 같이 변태 성행위의 예시가 되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규정되어 있었다. 3년 후, 「청소년 보호법」의 동성애자 차별 조항을 삭제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이 권고가 수용되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항의하며 동성애 혐오 성명을 냈다. 육우당은 유서의 한 부분에 ‘자기의 죽음으로써 동성애 사이트가 유해 매체에서 삭제되기를 바라며 기독교인들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주고 싶다’고 썼다.


청소년 성소수자 육우당의 죽음 이후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이 만들어졌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회에서 ‘죽음을 통해서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또 생겨서는 안 됐다. 청소년 성소수자가 언제라도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자금을 모으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2015년, 국내 유일의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가 만들어졌다. 10주년을 맞이한 지금도 띵동은 국내에서 유일한 청소년 성소수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기관이다. 국가 지원금은 0%다.



“저 아저씨도 게이래”


띵동의 상담은 활동가와 청소년 성소수자가 1:1로 진행한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상담실 안에서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연하다. 어디에도 말해 본 적 없는 이야기를 갑자기 말하려 하니 눈앞이 캄캄하고 여간 막막한 것이 아닐 거다. 청소년의 긴장과 경계를 풀어 주는 마법의 열쇠가 있다. 활동가의 커밍아웃이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우선이지만, 필요에 따라 ‘띵동에서는 안심하고 말해도 괜찮아요, 아무리 말해도 못 알아듣던 그 사람들과는 달라요’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을 전략으로 택할 때도 있다.


역으로 질문하는 청소년도 있다. “그런데요…… 선생님도 혹시…… ‘이쪽’이세요?” 상담자 당신도 성소수자냐고 묻는 거다. 대개는 그것이 왜 궁금한지 질문을 되돌려주지만, 지금의 어려움이 너무 커서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청소년에게는 쿨하게 커밍아웃을 한다. “네, 저도 이쪽이에요. 여기 상담실 밖에,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선생님들도요. 아까 밥 먹을 때 이름이 뭐냐고 물어본 아저씨 있죠? 10년 전에 여기 띵동을 함께 만든 분인데요, 그 아저씨도 게이예요.”

순간적으로 청소년의 얼굴에 호기심과 안도감이 겹친다. 20대, 30대, 40대의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성소수자 ‘어른’들이 문밖에 존재하고 있기에. 이제 의자 끝에 조마조마하게 앉아 있던 청소년의 자세도 조금은 편안해진다. 이야기할 준비가 된 것이다. “이제 상담을 시작해 볼까요?” 



청소년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


띵동은 매년 〈상담지원 분석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정신건강 위기’는 통계에서 매년 주 호소 내용 1위일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분류된다. 2015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진행한 4,400여 건의 상담 중 36%(1,590건)가 정신건강/심리 문제를 다룬 상담이었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정신건강 위기는 학교 등에서 일상적으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듣는 것, 정체성으로 인한 가족과의 갈등, 트랜스젠더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경험 등과 얽혀 있다. 미디어 등을 통해 매시간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접하며 청소년 성소수자의 불안과 긴장은 끊임없이 누적된다. 학교도 다르지 않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80%는 교사로부터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들은 적이 있고, 절반 이상이 다른 학생들로부터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소수자에 관해 가르치지 않고, 교실 안에서 혐오 표현이 있어도 제지하지 않는 학교는 특히 트랜스젠더퀴어 청소년에게 가혹한 공간이다. 트랜스젠더 학생은 트랜스젠더가 아닌 학생보다 약 5.6배 더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다.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교복 착용, 성별 분리 화장실, 탈의실, 기숙사 등으로 우울이 깊어지기도 한다. 그 결과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5명 중 1명꼴(21.9%)로 학업을 중단한다. 


정체성을 이유로 벌어지는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가정을 선택한 청소년 성소수자의 경우는 위클래스나 1388,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위기 지원 체계에서 도움을 구하기도 어렵다. 청소년 지원 기관을 알고 있지만, 종사자가 성 정체성으로 인한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가족이나 학교에 자신의 성 정체성이 알려지는 ‘아우팅’을 겪게 될 것 같아 도움을 청하지 않는 청소년이 대다수다. 청소년 지원 기관을 이용해 보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청소년 또한 절반 이상이었다. 또한 탈가정한 청소년 성소수자는 청소년쉼터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트랜스젠더퀴어 청소년의 경우 성 정체성으로 인해 쉼터에 입소하지 못한 경험이 많았고(47.7%), 입소하더라도 생활 중에 종사자 또는 또래 이용자로부터 차별과 혐오 발언을 경험했다. 성 정체성을 이유로 가족으로부터 거부당하고 폭력을 피하고자 찾은 쉼터에서 다시 한번 성 정체성으로 인한 장벽을 마주하는 것이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정신건강 위기


청소년 성소수자의 정신건강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이렇듯 성소수자에 대한 가족의, 학교의, 사회의 차별적 시선이다. “동성애자로 살면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트랜스젠더는 취업도 하지 못한다.”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저주 서린 말은 성소수자 청소년의 마음 깊이 남아 내일을 상상할 힘을 빼앗는다. 이들의 심리적 불안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인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혐오가 해결되기 요원한 현실 탓에 띵동에서의 상담은 참 어렵다. 그럼에도 활동가들은 청소년 성소수자가 오늘을 버틸 수 있도록 안부를 묻고, 끼니를 챙기며 연결을 이어 간다. 


정신건강의 위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에게는 적절한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 등의 보호자가 정신과 혹은 심리 상담에 관한 편견으로 자녀의 의료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치료 과정에서 우울의 원인이 자신의 성 정체성임이 드러나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 과정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성소수자 친화적인 병원이 없는(찾기 어려운) 점도 청소년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을 위태롭게 만든다. 


이러한 배경에서 띵동은 2022년부터 책임 심리 상담 제도를 도입했다. 띵동을 찾는 청소년 성소수자 가운데 정신건강 위기가 높은 이들에게 띵동의 책임 상담사와 전문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전국 각지에 있는 위기 청소년 성소수자 모두에게 심리 상담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이는 전국의 모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청소년쉼터가 모두 띵동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청소년 성소수자 절반이 자살 시도


청소년 성소수자 77.4%가 자살을 생각하고, 47.4%가 자살을 시도한다. 거의 2명 중 1명꼴로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2014년 발표한 〈한국LGBTI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에 따르면 18세 이하 청소년 성소수자 응답자 중 46%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고, 53%가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모두 10년도 더 된 연구 조사 결과이지만,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자해 문제에 대처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통계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는 단 한 건도 진행된 적이 없다. 기초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띵동을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민간의 영역에서 묵묵히 보고서를 낼 뿐이다.


한편, 통계 또는 뉴스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되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이 단순히 하나의 죽음 또는 비보 수준에 그치는 것에 관한 고민이 깊다. 모두가 자살이라는 결과에 집중할 때, 띵동은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 성소수자의 두터운 삶을 짊어진다. 그 청소년이 이루고 싶었던 꿈, 좋아했던 음식, 눈빛과 웃음 같은 것들 말이다. 띵동 사무국 한편에는 먼저 떠나간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속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그 나이에 멈춘 채로 언제나 웃고 있다. 그들의 미소를 띵동은 잊지 않을 것이다.



자해 : 

청소년 성소수자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남기는 흔적


지난 6월 띵동이 진행한 49건의 상담 중 24%가 ‘자해’ 상담이었다. 보통 한 달에 서너 건 정도 접수되던 자해 상담이 6월에는 12건이나 진행되었다. 자해 이슈는 상담 도중에 ‘발견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청소년이 상담자에게 신뢰가 쌓였을 때 털어놓기도 하고, 상담자가 청소년의 손목 등에 남은 흉터를 관찰하며 얼마나 최근 것인지를 가늠하고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도 한다. 


자해가 발견된 상담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호소한 것들을 살펴보면, 학업이나 대인 관계에서의 외로움도 있지만 대부분 성소수자로서 겪는 혐오 표현 피해, 그리고 트랜스젠더로서 겪는 일상 속 젠더 디스포리아(성 정체성에 맞지 않은 신체와 그로부터  파생된 경험들로 인한 정신적 고통)가 연결되어 있다.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환경에서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청소년 성소수자는 즉각적으로 안도감을 찾을 수 있는 수단으로 자해를 선택한다. 이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수단이기도 하다. 갑갑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해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의 심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상담자에게 쉽지 않은 과제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이해해야만 청소년 성소수자가 처한 현실에 개입할 수 있다.


자해흔은 청소년 성소수자가 위축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손목과 팔뚝의 흉터로 인해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여 여름철에도 긴소매를 입는다거나, 아르바이트 등 일상생활을 할 때 흉터를 가릴 방법을 찾아야 하고 심지어 대인 관계를 포기하기도 한다. 다른 청소년 기관을 통해 흉터 제거 시술을 연계하려는 노력도 해 보지만, 자해 이슈가 있는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함께 찾아보는 것이다. 상담에서 ‘버티기’를 다루게 되는 순간이다. 



성소수자의 삶도 소중하다


삶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워지고 외면당하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질병관리청에서 매년 진행하는 ‘청소년건강실태조사’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확인하는 문항만 포함시키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정신건강 실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 예산이 필요하지도 않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 


해외에서는 청소년 성소수자 정신건강 위기를 매년 조사하는 것은 물론, 상담 서비스의 접근을 높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트레버 프로젝트’는 매년 청소년 성소수자 정신건강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 18,000명 이상 참여한 〈2024 U.S. National Survey on the Mental Health of LGBTQ+ Young People〉 보고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자료를 통해 미국에서도 지난 1년 동안 청소년 성소수자 중 39%가 심각하게 자살 시도를 고려했고, 12%가 자살을 시도하였으며, 응답자의 50%가 정신건강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의 ‘레인보우 마인드’는 런던과 맨체스터에 거주하는 성소수자들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가정폭력이나 전환 치료에 대한 핫라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곧바로 범정부 자살 대책 추진 기구를 만들 것을 지시하며 적극적인 자살 예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자살 고위기군에 청소년 성소수자를 포함하고 대처에 나서야 할 때다. 띵동을 비롯한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더 이상 ‘살리는 일’의 책임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성소수자의 삶도 소중하다. 



❶  국가인권위원회·공익인권법재단 공감(2014),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❷  국가인권위원회·공익인권법재단 공감(2014), 앞의 보고서.

❸  “[벼랑 끝, 홀로 선 그들-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넌 여자냐, 남자냐” 문제아 낙인찍은 학교… 트랜스젠더 청소년 22%, 결국 교문 밖으로”, 〈서울신문〉, 2021년 12월 12일.

❹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2021), 〈청소년 성소수자의 탈가정 고민과 경험 기초조사〉.

❺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2021), 앞의 보고서.

❻  강병철·김지혜(2006), 〈청소년 성소수자의 생활실태조사〉, 한국청소년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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